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57)
사천 성도에 위치한 당가의 건물은 그 위세가 화려하고 웅장했다.
이들은 강호에서의 악명에 걸맞게 뒷세계에도 연이 깊숙이 닿아 있었는데, 사천 전역에서는 가히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지강백은 화산파의 천운자, 그리고 남궁세가의 남궁운과 함께 성도에 도착했다.
당가에 도착한 지강백은 그 길로 시종의 안내를 받아 회의장에 들어갔다.
회의장에 들어가자 커다란 원탁에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의 수장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그야말로 정파 무림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집합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상석에는 역시나 무림맹주 천유성이 참석해 있었다. 지강백은 그를 포함한 강호의 명숙들에게 가볍게 예를 갖추고 자리에 앉았다.
“이제 모두 모인 것 같군.”
좌중을 둘러본 천유성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소.”
매년 진행되는 무림회의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한때 적들이었던 자들과 한 자리에 모여 회의라니······.
지강백은 어쩐지 감회가 새로워지는 기분이었다.
“······다음 안건입니다. 모용세가에서 낸 안건으로 ‘남궁세가의 오대세가 탈퇴’에 관한 내용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남궁운에게 쏠렸다. 그리고 남궁운의 시선은 좌측에 앉은 모용세가의 가주, 모용명(慕容銘)에게 향했다.
황색 비단옷에 장포를 걸친 고명한 학사 느낌의 모용명이 말했다.
“모두 알아시피 남궁세가는 제갈세가의 아래로 들어갔으니 더 이상 오대세가의 반열에 들 수 없다고 생각하오. 오대세가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아니오?”
“옳은 말씀이십니다. 탈퇴하겠습니다.”
남궁운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그 말에 모용명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사실 모용세가는 그동안 남궁세가에 의해 많은 압박을 받아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남궁세가를 밀어내기 위해 안건을 올린 것이었다.
당연히 반대의 입장을 내비칠 줄 알았는데 너무도 쉽게 수긍해 놀란 것이다.
천유성이 턱을 쓸며 남궁운에게 물었다.
“남궁 공자······아니, 실례했군. 남궁 가주. 정말 오대세가의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힘을 잃고도 무리하게 자리를 보전하는 꼴이 더 비참하지 않겠습니까? 모용 가주님의 말대로 본가는 오대세가의 자리에서 내려오겠습니다. 그리고 별로 신경 쓸 일도 아닙니다.”
남궁운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멀지 않은 때, 다시 되돌아올 테니까요.”
지금 남궁세가는 남궁운의 체제 아래 새로운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봉문이기에 더욱 비밀리에 힘을 키울 수 있었다. 거기다 제갈세가의 지원까지 더해지니 예전의 영광을 되찾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터였다.
허나 그걸 모르는 모용명과 다른 이들은 남궁세가가 완전히 포기했다고 여겼다.
“그럼 오대세가의 공석은 추천을 통해 투표로 뽑겠소.”
투표에 올라온 세가들은 하나같이 강성한 가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남의 공손세가가 새 오대세가 후보로 뽑혔다. 이 가문은 모용명이 추천한 가문으로, 이전부터 모용세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가문이었다.
‘후후, 이걸로 무림에서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시킬 수 있겠군.’
모용세가는 변방에 위치해 있었고, 항상 중원에 들어오기를 노리고 있었다.
모용명은 이번이야말로 좋은 기회라 여기며 미소를 지었다.
“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번에는 사천당가에서 낸 안건입니다. 일전에 발생했던 하북팽가와의 다툼에 관해 해명을 원하고 있습니다.”
하북팽가의 가주 팽인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얘기는 이미 끝난 거 아닙니까?”
그 말에 사천당가의 가주 당문호가 일그러진 얼굴로 외쳤다.
“이보시오 팽가주! 그 일 때문에 우리 가문이 입은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정녕 모른단 말이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팽가가 지배하는 하북성 근처에 당가의 사업체 몇 군데가 있었다. 이곳은 불법적으로 성행하는 도박장이었는데, 그곳에 팽가에서 쫒던 흑도 무리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팽가 가주의 명령에 따라 출동한 팽가의 무인들이 흑도를 토벌했다.
문제는, 흑도를 토벌하는 것과 동시에 당가가 관리하던 도박장까지 전부 쓸어버렸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당가의 무사들도 십수 명 정도 다쳤다.
당연히 당가에서는 팽가에 책임을 요구했으나, 팽가는 흑도를 잡는 도중 생긴 불상사일 뿐이라며 대놓고 당가를 무시했다.
팽인호는 당문호의 외침에 코웃음을 치며 응수했다.
“그간 당가에서 불법으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본가는 눈을 감아줬소. 그럼 이런 상황에서도 할 말 없는 거 아니오?”
“고작 흑도 몇 놈 잡는데 일을 크게 벌렸을 이유가 없지 않소이까!”
“그럼, 설마 우리가 일부러 당가를 공격하기라도 했다는 말이오? 억측이 지나치시오!”
팽인호는 말끝으로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그렇게 형편없이 쓰러질 줄은 누가 알았소이까? 이건 당가쪽이 너무 허약한 탓도 있다고 생각하오.”
“뭐, 뭐라고!”
당문호가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무식하게 힘이나 쓸 줄 아는 무뢰배같은 놈들이!”
“그럼 그쪽은 정파면서 불법 사업체에 독술에, 흑도와 다를 바가 뭐요!”
“지, 지금 네놈이 우릴 능멸하는 것이냐! 어딜 주제도 모르고!”
“허허, 같은 오대세가에 주제를 논하는 겁니까? 본가가 당가보다 약할 거라는 착각일랑 하지 마쇼!”
회의장 분위기가 과열되자 보다못한 천유성이 일어나 외쳤다.
“두 분, 그만 진정하고 앉으시오!”
그의 엄중한 목소리에 당문호와 팽인호가 흠칫했다.
“큼.”
“흐음.”
두 사람이 못이기는척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천유성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물론 양쪽 전부 잘못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허나 팽가쪽에서 손속이 과했다고는 하나 흑도 진압을 하는 도중 벌어졌던 일이고, 당가측에서 그간 행해온 사업체들이 불법적인 것 또한 사실이오.”
“!”
그 말에 당문호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동시에 팽인호의 표정에 비웃음이 서렸다. 좌중에 앉아있던 이들 가운데 일부도 신음을 흘리며 표정을 굳혔다.
그 상황을 조용히 관전하던 지강백이 실소했다.
‘당가가 씨알도 안 먹힐 안건을 내밀었군.’
사실 무림맹주가 유독 팽가에 우호적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익히 아는 사실이었다. 팽가주 팽인호의 장녀인 팽연화가 다름아닌 천유성의 장자 천유태의 아내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천유성이 맹주가 된 이후 팽가는 무림맹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고, 무서울 정도로 세력을 많이 확장시킬 수 있었다.
‘당가주 표정이 볼만하군.’
예상대로 당문호의 표정은 당장이라도 터질 듯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천유성은 그런 그의 표정을 못본 척 하며 말했다.
“그러니 팽가주께서도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유념하십시오.”
“아아, 물론입니다.”
팽인호는 클클 웃으며 장난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지.”
***
그 뒤로 지강백이 제안한 ‘제갈세가 강북 입성’에 관한 안건이 나왔고, 무림맹과 하북팽가의 전폭적인 지지로 받아들여졌다.
그들 입장에서는 강남의 지배자인 지강백이 자신들과 같은 편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남는 장사였다.
“강남의 지배자인 제갈 가주님과 저희가 함께 한다니 참으로 든든합니다!”
팽인호는 지강백을 향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왔으며, 천유성도 흐뭇한 표정으로 지강백을 응시했다.
무림회의가 끝난 날 밤, 지강백은 두 사람과 함께 고급 기루에서 거하게 술상을 차리며 밤을 세워 마셨다.
“그러고 보니 이제 곧 다음 대 맹주 선거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팽인호는 껄껄 웃으며 천유성에게 말했다.
“다음 대 맹주 자리에는 천 공자만한 적임자가 없지 않습니까?”
“허허, 그걸 누가 아는가. 정당하게 가려야지.”
천유성은 다음 맹주 자리에 천유태를 앉히기를 원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천유태에게 많은 힘을 실어주어야 했다.
팽인호는 지강백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그거야 뭐 저와 제갈 가주가 든든히 받쳐 줄 것이니 문제없지 않겠습니까? 하하. 안 그런가, 제갈 가주?”
이 자식. 노골적으로 천유태를 밀어줄 것을 강요하고 있다.
뭐, 지금이야 입발린 소리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생각이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천 공자야말로 진정한 맹주감이지요.”
“하하! 역시 자네랑 나는 통하는 데가 있다니까! 맹주님, 제갈세가의 강북 입성, 빨리 진행하셔야지요.”
“그래야지. 적어도 내년 안에는 자리잡도록 만들어보겠네.”
천유성까지 기분이 좋아졌는지 흔쾌히 승낙했다.
팽인호는 술잔을 들어올리며 힘차게 외쳤다.
“자, 다음 대 맹주 자리와 강호의 안녕을 위해 건배!”
“건배!”
술잔이 부딪히며 웃음소리가 늘어갔다.
***
그 시각, 당가의 가주전에서는 가주 당문호가 술잔을 홀짝이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 내 언젠가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당문호는 현 무림계가 썩어빠졌다고 한탄했다. 회의 때 보아하니 젊은 제갈세가의 가주 또한 그들과 한 편인 듯 보였는데, 잘도 구슬린 듯했다.
이대로라면 천유성이 무림계를 집어삼키는 날도 멀지 않았을 터. 그렇게 되면 전후무후한 무림의 지배자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당문호가 한숨을 푹 내쉬며 술잔을 비우자, 앞에 앉아있던 아름다운 여인이 그의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그녀는 당문호의 차녀이자 당가에서도 최고의 독술가인 당휘란(唐徽蘭)이었다.
어린 나이에 뛰어난 재능과 독술(毒術)로 인해 가문의 중책을 맡게 되었으며, 일부러 혼인도 하지 않은 채 가문에 모든 것을 바친 여인이었다. 그 때문에 당문호가 자식들 가운데에서도, 그리고 수하들 중에서도 가장 믿고 의지하는 인물이 바로 이 당휘란이었다.
“아버지.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그리 보였느냐?”
“네.”
당문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하의 당가의 이름도 이제 한 물 갔구나 싶어 한탄스럽구나. 한때는 누구도 감히 우리의 심기를 건드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저 무식한 팽가놈들이 맹주를 믿고 우릴 얕잡아보고 있으니······내 조상들을 볼 낮이 없다.”
“전부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당휘란은 울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제갈세가의 젊은 가주 제갈빈은 약관의 나이에 엄청난 재능으로 고수의 자리에 오른 걸로도 모자라 막내임에도 가주 자리를 꿰차고 심지어 남궁세가까지 격퇴시키지 않았습니까? 그에 비해 저는······.”
“아니다. 너도 충분히 잘해주고 있으니 자책할 필요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당문호였다.
‘차라리 제갈세가의 가주가 미혼이었다면 혈연으로나마 그들과 동맹을 맺을 수도 있었는데······제갈세가가 같은 편이 되어준다면 그보다 더 든든할 수는 없다.’
당문호가 보기에 당휘란은 미색으로나 능력으로나 어디 하나 남궁세가의 차녀에 비해 꿀리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더 아쉽기도 했다.
“지금 우리의 가장 큰 적은 다른 누구도 아닌 팽가다.”
“알고 있습니다.”
“놈들은 앞으로도 우릴 차근차근 압박해올 것이다. 그러니 그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절대 놈들이 사천까지 넘보지 못하도록.”
“명심하겠습니다.”
허나 맹주가 든든히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팽가를 상대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였다.
그때, 보초를 서고 있던 호위무사가 당문호를 불렀다.
“저, 가주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이 늦은 시간에 누가 가주님을 찾는단 말인가? 돌려보내라.”
당문호의 기분을 짐작한 당휘란이 목소리를 높이자, 무사가 당황하며 말했다.
“저 그것이······손님이 제갈 가주십니다.”
“뭐?”
당문호가 깜짝 놀라며 무사에게 말했다.
“얼른 들어오시라고 전하거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