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59)
팽서훈을 술상이 차려진 방으로 데려온 당휘란은 계획했던 대로 그와 술자리를 가졌다.
그를 자리에 앉힌 다음, 자연스레 춘약이 섞인 술을 잔에 채워주고 마시도록 유도했다. 설마 당휘란이 함정을 팠으리라고는 에상치 못했던 팽서훈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천천히 변화를 지켜보았다.
반 시진쯤 지나자 반응이 찾아왔다.
눈이 반쯤 풀린 팽서훈이 헤벌쭉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쏟아냈다.
“그러니까 말이오. 끄윽. 그 제갈세가의 놈은 운이 좋았다 이거지. 나라고 그렇게 못할 것 같소? 끅. 천만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단 말이오.”
“아아, 네······.”
당휘란은 대충 맞춰주는 척 하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반 시진이 더 지나자 팽서훈은 거의 정신이 나가 있었다.
“아, 왜 이렇게 덥지? 젠장,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이 정도면 슬슬 해도 괜찮겠군.
당휘란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는 척을 하며 중얼거렸다.
“정말 내부가 더운 것 같습니다.”
스륵. 당휘란은 보란 듯 허리띠를 풀었다. 그러자 비단옷이 어깨를 따라 스르르 흘러내렸다. 여인의 목선을 따라 어깨 위까지 맨살이 전부 드러났다.
안 그래도 춘약에 의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던 팽서훈은 그 순간, 이성을 잃었다.
“소, 소저!”
우당탕탕!
팽서훈은 짐승처럼 술상을 뒤엎고 당휘란에게 달려들었다.
당휘란은 팽서훈이 달려드는 기세에 맞춰 몸을 눕히며 비명을 내질렀다.
“꺄악! 공자, 이러지 마십시오!”
여인의 비명소리에 다루에 있던 후기지수들이 눈을 번쩍 뜨며 고개를 돌렸다.
“이건 당휘란 소저의 목소리가 아닌가!”
“비명 소리······! 소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당휘란에게 봉변이 일어났음을 직감한 후기지수들은 그 즉시 비명이 들린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빨라서 좋군.’
손과 무릎으로 팽서훈을 저지하던 당휘란은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알아채고 제지를 멈췄다.
그러자 팽서훈은 당휘란의 입에 억지로 입을 맞추며 그녀의 옷깃을 거칠게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당 소저! 무슨 일입니까!”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후기지수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팽가의 삼공자, 팽서훈이 억지로 당휘란을 범하려고 하고 있었다. 거칠게 엎어진 술상과 짐승처럼 헉헉거리는 팽서훈. 그리고 옷이 반쯤 풀어해쳐진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당휘란의 모습이 그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다음 순간, 후기지수들은 대노하며 팽서훈에게 달려들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팽공자! 당장 그 손 놓으시오!”
남자 후기지수들이 거칠게 팽서훈을 떼어내고 여인들이 당휘란을 부축해 그 자리를 벗어났다.
춘약이 생각보다 강하게 작용했는지, 팽서훈은 후기지수들에게 붙잡히는 순간까지 당휘란을 부르짖었다.
여자 후기지수들은 마치 벌레라도 본 듯 부르르 떨며 화를 냈다.
“팽가의 삼공자가 저런 금수만도 못한 파렴치한이었을 줄이야!”
“천하에 둘도 없는 쓰레기야. 쓰레기!”
여인들의 대화를 듣던 당휘란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와중에 스산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결국 팽서훈은 당가 무사들에 의해 끌려가게 되었다. 내일이면 정식으로 팽가에서 사람이 올 것이고, 팽서훈이 한 짓이 강호에 널리 알려질 것이다. 수십 명의 후기지수들이 증인이 되어 줄 테니 걱정은 없었다.
이제부터가 반격의 시작이었다.
***
내일이 되자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당연히 강호인들은 팽서훈의 만행에 분노했고, 팽가를 비난했다. 아랫도리 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자신을 생일 연회에 초대한 여인을 겁탈하려 한 금수만도 못한 놈을 키웠다고 말이다.
“팽서훈은 어떻습니까?”
“당연히 기억도 못한 채 헤롱거리고 있소. 생각보다 춘약의 효과가 강력한 것 같소.”
“팽가는요?”
당문호는 피식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제대로 당황했는지 새벽에 부리나케 찾아왔더군. 본가의 대문 앞에서 사정을 하며 상황설명을 부탁하더이다.”
됐다. 이제 놈들을 칠 명분이 갖춰졌다. 사천당가의 입장에서는 딸을 겁탈하려 한 죄를 물으려는 것이니 무림맹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팽가는 저항할 것이고 사태가 심각해지만 무림맹도 어쩔 수 없이 개입하겠지만, 이쪽도 지금 끝장을 볼 생각은 없었다.
“공격할 준비는, 끝냈습니까?”
“물론이오. 다들 좀이 쑤셔서 못 견딜 지경이오.”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간의 설움을 되갚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두근거리는군.”
당문호의 눈동자가 서슬 퍼렇게 빛났다.
***
사천당가는 그날로 자신들의 존재를 제대로 입증했다.
이전 남궁세가가 광동을 칠 때는 거대한 인맥을 이용해 사업체를 무너뜨리고 마지막에는 무력으로 눌렀다.
그러나 당가는 그보다 더 은밀하고 조용히, 그러면서도 가차없이 일을 행했다.
야음을 틈타 팽가와 관련된 사업체를 기습한다거나, 독을 풀고 온갖 독충을 풀어 팽가의 지부를 덮쳤다. 암살과 독에 특화된 당가다웠다.
하루아침에 팽가와 연관된 사업체와 지부 수십 군데가 소리없이 박살나고 떼죽음을 당했다.
강호에 유명한 말로, 당가와 척을 지면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심지어 변을 보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당가는 집요하고 잔혹하며, 반드시 끝을 낸다는 뜻이었다.
당가의 검은 야수들이 하북을 넘어 이빨을 드러내자 결국 팽가도 칼을 갈며 반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하북의 작은 성과 마을 몇 군데가 당가의 지배하에 떨어졌고, 결국 당가는 사천을 넘어 하북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외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강백이 은밀히 옥룡대와 질풍대를 보내 당가를 돕기 시작한 것이다. 그 덕분에 당가 측에서는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결국 팽가측은 일종의 비상사태가 걸렸다.
***
짝! 짜악!
가주 팽인호의 손이 연신 팽서훈의 뺨을 후려쳤다.
“이런 미친놈! 이런 천하의 금수만도 못한 놈!”
평소 금쪽같이 키운 아들의 뺨과 입술이 터지게 때릴 정도로 팽인호의 분노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팽인호가 숨을 헐떡이며 손을 내리자 팽서훈이 쓰러졌고, 수하들이 그를 부축해 데려갔다.
팽인호는 자리에 주저앉으며 탁자를 내리쳤다.
“내 잘못이다. 저놈을 너무 오냐오냐 키웠어.”
그는 한숨을 내쉬며 회의장에 모인 팽가의 중인들에게 물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사실 대응이 늦은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당가의 저력이 예상을 벗어날 정도로 강했고, 그 탓에 어이없이 하북 진입을 허락하고 말았다.
그간 무림맹을 등에 업고 업신여긴 탓에 잊고 있었지만, 사실 당가는 무서운 집단이었다. 괜히 강호인들이 그들을 가리켜 독왕가라 불렀겠는가?
적들을 얕본 대가를 톡톡히 치른 팽가였다.
팽가의 총관인 팽자인이 다급히 말을 꺼냈다.
“지금이라도 화친을 보내 당가를 달래야 합니다.”
“지금 본가가 당가에게 한 수 접고 들어가자는 말인가?”
팽인호가 눈썹을 씰룩거렸다. 그는 당장이라도 도를 들고 당가놈들을 찢어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화친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소리였다.
그의 시선이 오른편에 앉은 팽연화에게 향했다.
“네 시아버지는 뭐라고 하더냐?”
팽연화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생각보다 강호인들의 분노가 적지 않습니다. 맹주님께서도 다음 대 맹주 선거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눈치를 살피셔야 하는 입장이라······.”
사실 이 상황은 지강백이 꾸민 일이었다. 그는 사람을 시켜 끊임없이 강호에 팽가의 악행을 알리도록 선동했고, 덕분에 지금 팽가를 향한 시선은 거의 경멸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지금 무림맹이 끼어버리면 팽가와 도매급으로 취급받을 우려가 있었다.
아무튼 맹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팽인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일단 화친을 해 이 논란을 종식시킨 뒤, 훗날을 도모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 상황은 저희에게 너무 불리합니다.”
총관의 계속된 설득에 중인들도 찬성했고, 결국 팽인호도 하는 수 없이 화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당가주에게 속히 만나자고 전하라. 화친을 맺자고.”
“알겠습니다.”
“빌어먹을, 제 집 내주고 화친이라니. 별 거지 같은 경우가 다 있구만.”
이게 다 아들놈 아랫도리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니 다시 생각해도 화가 치밀었다. 이참에 거길 잘라버려라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화친을 하러 누가 가겠느냐?”
“제게 맡겨주십시오. 아버지.”
자청하고 나선 이는 팽가의 일공자 팽도훈이었다.
평소 근엄하고 냉철하며 인망이 좋은 일공자가 간다면 믿을 만 했다. 팽인호는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서 대충 잘 구슬리고 화친을 맺게 만들어라. 당가놈들이 하북에서 설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팽인호는 기회다 싶어 하북에 발을 들인 당문호가 기뻐할 생각을 하자 베알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
당문호는 약속한 장소에 팽인호가 아닌 팽도훈이 나오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속으로 실소를 내뱉었다.
‘자존심 때문이라도 굽혀야 하는 자리에 나올 놈이 아니지.’
팽가의 일공자 팽도훈은 익히 알려진 성품답게 인사보다 먼저 고개를 숙이고 사죄를 해왔다.
“당가주님. 미리 사죄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이전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관해서는 팽가를 대표해 다시 한 번 사죄드립니다.”
“그런데 왜 일공자가 나와?”
당문호가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팽도훈이 당황했다.
“네?”
“사죄를 하려면 당연히 삼공자나 가주가 나왔어야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공자가 왜 사죄를 하느냐고.”
“그, 그것이······.”
팽도훈은 잠깐 당황했으나, 이내 평정을 되찾고 허리를 굽혔다.
“저는 팽가를 대표해 나온 몸입니다. 제 행동이 곧 가주님의 뜻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이해해주십시오.”
“흐음.”
당문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표정을 찌푸리며 툭 내뱉었다.
“앉으시게.”
“감사합니다.”
팽도훈이 자리에 앉자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저희도 책임을 느끼고 있으니 이정도쯤에서 화친을 맺는 것이 어떨가 싶습니다.”
당문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팽도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다고 한들 정파끼리 피를 보는 것도 좋지 못한 그림이긴 하지.”
“그, 그럼······.”
“화친을 받아주겠네.”
팽도훈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아직 당문호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대신, 지금 당가가 차지한 하북의 영토는 이대로 다스리는 걸로.”
“네? 그건······!”
“우리도 딸이 치욕스러운 일을 당할 뻔했는데,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팽도훈의 표정이 급격히 싸늘해졌다. 이걸 빌미로 하북에 발을 들이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여기서 허락한다면 이놈들을 완전히 몰아내는 일이 어려워진다.
팽도훈은 수차례 당문호를 설득했으나 당문호는 시종일관 지금의 영토를 원했고, 결국 팽도훈은 당가의 제안을 승낙하고 말았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팽도훈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고, 당문호는 클클 웃음을 흘렸다.
그런 그에게, 지강백이 다가왔다.
“기분은 좀 어떻습니까?”
“덕분에 십 년 묵은 체중이 내려가는 듯하더이다. 허허.”
“하북 입성에 성공했으니 본격적으로 놈들을 흔들어봅시다.”
“그럽시다. 쇄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겠다.”
지강백과 당문호는 동시에 미소를 지으며 멀어져가는 팽도훈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