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60)
“당가는 하오문(下汚門)과 깊이 연을 맺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강백은 당문호와 팽가를 칠 다음 계획을 논의하던 중, 말을 꺼냈다.
“오대세가 쯤 되면 알려지지 않은 비리 또한 많을 터. 저희는 이제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갈 것입니다.”
“내부에 균열을 일으킨 뒤 자멸하게 만든다? 격안관화(隔岸觀火)의 계(計)로군요.”
“네. 비리를 파헤칠 때는 최대한 팽가의 중심인물이어야 합니다. 또, 현재 팽가의 관계나 정치구도를 면밀히 살펴보십시오. 분명히 물고 늘어질 틈 하나는 있을 겁니다.”
“허나 비리를 파헤쳐 조정에 알린다고 해도, 팽가 또한 조정에 댄 연줄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비리가 묻힐 우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쪽은 제가 맡을 테니까요. 동창을 비롯한 도찰원(都察院:감찰기관)은 저희의 뜻대로 움직일 것입니다.”
“허허······.”
당문호는 어쩐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조정의 감찰관마저 마치 자신의 검처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 어쩌면 현 강호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갈빈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놈들이 내부의 균열로 정신없는 틈을 타 하북을 집어삼키면 됩니다.”
“그 지경까지 가면 무림맹도 좌시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니까요.”
“무림맹 쪽도 제가 책임지도록 하죠. 당 가주께서는 팽가를 무너뜨리는데에만 집중하십시오.”
지강백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단언하자, 당문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함께 해주니 든든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당 소저. 소저 덕분에 순조롭게 하북 진출을 이룰 수 있었으니까요.”
“아닙니다. 쉬운 일이었습니다.”
당휘란은 지강백의 칭찬에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제 딸이긴 하지만 가문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정도로 충성심이 강한 아이입니다. 독을 다루는 데에도 능하고, 영리하지요. 제갈 가주께도 아마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하.”
눈치를 보던 당문호는 기회다 싶어 딸을 한껏 치켜세웠다.
지강백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팽가는 예로부터 무를 숭상하며 무예를 익히는 데 중시했으나 반대로 정치나 모략, 술수에는 약한 집단입니다. 비리를 터뜨리고 한바탕 휘저어주면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할 테니, 당 가주께는 둘도 없는 기회일 것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팽가를 몰아내고 하북을 손에 넣을 날이 멀지 않았군요. 하하하!”
지강백과 당문호, 당휘란은 하북을 손에 넣을 미래를 꿈꾸며 잔을 부딪혔다.
***
하오문은 거지, 깡패, 기녀 등 하류인생들이 모여 만든 거대한 정보집단으로, 조직력은 부족하나 정보력만으로는 강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조직력이 부족한 탓에 문주 자리에 있어도 암살 등의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리며, 문주가 바뀌는 일도 다반사였다.
하오문의 현 문주, 서도명(誓導銘)은 하오문 사천 지부의 말단으로 시작해 집요한 생존본능과 처세술로 문주 자리까지 꿰찬 인물이었다.
서도명은 바닥일 때부터 쌓아온 눈치로 당문호의 부름을 받자 부리나케 달려왔다.
“부, 부르셨습니까.”
그는 당문호에 의해 암살 등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 대신 당가에 복종하는 신세였다.
당문호는 그에게 차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
“내 자네에게 비밀리에 부탁할 일이 하나 있네.”
“말씀만 하시지요. 가주님의 지시라면 따르겠습니다.”
“고맙네. 혹시 팽가 내부의 정치구도와 비리에 대해 알아봐줄 수 있겠나? 좀 큰 걸 원하는데.”
“정치구도와 비리라 하심은······.”
“이를테면 그것이 강호에 알려졌을 때, 팽가가 왈칵 뒤집힐 수 있을만한 것들 말이야.”
그 말을 듣자마자 서도명은 당문호의 속셈을 짐작했다.
‘팽가의 비리를 들춰 놈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고, 그 틈에 팽가를 칠 생각이구나.’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기에 서도명은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가주님의 말씀이라면 당연히 따르겠습니다만, 팽가를 건드리는 것은 저희로서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인지라······.”
“이보게 자네.”
당문호는 차를 홀짝이며 빙긋 웃어보였다.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군. 목숨을 왜 건단 말인가? 자네들을 위험할 세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터인데.”
“······!”
서도명은 고개를 숙인 채 눈을 번뜩였다. 이 사투, 단지 땅이나 사업체를 먹는 정도가 아니다!
둘 중 한 세가가 무너지면 끝나는 대전(大戰)이었다.
‘이거, 졸지에 엄청난 판에 끼어들게 된 셈이구나.’
서도명은 침을 꼴깍 삼키며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판을 잘 읽어야 진정한 일류 장사치라고 할 수 있는 법. 서도명은 망설임 없이 자신이 확신하는 쪽에 모든 것을 걸었다.
“맡겨만 주십시오. 팽 가주의 내연녀나 일공자가 하루에 변을 몇 번 싸는지까지 낱낱이 파헤쳐보겠습니다.”
당문호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껄껄 웃어보였다.
“강호제일의 정보조직을 이끄는 하오문주께서 단언하니 당연히 믿고 기다려야지. 아, 그리고 자네 얼굴색이 좋지 않은 것 같아 타고 온 마차에 몸보신이나 할 약재 몇 상자 실어뒀네.”
“가, 감사합니다!”
“뭐하나? 차 다 식겠네, 이 사람아.”
“아차차. 잘 마시겠습니다. 흐흐.”
당문호와 서도명은 음흉한 미소를 주고받으며 차를 마셨다.
***
하오문은 명성답게 사흘째 되던 날, 정보를 들고 당당히 당가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 팽가의 파벌은 크게 두 개로 나뉘어 있습니다. 하나는 원로원과 일공자 팽도훈을 필두로 한 직계 파벌. 그리고 첩의 자식인 이공자 팽하진을 필두로 한 방계 파벌.”
“후계자 구도라면 일공자 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겠군.”
“예. 허나 이공자 측도 만만히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공자의 친누나가 바로 팽연화이기 때문이지요. 팽가에서 팽연화가 가지는 권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팽연화의 남편이 천유태, 즉, 무림맹 측이 이공자를 지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서도명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희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두 파벌의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일공자는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르면 이공자를 내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가주조차 모르는 일이지요.”
“이 둘 사이에 내분을 유도해야겠군.”
당문호가 중얼거리자 서도명이 말을 받았다.
“불쏘시개가 되어줄 인물이 여기 있습니다. 바로 원로원의 일 장로, 팽자운이라는 작자이지요. 이 자는 현재 병부의 상서직에 몸담고 있는 자입니다. 이 자는 몇 해 전부터 조정의 군부 예산을 횡령해 몰래 팽가로 빼들리는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걸로 확인했습니다.”
“병부상서가 군납비리(軍納非理)를 저지르고 있다?”
“하북의 도지휘사나 지부대인이 몽땅 한통속이니 그동안 아무도 몰랐던 것이지요. 게다가 심지어 병부의 상서가 팽가의 사람이니까요.”
됐다! 제대로 물었다.
황법에 따르면 군납비리는 닥치고 사형이다. 나라의 군부를 희롱하고 나아가 황실을 농락한 셈이기 때문이다.
당문호의 표정이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밝아졌다.
이 정도면 팽가는 파도 정도가 아니라 해일에 떠밀리게 될 것이다.
“제갈 가주, 바로 들춰버립시다.”
지강백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
다음 날, 지강백은 도찰원의 수장인 좌도어사(左都御司) 김춘수와 동창을 호령하는 제독동창 유사홍과 함께 자리를 가졌다.
지강백에게서 병부상서 팽자운의 비리를 전해들은 두 인물은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제갈 가주. 이런 거대한 사건을 갑자기 밝히시면 저희도 난감합니다.”
“하북은 팽가의 사람들이 꽉 잡고 있어서 더욱이 그들의 죄를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제갈 가주께서 이런 거대 비리를 알아내신 연유와 그 목적도, 저희는 알 길이 없습니다.”
말이야 그럴싸하게 내뱉지만 사실 이들도 두려운 것이다.
무려 병부상서의 비리를 건드리는 짓이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대형 사건인 것이다.
지강백은 날카로운 눈으로 찻잔을 들며 입을 열었다.
“자세한 연유가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이번 일만 무사히 잘 해결해주신다면 그대들은 오히려 황실의 은혜를 입어 더 높이 오르시겠지요. 그리고.”
지강백은 수하들을 시켜 커다란 목함 몇 개를 가져왔다. 저절로 두 관리의 시선이 목함으로 집중되었다.
지강백이 손짓을 하자 수하가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비단 장보로 감싼 금송아지들이 수십 개 들어 있었다. 두 관리의 눈이 두 배로 커졌다.
지강백은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차를 홀짝이며 말했다.
“옳은 일을 행하는 충신(忠信)들은, 마땅히 받아야 할 대가를 받을 것입니다. 반대로, 나라를 어지럽히는 자들은 마땅히 그 죄를 받아야겠지요.”
지강백은 멍하니 금송아지를 응시하는 관리들의 찻잔에 손수 차를 따라주었다.
“앞으로 저는 두 분만 믿고 있겠습니다.”
그제야 두 관리가 정신을 차리고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어, 허허허! 실로 옳은 말씀입니다. 제갈 가주.”
“그, 그렇지요. 저희가 해야 할 일이 그런 일들을 잡아내 뿌리를 뽑는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아, 다음번에는 가족들을 데리고 강남으로 오시지요. 제가 한 번 대접해드리고 싶습니다.”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지 가겠습니다.”
두 사람이 차를 마시자 곧 술상이 차려졌다.
지강백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간 쌓인 업무로 인해 많이 고단하실 텐데, 오늘은 다 잊고 마음껏 마시지요.”
***
다음 날, 팽가에 동창이 들이닥치고 감찰원이 팽자운을 비롯해 군납비리와 연관된 자들을 추포했다.
이 사실은 강호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가주 팽인호는 조정으로 불려갔으며, 일공자 팽도훈은 혼란에 빠진 가문을 안정시키려 애썼다.
그리고 이공자 팽하진은 이 혼란이 기회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그는 곧장 자신의 세력들을 집합시켜 의논을 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형님을 내칠 기회는 지금뿐인 것 같습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단순히 소가주 자리나 빼앗자고 하는 짓이 아니다. 하북 전체를 둘러싼 지배자의 자리를 두고 다투는 일이다. 누구 하나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일공자 측의 큰 힘이 되어주던 원로원의 일 장로가 그런 일에 휘말렸으니, 일공자 측도 큰 타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확실히 지금만한 기회가 없을지도······.”
“냉정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제대로 끝을 내지 못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 찬성과 반대로 갈라졌으나 공통점은 하나였다.
“거사를 치르려면 무림맹이나 또 다른 세력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이번 사태로 일공자 측 세력이 조금 등을 돌렸다고는 하나, 아직 세력은 건재하기 때문입니다.”
잠깐 고민하던 팽자운이 마랬다.
“누님을 만나보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