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68)
“이 새끼들아! 가주님이 돌아가실 때 너희들은 뭐하고 있었어, 뭐하고 있었냐고! 무능력한 새끼들아!”
짝! 짜악!
당가의 총관직을 맡고 있는 중년인이 무사들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당휘란은 가주 당문호의 시신과 비검대의 시신을 수습해 당가로 돌아왔다. 언가의 무사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하북을 접수한 뒤 축제 분위기에 젖어있던 당가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하락했다. 이제 막 야욕을 불태우며 절치부심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시작해보기도 전에 수장이 변고를 당한 것이다.
“이제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다음 대 가주는 유언대로 휘란 아가씨께 돌아갔으니 지금으로서는 아가씨의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요.”
“헌데 아가씨는 언제쯤 방에서 나오시려는지······하아.”
당가의 중인들은 당가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드러내며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당휘란이 한시라도 빨리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모용세가가 일을 꾸민 것이겠지요?”
“아마도.”
“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장택산은 팔짱을 낀 채 지강백에게 물었다.
“뭘 어떡해? 차라리 잘 되지 않았나. 분노한 당가는 전력을 다해 언가와 공손가를 무너뜨리려 할 것이고, 하오문을 통하면 모용가가 이 일을 사주한 것도 밝혀낼 수 있겠지. 그쪽에서 먼저 명분을 만들어줬으니 이참에 하남과 산동까지 모조리 집어삼킨다.”
지강백은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걸쳤다. 장택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 가십니까?”
“당가. 장례식에 참석할 겸 당휘란을 만나봐야지.”
“오호라. 확실히 부모를 떠나보낸 지금, 마음이 가장 힘들고 지칠 때지요. 듣기로, 당문호가 유언으로 딸을 다음 가주로 올리라고 했다지요?”
장택산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달래주십시오. 그럼 간이든 쓸개든 다 빼줄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당가도 먹어야 하는데, 이참에 그 여자를 첩으로 들이시는 것도······.”
지강백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음흉한 늙은이. 자넨 어찌보면 흑도보다 더 독하다니까.”
“뒷세계를 살면서 배운 게 다 그것뿐입니다.”
“시끄럽고. 그 말 어디가서 하지 말게.”
지강백은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정말 만약에라도 첩으로 들인다는 얘기가 나왔다가는 폭발한 남궁미향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
“아······. 제갈 가주님 오셨습니까.”
당가에 도착하자 맞상주인 장남 당진유(唐進柳)가 지강백을 맞이했다. 몸이 허약해 가문의 후계 구도에서는 제외되었지만 장남답게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지강백은 당문호에게 인사를 한 뒤, 당진유에게 물었다.
“당 소저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아직도 방 안에서 두문분출입니다.”
“혹시 안내해줄 수 있겠습니까?”
지강백은 시종의 안내를 받아 당휘란의 방 앞에 도착했다. 시종은 조심스레 당휘란에게 지강백이 왔음을 알렸고, 곧 방 안에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소저.”
드르륵.
어두운 방 안으로 들어서자 술냄새가 코끝을 찔러왔다.
당휘란은 탁자 위에 고개를 묻고 엎어진 채였다. 그녀의 머리맡에는 딱 봐도 독해 보이는 술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화륵.
지강백은 화접공으로 촛대에 불을 붙인 뒤, 당휘란의 앞에 앉았다. 그러자 당휘란이 고개를 들었다. 생기 없는 피부와 갈라진 입술, 초점 없는 눈동자가 그녀의 심정을 말해주고 있었다.
“며칠째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고 들었는데. 몸은 좀 어떻습니까?”
풀어해친 머리를 가볍게 쓸어넘긴 당휘란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이런 꼴이라······뵐 낮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아버지께서 죽임을 당하셨는데, 어찌 원통하지 않겠습니까? 충분히 이해합니다.”
당휘란은 붉어진 눈동자를 부르르 떨며 씹어뱉듯 중얼거렸다.
“한심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제가 더 신중히 행동했어야 했는데······.”
“소저의 탓이 아닙니다. 궁지에 몰린 적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저 역시 잊고 있었습니다. 가주님과 저희가 방심한 탓이지요.”
“이대로 놈들을, 공손가와 언가를 가만히 두면 저승에 계신 아버지가 편히 눈감으시지 못할 것입니다. 반드시! 놈들의 수급을 베어 아버지의 영전에 바쳐야겠습니다.”
당휘란의 눈에 시퍼런 불길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이를 부득 갈며 원독 어린 목소리로 지강백에게 말했다.
“제갈 가주님.”
“예.”
“차기 가주의 권한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당가는 제갈 가주님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대신, 한 가지만 약조해주십시오.”
“······말씀하세요.”
“철천지원수가 된 공손가와 언가를 뿌리째 뽑아버리고 당가의 자치권과 세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럼 당가는 앞으로 제갈가에 복종하겠습니다.”
지강백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당휘란의 복수심이 설마 이렇게 작용할 줄이야.
당가를 복속시켜 사천을 손쉽게 손에 넣은 걸로도 모자라, 당가라는 거대한 무기 하나를 얻었다. 어차피 이들을 도와 공손가와 언가, 그 뒤로 모용세가까지 싸그리 멸하려 생각했던 지강백의 입장에서는 반갑기 그지없었다.
‘남궁세가와 당가를 복속시키면 드넓은 무림 전역을 무리없이 다스릴 수 있다.’
이토록 일이 수월하게 풀릴 줄 몰랐던 지강백은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당문호. 그대의 죽음이 내게는 오히려 득이 되었군.’
지강백은 당휘란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감정에 공감한다는 듯 외쳤다.
“당 가주님의 죽음은 저로서도 원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반드시 약조를 지키겠습니다. 우리 함께 당 가주님의 원수를 갚읍시다. 당가의 철칙대로. 원수는 백배로!”
고개를 끄덕이는 당휘란을 보며 지강백은 본격적으로 무림을 집어삼킬 야욕을 꺼내들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
당휘란은 다음 날, 당가 전체를 데리고 지강백의 아래로 들어왔다. 당연히 내부의 반발은 심했고, 일부는 지강백을 쳐서 제갈세가를 먼저 손에 넣자고 주장했지만, 당휘란은 이미 지강백을 깊이 신뢰하고 있어서 반발은 곧 사그라들었다.
“하오문의 정보에 의하면 도망친 언가의 잔당들은 지금 공손세가가 마련한 비밀 장소에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는 그곳을 급습해 언가를 몰살, 그와 동시에 제갈세가 측에서 공손세가를 들이칠 것입니다.”
당휘란은 모든 준비를 끝마친 당가의 무인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제갈세가의 가주이신 제갈빈 대협께서는 이참에 강북 전역을 평정하시고자 결심하셨습니다. 저희는 그분을 도와 강북을 평정, 차후 강북 대부분의 성을 확보하고 다스리게 될 것입니다.”
그녀의 말에 당가의 대주들 중 한 명이 조심스레 물었다.
“설마 모용세가와의 전쟁까지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이미 저들은 저희를 칠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당휘란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오문을 통해 받은 극비 정보입니다. 이들의 정보에 따르면 모용세가 측에서 공손세가와 언가. 이 두 가문과 은밀히 접촉한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고, 명분도 충분히 갖춰졌습니다.”
당휘란은 가볍게 숨을 고르며 회의장 내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일평생 가문의 부흥만을 바라고 계셨습니다. 그분이 돌아가신 지금, 그분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건 저희들입니다.”
“······.”
“하나 약조하지요. 당가는 이제부터 1년 내, 강북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될 것입니다. 자, 결정하세요. 물러설 것인지 아니면 나를 따를 것인지.”
가만히 그녀의 연설을 듣던 중인들이 한 명씩 입을 열었다.
“따르겠습니다.”
“언가놈들에게 백 배로 복수합시다.”
그날, 회의장을 벗어난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독기에 가득 찬 당가의 살수들은 살기를 불태우며 곧장 언가가 숨어있는 장소로 총출동했다.
***
그 무렵, 지강백은 수하들을 이끌고 직접 공손세가로 향했다.
공손세가의 가주 공손도는 갑작스레 들이닥친 지강백을 의심하면서도 순순히 저택으로 안내했다.
“너무 불쑥 찾아온 것 같군. 결례인가?”
공손도는 새파랗게 어린 놈이 마치 아랫사람 대하듯 반말을 해대자 이를 부득 갈았다. 그러나 상대방과 자신의 위치를 절실히 느끼고 있기에 감히 감정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허허, 아닙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시겠지요. 자, 안으로 드시지요.”
공손도는 최대한 여유로운 모습을 유지한 채 지강백을 후원으로 데려와 차를 대접했다.
지강백은 공손세가의 내원을 쭉 둘러보며 물었다.
“저기 저 건물들은 새로 지은 건가?”
“예.”
“멋지군. 오는 길에 보니 고가의 예술품들도 여럿 보이고······공손세가의 수완이 좋은 모양이야.”
실제로 공손세가는 오대세가에 든 이후 산동 일대에서 무시 못할 세력권을 확보했다. 물론 이전의 남궁세가나 팽가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무서운 속도로 세를 확장시키는 중이었다.
“그저 겉치레에 불과합니다. 이거 강남의 지배자이신 제갈 가주께 괜히 부끄럽군요. 가주님은 마음만 먹으시면 성 하나도 통째로 살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거야 원, 상상도 안 되는군요.”
공손도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차를 홀짝였다.
그때, 지강백이 찻잔을 들며 대수롭지 않은 듯 툭 내뱉었다.
“그걸 잘 아는 사람이, 누구에게 붙어야 할지 감도 못 잡나?”
“예?”
“공손 가주의 말대로 나는 강남 전역을 지배하고 무림 전역의 세력과 버금가는 강대한 힘을 지녔는데, 고작 변방의 오랑캐 따위에게 손을 내밀다니······내가 매력이 없는 건지, 공손 가주의 사람 보는 눈이 엉망인건지 모르겠군.”
“제갈 가주, 지금 대체 무슨 말을······!”
공손도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지강백은 전혀 미동하지 않은 채 차를 홀짝였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니 대가도 감당할 거라 믿는다.”
“대가? 무슨 대가?”
“당연히 나와 적대한 대가지. 설마 우리와의 전쟁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
지강백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찾아온 건 일종의 선전 포고다. 지금 언차인을 비롯한 언가의 식솔, 세력들, 공손세가에서 숨겨두고 있지? 장소를 찾아냈고, 지금 당가의 총전력이 그쪽으로 향하는 중이다. 즉, 오늘부로 언가는 몰살당한다는 소리야. 안 그래도 잔혹하고 집요하기로 유명한 당가가 가주의 죽음으로 복수심에 불타고 있으니······고통 없이 죽기는 글렀겠군.”
“뭐, 뭐라고?”
“그리고 하나 더, 지금 공손세가의 저택으로 제갈세가의 병력을 대부분 집합시켰다. 공손세가와 관련된 사업체는 남궁세가 측에서 맡기로 했고.”
“!”
“믿기 힘들면 수하를 시켜 확인해보시지.”
지강백의 말이 끝나자마자 공손도의 수하가 헐레벌떡 다가와 전음을 보냈다. 직후, 공손도의 표정이 붉게 달아오르며 그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이 빌어먹을 자식······!”
공손도가 손을 부르르 떠는 것을 보며 실소를 흘린 지강백. 그는 자신의 주변으로 다가서는 공손세가의 무사들을 응시하며 말했다.
“공손 가주. 이제부터 내가 너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잡을지 말지, 현명하게 결정해라.”
지강백의 말에 공손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손을 들어 다가오는 무사들을 제지시켰다.
“협박 다음은 제안인가? 들어나 보지.”
“언가는 멸망했으나 너희는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가문의 식솔들과 네 목숨은 살려주겠다. 물론 세력은 모조리 우리가 흡수할 것이고. 목숨값으로는 싼 편이지.”
“내가 만약······손을 잡지 않으면, 바로 전쟁이라도 일으킬 건가?”
“그뿐이겠나?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꽁지 빠지게 도망쳐야 될 거야. 만약 잡히면 끓는 물에 산채로 삶아주지. 원한다면 고문도 괜찮고.”
“잔인한 새끼.”
“적에게는 한없이 잔인한 놈이라. 내가.”
“이 또한 제안이 아니라 협박이었군.”
공손도는 이를 악물고 지강백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지강백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지켜보던 무사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도 감이 나쁘지는 않군.”
지강백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공손도의 어깨를 잡았다.
“잘 선택했다.”
지강백은 그대로 공손세가의 무인들을 지나쳐 저택을 벗어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