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74)
파파팟!
한 차례, 허공에 두 고수의 손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는 가벼운 인사 같은 것이었다.
지강백은 한 걸음 물러선 뒤, 천기미리보를 펼쳐 단숨에 불혜 선사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지강백은 그대로 손바닥을 펼쳐 장력을 쏘았고, 불혜 사태는 손을 명치에 대고 둥글게 모아 손바닥을 막았다.
쩌엉! 불혜 사태가 몇 걸음 물러섰다.
흠잡을 데 없는 일격이었으나, 지강백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제석천의 힘이 막히며 내력의 운용에 큰 제약이 생긴 것이다.
방금 전 공격은 내력이 제대로 실리지 않은 공격이었다. 원래는 불혜 사태를 원진 밖으로 튕겨낼 각오로 펼쳤던 것이었다.
‘쉽지 않겠군. 이번 대결은 내력이 아닌 무공으로 상대해야 한다.’
불혜 사태가 밀리는 듯하자 지켜보던 여승들이 탄식을 흘렸다.
불혜 사태는 가볍게 손을 털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역시 무공실력이 출중하구나.”
타다닷!
두 고수가 재차 격돌하며 주먹과 발차기를 주고받았다.
불혜 선사는 주먹에 내공을 끌어모아 허공에 대고 짧게 끊어쳤다.
텅! 텅터텅!
북 치는 소리와 함께 푸른 기공이 지강백을 향해 날아들었다.
빠르고 날카로우며 한 발 한 발이 결코 무시 못할 위력을 지닌 아미파의 권법, 복호금강권(伏虎金剛拳)이었다.
“쯧.”
지강백이 혀를 찼다. 내력이 없으니 정면으로 막기는 무리다.
지강백은 하는 수 없이 권격을 피하거나 손등으로 빗겨쳤다. 그럴 때마다 옷깃과 피부가 베이고 찢어졌다.
‘이대로는 밀린다.’
지강백은 허리를 굽혀 권격을 피함과 동시에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배서운 바람이 주먹 끝에서 터져 나와 그대로 쏘아져 나갔다.
불혜 사태는 날아드는 바람을 별 의심 없이 받아쳤다.
그러나 직후, 불혜 사태는 자신의 몸이 거꾸로 뒤집혔음을 깨달았다. 상대방의 중심을 뒤바꾸는 풍신환원공의 음풍농월 초식이었다.
‘헉!’
불혜 사태가 당황했다. 지강백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바닥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스승님!”
불혜 사태의 위기에 지켜보던 그녀의 제자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차린 불혜 사태는 가까스로 자세를 잡았다. 그녀는 곧바로 자세를 바꾸며 권법에서 조법(爪法)으로 초식을 변화시켰다.
쇄애액!
손을 갈고리처럼 세운 불혜 사태가 지강백의 팔목을 노렸다.
아미파의 구음신조(九陰神爪)는 철판도 종잇장처럼 찢어버리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피하기에도, 막기에도 늦었다. 불혜 사태는 공격이 들어갔음을 확신했다.
그러나 그 순간, 지강백이 한 발 먼저 불혜 사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의 옷깃을 잡았다.
후웅!
직후, 불혜 사태는 출수한 채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지강백의 풍전등화 초식이 발현된 것이다.
“!!!”
지켜보던 제자들과 여승들은 경악에 차 입을 쩍 벌렸다. 아미파 최고의 고수인 불혜 사태가 바닥을 나뒹굴다니!
경악스럽기는 불혜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옷깃을 잡힌 순간, 어떠한 반항도, 힘도 쓸 수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바람이 자신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뿐이 아니다. 이 사내, 분명 자신의 팔이 떨어져 나갈 것을 짐작했을 텐데 물러서지 않고 승부를 던졌단 말인가. 대단한 담력이다.’
넘어진 불혜 사태의 팔을 잡고 있던 지강백이 말했다.
“여기서 그만두시겠습니까?”
“허튼 소리. 아직 시험은 끝나지 않았네.”
아니. 이미 대결의 승부는 났다.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 반격을 가하려 해봤자 오히려 자신만 당할 뿐이다.
그리고 불혜 사태는 지강백이 생각했던 대로 넘어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반격을 해왔다.
파앗!
지강백은 불혜 사태의 주먹을 피함과 동시에 그녀의 아랫배에 장력을 날렸다. 풍신환원공의 풍비박산 초식이었다.
“커억!”
불혜 사태가 비명을 터뜨리며 그녀의 몸이 뒤로 붕 날아갔다. 지강백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손속이 너무 과했음을 깨달았다.
이제와 밝히는 것이지만, 사실 불혜 사태와는 작은 인연이 있었다.
지강백이 교주에 오르기 전, 강호를 떠돌다 우연히 불혜 사태를 만났다. 그 당시 불혜 사태는 아미파의 정식 제자가 아닌 속가제자 출신이었다.
불혜 사태는 지강백에게 첫눈에 반해 열렬히 구애를 했으나, 지강백은 팽연화가 있었기에 매몰차게 그녀를 밀어냈다. 그리고 마교로 돌아간 이후에도 다시는 그녀의 소식을 찾지도, 서신을 보내지도 않았다.
그 충격으로 불혜 사태는 정식으로 아미파의 제자가 되어 그를 적대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이는 끝이 났다.
물론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 인연이지만, 한순간 마음이 흔들린 지강백은 결국 몸을 날려 날아가는 불혜 사태를 잡아주었다.
“스승님!”
불혜 사태가 당하자 원진을 수호하던 여승들이 진을 해제시키고 불혜 사태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지강백은 여승들에게 불혜 사태를 넘겨주고 뒤로 물러섰다.
여승들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지강백을 향했다.
“약간의 충격을 주었을 뿐,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충격을 다스린 불혜 사태가 제자들을 향해 손을 저었다.
“그의 말이 맞다. 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불혜 사태는 호흡을 다스리며 지강백에게 말했다.
“내가 졌네. 시험은 통과일세. 아미는 그대를 인정하겠네.”
“고맙습니다. 제갈세가에서도 아미파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지강백은 불혜 사태를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이제 남은 건 개방뿐이다.
아미파를 나와 마차에 오른 지강백은 길게 끌 것 없이 이쪽에서 찾아가기로 했다.
“개봉으로 가지.”
***
호사가들이 말하길, ‘무림에서는 낮말을 거지가 듣고, 밤말을 기녀가 듣는다.’라고 했다.
그 말대로 개방과 하오문은 중원무림을 통틀어 ‘정보’조직으로는 최고라 불리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개봉의 빈민촌에 도착하자 거지들이 골목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제갈세가의 깃발을 보자마자 마차에 대고 말했다.
“방주(幇主)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제갈 가주는 우릴 따라오십시오.”
이미 자신이 개봉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강백은 순순히 마차에서 내려 거지들을 따라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다.
골목 깊숙이 들어가자 무너지기 직전의 커다란 폐허가 보였다. 거지를 따라 들어가자 범상치 않은 기운을 흘리는 몇 명의 늙은 거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시게. 명문가의 자제를 이런 누추한 곳에 모셔서 미안하네.”
개방의 방주 벽사걸이 곰방대를 피우며 인사를 건넸다.
능글맞은 눈빛과 한쪽으로 올라간 입꼬리. 이 자는 지금 간을 보고 있었다. 적어도 정의니 뭐니 따지며 비무를 하자고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놈의 속내를 떠보기 위해 지강백도 적당히 맞장구를 쳤다.
“십만 방도를 이끄는 방주님를 뵈러 오는데 장소가 어디든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명문가 물을 먹어서 그런지 화술이 뛰어나군. 하긴, 그 자리에 오르는데 단순히 가문의 힘과 무력만으로 이루지는 않았을 테니.”
벽사걸은 지강백을 쓱 훑어보며 말했다.
“노부는 시험에 별 관심이 없네. 대신, 자네에게는 꽤 관심이 많지. 개방의 방주로서 제갈세가의 대표에게 말이야.”
“그 말씀은······저와 동맹을 맺고 싶다는 말씀이십니까?”
“협력 관계라고 해두지. 어때, 관심이 있는가?”
“흥미롭군요. 일단 들어보겠습니다.”
지강백의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개방의 장로 중 한 명이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쳤다. 마침 지강백이 말을 하던 중이었다.
“방주께서 원하시는 거······.”
“예의하고는······참으로 건방지기 짝이 없군나. 마땅히 경청하지는 못할망정 들어보겠다고? 흘흘, 어이가 없구만.”
장로는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입을 닫은 지강백이 장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순간, 장로가 움찔했다.
“감히 내 말을 끊어?”
지강백이 차갑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장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의 전신에서 터져 나오는 살기가 장로의 전신을 찌르기 시작했다. 장로의 이마에서 땀이 비오듯 흘렀다.
“너야말로 내가 누군 줄 알고 지껄이는 것이냐?”
“허, 허억······.”
“이것들이 예를 지켜주니까 내가 만만하게 보이는 모양인데······. 좋다. 예의도 법도도 모르는 거지 새끼들에게는 그 식으로 대해주마.”
지강백이 허공에 손을 뻗자, 거대한 강기 덩어리가 응집되기 시작했다.
화운사신이 쓰던 기술과 비슷한, 화경에 달한 자들이 만들어내는 강옥이었다. 대신 지강백은 이 강옥을 구슬 크기만큼 작게 만들었다.
허나 건물 안 거지들은 저 크기의 강옥이 터졌을 경우, 이 근방이 모조리 날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강백은 푸르게 빛나는 강옥을 개방 장로에게 겨누었다. 그러자 장로가 화들짝 놀라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으악! 뭐하는 짓이냐!”
“이제야 제대로 된 반응이 나오는군.”
지강백은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
“잘 들어라 이 새끼들아! 나 제갈빈, 구파일방의 선배들에게 예를 갖추고 시험을 통해 인정받으려 했으나, 이런 대접을 받은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난 명실공히 강남의 지배자이며 이제는 강북까지 평정했는데, 어딜 감히······!”
지강백이 시퍼런 안광을 터뜨리며 살기등등하게 소리치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껏 무게를 잡고 있던 장로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덜덜 떨었다.
“개방? 개방의 장로가 뭐 어쨌다는 거냐. 지금부터 내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거지들은 내 직접 그 더러운 몸뚱이를 도륙내줄 테니 각오해라. 혹여 개방을 믿고 떠드는 놈들이라면 그 밑의 거지들까지 모조리 쓸어버리겠다. 강남과 강북, 수백 문파와 가문, 그리고 오대세가의 무사들을 상대할 자신은 되어 있겠지?”
거의 협박에 가까운 발언 수준이었으나, 극도의 공포심에 질린 개방파의 장로들은 방주의 눈치만 볼 뿐, 누구 하나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보다못한 벽사걸이 나서서 제지했다.
“고정하시오, 제갈 가주. 아랫것들을 단속하지 못한 내 잘못이 가장 크오. 질책하려거든 나를 질책하시오. 그러나 내 얼굴을 봐서 한 번만 분노를 거두어줄 수 있겠소이까?”
벽사걸은 어느새 지강백을 대하는 호칭까지 바꾼 뒤였다.
잠깐 그를 노려보던 지강백이 강옥을 흩어버렸다. 초조히 지켜보던 장로들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처럼 무표정으로 돌아온 지강백이 뒷짐을 지며 말했다.
“제안을 들어보도록 하지요.”
“개방의 정보력을 동원해 제갈 가주의 일을 돕겠소. 본방의 정보수집 실력은 제갈 가주도 익히 알고 있겠지? 그 대신 전국의 개방 분파에 일정 자금을 지원해주기를 바라네. 요새 자금난에 시달려서······.”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니다. 지강백은 이미 상상도 못할 거금을 비축하고 있었고, 거지들 먹여살릴 돈 정도는 얼마든지 있었다.
벽사걸이 굽히고 들어오자 지강백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좋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때에 개방의 힘을 빌리는 것도 포함입니다.”
“구대문파나 다른 세력의 눈을 피해서겠지?”
“잘 아시는군요. 그렇습니다.”
“받아들이겠네.”
벽사걸은 지강백을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해보였다.
“앞으로 잘 부탁하네.”
됐다. 이걸로 구파일방이 내 앞을 막을 일은 없어졌다. 게다가 강호를 지배할 든든한 명분도 획득했다.
이제는 맘 편히 내 세력을 넓히고 강호를 지배함과 동시에, 남은 원수들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었다.
그래. 이제 슬슬 다음 복수를 시작해야 될 때다.
다음 복수 대상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