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90)
남궁미향은 자신의 회임 사실을 섣부르게 공개하지 않았다. 일단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 몇 명과 가족인 남궁운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다.
경사스런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곧장 그녀의 저택으로 모였다.
“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이다. 내 동생이 회임을 하다니.”
그녀의 오라비인 남궁운의 입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남궁세가는 제갈세가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재기를 앞두고 있었다.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날도 머지않았을 것이다.
“여기 내 조카가 있는 것이냐? 어서 빨리 보고 싶구나. 제갈 가주님과 네 미모를 닮은 아이는 얼마나 예쁠지.”
“오라버니도 어서 빨리 장가를 가셔야죠.”
“그래야지. 가문을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면.”
남궁미향은 열정을 불태우는 남궁운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축하해요. 부인.”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당 가주님.”
“경사스런 일이니 당연히 와야지요. 후후.”
사천당가의 가주, 당휘란은 일부러 산모에게 좋다는 약들을 챙겨오기까지 했다.
그 외에도 화산파의 천운자나 종남파의 도영후 장문인 등이 직접 찾아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좋은 날이니 축하 연회라도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이가 돌아오면요. 다 함께 축하하고 싶어요.”
남궁미향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보고 싶다. 빈. 지금 뭐 하고 있어?’
***
쩌엉. 후두둑.
지강백은 무너지는 바위의 잔해 속에서 생각했다.
‘지금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기력이 다했는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 지강백의 앞으로 걸어온 교조가 그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올렸다. 지강백은 옷이 넝마가 되고 온통 피투성이인 반면, 교조는 핏자국 하나 없이 멀쩡했다.
『이걸로 133번째 전투가 끝났다.』
지강백은 피를 울컥 내뱉으며 물었다.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습니까?”
『한 사흘 정도 지났나.』
“네? 적어도 한 달은 되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성지에서는 체감하는 시간이 바깥의 그것보다 몇 배는 더 길다. 괜히 신녀들이 성지에 들어갔다 나오면 실신하는게 아니니라.』
“아······그렇군요.”
『반 각 동안 휴식을 취하고 다시 시작하지.』
교조는 지강백을 바닥에 던진 다음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지강백은 후들거리는 몸으로 운기조식을 행했다.
환골탈태를 이룬 덕분에 상처는 빠르게 재생되었다.
초인의 반열에 오른 덕에 남들처럼 식사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교조와의 수련은 고통에 이골이 난 지강백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지독한 시간이었다.
‘133번의 전투 모두 교조에게 제대로 된 타격 한 번 주지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줄이야······.’
허나 그 덕에 지강백은 이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질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십 년 가까이 걸렸을 현경의 경지가 바로 코앞에 있었다.
‘그런데 무공은 대체 언제 가르쳐주시려는 건지 모르겠군.’
전투를 통해 교조의 무공을 대략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었다.
확실히 최초의 마공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무공이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전생에 그가 익혔던 아수라파천신공과 천마신공 역시 이 무공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더 강해진 제석천의 힘에 저 무공까지 익힌다면 천유성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전생을 뛰어넘는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때, 의자에 앉아 있던 교조가 눈을 떴다.
『반 각 지났다. 다시 수련을 시작한다.』
“······그러지시지요.”
지강백은 지친 몸을 이끌고 교조의 앞에 섰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조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이전처럼 지강백을 공격하는 대신,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검은 마력이 허공에 뭉쳐 덩어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덩어리는 하나의 검은 장창(長槍)이 되어 나타났다.
『그대가 전생에 애용했던 무기가 창이라고 들었다.』
“네? 그걸 누구에게?”
『너의 전대 천마에게.』
지강백은 깜짝 놀라 물었다.
“교주님이 이곳에 있습니까?”
전대 교주는 지강백의 어릴 적 스승이며 동시에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이곳에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념을 통해 나와 대화를 하는 정도다. 살아있는 사람과는 대화를 할 수 없어.』
“그렇군요. 아쉽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원수를 상대하러 가면서 자신의 특기가 아닌 다른 무기를 쓰는 건 오만이다. 자, 내 창을 내어줄 테니 들고 가거라.』
교조가 손을 휘젓자 허공에 떠 있던 창이 지강백의 앞으로 다가왔다.
『기본 훈련은 이만하면 되었다. 이제부터 내 무공을 전수하도록 하겠다. 직접 몸에 때려박으며 속성으로 익히게 할 테니 각오하도록.』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창은 이름이 뭡니까?”
『파월강창(破月鋼槍).』
온통 흑색의 창신(槍神)에 반월 모양의 날이 달려 있어 마치 삼국지의 여포가 썼다고 알려진 방천화극을 연상케 했다.
지강백은 새로 얻은 창이 마음에 드는 듯 이리저리 돌린 뒤 교조를 겨냥했다.
“시작하시지요.”
콰르릉! 거대한 벼락이 성지에 내리쳤다. 교조는 몰라보게 달라진 지강백을 응시하며 천천히 손을 올렸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현경에 들겠군. 허나 그걸로는 부족하다.』
쩌저저정!
한 차례 격돌한 직후, 지강백이 창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가 원을 그리며 창을 휘두르자, 거대한 벼락의 줄기가 교조를 덮어왔다.
콰과과광!
교조의 뒤에 있던 의자가 박살이 나고 교조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지금껏 한 번도 밀려나지 않았던 교조였다. 지강백은 자신이 강해졌음을 비로소 실감했다.
파지지직!
지강백은 창 끝에 뇌기(雷氣)를 집중시켰다. 그리고 일시에 교조를 향해 내쏘았다.
그러나 그 순간, 교조의 마공이 정체를 드러냈다.
쿠오오!
교조의 등 뒤로 거대한 검은 구체가 생기며 지강백이 내쏜 벼락을 전부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구체의 흡입력은 벼락을 삼키고도 남아, 지강백마저 빨아들이려 했다.
지강백은 내력을 일으켜 저항하며 생각했다.
그가 예상한 대로, 최초의 마공은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것에 있었다. 저 무공이 발휘된 곳이 일시적으로 진공 상태가 되는 이유도, 저 무공이 짧은 순간이지만 공간마저 소멸하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전능에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힘.
초대 교조인 천마, 그 자체를 나타내는 힘이었다.
‘반드시 익힌다. 익혀서 내것으로 만들겠다!’
지강백은 이를 악물고 제석천의 힘을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콰릉! 콰르르릉!
지강백의 등 뒤에 제석천의 형상이 나타나며 기합을 토해냈다. 지강백은 벼락을 있는 대로 생성해 창격을 날리거나 창강(槍罡)을 내쏘았다. 교조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의 무공을 유감없이 발휘해 지강백에게 맞섰다.
그 모습은 사람이 아니라 마치 하늘의 신장(神將)이 싸우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새 거대한 성지에는 벼락 줄기와 굉음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두 천마가 격돌한 순간, 번쩍! 하는 섬광과 함께 빛이 성지를 가득 채웠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성지가 보였고, 교조가 눈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싸운 뒤, 지강백은 교조의 무공이자 최초의 마공을 익힐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몸은 곧장 재생이 안 될 정도로 넝마가 되었지만 말이다.
교조는 시원섭섭한 얼굴로 지강백을 향해 말했다.
『흑월경(黑月經). 이제는 네 것이다.』
잠깐 멍하니 서 있던 지강백은 얼른 절을 올렸다.
“감사합니다. 반드시 교의 복수를 이루겠습니다.”
교조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지강백을 쳐다보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위엄 가득한 모습은 어디 가고, 어디 평범한 청년처럼 보였다.
『앉거라. 떠나기 전 잠깐 얘기나 하자.』
“네? 네······.”
지강백은 얼떨결에 차가운 바닥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았다.
교조는 쓸쓸한 표정으로 지강백을 향해 입을 열었다.
『처음 교가 중원에 들어서고 난 뒤, 우린 한 번도 중원인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다. 사실 교는 제국이 처음 세워졌을 때, 그들을 돕던 개국공신(開國功臣)이었는데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태조(太祖)가 제국을 세운 뒤 본교의 힘을 두려워해 토사구팽했다고······.”
교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으로 간사하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태조가 혁명을 일으킬 때, 난 무림의 시초를 세운 협객들과 같은 편에서 싸웠다. 난 한때 그들이 정말 마음을 나눈 치우인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배신당했지. 그렇게 본교는 중원의 밖으로 밀려났다.』
지강백은 왠지 모르게 동병상련의 느낌을 받았다.
자신 또한 친우라고 믿었던 자들에게 배신을 당하지 않았던가.
생각해보면 참으로 웃픈 일이다. 최초의 천마와 최후의 천마가 똑같은 실수를 범하다니 말이다. 결과는 마교의 토사구팽과 멸망으로 이어졌다.
『그 후로 수 차례의 전쟁이 있었고, 평화협정이 있었지만 우린 그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황실과 무림은 백성들을 다스릴 필요악(惡)으로 우릴 이용했고, 철저히 적대시했다. 실제로 우린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교조는 쓴웃음을 지으며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어쩌면, 우린 처음부터 그들을 쳐야 했을지도 모른다. 후손들에게 중원을 적대시하라는 숙원을 물려주었다면 지금쯤 중원을 다스리는 이들은 황실이, 무림이 아니라 우리였을지도 모르지.』
“······.”
『후손이여. 명심해라. 하늘이 너를 환생시킨 이유는 고작 복수 따위를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보다 더 큰 무언가를 위해 너를 다시 태어나게 했을 것이야.』
“중원정복. 그리고 마교의 역사를 다시 세우는 것.”
『그래. 그것이 하늘이 네게 내려준 천명(天命)이라고 생각한다.』
지강백은 가슴이 격동했다. 어렴풋이 세우고 있었던 목적이 드디어 선명히 그려지는 듯했다. 지강백은 고개를 푹 숙이며 다짐했다.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지강백의 목소리에서 진심을 본 교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구나. 그리고······..』
교조가 손을 휘젓자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마력이 지강백의 전신을 뒤덮었다. 전신을 타고 흐르던 마력은 이내 검은 의복으로 변했다.
지강백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이미 앞에 교조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내 마지막 선물을 네게 주겠다.』
“이건······.”
『내가 전성기 시절 입었던 무복이다. 웬만한 피해는 네게 상처를 입힐 수 없을 것이야.』
지강백은 깜짝 놀랐다. 교조는 지금 자신의 사념을 유지하던 힘을 모조리 지강백에게 넘겨준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나의 창과 무공, 옷을 물려받았으니 너는 천마이며, 동시에 이 신유우(侁流寓)의 하나뿐인 후계자가 되었다. 수많은 천마들 중, 진정한 천마의 위(位)를 받은 건 바로 너 하나뿐이다.』
“······!”
평생 교에 헌신하며 천마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에게 이보다 더 감격스러운 순간은 없었다.
심지어 자신은 교를 지키지 못한 마지막 천마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강백은 잠깐 목이 막혀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교조의 목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절을 올리는 것뿐이었다.
『너는 이미 현경에 올라섰다. 그러나 너의 한계는 거기서 끝이 아닐 것이다. 더욱 정진하라······.』
교조의 사념이 완전히 사라지고 난 뒤, 지강백은 성지를 나섰다.
높게 솟은 천산의 위에 선 지강백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중원이 있는 방향을 응시했다.
저 거대한 제국을, 내가 접수한다. 반드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