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99)
팽연화는 사유하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다음은 자신의 차례가 될 것이다.
‘그냥 여기서 강무영에게 죽을까?’
순간적으로 그런 충동이 팽연화를 사로잡았다. 그녀는 강무영을 응시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래. 그동안 많이 힘들었잖아. 이제 그만······그 사람의 곁으로 가도 되지 않을까?’
그러나 팽연화는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이대로 죽으면 안 돼. 천유성을 죽이지도 못하고 죽으면 그 사람을 볼 낮이 없어. 죽더라도 지금은 아니야.
팽연화는 입술을 잘근 씹으며 강무영에게 전음을 보냈다.
-무영아.
그녀를 죽이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강무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와서 살려달라고 빌기라도 할 셈인가.
아예 복면을 벗은 팽연화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날 죽이고 싶으면 목숨 따위, 얼마든지 내어줄게. 그 전에, 한 번만 내 얘기를 들어줘.
-······.
-지금까지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전부 말해줄게. 여기서 날 죽여도 상관없지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줘.
-오해? 진실? 이 계집년이 어디서 수작질을······.
코웃음을 치며 검을 들던 강무영은 이내 생각을 달리했다.
‘어쩌면 이 년을 통해 천유성의 약점을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차피 죽이려면 언제든 죽일 수 있는 상대다. 강무영은 한 번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좋다. 허나 목숨을 구제하기 위해 거짓을 한 거라면 편히 죽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고마워. 그럼 정확히 한 달 뒤, 서안의 미령객잔을 찾아와.
팽연화는 곧장 몸을 날려 저택을 벗어났다. 강무영은 잠깐 그녀를 쳐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남궁미향과 홍련이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남궁미향은 압도적인 강무영의 힘에 긴장하면서도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어요.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분의 아내라면 내가 지키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기, 갑자기 호칭이 왜······.”
“그분의 부인이시니 저에게는 주모이십니다. 당연하지요.”
남궁미향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강무영에게 물었다.
“전부터 묻고 싶었는데······빈과 대체 무슨 관계이신가요?”
“제 전부와도 같은 분입니다. 자세히 말씀드릴수는 없지만.”
씁슬한 웃음을 짓는 강무영의 표정에서 깊은 그리움이 느껴졌다. 그와중에 홍련은 이상한 뜻으로 해석했는지 볼을 붉혔다.
“오자마자 갑자기 전투를 벌이느라 정신이 없군요. 몸도 뻐근하고. 그분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지금은 강남에 내려가 있어요.”
“언제 돌아오신다는 얘기는, 없었나요?”
남궁미향이 고개를 젓자 강무영은 잠시 침묵했다. 당장 지강백을 만나러 갈까 고민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천유성은 언제든 이분을 노릴 수 있다. 오늘만 해도 내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아이와 산모 전부 인질로 잡혔을 터. 그분이 돌아오실 때까지 내가 이분의 옆에 붙어있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
생각을 마친 강무영은 남궁미향을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제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강무영입니다. 적들이 오늘같이 암살을 시도할 수 있으니 부군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제가 주모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아무리 저희를 구해줬다고 하나 신분이 확실치 않은 자의 무엇을 믿고······!”
홍련이 다급히 제지하자 강무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 신분은 조금 있으면 올 장택산 성주가 증명해줄 것이다. 호위. 죽음을 무릅쓰고 적에게 뛰어든 용기가 가상하더군. 실력은 한참 하수이지만.”
홍련은 자존심이 매우 상했으나 옳은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강무영이 없었다면 남궁미향은 결국 끌려갔을 것이고, 그럼 스승을 볼 낮이 없었을 것이다.
‘강해져야 해. 지금보다 훨씬.’
홍련은 주먹을 꽉 쥐며 다짐했다.
어쨌든 위기를 벗어나자 남궁미향은 안도했다. 그녀는 곧장 사람들을 불러 살아남은 대원들을 치료하도록 하고 죽은 시신을 수습하게 했다.
뒤늦게 상황을 보고받고 헐레벌떡 달려온 제갈경이 말했다.
“강남 쪽 일도 빈이가 직접 처리했다고 해요. 이제 곧 돌아올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요.”
“다행이네요.”
“그리고 빈이가 돌아오는 즉시, 천유성을 막을 방법을 논의해야겠어요. 그는 완전히 미친 것 같아요.”
딱딱하게 굳은 제갈경의 표정을 응시하던 남궁미향의 표정도 덩달아 굳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마음을 편히 가지고 싶은데, 아무래도 쉽지 않을 듯했다.
***
“유하가 죽었다고?”
“네.”
돌아온 팽연화의 보고를 들은 천유성이 헛웃음을 흘렸다.
곁에서 함께 듣던 사천왕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
“제갈빈 세력 쪽에 유하를 죽일 만한 실력자가 있었던가?”
“처음 보는 자였습니다.”
팽연화는 일부러 강무영의 정체를 숨겼다. 천유성은 이마를 짚은 채 미동없이 한참을 침묵했다. 고개를 든 천유성은 팽연화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알았다. 그만 나가 보거라.”
“······네.”
드르륵. 탁.
팽연화는 방을 나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무영이 살아있는 것도 놀랐지만, 왜 그가 제갈빈의 세력에 붙어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제갈빈은 마치 계획했다는 듯 남궁천부터 시작해 청파 진인, 홍화린 등을 차례대로 제거해나갔다. 그들의 공통점은 그 사람과 친우였다는 것.’
생각해보니 뭔가 석연치가 않았다.
설마, 제갈빈이 지강백과 무슨 관게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정마대전에 살아남은 강무영이 교의 복수를 위해 제갈빈을 무기로 삼은 것일까?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으니 애가 탈 노릇이었다.
‘일단 강무영을 만나는 게 우선이야. 그를 만나서 자초지종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정말 제갈빈이 그 사람의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아직 천유성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그녀였다. 팽연화는 떨리는 마음을 안고 걸음을 옮겼다.
한편, 천유성은 사천왕 중 한 명이 죽었다는 소식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뒤였다.
‘팽연화가 기습을 했다고 해서 유하가 죽을 리 없다. 그렇다면 정말 유하를 죽일 만한 실력자가 그곳에 있었다는 뜻인데······. 대체 누구지? 정마대전에서 살아남은 괴물이 아니고서야 현 강호에 유하를 이길만한 인물이 있나? 설마 천운자가 직접 나선 건가? 아니다. 이미 납검(納劍)을 맹세한 인물이 이제와서 칼을 다시 집을 리는 없다.’
어쨌든, 생각지도 못하게 전력에 타격을 입었다. 남궁미향을 인질로 잡는다는 계획이 실패한 것은 둘째치고, 신경써야 될 존재가 하나 더 늘어버렸다.
그때, 시종이 문을 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맹주님. 풍운대주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들여보내라.”
천유성은 진광현이 들어오기 전 사천왕을 향해 가볍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사천왕은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진광현이 들어왔다. 그는 천유성에게 옐를 갖춘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시하신 일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상 투표율는 어떻지?”
“아직까지는 제갈빈이 7할로 우세합니다만, 처음 투표수가 8할이 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확실히 그동안 제갈빈에게 악감정을 품은 세력들이 존재한 모양입니다. 이참에 그를 몰아내고 세력을 손에 넣자고 미끼를 던졌더니 바로 물더군요.”
거기에 더해 천유성은 사천왕을 움직여 제갈빈을 지지하는 세력을 은밀히 제거할 목적이었다. 선거 전까지 발빠르게 움직이면 투표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터였다.
“허나 제갈빈 그놈이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 놈은 아니다. 강남의 사태는 어찌 되었나?”
마태룡이 일을 최대한 크게 벌려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러나 보고하는 진광현의 표정은 결코 좋지 않았다.
“처음에는 강시 사태가 크게 번지는 듯했습니다만······제갈빈이 내려간 직후 곳곳에서 터진 강시 사태가 마치 소멸이라도 한 듯 진화되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그 짧은 시간 내에 상황을 정리했다는 말이냐?”
“믿기진 않습니다만, 확실합니다. 심지어 강시의 피해가 가장 심한 곳 모두 제갈빈이 직접 나서서 그들을 쓸어버렸다고 합니다.”
“놈의 무공이 한층 더 고강해진 것인가. 빌어먹을.”
천유성이 쯧, 하고 혀를 찼다. 적어도 선거 막바지까지는 잡아놓을 수 있을 줄 알았더니만······. 일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마태룡도, 보란 듯 순식간에 사태를 해치워버린 제갈빈도 전부 치가 떨렸다.
“놈의 비리를 털어 조정과 엮고 싶어도 제갈빈 그놈이 조정에 뻗친 손이 얼마나 클지 모르고, 제갈빈이 남궁미향을 또 위험에 처하게 할 정도로 허술한 놈이 아니니 인질극도 시도할 수 없다. 이제 무엇으로 놈의 발을 묶으면 좋겠는가?”
곰곰이 생각하던 천유성은 별안간 탁자를 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렇지! 바로 그거다!”
“묘안이 있으십니까?”
“그래. 제갈빈 그놈의 정파인으로서의 명성을 완전히 무너뜨릴 묘안이다.”
“대체 어떤 묘안이기에······?”
천유성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갈빈을 마교와 엮을 것이다.”
“네?”
“안 그래도 그런 의심을 하던 중이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만큼 제갈빈 그놈의 명성을 넘어뜨릴 묘안이 없군. 정파의 상징으로 칭송받는 젊은 협인이 사실 마교의 잔당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강호인들이 알게 된다면, 놈은 끝장이다.”
진광현이 들으니 과연 묘책이었다. 정마대전이 끝난 지 몇 년이 흘렀음에도 아직 강호인들은 마교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친다. 그만큼 마교에 대한 증오와 두려움은 컸다.
“제갈빈이 마교와 관련이 있든 없든, 이 소문은 놈의 명성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그리고 팽연화의 뒤를 착실히 미행하도록 하라. 화경의 고수이니 일방적인 미행은 금방 들킬 것이니 각별히 신경쓰고. 정말 팽연화와 놈이 관계되어 있고, 마교가 연관되어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그림이겠구나.”
진광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홀로 남은 천유성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깊숙이 기댄 채 나직이 웃음을 흘렸다.
“만약 네놈이 마교도로 찍히고 몰락한다면, 끝은 내가 내줄 것이다. 기대하고 있거라. 제갈빈.”
***
지강백은 미친 듯이 대륙을 질주해 보름이 채 안 되는 시간만에 강을 넘었다. 쉬지도 않고 달려 마침내 저택에 도착했다.
저택은 한창 복구중이었다. 지강백은 마중나온 홍련을 따라 한걸음에 남궁미향의 처소로 향했다.
“향아!”
지강백은 남궁미향을 보자마자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남궁미향은 지강백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걱정 많이 했지? 미안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야. 만약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나는······.”
정말 만약에라도 남궁미향이 변을 당했다면, 지강백은 그 즉시 천유성을 찾아가 놈을 죽이고 전부를 몰살할 생각을 품고 있었다.
남궁미향은 그의 등을 가볍게 쓸며 말했다.
“네가 보낸 그 무사님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어. 고마워.”
“누구? 내가 누굴 보냈다고?”
지강백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남궁미향도 똑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창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무사님. 네가 보낸 사람 아니야? 장택산 성주도 맞다고 하던데?”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본 지강백이 눈을 부릅떴다. 그곳에는 복잡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무영이 있었다.
***
지강백은 강무영을 데리고 널찍한 후원으로 나왔다. 그는 뒷짐을 진 채 자신을 바라보는 강무영에게 말했다.
“장 성주에게 모든 걸 들었다고?”
“······네.”
“그래. 오자마자 큰일을 해줬더구나. 고맙다.”
강무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었다.
“몇 번이고 확답을 받았지만,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정말······정말로 교주님이신 겁니까? 정말 환생하신 게 맞습니까?”
지강백은 애잔한 눈빛으로 강무영을 쳐다보았다.
그때, 지강백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떨어졌다.
지강백은 젖은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지막까지 성문을 사수했다는 말은 들었다. 내 처음 만났을 때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다짐했었는데, 그 다짐을 지키지 못한 것이 통탄스럽구나. 미안하다. 린아.”
“!”
지강백은 어릴 적 강무영과 만나 교주 후보에 오르기 전까지 친형제처럼 지냈다.
린(燐)이라는 이름은, 도깨비처럼 그의 주변을 호위하며 돌아다니는 강무영에게 지강백이 지어준 이름이었다. 정말 지강백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이름인 것이다.
강무영의 눈에서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그는 손을 덜덜 떨며 지강백에게 다가갔다.
“교, 교주님······.”
“그래. 나다, 영아.”
그의 앞으로 다가온 강무영이 손을 들어 지강백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러다 갑자기 지강백의 옷섶을 쥐고 주저앉아 흐느꼈다.
“으허허엉! 으흐흑······.”
“영아!”
지강백도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강무영을 끌어안았다. 이런 몸이라, 전생의 몸으로 그를 맞이하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
강무영은 지강백의 등을 끌어안은 채 미친 듯이 소리쳤다.
“살아계실 줄 알았습니다! 살아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다시, 다시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정말······정말 다행입니다······으흐흐흑······.”
제 주군을 지키지 못한 충신(忠臣)의 비통한 울음소리가 저택을 가득 채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