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305)
무한도서
천유태와 진광현, 두 사람을 부른 천유성은 선거를 위한 마지막 한 방을 꺼내들었다.
제갈빈이 마교와 관련이 있음을 만천하에 알리고 그의 명성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것. 천유성은 그동안 비밀리에 제갈빈이 마교도라는 거짓 증거를 만들게 했고, 작업이 끝났으니 터뜨릴 일만 남았다.
“그런데 팽연화를 감시중인 놈들로부터는 아직도 연락이 없나보군.”
천유성은 턱을 쓸며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짐작대로 팽연화와 제갈빈이 은밀히 만나는 상황을 잡으면 그게 가장 큰 증거가 될 텐데. 그녀는 열병에 걸려 며칠째 투병중에 있었다.
‘정말 팽연화는 관계가 없는 것일까?’
천유태는 아직도 아버지가 팽연화를 의심하는 것이 못마땅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녀는 완벽한 제 편입니다.”
뿌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아들놈을 응시하던 천유성이 나직이 콧방귀를 뀌었다. 지강백을 동요시킬 목적으로 던져준 계집이 뭐가 좋다고······.
천유태가 진짜 마음을 주지만 않았어도 금방 눈앞에서 치워버렸을 계집이었다. 천유성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뭐 상관없다. 계획대로 개방의 문도들과 준비된 자들을 시켜 온 강호에 제갈빈이 마교도라는 소문을 퍼뜨릴 것이다. 진 대주, 차질없이 실행토록 하라.”
“······예.”
진광현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천유성이 눈썹을 까딱거렸다.
“진 대주, 무슨 일이라도 있나? 목소리가 좋지 않군.”
진광현은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요 근래 몸이 많이 약해져서······.”
“아버지. 진 대주님께서 선거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하시느라 몸이 많이 쇄약해지신 모양입니다.”
진광현을 빤히 쳐다보던 천유성이 말했다.
“고생 많은거 잘 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힘써다오. 선거만 잘 끝나고 흑무림맹까지 치워버리면 그 자리에 무림맹 강남지부를 우뚝 세워 너를 지부장으로 만들어주마. 그럼 강남의 권력이 모두 네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너무 과분한데······.”
“이 사람, 정말 아픈가? 답지 않게 겸손은. 하하.”
천유성은 껄껄 웃으며 진광현의 어깨를 토닥였다.
“증거가 허술하면 들킬 우려가 있다. 자네가 마지막까지 확인해봐.”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진광현이 소문을 퍼뜨리기 위한 준비를 마치러 방을 나서자, 천유성과 천유태. 단 둘만 남았다.
“넌 괜히 잡음나지 않게 저택에서 처신 잘 하고 있거라.”
“안 그래도 부인을 간호해야 해서 당분간 그럴 생각입니다.”
“얼씨구. 아주 지극정성이구나.”
“제 여인이잖습니까. 당연합니다.”
천유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천유성은 알 수 있었다. 천유태의 말끝이 조금이나마 떨리고 있음을. 천유성은 피식 웃음을 머금었다.
‘이 녀석도 아직 의심을 못 던졌군. 간호가 아니라 감시였나?’
***
진광현은 곧장 하남의 객잔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진광현이 지시를 내린 수하들이 지강백이 마교도라는 증거를 퍼뜨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진광현이 승인만 하면 지강백이 마교도라는 증거가 천하에 공개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진광현의 말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
“대, 대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증거를······증거를 전부 파쇄하라니요?”
“맹주님의 밀명이 있었다. 아무튼 증거는 파쇄하고 소문이 나지 않도록 다들 입단속 제대로 하거라.”
맹주의 밀명이라니. 객잔 안 수하들은 더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갈빈의 명성이 추락하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 맹주 아닌가? 이번 밀명도 맹주의 지시로 준비한 일인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진광현도 이들이 쉽게 자신의 말을 믿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사실대로 말했다.
“이유는 알려줄 수 없다. 그리고 이건 맹주님의 밀명이 아니라 내가 독단적으로 내리는 명령이다.”
“맹주님을 배반하실 작정이십니까?”
이자들이 천유성에게 충성을 다한 수하였으면 결코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을 터였다. 허나 이들은 처음부터 진광현이 고용했으며 어디까지나 돈으로 움직이는 자들이었다.
진광현은 품에서 금덩이를 꺼내보이며 말했다.
“선금이다. 선거가 제갈빈의 승리로 끝나면 두 배를 더 주겠다.”
번쩍거리는 금덩이를 본 수하들의 눈이 화등잔만해졌다.
“이걸 가지고 어디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있거라. 맹주의 눈에 절대 띄어서는 안 된다.”
“허나 소문이 퍼지지 않으면 맹주는 금방 알아차릴 겁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천유성은 너희를 신경쓸 정신이 없을 테니까.”
수하들은 눈앞에 아른거리는 금덩이를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그동안 정성스레 준비한 증거들을 파쇄하고 몸을 숨기기로 했다.
객잔을 나온 진광현은 하늘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거라더니. 맹주의 편에 서서 평생 그의 종으로 살아왔던 자신이 맹주를 배신하려 발버둥치고 있는 상황이 우스울 뿐이었다.
확 그냥 지금이라도 천유성에게 사실대로 고하고 용서를 구할까 싶기도 했지만, 이미 기호지세(騎虎之勢)였다. 호랑이 등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그럼······다음은 개방인가.”
진광현은 한숨을 내쉬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허허. 진 대주. 표정이 좋지 않은 걸 보아하니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오?”
낄낄거리며 묻는 개방 방주 벽사걸의 표정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진광현은 벽사걸의 능글맞은 웃음에 혹시 제갈빈이 이자에게도 장부와 관련된 사실을 폭로한 것인지 가슴이 철렁했다.
“맹주에게서 서신을 받아 읽어보았소. 제갈빈이 마교도라는 증거가 터져 나오면 빠르게 소문을 퍼뜨려 달라던데?”
벽사걸은 천유성의 서신을 흔들며 진광현을 응시했다.
“진 대주가 이곳에 온 이유는 방도들을 움직일 때가 지금이라는 소리요?”
진광현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벽사걸은 그의 앞에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진 대주. 걱정 말고 돌아가시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미 제갈 가주가 말해줬소. 진 대주가 자신의 편에 서기로 했다고. 참으로 대단한 자요. 차기 방주인 후개를 자신의 아래 품은 걸로도 모자라 이제는 진 대주까지 포섭하다니. 허허.”
진광현은 입을 쩍 벌린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제갈빈. 그 무서운 작자가 개방에도 벌써 손을 썼구나!’
구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이자 중원 최고의 정보집단인 개방마저 그의 손에 들어가다니!
진광현은 제갈빈이 대체 어디까지 손을 써놓은 것인지, 그의 능력은 어디까지인지 이제는 두렵기까지 했다.
벽사걸은 굳어버린 진광현의 잔에 술을 채우며 말했다.
“진 대주. 내 나이가 올해로 몇이나 되는 것 같소?”
“······.”
“내 나이가 올해로 일흔 다섯이오. 많이도 먹었지.”
벽사걸은 자신의 술잔에도 술을 채운 뒤, 잔을 들었다.
“이 나이 먹다보면 강호의 흐름이 보이기 마련이오. 장강의 앞물결이 뒷물결에 밀려나고 고인 물이 썩기 전 물꼬가 트듯, 새로운 영웅이 나타나면 기존의 영웅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 순리요.”
“결국 맹주가 밀려나고 제갈빈이 강호를 차지하게 될 거라는 말씀이십니까?”
“판단은 진 대주의 몫이오. 나야 뭐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자연스레 강호의 뒷물결로 사라져야지. 허허. 그러나 진 대주는 아직 살 날이 많지 않소? 흐름에 저항할 생각 말고 올라타시오. 강호의 대선배로서 해주는 충고요.”
진광현의 마음 속 남은 일말의 고민을 날려주는 말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들었다. 벽사걸은 껄껄 웃으며 그와 잔을 부딪힌 뒤 단숨에 들이켰다. 진광현은 옷소매로 입가를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거가 끝난 뒤, 좋은 술을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충고 감사합니다.”
“기대하고 있겠소이다. 허허.”
진광현이 나가고 난 잠시 뒤, 후개인 박용도가 천막을 헤치고 들어왔다. 벽사걸은 박용도를 응시하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네놈은 흐름을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서 다행이다. 허허.”
“진광현 저자, 선거가 끝나면 팽당할 일만 남았군요.”
“그래서 다행이라고 한 것이다. 적어도 너는 팽당할 일은 없을 테니까. 제갈빈의 등을 꽉 쥐고 떨어지지 말거라.”
“그럴 생각입니다. 용의 등이 너무 편해서요.”
“이놈 표정좀 보게나. 벌써 제갈빈한테 뭔가를 받아먹었구만? 때깔도 좋고 내공도 이전과 다르잖아! 뭘 처먹은 거냐!”
“죄송하지만 방주님이라도 그건 못 가르쳐 드립니다.”
“아주 충견이 다 되었구나. 네놈의 야망은 내 일찍이 눈여겨보았다만······.”
“그러니 방주님께서 저를 후개로 삼으신 것이 아닙니까? 제가 방주 자리에 오르고 제갈 가주가 맹주 자리에 오르면 야망을 마음껏 떨칠 수 있겠지요.”
“거지놈이 아주 큰 꿈을 꾸는구나. 좋다. 어디 해보거라.”
벽사걸과 박용도는 제갈빈이 맹주 자리에 앉는 그날을 위해 함께 축배를 들었다.
***
천유태는 저택에 돌아온 뒤로 팽연화의 침소를 몇 번이고 방문했으나 의원들에게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소리만 들었다.
그러다 팽연화의 병이 완화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제야 그녀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부인. 이제 몸은 좀 괜찮소?”
“네. 이제 괜찮아요. 선거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그건 걱정할 필요 없소.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오. 그나저나, 뭐 먹고싶은 건 없소? 시종을 시켜 구해오게 하리다.”
“괜찮아요. 그 대신······어딜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팽연화의 말에 천유태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의심이 고개를 내밀었다.
“부인! 몸이 나은지 며칠이나 됐다고 어딜 간다는 말이오!”
“예전에 말했던 친우의 가족에게 가보려고요. 밥은 잘 챙겨먹는지 걱정되기도 하고······.”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하겠소. 몇 년은 너끈히 먹고 살 만큼의 쌀과 식량을 보내줄 테니 걱정마시오.”
천유태의 강경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팽연화는 자신이 직접 가야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평소에 이런 고집을 부린 적이 없던 그녀다. 천유태의 팽연화를 향한 의심은 더욱 깊어졌다.
“좋소. 그럼 내가 같이 가겠소.”
“선거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괜찮아요.”
천유태는 흥분해서 정말 숨기는 것이 있느냐고 따지려다 마음을 진정시켰다. 대신 그녀가 친구의 집에 가도록 순순히 허락해주었다.
“좋소. 당신의 뜻이 그러하다면.”
“고마워요.”
천유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팽연화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다음 날, 팽연화가 떠나자 천유태는 직접 그녀의 뒤를 밟았다.
‘당신이 정녕 마교와, 제갈빈과 관계가 없다면 어디 내게 증명해보시오.’
의심의 불꽃을 꺼뜨리는 방법은 본인의 눈으로 집접 확인하는 길밖에 없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