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325)
마태룡의 환각에 당한 순간부터 쭉, 팽연화는 제정신이었다. 아니, 머릿속의 자신과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지강백이 마태룡을 죽였을 때, 팽연화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
지강백이 살아있고 그를 다시 만났을 때는 죽어도 여한이 없을 듯 행복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삶은 이전보다 더 지옥과 같은 삶이었더라.
이대로라면 그 사람의 행복을 옆에서 평생 지켜보다 쓸쓸히 죽어갈 것이다.
화가 났다. 그 사람에게 화가 났고, 그를 빼앗아간 여자에게 화가 났고, 그녀가 낳은 생명에게 화가 났다.
이 아이를 죽이면 자신을 다시 돌아봐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허나 지강백의 눈을 본 순간, 덜컥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의 손에 죽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그가 평생 배신자들처럼 자신을 원망할까 그것이 두려웠다.
지강백은 불안한 눈으로 팽연화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연화야. 그 아이를, 서소를 이리 다오.”
그 말을 들은 순간, 팽연화는 섭섭함이 울컥 차올랐다.
왜 그렇게 나를 경계하는 거죠? 날 의심하는 건가요?
섭섭한 감정은 곧 날카로운 목소리가 되어 튀어나갔다.
“왜요? 내가 이 아이를 해치기라도 할까봐?”
지강백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자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왜······. 왜 날 봐주지 않아요? 그 오랜 세월을,, 당신 한 사람만 봐왔는데. 저년보다 내가 훨씬! 더 오래! 당신을 기다렸는데······.”
꾹 참아왔던 감정이 그칠 줄 모르고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이럴거면 차라리 날 그 지옥에 내버려두지 그랬습니까! 그랬다면 이런 고통 따위, 겪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당신 옆에서 당신이 다른 여인과 행복하게 사는 삶, 그걸 보는 게 나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당신은 몰라.”
“내가 어떻게 널 대해야 한단 말이냐······.”
지강백은 팽연화를 가만히 응시하며 말했다.
“네가 원하는 건 내가 유일하게 줄 수 없는 것이다.”
“당신만 지우면 그만입니까? 당신만 그 마음을 잊으면 전부 끝나는 건가요? 저는, 그럼 저는 어떡하란 말입니까. 전 아직도 그대로인데. 당신을 사모하는 마음도, 그리워하는 마음도 모두!”
스릉!
허리춤의 도를 뽑아든 팽연화가 지강백을 겨누며 소리쳤다.
“대체 전 당신에게 무슨 존재입니까!”
그때, 지강백이 손에 든 파월강창을 내던졌다. 그리고 천천히 팽연화에게 다가왔다.
팽연화는 흠칫하며 서소를 안은 채 절벽으로 다가갔다.
“미안하다.”
지강백의 눈에 깃들 슬픔을 본 팽연화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더 일찍 알아주지 못해 미안해.”
“가가······.”
“지금이라도 괜찮다. 서소를 다오. 그리고 나를 대신 죽여도 좋다. 그래도 널 원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강백의 말에 팽연화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결국 마지막까지 사모한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당신은······. 당신은 내게 끝까지 잔인하십니다.”
지강백은 두 팔을 활짝 벌리며 결연한 눈으로 말했다.
“자, 찔러라. 목을 베어도 좋다. 어찌하겠느냐? 차라리 같이 죽겠느냐? 그럼 그렇게 하거라. 널 외면하고, 널 외롭게 놔두고 고통받게 한 대가는 내가 감당하마.”
“크흑. 으흐흑······.”
팽연화는 숫제 오열했다. 그 모습을 보는 지강백도 가슴이 아팠다.
하늘은 어찌도 이리 잔인한 운명을 두 사람에게 내려준 것일까.
‘연화야. 내 비록 너를 가슴에서 지웠으나, 너를 더는 외면하지 않겠다.’
도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칼끝은 여전히 지강백을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지강백의 눈이 부릅떠졌다. 진법이 일그러지며 천유성이 팽연화의 앞에 튀어나왔다.
그는 마태룡의 기척이 없어졌다는 것을 눈치채고 반사적으로 눈앞의 서소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지강백은 다급히 천유성을 향해 벼락을 내쏘았으나, 팽연화가 보기에 한 발 늦을 듯했다.
그런데 왜일까. 정작 팽연화 자신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도 느리게 보였다.
천유성의 칼끝이 서소를 노리고 있다는 것과 자신만이 그걸 막을 수 있다는 걸.
-어떻게 할 거야?
그때, 마음속의 그녀가 또 다시 목소리를 전해왔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아이는 죽어도 넌 무사하겠지. 그분이 널 구해줄 테니까. 아이를 잃은 슬픔에 잠겨도 널 탓하지는 못할 거고.
“나, 나는······.”
-선택해. 네가 가장 원하는 선택을.
고민하는 팽연화의 시선이 지강백에게 닿았다. 깊은 분노와 슬픔. 당혹감. 불안감 등이 복잡하게 나타났다.
이 아이가 죽는다면 그는 아마 슬퍼할 것이다. 어쩌면 분노해서 세상을 뒤집을지도 모른다.
“나는······저 사람이 슬퍼하는 게 싫어.”
팽연화는 진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그를 향한 질투심이 눈 녹은 듯 사라졌다.
-그럼 정해졌네. 부디 후회하지 않기를.
다시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팽연화는 서소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며 걸음을 내딛었다.
천유성의 검은 서소를 베는 대신 그 앞으로 다가온 팽연화의 목을 깊게 긋고 지나갔다.
스걱-.
목 부분이 시원했다. 그러더니 이내 사고가 정지해버렸다.
흐릿해진 시야에 지강백이 소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곧 파월강창을 손에 쥐더니 천유성을 향해 던졌다.
콰아앙!
파월강창은 천유성의 어깨에 틀어박힌 채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 사이 지강백은 쓰러지는 팽연화를 받아들었다. 그의 입에서 신음 비슷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여, 연화야······!”
“커흑. 쿨럭······.”
팽연화는 피를 울컥 내뱉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그 와중에도 서소에게 피가 묻지 않기 위해 그녀를 지강백에게 건넸다.
“가, 가가······.”
“그래. 나 여기 있다.”
지강백은 새파랗게 질린 팽연화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의 눈에서 흐른 눈물이 그녀의 얼굴에 뚝뚝 떨어졌다.
팽연화는 멍하니 지강백을 바라보다 따라서 눈물을 흘렸다.
“죄, 죄송합니다······.”
아아, 왜 이제와서야 후회하는 걸까.
난 그저, 당신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좋았다는 것을.
다시 만나서 정말 행복했다는 것을 말해주지 못해 아쉬웠다.
“다, 다음 생에서는 꼭 당신과 함께······.”
“······.”
“기다리겠습니다······.”
팽연화의 손이 툭, 떨어졌다.
지강백은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쥐며 말했다.
“약속하마. 반드시.”
지강백은 젖은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절규했다.
“으아아아-!”
***
지강백은 팽연화의 시신을 수습해 서소와 함께 돌아왔다.
팽가의 옛 터에 그녀의 묘를 만들고 소박하게 장례를 치뤘다.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근처 땅을 전부 사들이고 호위에 묘지기까지 구해놨습니다. 잡초도 뽑고 짐승이 해치지 못하게 지킬 겁니다.”
장택산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하자, 지강백이 그를 토닥였다.
“수고했다. 고맙구나.”
지강백과 장택산, 그리고 강무영은 차례로 절을 올렸다.
강무영은 복잡한 눈빛으로 팽연화의 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서 잠들었으니, 분명 행복했을 겁니다.”
“그래······.”
“이건 무덤 앞에 두는 게 좋겠군요.”
강무영은 팽연화의 유품인 쌍도를 그녀의 무덤 앞에 내려놓았다. 언젠가 지강백이 그녀에게 선물해준 자매도였다.
성묘를 마친 이들은 산길을 걸어서 내려왔다.
“그런데 천유성 그놈은 또 도망친 겁니까?”
지강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파월강창을 회수했을 때는 핏자국 말고 아무것도 없었다.
강무영은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다.
“그놈도 어지간히 끈질기군요. 또 어디로 도망친 건지······.”
“어디로 갔던지,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지강백은 주먹을 불끈 쥐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놈에게는 갚아야 할 빚이 하나 더 생겼어.”
그렇게 갑작스럽게 발발한 정사대전은 정파 무림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흑무림맹은 맹주와 수뇌부가 전멸하자 자연히 흩어졌으며, 지강백은 곧장 병력을 보내 철륭성을 손에 넣었다. 그곳에는 무림맹 지부를 세우기로 했다.
호사가들은 이걸로 무림은 한동안 잠잠해지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는 더 큰 태풍의 전초(前哨)라 말했다.
어쨌든, 갑작스레 찾아온 평화는 모두에게 안정과 긴장감을 가져다주었다. 지강백은 그동안 천유성을 백방으로 찾으며 맹과 무림을 안정화시키는데 전념했다.
그렇게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
황제는 하루의 집무를 다 마치고 궁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의립전을 나서는 그의 곁을 장인태감 유숭(劉崇)이 함께했다.
“오늘은 어느 궁으로 행차하시겠습니까?”
황제는 원하는 날, 원하는 후궁에게 가서 밤을 보낸다.
그러나 황제는 쯧, 하고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그만 혼자있고 싶다.”
하루라도 여인의 치맛자락 속이 아니면 잠을 못 이루는 황제다. 태감은 의아해하면서도 말없이 태천궁으로 발길을 돌렸다.
침궁에 든 황제는 불을 끄고 누울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불을 꺼도 꺼도 계속 타올랐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황제가 촛불을 응시할 때였다.
촛불이 비추는 한쪽 벽에 사람의 그림자가 생겼다.
황제는 깜짝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정체를 밝혀라.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그때, 벽 뒤에 숨어있던 자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소신의 불충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폐하.”
“너는······.”
꾀죄죄한 옷차림의 사내를 마주한 황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 무림맹주 직에 있는 천유성이 아니냐.”
“미천한 소신을 기억해주셔서 영광입니다. 허나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아니다? 허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기라도 했느냐? 뭐······네 꼴을 보아하니 대충 짐작은 간다만. 지존의 자리는 언제나 노리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지.”
“황공하옵니다. 폐하.”
“황공? 네놈이 감히 이 신성한 어전(御前)에 멋대로 쳐들어와놓고 짐의 신하를 자처하느냐? 목적이 무엇이냐. 짐의 목이라도 가져갈 셈이더냐?”
황제는 눈살을 찌푸리며 천유성을 꾸짖었다.
천유성은 더욱 납작 엎드리며 다급히 말했다.
“소신이 어찌 감히 폐하를 적대하겠습니까. 소신이 이리 찾아온 까닭은, 폐하께 꼭 고하고자 하는 사실이 있기 때문이옵니다.”
“좋다. 어디 한 번 말해보거라. 허나 대답 여부에 따라, 네놈의 명줄이 결정될 것이다.”
황제의 날카로운 눈빛을 받은 천유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폐하께서는 정마대전 당시, 소신에게 마교도를 사로잡아 올 것을 명하셨습니다. 그 연유를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황제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아직 도망친 강무영을 비밀리에 추적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황제의 힘으로도 무림 세계는 좀처럼 다가갈 수 없었다. 허나 이 사내라면 뭔가를 알고 있지 않을까?
황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너는 이 일에 대해 어디서도 입을 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심려치 마시옵소서. 소신의 목숨을 걸고 맹세하겠나이다.”
“좋다. 네 말대로 짐은 마교도를 잡아 가두었고, 그들을 심문했다. 그들에게 짐이 원하는 것이 있다고 믿어서다.”
천유성은 귀를 쫑끗 세웠다. 신경이 황제의 입을 향했다.
“바로 불사(不死)의 비밀에 대해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