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351)
174화.새 황제의 탄생.2
강무영의 검이 허공을 가르며 쏘아져 나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악신을 죽일 각오로 검을 휘둘렀다.
쇄애애액!
그러나 악신은 가소롭다는 듯 손가락 하나로 강무영의 검을 튕겨냈다. 강무영은 혀를 차며 허공을 빙글 돌아 착지했다.
“하나만 묻자. 세상을 어지럽히려는 이유가 뭐냐.”
악신은 눈을 깜빡이다 쿡쿡 웃음을 흘리며 되물었다.
“그럼 너는 밥을 먹고 숨을 쉬는 데 이유가 있더냐?”
“그저 당연하다?”
강무영은 헛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하긴, 애초에 악마에게 이유를 묻는 것 자체가 어리석었군.”
강무영은 검을 들어 악신을 겨누었다.
“내가 막겠다. 네가 세상을 멸망시키도록 놔두지 않겠어.”
“네까짓 게, 감히? 소용없다는 것을 모르나?”
악신의 패기에 강무영은 전신이 따끔거렸다. 애초에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존재를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만용이었다.
‘허나 난 이미 놈과 비슷한 요녀를 베었고, 공간을 베는 경지에 올랐다. 희박하지만 승산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강무영은 눈을 빛내며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악신은 가만히 강무영을 응시하다 입술 끝을 비틀었다.
“뭐······. 네놈을 죽이고 시신을 유린해 그놈의 앞에 던져주면 반응이 궁금하기는 하겠구나.”
쿠구구구-!
악신이 손을 들어올리자 바닥이 무너지며 거대한 바위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강무영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내력을 끌어올렸다.
“네 말대로 선은 언제나 악을 이긴다. 바로 지금도!”
직후, 악신이 강무영을 향해 손을 펼치고 거대한 바위가 강무영을 향해 날아들었다. 강무영은 바위를 향해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바위를 가볍게 쪼개버렸다.
채채채채채챙!
강무영은 단숨에 악신의 지척으로 접근하고 물러서기를 반복하며 검격을 날렸다. 놈의 중력이 미치기 전에 계속해서 움직이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강무영의 검은 여전히 악신의 근처에도 닿지 못하고 튕겨나가기를 반복했다. 신검합일에 든 검격마저 악신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역시, 공간을 베는 참격이 아니면 안 되는가.’
그때, 악신이 허공에 펼친 손을 꽉 쥐자, 무형의 기운이 강무영을 압박해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몸의 자유를 빼앗기고, 근육과 뼈가 뒤틀렸다.
“크으윽!”
강무영은 밀려오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싸우지 않고 도망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까? 허나 강무영은 도망치지 않고 싸우는 것을 선택했다.
도망친다고 해서 악신에게 잡히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없었거니와, 여기서 놈을 막지 않으면 다음번에는 더욱 끔찍한 마귀들을 적으로 상대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명의 희생으로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면, 기꺼이 몸을 던지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그래. 어쩌면 이것이 내가 찾은 삶의 이유일지도 모른다.’
오로지 지강백과 사람들을 위해, 그들의 행복을 위해서다.
“으아아아!”
강무영은 전신의 내력을 남김없이 쏟아부으며 간신히 압박에서 벗어났다. 악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강무영은 더욱 속도를 높이며 악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슉! 슈슈슈슈슈슈슉!
사방에서 검격이 폭우처럼 빗발쳤다. 그러나 여전히 강무영의 검격은 악신에게 닿지 않았다.
“말하지 않았더냐. 소용없다고.”
콰득-! 드드드드-.
악신이 손을 까딱하자 묵직한 중압감이 그의 어깨를 내리눌렀다. 양쪽 다리가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크어억······.”
강무영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내력으로 몸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한 줌의 핏물로 변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악신의 공격은 끝이 아니었다.
악신은 손 끝을 가볍게 튕겨 중력파를 날렸다. 강무영은 엄청난 속도에 반응해 검을 휘둘렀다.
쩌저정! 콰드드득-!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강무영은 한순간 의식이 날라갔음을 깨달았다. 동시에 손에 든 검이 산산히 부서져 눈앞에 흩날렸다.
‘공간 베기를 시전할 틈조차 없었다······!’
강무영은 흐릿해진 눈으로 악신을 응시했다. 코와 입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뼈도 몇 대 부러진 듯했다.
‘고작 한 번 막은 걸로 몸이 아작날 줄이야.’
계속 눈이 감기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고개를 들었다. 손잡이밖에 남지 않은 검을 들어 악신에게 겨누었다.
“실로 초인적인 정신력이다. 아주 허풍은 아니었구나.”
감탄하는 악신에게, 강무영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마교 최강의 검사이자 마왕이라 불렸던 검사다······검이 없다고 해도, 나는 반드시 너를 벨 것이다······.”
“헛된 꿈은 저승에 가서 마저 꾸도록 하거라.”
악신은 피식 웃으며 또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 강무영은 마지막임을 직감하고 온 정신을 일격에 쏟아붓기로 작정했다.
‘할 수 있다. 이 몸이 부서지기 전, 마지막 한 번만······!’
강무영은 천천히 검을 들어올리며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스걱-.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와 동시에 악신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의 시선이 치켜든 손으로 향했다.
“이, 이놈이······.”
팔꿈치부터 아래가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악신은 당황하며 재생을 하려 했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떨어져 나간 팔은 다시 붙어지지 않았다.
강무영은 당황하는 악신에게 보란 듯 비웃음을 날려주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반드시 벨 것이라고······.”
악신은 입술을 악다문 채 강무영을 향해 중력파를 날렸다.
강무영은 의식이 날아가는 기분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자신이 가장 경애하는 사내의 얼굴을 떠올리며.
***
강무영이 눈을 다시 떴을 때, 그곳은 이전과 같은 동굴의 절벽이었다.
아직 살아있었던 걸까? 의아해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저 절벽 아래에서부터 검은 안개더미가 물컹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강무영은 저와 비슷한 것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바로 마왕도에서 보았던 악신의 본체였다.
“어떠냐. 오랜 시간 잠들어있던 내 수하들이다.”
강무영의 옆에 둥둥 떠 있던 악신이 말했다.
강무영은 왜 자신을 죽이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사지에 감각이 없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해 당황했느냐? 당연하지. 내 너의 사지를 잡아뜯고 혀를 뽑아 움직이고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너는 너를 볼 수 없겠지만 너는 지금 몸뚱아리에 머리만 달려있는 처참한 고깃덩이다.”
악신은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내 말하지 않았더냐. 널 유린해 그놈의 앞에 던져줄 것이라고. 처음에는 죽일까 했으나, 널 살려두는 편이 더 비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느니라.”
“······.”
“목숨이 조금 더 붙어있으니 재미있는 광경을 보여주도록 하지. 아마 네놈 생에 다시없을 진귀한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악신은 강무영과 함께 절벽을 올라 동굴을 벗어났다. 그 뒤를 거대한 연기 뭉치가 천천히 따라왔다.
마침내 밖으로 나오자, 검은 연기는 빨려가듯 어디론가 날아갔다. 악신은 강무영을 데리고 낙양이 한눈에 보이는 곳까지 올라갔다.
“내가 그러했듯, 우리가 인계에서 움직이기 위해선 네놈 같은 인간의 껍데기가 필요하다. 이곳 낙양의 백성들은 내 수하들을 위한 훌륭한 껍데기가 되어줄 것이다.”
악신의 말이 끝난 직후, 강무영은 보았다. 넓게 퍼진 검은 연기가 낙양을 집어삼키는 모습을.
“어? 이보게, 어디서 그림자가······.”
“연기? 그런데 점점 가까이 오는 것 같은데?”
푸른 하늘을 가린 검은 연기에 낙양 백성들이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검은 연기가 낙양 백성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
“꺄아아아아악!”
검은 연기는 도망치는 백성들의 입을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곧, 검은 연기를 삼킨 백성들의 몸이 변이(變異)되기 시작했다.
드드득-! 드득!
등에 날개나 뿔이 돋아나는가 하면, 몸집이 거대해지고 손과 발톱이 길어졌으며, 얼굴이 마치 괴수처럼 변했다.
“악마화(惡魔化). 내 수하들의 본모습이다.”
악신이 두 팔을 활짝 피며 외쳤다. 조금 전까지 평화로웠던 낙양 시내가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뒤덮인 수라도로 변해 버렸다. 강무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크아아아아!”
“그워어어억!”
악마로 변해버린 백성들이 집을 부수고 거리를 돌아다녔다. 폭발이 일어나 불길이 치솟고, 일부는 서로를 공격해 잡아먹었다. 바람에 피와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아아, 참으로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니더냐?”
악신의 물음에 강무영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부릅뜬 눈으로 악신을 노려볼 뿐이었다. 악신은 강무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곧 천하가 이와 같이 변하게 될 것이다.”
***
지강백은 황제의 자리에 오른 뒤, 찾아온 선비들을 관직에 등용시켜 체계를 안정화시키고 새 조정을 여느라 정신이 없었다. 황궁의 복구는 둘째치고 천명한 새 나라의 이름조차 제대로 발표하지 않은 상태였다. 단, 도읍은 여전히 북경으로 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도, 지강백은 개방과 하오문을 통해 틈틈이 악신을 추적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강 무사님은 왜 아직까지 연락이 없을까요?”
남궁미향이 말했다. 그녀는 이제 황후의 신분이니 위치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옳았다. 본인은 아직 어색하다며 적응중이라고 했다.
“나도 잘 모르겠소. 이렇게 오래 소식이 없을 녀석이 아닌데······.”
강무영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강백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불안함이 가시지를 않았다.
그때, 개방의 거지들이 보낸 전서가 지강백에게 도착했다. 급보라고 적힌 데다가 빨간 줄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보니 좋지 않은 일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서신을 펼쳐 내용을 읽은 지강백의 표정이 굳어졌다. 남궁미향이 그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악신이······아무래도 낙양에 간 듯싶소. 낙양에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퍼져 백성들이 모조리 흉측한 몰골로 변해 이지(理智)를 상실했다고 하는군.”
지강백은 이를 악물었다. 악신이 말한 ‘해야할 일’이 이걸 말하는 것이리라.
잠깐, 그런데 강무영도 낙양으로 간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바로 그때, 바깥에서 소란스런 목소리가 퍼졌다. 보초를 서던 황군이 부리나케 달려와 소리쳤다.
“폐, 폐하! 바깥을······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강백이 걸음을 옮겼다.
황궁 성벽 앞에 선 지강백은 그곳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구파의 수장들과 오대세가의 가주들이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이 개새끼들이! 으아아아-!”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홍련과 호야가 정신이 나간 채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분노와 절규가 한데 섞인 고통스러운 외침이었다.
그들은 지강백을 보고 일제히 표정을 굳혔다. 지강백은 얼음처럼 싸늘한 표정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폐하······.”
“두목님······으흐흑.”
지강백을 발견한 홍련과 호야가 눈물을 흘리며 그를 불렀다. 지강백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사지가 잘리고 턱과 혀가 뽑힌 강무영이 창대에 박힌 채 수레에 실려 있었다.
쨍그랑.
지강백의 손에서 파월강창이 힘없이 떨어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