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38)
다음 날.
지강백은 경합 준비를 위해 남궁세가에 방문했다.
무사들을 지원해준 것에 대한 인사를 드릴 겸, 보답을 하기 위해서였다.
홀로 남궁세가에 방문하자 이전에 지강백을 맞이했던 총관 남태주가 그를 맞이했다. 그는 이전보다 더 밝은 표정으로 한껏 친한 척을 했다.
“아이고! 우리 빈 공자님 아니신가!”
“오랜만에 뵙습니다. 총관님.”
“오는 길 힘들지는 않았고? 밥은 먹었나? 안 먹었으면 함께 하지. 아, 날씨도 좋은데 야외에서 먹는 건 어떤가? 좋아하는 음식은 있고?”
지강백은 확 달라진 총관의 태도에 쓴웃음을 머금었다.
마침 방문을 열고 들어온 남궁천이 그 모습을 보고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자네가 제갈세가의 유력한 가주 후보로 성장한데다 이젠 본가의 사위이기도 하니 잘 보이고 싶은가보네. 이해해주게.”
남궁천은 지강백의 어깨를 치며 친근한 어조로 말했다.
“사태가 잘 해결되었다는 말은 들었네.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가주님께서 힘을 써주신 덕분입니다.”
“고작 사병 백여 명 정도 보내준 걸로 힘은 무슨. 맘 같아는 더 돕고 싶었지만 주요 병력이 전부 빠져있는 터라 줄곧 맘에 걸렸네. 우리 사위 볼 낮이 없었다고. 하하.”
남궁천은 아예 어깨동무를 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총관하고 밥먹기는 목이 막힐 테니 나와 함께 하는 건 어떤가? 빈이 자네랑 얘기도 하고 싶고.”
목이 막혀? 지금도 남궁천의 목을 단칼에 쳐버리고 싶은 걸 간신히 참는 지강백의 입장에서는 기가 찰 소리다.
그러나 지강백은 자연스러운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래. 그런데 자넨 뭘 좋아하나?”
***
“그래······. 자네 둘째 형님이 경합을 포기하겠다고 했단 말이지.”
소가주 경합과 제갈탄에 대해 전해들은 남궁천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제법이군. 그럼 가주가 된 이후에 제갈탄 공자는 어찌 처리할 생각인가?”
“둘째 형님은 상재도 있으시고 하니 상계에 진출한다 하면 도와드릴 것이고, 정계에 진출한다고 하셔도 본가의 힘으로 얼마든지 지원해드릴 생각입니다.”
며칠 동안 유심히 관찰한 결과, 제갈탄은 완전히 마음을 접은 것으로 결론났다.
상계에 관해서라면 황금성이 있으니 얼마든지 배울 수 있을 것이고, 조정에 입관해 관리가 되고 싶다면 제갈세가가 미치는 권력을 사용해 중앙 정계로 올릴 수도 있다.
그가 호남의 지부대인이나 도지휘사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강남에서의 지배권을 한층 강화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식사가 끝나자 화려한 정원에 지어진 누각으로 이동했다.
시종들이 내온 귀한 차와 과일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1공자 측에서 모용세가와의 혼인 얘기를 꺼내는 듯 하더군. 알고 있나?”
“예.”
익히 짐작한 일이라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자신에게는 남궁세가의 힘이 있으니, 당연히 그쪽에서도 오대세가의 힘을 빌릴 것이라 예상했다.
혼인으로 혈연을 맺어 힘을 빌린다는 생각은 분명 진휘란의 생각일 터였다.
“쯧쯧. 다급한 건 알고 있지만 강남 무림에 강북 세가의 힘을 들이면 어쩌자는 것인지······.”
“상관 없습니다. 이번 일로 모용세가는 아무런 이득도 보지 못할 테니까요.”
“아무렴. 우리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줄 테니 빠르게 소가주 자리에 오르시게.”
“감사합니다.”
지강백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남궁천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차를 들었다.
“한 달 뒤라고 했었지. 그 전까지 필요한 준비는 모두 끝내놓겠네.”
지강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남궁천이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말이야. 복귀한 본가의 무사들이 엄청난 소리를 하더군. 우리 미향이의 경지가 절정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말이야.”
“네. 아내는 절정을 넘어섰습니다.”
“저, 정말인가?”
남궁천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대체 어떻게? 단시간에 그러 성과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제가 직접 가르쳤습니다. 아내는 재능도 있고 하니 성취가 빨랐지요.”
“허어······.”
오만하기까지 한 지강백의 말에 남궁천은 놀라움을 넘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생각지도 못하게 세가에서 화경의 고수를 배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네가 내 아들이었으면 여한이 없으련만.”
남궁천이 진심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무튼, 소가주가 되고 나면 바로 후계자 수업을 받는 건가?”
“네.”
“다음 무림회의에는 자네와 함께 참석하게 되겠군.”
무림회의는 일 년 마다 정파 세력의 수장들이 한데 모여 강호정세에 대해 의논하는 자리다.
남궁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그때 보세. 그때는 나도 자네를 가주라고 부르게 되겠군.”
돌아서는 남궁천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제갈빈을 이용해 강남 무림을 집어삼킬 계획이 머지않았다.
이제 곧 남궁세가는 강남의 패자로 비상하게 될 것이다.
‘어림도 없지.’
남궁천의 속내를 훤히 짐작한 지강백이 피식 웃었다.
지금 남궁천은 자신을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그 망상을 깨뜨려줄 날도 머지않았다.
‘그만 돌아가자.’
누각에서 내려온 지강백은 슬슬 제갈세가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마침 수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던 남궁세가의 무사들은 지강백을 발견하고 동작을 멈췄다.
“이봐, 저분 설마······제갈세가의 막내공자님 아냐?”
“분명해. 화운사신을 쓰러뜨렸다던······정말 아름다우시군.”
한 사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래. 역시 옥룡(玉龍)이라 불리실 만한 모습이셔.”
옥룡.
화운사신을 쓰러뜨린 일이 강호에 퍼져나가자 지강백에게 붙여진 칭호였다.
옥처럼 고귀하고 아름다운 용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지강백은 이 칭호와 함께 현 후기지수의 상징으로 자리했다.
“언젠간 저분처럼 되고 말겠어.”
자신도 모른 새 수많은 무인들의 동경의 대상이 된 지강백이었다.
***
그때, 세가를 나서는 지강백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 무리가 있었다.
“옥룡이라. 확실히 어울리네.”
“흥. 마음에 안 들어.”
“질투하지 마. 윤. 없어보여.”
“저 사내가 미향 누님의 남편이군요.”
이들은 남궁운과 마찬가지로 남궁천의 아들딸이었다.
2공자 남궁무. 3공자 남궁윤. 4공자 남궁민. 1공녀 남궁설희.
모두 차세대 남궁세가를 책임질 가문의 중인들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저 사내가 제갈가의 가주 자리에 오르면 본격적으로 강남 장악을 시작하실 거야. 우린 그때 아버지를 도와 제갈세가를 집어삼키는 일을 도우면 돼.”
1공녀 남궁설희의 말에 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향이와 큰오라버니는 제갈가에 호의적이니 쉽게 적대감 보이지 말고. 일단은 혈연으로 맺어진 동맹 관계이니까.”
큰오라버니는 1공자 남궁운을 말했다.
2공자 남궁무는 가슴을 팡팡 치며 자신있게 외쳤다.
“걱정마세요 누님! 실수 없도록 준비하겠습니다.”
3공자 남궁윤은 이를 부득거리며 짜증을 부렸다.
“제까짓 게 얼마나 대단하다고······. 제갈세가 따위, 어차피 우리보다 한참 떨어지잖아? 아무튼 마음에 안 들어. 건방진 자식.”
4공자 남궁민은 음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제갈빈 저 개자식은 나중에 내가 꼭 처리하고 말겠어. 감히 우리 향이 누님을······. 얼굴만 믿고 설치는 더러운 호색한 따위가.”
그렇게 남궁세가의 숨은 칼들이 날을 갈고 있을 무렵, 지강백은 제갈세가로 돌아왔다.
***
가문으로 돌아온 지강백은 남궁미향과 호야를 찾았다.
“며칠동안 몸은 충분히 회복했어?”
“그럼. 어차피 찰과상 정도였는데. 뭘.”
“당연하지! 그깟 칼자국 따위는 하루면 낫는다고!”
지강백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좋아. 그럼 슬슬 훈련에 들어가자. 경합 준비도 할 겸 이번 기회에 무공 훈련에 집중해보자고.”
지강백은 두 사람을 훈련장으로 데리고 나왔다.
두 사람에게 각각 도검을 쥐어준 그는 맨손으로 손가락을 까딱였다.
“자, 둘 다 전력을 다해 덤벼.”
“응?”
“이제부터 필요한 건 실전 감각이다. 호야는 철괴만파공의 사용에 능숙해졌지만 패왕금력도가 미숙하고, 미향이는 창궁무애검의 숙련도가 올랐지만 아직 내가 준 염제신공의 성취가 부족해. 그리고 지금부터는 단기간에 성과를 올릴 거다. 그러려면 실전 대결이 최고지. 정말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덤벼라. 나 역시 봐주지 않을 거다.”
“그런데 두목은 왜 검을 안 들어?”
“맞아.”
호야와 남궁미향이 동시에 질문했다.
지강백은 온화한 얼굴로 주먹을 두둑 풀며 한 걸음 다가왔다.
“누가 누굴 걱정해. 너희 둘 정도는 맨손으로 충분하니까 걱정하지 마라.”
“······.”
“미리 말해두는데, 조금 거칠 거야.”
퍼퍼퍼퍼퍽!
지강백은 순식간에 두 사람에게 파고들어 주먹을 날렸다.
명치와 턱을 얻어맞은 호야가 비명을 지르며 튕겨나가고, 아랫배와 어깨를 맞은 남궁미향이 무릎을 꿇었다.
가볍게 손을 턴 지강백이 눈살을 찌푸리며 외쳤다.
“집중해. 다시!”
“크아악! 맞고만 있을 것 같냐!”
벌떡 일어난 호야가 씩씩거리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다시 몇 대를 얻어맞고 튕겨나가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그렇지······자기 아내를 개 패듯 두들겨? 오랜만에 오기 생기게 하네. 좋아, 어디 한 번 해보자고!”
불같은 성질의 남궁미향도 오랜만에 화를 쏟아내며 맹렬히 달려들었다.
그녀 역시 지강백에게 옷깃을 잡히고 짐짝마냥 뒤로 날아가 엎어졌다.
“다시.”
지강백은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은 벌떡 일어나 재차 공격을 가했다.
***
그렇게 시작된 훈련을 빙자한 구타(?)는 해가 질 때까지 이어졌다.
“어어? 비켜!”
“으아악!”
집중력이 옅어진 호야와 남궁미향이 합격의 실수로 서로 엉켜 넘어졌다.
엉망으로 바닥을 구른 남궁미향이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버럭 소리쳤다.
“이 멍청한 돼지가! 왜 주먹을 날리는데 끼고 난리야!”
“뭔 개소리야! 힘도 없으면서 나한테 맡기고 짜져 있으란말이다!”
“웃기지마! 자기야말로 다리가 후들거려서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주제에!”
“이게 진짜! 두목님 앞에서 쥐어터지고 싶냐, 인마!”
퍼퍼퍼퍽!
어느새 수련은 둘의 싸움으로 번졌다.
멍하니 그 모습을 보던 지강백이 중얼거렸다.
“······지금 뭐하냐?”
마지막은 내공 훈련으로 끝냈다.
일주천을 마치고 녹초가 된 두 사람에게, 지강백이 말했다.
“훈련은 내일 이곳에서 다시. 늦지 마.”
“······나 당분간 저 자식이랑 각방 쓸까봐.”
“두목님. 나 때리는 데 재미들린 것 같아.”
두 사람이 투덜거리며 돌아가는 것을 보고, 지강백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때, 그 모습을 구경하던 초향이 수건을 건네주었다.
“도련님. 수고하셨어요.”
“고맙다.”
“오늘은 이만 씻고 주무시는 건가요?”
수건으로 땀을 닦은 지강백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서고에 잠깐 들르자.”
***
목욕을 마친 지강백은 침의에 장포를 걸치고 서고로 향했다.
초향이 밝은 각등 하나를 든 채로 앞장섰다.
‘내공심법······.’
지강백은 내공심법과 관련된 서책을 찾아 꺼냈다.
그리고 하나씩 펼쳐 상세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풍신환원공의 오의에 도달했을 때, 지강백은 다시 한 번 제갈세가의 무공에 감탄했다.
흐름을 읽고 이용하는 풍신환원공은 지강백이 보기에도 최상승의 무공이라 불릴 만 했다.
그런 무공을 만든 가문에서, 이상하게 내공심법은 빈약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분명 제갈세가에도 쓸만한 내공심법이 존재할 것이다. 어쩌면 그걸 아직 이해한 사람이 없어서 알려지지 않은 것일지도 몰라.’
한참 책을 뒤적이던 지강백은 마침내 낡은 무공서적 하나를 발견했다.
풍백유영결(風伯遊泳結).
낡은 서책을 펼쳐 살피던 지강백이 크게 소리쳤다.
“이거다!”
풍신환원공과 마찬가지로 흐름을 이용한 상승의 심법!
해석이 복잡하고 난해하여 범인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지강백은 그 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풍백유영결은 신체 내부에서 일종의 기파(氣波)를 일으켜 신체능력을 올리는 구결이었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내력에 일정한 진동을 가해 기파를 일으켜 신체능력을 단기간 향상시키며, 주변으로 파동을 일으켜 상대방이 펼치는 동작의 흐름을 파악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상당히 비현실적인 구결인 듯 보였지만, 잘만 조절한다면 틀림없이 가문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이 구결을 가문의 무사들에게 가르친다면 제갈세가의 무공수준은 단시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지강백은 크게 기뻐하며 서책을 들고 돌아갔다.
그리고 밤새 서적을 독파하며 재해석하는데 몰두했다.
덕분에 초향은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옆에서 묵을 갈아야만 했다.
지강백은 쉴 새 없이 붓을 놀리며 구결을 적었다.
그리고 수련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났을 무렵.
그는 마침내 풍백유영결을 새로이 창안해냈다.
‘이거라면······!’
지강백의 눈이 반짝거리며 빛났다.
제갈세가의 무공이 한 단계. 아니, 몇 단계 발전하는 순간이었다.
***
다음 날, 지강백은 제갈세가의 무사들을 연무장에 집합시켰다.
“지금부터 그대들의 훈련 방식은 내가 맡도록 하겠다. 이의는 없겠지?”
무려 화경의 고수가 직접 가르친다. 싫어할 리가 없었다.
“예! 없습니다!”
“좋다. 그럼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새로운 심법을 전수하도록 하겠다.”
풍백유영결에 대한 설명을 마친 지강백이 손수 시범을 보이며 말했다.
“몸 속에서 끊임없이 기파를 일으켜야 한다. 물론 상시 고통을 동반하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버틸 만 하다. 그러니 육체의 근력운동도 함께 병행하도록.”
“예!”
풍백유영결의 훈련은 남궁미향과 호야, 그리고 제갈탄까지 합세해서 익히기 시작했다.
물론 지강백 역시 그들을 가르치며 자신 또한 훈련에 임했다.
그는 목검을 쥔 채로 모두의 앞에 서서 외쳤다.
“자, 그럼 시작하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