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55)
남궁설희는 남궁천과 함께 방 안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지강백이 발견한 붉은 가루가 놓여 있었다.
“이게 새로 개발한 아편이란 말이지?”
“네.”
“확실히 효과 하나는 강력하구나.”
남궁천은 콧잔등을 찌푸리며 뚜껑을 닫았다.
그러나 반대로 입꼬리는 한없이 올라가 있었다.
“네 말대로 새로운 아편이 잘 팔리기만 한다면 이 나라 뿐 아니라 서역, 남만을 비롯한 각지에서 아편을 사들이려고 달려들 거다.”
“맞아요. 놈들도 아편이라면 환장하니까요. 후후.”
“1차 유통은, 언제 풀 생각이냐?”
“이미 호남과 강서, 복건 쪽에 옮겨놨어요. 일단 시간을 좀 들이고 천천히 풀려구요.”
“어째서?”
“저희 아편을 구매하던 단골들 애간장 좀 태워야지요. 금단증상이라는 게 성욕보다 더 참기 어렵거든요. 아마 환장하고 달려들 겁니다.”
“늙은 영감탱이들, 발광을 하겠구만. 흐흐.”
“네. 액수도 더 많이 뽑아먹을 수 있겠죠.”
남궁천은 흐뭇한 표정으로 딸을 응시했다.
여자지만 자신의 피를 진하게 물려받았다. 악당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자식들 중에서 자신의 피를 이어받지 않은 건 아마 남궁운과 남궁미향. 이 둘 뿐일 것이다.
특히나 남궁설희는 어느 면에서는 자신보다 더 지독했다. 똑똑한 머리를 이용해 잔혹한 모략을 펼칠 때의 얼굴은 자신조차 서늘하게 만들 정도였다. 바로 지금처럼.
“네가 있어서 든든하구나. 내가 널 많이 아낀다.”
“알아요. 그러니 저 대신 둘째를 혼인시켰겠죠.”
남궁천은 쯧, 하고 혀를 찼다.
남궁설희는 맡고 있는 일이 막중해 결혼을 시킬 생각이 없었고, 그래서 그나마 미색이 반반한 둘째를 이용해 정략결혼으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둘째가 배신할 줄은 몰랐다.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그러니 너라도 잘 해줘서 얼마나 다행이냐.”
남궁천이 껄껄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들어온 돈은, 잘 모아두고 있느냐?”
“네. 일부는 금원보로, 일부는 전표로 넣어놨어요.”
“밀거래로 들어온 그림이랑 보물은, 보관 잘 되고 있고?”
“그것도 잘 보관중에 있어요. 나중에 비싸게 되팔아야죠.”
“수고했다.”
뒷작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 덕분에 남궁세가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남궁천은 새로 개발한 아편을 통해 벌어들일 막대한 수익을 생각하자 속이 다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럼 이만 일어날게요. 처리할 일들이 많아서.”
“오냐. 내 딸, 힘들면 쉬엄쉬엄 하려무나.”
기분이 좋으니 속에 없는 말도 술술 나온다.
남궁설희는 남궁천의 배웅을 받으며 가주전을 나섰다.
복도를 걷는 그녀의 곁에 수하 한 명이 다가왔다.
“제조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겠지?”
“네. 수량을 맞추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중요한 일이니 신중을 가해야 해. 특별한 일은, 없고?”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좋아. 어차피 오늘 들를 생각이었어.”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거처에 도착한 남궁설희가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먼저 와 있는 선객이 있었다.
“아, 오셨군요.”
사내를 발견한 남궁설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숙부님.”
“그래. 오랜만이구나.”
사내의 이름은 남궁성.
남궁설희의 숙부이자, 강호에서 뇌검(雷劍)이라는 칭호로 불리는 고수였다.
남궁세가의 최강 고수인 삼검성(三劍星) 중 한 자리를 맡고 있는 그는, 며칠 전 남궁천의 부름을 받고 세가로 들어와 있었다.
“앉으시지요. 차라도 내오겠습니다.”
남궁설희는 시종에게 차를 내오도록 지시했다.
향긋한 차를 음미한 남궁성이 옅은 웃음을 머금었다.
“좋구나.”
“다행입니다.”
“너도 못 본 사이에 많이 아름다워졌고.”
“설마요. 맨날 일 때문에 과로하고 있는걸요.”
남궁설희는 찻잔을 메만지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라, 숙부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요.”
“편히 말해보거라.”
“전 오늘 비화원(秘花園)으로 가셔서 새로 개발한 아편이 무사한지,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러 갈 생각이에요. 숙부님이 동행해주셨으면 해서요.”
비화원은 아편 제조실을 칭하는 단어였다.
남궁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흐음. 딱히 내가 할 일은 없을 것 같다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자는 거죠. 숙부님이 계시는 것만으로 안심할 수 있을 테니까요.”
확실한 일이라도 만전을 가한다. 남궁천이 남궁설희를 총애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남궁성은 턱을 쓸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지는 않지. 내가 동행하마.”
“감사합니다. 숙부님.”
남궁설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깊이 고개를 숙였다.
조금만 있으면 어마어마한 돈이 굴러들어올 것이다.
그녀의 입가에 흥분어린 미소가 맴돌았다.
***
유통 경로를 추적한 지강백은 호북성에 위치한 통산(通山)에 도착했다.
사내의 말에 의하면 제조실은 이 산의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고 했다. 은밀히 작업한 아편이 지하 통로를 통해 들키지 않고 안전하게 유통되는 것이다.
“다른 두 부대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네. 그쪽도 유통로를 장악했다는 보고를 받았으니 곧 도착할 것입니다.”
지강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산을 살폈다.
‘진법이군.’
지강백은 단번에 진법의 종류를 파악했다.
꾸준한 공부를 통해 그는 진법에도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었다. 그가 보기에 이 진법은 충분히 파훼하거나 해제하는 것이 가능할 듯했다.
그때, 풀숲을 헤치고 양쪽에서 두 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늦게 도착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가가. 나 왔어요.”
왼쪽에서는 청룡대주 섭유와 남궁미향이.
“이런 우리가 마지막이네?”
“네가 오는 길에 똥만 안 눴어도 먼저 도착했다.”
오른쪽에서는 질풍대주 연시환과 호야가 도착했다.
다들 무사한 것으로 보아 처리는 잘 끝낸 듯했다.
모두 모이자 지강백이 작전을 설명했다.
“질풍대는 제조실을 빠져나가는 퇴로를 차단한다. 연 대주, 호야와 함께 움직이도록. 한 놈이라도 빠져나가면 발각되니 쥐새끼 하나도 내보내지 마라.”
“네.”
“그리고 나머지는 제조실을 습격, 저항하는 자는 죽이고 나머지는 포박해라.”
“알겠습니다.”
지강백은 인을 맺어 진법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경계 안에 발을 들이자 지하로 들어가는 통로가 보였다.
이제 곧 제조실 내 보초들이 알아챌 것이다.
그 전에, 모조리 끝장낸다.
“들어가자.”
지강백이 속도를 높였다.
***
파파팟!
단숨에 지하로 들어온 지강백 일행이 길을 막아서는 적들을 가차없이 베어버리고 나아갔다.
갑작스런 습격에다 진법의 보호를 받고 있던 보초들은 버둥거리다가 죽어나갔다.
지강백은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멈춰라!”
건너편에서 남궁세가 무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때, 호야와 남궁미향이 양쪽에서 튀어나갔다.
쇄애애액!
남궁미향은 검을 휘둘러 가차없이 적들을 베어넘겼다.
창궁무애검의 변화무쌍한 검초가 화려하게 공중을 수놓았다.
“끄악!”
“차, 창궁무애검······?”
쓰러지던 무사들이 경악하며 중얼거렸다.
남궁미향은 피에 젖은 검을 털어내며 싸늘히 대꾸했다.
“미안한데 더는 남궁세가 사람이 아니라.”
퍼퍽! 퍼퍼퍼퍽!
호야는 성난 맹수처럼 파룡도를 휘둘러 적들을 후려쳤다.
한 번 대도를 휘두를 때마다 적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제조실을 지키고 있다길래 제법 쓸만한 줄 알았는데, 별 거 아니구만.”
지강백은 수하들이 싸우는 동안, 지하를 살폈다.
아편을 제조하고 있는 곳. 그곳을 찾아야 한다.
더 깊이 내려가자 이번에는 다른 풍경이 보였다.
자연스레 뚫린 천장에서 달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지하에 어울리지 않게 붉은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그 넓이가 어찌나 큰지, 작은 마을 하나쯤은 되는 듯했다.
“꼭 화원 같군.”
지강백이 꽃들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때, 남궁미향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양귀비(罌粟:앵속)?”
“양귀비라고?”
“어. 아편의 원료로 사용되는 꽃이야. 황법으로 재배를 금지시켰을 텐데. 이걸 몰래 지하에서 재배하고 있었구나.”
남궁미향이 이를 악물었다.
“혹시나 했는데······이런 식으로 재물을 쌓고 올라서면 흑도나 다를 바가 없잖아.”
그녀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한때는 자랑으로 여긴 가문의 치부를 눈앞에서 확인했다. 마냥 의연할 수는 없을 터였다.
지강백은 그녀의 어깨를 말없이 토닥였다.
“그러니 더는 악용하지 못하게 막아야지.”
“그래.”
남궁미향이 고개를 끄덕였다.
***
지하에서는 급습을 피해 완성된 아편을 옮기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질풍처럼 달려온 질풍대원들이 그들을 막아섰다.
“어딜 가려고?”
“이익!”
남궁세가 무사들이 퇴로를 뚫으려 분전했으나, 질풍대원들은 어림도 없다는 듯 그들을 쓰러뜨렸다.
제조실에는 한창 양귀비의 즙을 이용해 아편을 제조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청룡대원들은 아편을 제조하고 있는 제조실을 급습해 그들을 모조리 생포했다.
지강백은 산더미처럼 쌓인 아편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그동안 많이도 쌓아놓으셨군.”
이게 천하에 알려지는 순간, 황법을 위반한 죄로 황실에서 대대적으로 군대를 움직일 것이다. 심지어 이 정도 크기의 아편과 불법으로 양귀비를 재배한 것까지 드러나면 남궁세가는 끝장난다.
만약 이걸 강서성 관아에 알리면 남궁세가는 그동안 먹인 뇌물로 관리들을 움직여 이곳을 덮으려고 할 것이다.
강서성은 이전부터 남궁세가의 영역이었고, 이곳 관리는 거의 대부분 남궁세가의 뒷돈을 받아먹으며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강백은 그 대신 조정에 깊숙이 관련된 제갈세가의 사람들을 불러 은밀히 지시했다.
“이 사건을 황실에 올릴 수 있도록 조치하십시오. 반드시 황상 폐하의 입에서 남궁세가를 처벌한다는 발언이 나오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명심하겠습니다.”
동이 틀 때쯤이면 그들이 동창(東廠)을 보낼 것이다.
동창은 황실의 첩보기관으로, 주로 무림과 관련된 일을 수사한다. 황제 직속이니 남궁세가의 입김 따위, 근처에서 미치지 못한다.
이들이 움직이면 황제의 귀에 닿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지강백은 곁에 선 남궁미향에게 말했다.
“남궁설희는 이제 더 이상 이 나라에서 그 이름으로 살 수 없을 거야.”
“그렇겠지······.”
남궁미향이 씁쓸한 듯 중얼거렸다.
***
“이런 미친!”
남궁설희는 비밀 통로를 통해 이동하면서 손을 부르르 떨었다.
설마 제갈세가의 떨거지들이 급습을 해올 줄이야!
대체 어디서 정보가 새어나갔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남궁미향이 이 빌어먹을 년이······결국 가족에게 검을 겨누겠다 이거지?”
그녀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발을 동동 굴렸다.
이대로 아편을 모두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럼 자신은 남궁미향처럼 남궁천에게 버림받을 것이 분명했다.
“어떡하지? 젠장!”
그때였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남궁성이 말했다.
“일단 도망쳐라. 꼬리는 끊어야 하니 나는 남아서 적들을 처리하겠다. 너는 그 사이 세가에 도움을 청하거라.”
“······그럼 부탁드릴게요.”
“오냐.”
남궁설희는 그나마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삼검성 중 하나가 지켜준다면 안심이 되었다.
“남은 병력들 중 일부는 나를 따라오너라.”
“예.”
남궁성이 문으로 가고 남궁설희가 비밀 통로로 빠져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콰앙!
문이 산산조각 나 흩어지고 그곳으로 지강백 일행이 들어왔다.
남궁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이미 늦었군.”
마침 지강백도 남궁성과 남궁설희를 발견했다.
그의 시선이 남궁설희의 앞에 있는 비밀 통로로 향했다.
‘도망칠 준비중인가.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그때, 남궁성을 알아본 남궁미향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남궁성!”
“그게 누구지?”
“남궁세가의 최고수인 삼검성의 일원이야. 내 숙부이기도 하고.”
“그래?”
지강백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방해꾼이 등장했지만, 상관없다.
그게 누구든, 죽여버리면 되니까.
남궁설희는 지강백의 곁에 있는 남궁미향을 보더니 버럭 소리쳤다.
“이런 망할 년! 어떻게 가족을! 네가 그러고도 남궁세가의 사람이야?”
“뭔소리야. 나올 때 가문에서 나오겠다고 선언까지 했고만.”
남궁미향이 어이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남궁성 역시 남궁미향을 응시하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가문을 배신하더니 이제 대놓고 칼을 겨누는구나. 부끄럽지도 않으냐?”
“전혀요.”
남궁미향은 피식 냉소를 흘리며 응수했다.
“그러는 숙부님이야말로 부끄러운 줄 아셔야죠. 정파의 협객으로 이름을 날리신 분이 마약 밀매를 막지는 못할망정. 뻔뻔하기도 하셔라.”
“으음.”
불편한 헛기침을 한 남궁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말솜씨가 늘었구나. 오냐. 네가 믿는 제갈세가가 얼마나 부질없는 희망인지를 내 곧 깨닫게 해주마. 거기 옆에 있는 사내가 네 남편, 제갈빈인가?”
채앵!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든 남궁성이 지강백을 응시했다.
“창궁칠검을 격퇴했다는 얘기는 들었다. 허나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마.”
지강백은 홍매검을 뽑아들며 남궁미향과 호야에게 말했다.
“호야는 떨거지들을 맡아. 그리고 향이 너는 남궁설희를 붙잡고. 남궁성은 내가 맡는다.”
“알았어.”
“알았어, 두목.”
저벅저벅.
남궁성은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는 지강백에게 말했다.
“그 나이에 제법 높은 경지에 올랐다지? 좋다. 어디 한 번 겨뤄보자. 하룻강아지 발톱이 얼마나 긴지 어디 한 번 보자.”
우우웅!
남궁성의 전신에서 푸른 기운이 일렁였다.
숙력된 절정의 기운. 비교하자면 조태염 정도일까?
아니, 살아온 세월을 따지면 조태염보다 한 수 위다.
허나, 딱 거기까지였다.
화경의 경지를 밟은 지강백. 그리고 화운사신 같은 강자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저자는 남궁세가의 주요 전력 중 하나. 처리하는 편이 좋겠군.’
지강백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남궁성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좋아. 들어와라. 하룻강아지.”
“!”
“아, 네가 하룻강아지 아닌가?”
지강백이 피식 웃었다.
“이런 건방진 놈이······!”
콰앙!
남궁성이 이를 부득거리며 거칠게 쏘아져 나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