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62)
지강백은 전신이 희열로 들끓는 기분이었다.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저 경악한 모습을 보기 위해 얼마나 참고 분노를 억눌러왔던가? 그리고 지금, 지강백은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끓을대로 끓은 분노의 감정이 용암처럼 튀어나왔다.
“각오해라. 추악한 배신자.”
지강백이 한 걸음 다가갔다.
남궁천은 아직도 믿을 수가 없는지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크게 충격을 받은 듯했다.
“화, 환생이라니. 그럼 네가 정말······지강백이란 말이냐? 우리가 배신한 마교의 교주, 천마 지강백이라고?”
“그렇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럼 왜 처음부터 우릴 죽이지 않았나!”
지강백은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 쳐죽이고 싶었지. 하지만 한 놈을 죽이면 나머지가 가만히 있을까? 교활한 네놈들은 당장 모여서 날 잡을 방법을 구상했겠지. 그럼 귀찮아지거든.”
“!”
“그리고 무엇보다, 네놈들의 그 표정을 보고 싶었다. 나처럼 모든 것을 잃고 땅으로 추락한 그 모습이.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원수를 본 그 표정이. 지금 기분이 어떤가? 그 기분이 일 년 전, 내가 느낀 그 기분이다.”
“하, 하하하······.”
남궁천은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여전하군. 그 집요함.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패망하고 절망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 계획을 세웠다는 말 아니냐.”
“장장 십 년에 걸친 복수인데, 그 정도는 해야 되지 않겠나? 간단하게 죽이면 내 분이 안 풀려서 말이다. 아, 걱정하지는 마라. 나머지도 너와 똑같은 최후를 맞게 해줄 테니 말이야. 내가 왜 귀찮게 제갈세가의 가주가 되기 위해 애를 쓰고, 제갈빈으로 살았다고 생각하나?”
“그, 그럼 설마······!”
“그래. 난 무림을 집어삼킬 생각이다. 전생에는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어졌거든. 첫 번째로 남궁세가와 강남. 두 번째는 강북, 그리고 종국에는 무림 전체를 집어삼킬 것이다. 그때 자신들을 지배한 자가 마교의 교주임을 알리면 무림인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미친놈. 넌 정말 미친놈이다.”
남궁천은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지강백은 그에게 홍매검을 겨누며 말했다.
“말은 여기까지다. 사지를 갈가리 찢어져 개밥으로 던져주마. 남궁천.”
지강백의 전신에서 폭풍같은 바람이 터져 나왔다. 남궁천은 흠칫하며 검을 빼들고 내력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지강백이 바닥을 박차고 쇄도했다.
***
남궁천은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웠지만 이대로 순순히 죽어줄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이렇게 된 거, 최선을 다해 싸우다 죽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파악한 지강백의 힘은 예전만 못했다. 화경의 경지에 들었으나 이전과 같은 생사경의 신위를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기회는 있었다.
퍼퍼퍼퍽!
지강백은 풍신환원공의 풍월 초식을 펼쳐 묵직한 연격을 가했다. 남궁천은 정신없이 검격을 튕겨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창궁무애검의 초식을 펼쳐 지강백의 어깨며 허벅지를 찔러왔다.
후우웅!
지강백은 바람의 장벽을 펼쳐 남궁천의 검격을 모조리 튕겨냈다. 풍신환원공의 풍창파벽 초식이었다. 남궁천은 처음 겪어보는 바람의 검술에 당황했다. 지강백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초식을 바꾸며 바람의 화살을 내쏘았다. 풍신환원공의 차풍사선 초식이었다.
파파파팟!
남궁천은 푸른 검기를 날려 바람의 화살을 모두 막아냈다. 그러나 천기미리보를 펼쳐 단숨에 짓쳐든 지강백이 그의 가슴팍에다 정권을 날렸다. 풍신화원공의 풍비박산 초식이었다. 지강백이 그간의 분노를 모조리 터뜨린 이 공격은 엄청난 위력을 내뿜고 있었다.
콰아앙!
남궁천은 급히 검을 들어 막았으나,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재빠르게 자세를 잡았다. 지강백이 주먹을 거두며 말했다.
“인사는 이걸로 그만하지.”
“흥. 확실히 공력이 약해졌군.”
툭툭.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 남궁천이 비릿하게 웃었다.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정파의 아이로 다시 태어나다니, 네가 우리에게 원한이 깊은 것은 알겠다. 그런데 참으로 불쌍하구나. 혹시 팽연화 때문이냐? 그 년은 이미 천유성이 제 아들에게 줘버렸는데. 그렇게 팽연화 팽연화 노래를 불러대더니, 그 꼴을 보고도 잘도 참았구나.”
지강백은 머리에서 번개가 치는 듯했다.
“닥쳐라!”
지강백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홍매검을 타고 무시무시한 돌풍이 터져 나왔다. 남궁천은 강렬한 바람을 맞으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웅!
그의 전신에서 우레와 같은 강기의 형상이 일렁였다. 남궁세가의 가주에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무공.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이었다.
쩌어엉!
한 차례 충격이 터졌다. 지강백과 남궁천. 둘은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채채채채채챙! 검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고, 사방에서 불꽃이 튀겼다. 매 순간 날카로운 검격이 서로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놈!”
남궁천은 내력을 끌어모아 검강을 날렸다.
그러나 지강백은 팔꿈치로 남궁천의 팔목을 쳐서 검강을 빗나가게 만듬과 동시에, 나머지 손으로 남궁천의 가슴팍에 일 장을 날렸다.
쩌엉!
완벽하게 명중한 장력을 맞고 남궁천이 뒤로 나가 떨어졌다.풍신환원공, 풍비박산 초식이었다. 장력에 실린 바람의 기운이 한바탕 남궁천의 내장을 휘저었다. 남궁천은 입에서 토사물과 피를 게워냈다.
“여전히 강한 초식을 쓸 때 몸이 무방비구나.”
“큭, 크윽!”
“그래서 내가 직접 충고도 했었지. 천뢰제왕신공은 강하나 빈틈이 많다고. 그래서 차라리 창궁무애검이나 더 갈고닦으라고 했었는데, 잊었나?”
“여전히 오만하구나······. 지강백.”
비틀거리며 일어선 남궁천이 일그러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생각을 잘못했다. 몸은 예전같지 않을지라도 정신만큼은 생사경에 든 초고수의 그것이 맞다. 즉, 과거의 경험과 지식은 그대로라는 뜻이었다. 이전처럼 압도적으로 찍어누르지는 않지만 교묘하게 자신의 검술을 파고들며 반격을 가했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눌러주마!’
쿠구구구-!
남궁천의 검을 타고 유형화된 강기가 꾸물거리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천뢰제왕신공의 가장 강력한 기술. 제왕검형(帝王劍形)이었다. 저 강기의 파괴력을 익히 아는 지강백은 눈살을 찌푸리며 무공을 바꿨다. 저건 풍신환원공으로 막아내기 역부족이었다. 곧 지강백의 전신을 타고 푸른 용의 형상이 솟아올랐다. 그 모습을 본 남궁천이 눈을 부릅떴다.
“청룡신공! 네놈이 어떻게 검신의 무공을 이어받는지 모르겠지만 검신의 무공으로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남궁천은 검을 높이 치켜들고 지강백을 향해 내리쳤다.
쩌저정! 귓가를 때리는 폭음이 일었다. 지강백은 간신히 몸을 비틀어 검강을 피하는데 성공했다. 그가 있던 자리가 깊게 파이고 구덩이가 생겨났다.
“어딜 도망치느냐!”
남궁천은 몸을 빙글 돌리며 재차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수평으로 날아드는 공격이었다. 지강백은 재빨리 몸을 낮췄다. 검강은 그의 머리카락을 스치며 뒤편에 있던 가옥과 나무들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지강백은 몸을 낮춘 채로 지면을 내달리며 남궁천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검을 높이 치켜들며 초식을 펼쳤다. 그러자 푸른 용이 아가리를 쩍 벌리며 남궁천을 향해 날아들었다. 청룡신공, 비룡재천 초식이었다.
“어림없다!”
남궁천은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며 날아드는 푸른 용을 반으로 쪼개버렸다. 용을 쪼갠 검강은 그러고도 힘이 남아 지강백을 덮쳐왔다. 지강백은 재빨리 몸을 날려 검강을 피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제왕검형의 위력만큼은 청룡신공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강백은 호흡을 달리하며 홍매검을 두 손으로 쥐었다.
그의 기세가 바뀌었음을 직감한 남궁천이 선공을 가해왔다.
지강백은 그가 허공을 날아 달려드는 때를 노리며 아래에서 위로 원을 그리며 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검강이 번쩍! 하며 반월 모양의 검강이 튀어나왔다.
월인대신검. 참월 초식이었다.
“헉!”
남궁천은 흠칫하며 급히 몸을 비틀어 검강을 피해냈다. 허나 피했다고 생각했음에도 월인대신검의 비상식적인 반경 탓에 왼쪽 팔이 온통 자잘한 검상으로 가득했다. 피하는 것이 조금만 늦었다면 팔이 잘려나갔을 터였다.
“이제는 월인대신검까지 쓰는군. 너, 이제보니 검신과 적이 아니라 친우 사이였던 거 아니냐?”
“멋대로 훔쳐쓰는 중이다. 널 죽이기 위해.”
“하여간 여전히 단순한 놈이라니까······.”
화악!
남궁천은 제왕검형의 크기를 더욱 늘리며 말했다.
“와라. 이번에야말로 저승에 완벽히 처박아주마.”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파파팟!
두 검사는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둘이 격돌한 지점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직후, 제왕검의 검강과 월인대신검의 푸른 반월 모양 검강이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휘리릭!
한 차례 검강을 날린 남궁천이 웃음을 터뜨리며 외쳤다.
“재미있구나. 내가 언제 너와 이런 대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겠는가!”
남궁천의 검이 크게 원을 그리자 제왕검형이 순식간에 잔상을 남기며 수십 줄기로 나뉘어졌다. 제왕검형의 마지막 형태, 제왕무적검강(帝王無敵劍罡)이었다.
지강백은 유성처럼 허공을 가르며 날아드는 검강을 눈으로 쫒으며 맞서 검을 휘둘렀다. 반월을 그리며 어지럽게 허공을 가른 검강이 날아드는 남궁천의 검강을 하나도 빠짐없이 요격했다. 월인대신검의 강구연월(康衢煙月)초식이었다.
‘크윽.’
지강백이 눈살을 찌푸렸다. 검강을 쳐낼 때마다 검이 부들부들 떨리고 손이 저려왔다. 전혀 이상하다 여기지 않았다. 애초에 제갈빈의 몸으로 들어가고 난 뒤 삼 년도 흐르지 않았다. 그 사이에 화경에 들고, 검의 최강자에 다가선 남궁천과 대등히 검을 겨누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웠다.
파파파팟!
지강백이 벼락과도 같은 속도로 잔상을 남기며 달려들었다.
채채채채채채챙!
또 한 차례 무시무시한 격돌이 일어났다. 검과 검이 허공을 가르며 서로에게 짓쳐드는 모습은 차라리 아름다웠다. 힘과 속도, 움직임과 반사신경. 이 모든 것들이 아슬아슬하게 우위를 넘나드는, 그야말로 생사를 건 대결이었다.
촤아아아악!
지강백의 검강이 길게 이어지며 마치 소용돌처럼 짓쳐들었다.
월인대신검, 월태화용(月態花容) 초식이었다.
그에 맞서 남궁천 또한 전신에서 강기를 피워올리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강이 마치 호랑이와 같은 형상을 띄며 쏘아져 나갔다.
제왕검형의 맹호광란(猛虎狂亂) 초식이었다.
콰아아앙!
후두두둑-.
흙먼지가 일고 그 사이로 두 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궁천은 팔이 부서지고 전신이 피에 젖은 모습이었으며, 지강백은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한쪽 눈을 적시고 있었다. 여기서 승패는 갈렸다.
지강백은 교룡갑 덕분에 치명상을 피했으나, 남궁천은 맨몸에 모든 검격을 허용했다. 이미 출혈량부터 죽음에 가까워져 있었다. 남궁천도 그 사실을 직감했다.
“허억······.”
“헉. 허억······.”
지강백과 남궁천이 동시에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남궁천은 이를 부득 갈며 검을 들었다. 그의 눈에 투지가 깃들었다.
“마지막까지······검사로서 싸우다 죽겠다.”
후웅! 후우웅!
남궁천은 남은 내력을 모조리 끌어올려 검강을 발현했다. 그리고 괴성을 내지르며 지강백을 향해 돌진했다. 모든 것을 내건 마지막 일격이었다.
그 순간, 지강백은 움직이지 않은 채 검을 가볍게 수평으로 휘둘렀다. 직후, 남궁천의 가슴팍이 길게 갈라지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그야말로 거리를 뛰어넘은 공간을 베는 경지에 오른 초식.
월인대신검, 일진월보(日進月步) 초식이었다.
“커억!”
남궁천은 달려드는 기세 그대로 바닥에 꼬꾸라졌다. 그가 놓친 검이 허공을 훌훌 날아 멀지 않은 곳에 꽃혔다. 마침내 전투가 끝난 것이다.
“크아아아-!”
지강백은 검을 갈무리한 뒤, 하늘을 향해 길게 포효했다.
이겼다.
원수를 마침내 갚았다는 사실과 그동안 억눌러온 원한을 풀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통쾌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잠깐 숨을 고르며 남궁천에게 다가갔다.
꿀럭꿀럭.
남궁천은 다가오는 지강백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어서······죽여라. 후회없는 싸움이었다.”
“아니. 그리 쉽게 죽여줄 수는 없지.”
지강백은 발로 남궁천의 얼굴을 지그시 밟으며 말했다.
“이대로 놔두면 대충 반 시진 동안은 버티다 고통스럽게 죽을 터. 그동안 내가 느꼈던 기분을 너도 똑같이 느껴봐라. 그 허무함과 고독함을.”
지강백은 그 말을 끝으로 비틀거리며 마을을 벗어났다.
여전히 지독한 사내였다. 몸은 바뀌었어도 그대로였다.
남궁천은 피가 빠져나가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렸다.
“허허······.”
남궁천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죽는 순간까지도 못된 심성은 그대로인지, 다른 나머지 친우들이 지강백에게 당하는 모습을 상상하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업보를 갚는 것인가. 천유성, 홍화린, 마태룡, 청파······네놈들도 그리 웃고 있을 날이 멀지 않았다. 아무래도 하늘이 우릴 가만히 내버려둘 마음이 없는지 사신을 보낸 모양이니.’
남궁천은 힘겹게 바위 근처로 기어갔다.
바위에 등을 기댄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빌어먹게도 유난히 하늘이 푸르고 화창했다.
남궁천은 복잡한 표정으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졸라 고독하구만······.”
이대로 죽어 지옥에서 나머지 친우들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궁천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피식거렸다.
툭.
그의 고개가 밑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