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63)
남궁천이 사라지자 가주 자리는 자연스레 남궁운의 차지가 되었다. 그는 가주 취임식을 마친 뒤, 바로 지강백을 찾아와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성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지강백은 깊이 고개를 숙인 남궁운의 어깨를 토닥이며 부드럽게 웃음지었다.
“강남을 평정했으니 그대가 해줄 일이 크오. 나를 도와 강남을 평정하는데 힘쓰고 강북 진출을 위해 힘을 보태주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궁운은 이제 완전히 지강백을 주군으로 인정했다.
지강백은 그를 돌려보낸 후, 총관을 들여보냈다.
총관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강남 평정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천하의 반을 먹으셨군요.”
“아직 무림의 쟁쟁한 세력들이 대부분 강북에 있소. 천하의 반을 먹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오.”
지강백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총관을 부른 건 다름이 아니오. 아무래도 조금 길게 가문을 떠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오.”
“네? 아니 될 말씀이십니다. 그러다 혹여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위험한 곳을 가겠다는 것이 아니오. 내가 갈 곳은 화산파니까 말이오.”
“화산파 말씀이십니까? 갑자기 거긴 왜······.”
총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강백은 자신의 옆에 놓아둔 홍매검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전해줘야 할 것도 있고, 따로 해야 할 일도 있소. 난 당분간 아내와 함께 화산파에 가 있을 테니 그대는 무림맹과 함께 강북 진출을 원활하게 진행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으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흑무림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하니, 부대를 재편성하도록 하겠소. 호야를 주축으로 강남의 쓸만한 무사들을 모집해 새 부대를 창설할 테니 잘 관리해주시오.”
지강백은 슬슬 거대한 대군을 일으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갖춰나가야 했다. 강남의 숨은 인재들을 찾아 그들을 훌륭한 검으로 키워내는 것이 지강백이 총관에게 내린 임무였다.
총관은 살짝 걱정스런 어조로 말했다.
“그런데 호야가 장수의 직책을 잘 감당해낼 수 있을까요?”
“지금 제갈세가의 총명한 이들을 추려내 호야의 스승으로 붙여놓았소. 그리고 호야는 절대 멍청한 아이가 아니오. 성정이 워낙 불같긴 하지만 전투에 관한 지식이라면 빠르게 습득할 것이오.”
지강백이 바라본 호야의 재능은 결코 제법 강한 고수 정도로 그칠 그릇이 아니었다. 지강백은 호야를 천하고수들에 버금가는 강자로 성장시키고 싶었다.
“아무튼, 내가 없을 동안 가문을 잘 부탁하오.”
“염려하지 마십시오.”
지강백은 총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주었다.
***
남궁미향은 한창 초향을 비롯한 시녀들과 함께 뱃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맑은 하늘과 주변의 경치를 구경하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며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다.
지강백은 언덕 위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사뿐히 뛰어올랐다.
강 위로 떨어진 지강백은 수면을 가볍게 박차고 첨벙첨벙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경공의 최상승 단계 중 하나인, 물 위를 걷는 등평도수(登萍渡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천기미리보를 일찍이 대성한 지강백은 이미 대부분의 경공술을 습득한 뒤였다.
“어어? 저기 봐요!”
시녀들은 마치 귀신처럼 강을 건너오는 지강백을 가리키며 놀랍다는 듯 소리쳤다.
그렇게 뱃전 위에 발끝을 걸치고 착지한 지강백이 남궁미향을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으면 이번에는 나랑 나들이 갈까?”
남궁미향은 지강백이 귀엽다는 듯 쿡쿡 웃었다.
“시녀들이랑 놀러다니니까 질투나? 어디로 갈건데?”
“좀 멀긴 한데, 당신도 좋아할 거야. 화산파.”
“화산파?”
남궁미향은 예상대로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강백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거긴 왜?”
“곧 강북 진출을 준비할 건데, 그 전에 강북의 여러 유명인사들과 친분이나 쌓아놓을까 하고. 그리고 화산파는 들를 이유가 있거든.”
남궁미향은 환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난 좋아.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어. 화산파.”
화산파는 구파일방 중에서도 가장 검으로 유명한 문파였다. 남궁세가가 오대세가 중 검왕가로 유명하다면, 화산파는 구파일방 중 최고의 검파로 유명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매화검수, 매화검선, 유화검제······. 수많은 검의 고수들이 모여있는 곳. 검사라면 누구나 꼭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화산파였다.
지강백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남궁미향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럼 바로 가자. 화산파로.”
“우리 둘이?”
“나들이 겸 해서 가는건데. 당연히 둘이 가야지.”
지강백의 말에 듣고있던 시녀들이 소리를 질렀다.
***
그날 밤, 지강백은 황금성주 장택산과 저녁을 먹었다.
간단하게 저녁을 끝내고 한적한 정자에 앉아 차를 들던 지강백이 말했다.
“두 번째 복수 대상은 청파 진인이다.”
장택산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수염을 쓸었다.
“화산파에 가신다길래 그럴 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남은 넷 중에서 가장 처리하기 편한 자이기도 하니까요.”
장택산은 지강백의 찻잔에 차를 따르며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놈을 끌어내실 계획이십니까?”
지강백은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천하일통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럼 남궁천 때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힘으로 죽이는 것이 아닌, 그의 모든 것들을 파멸시킨 후, 마지막에 끝을 맺어야 한다.
“청파 그놈은 빌어먹게도 겉으로는 강호에서 명성이 아주 높습니다. 무당을 존경하는 자들은 아예 청파를 살아있는 신선 정도로 여기고 있지요.”
“그 명성, 바닥까지 떨어지는데는 단 한 달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난 어떻게 해서든 놈의 추악한 본면을 강호에 퍼뜨릴 생각이니까.”
색을 밝히는 색귀. 지강백은 추악한 청파 진인의 본모습을 떠올리며 싸늘한 냉소를 지었다. 일단 첫 번째로, 남궁천에게 그랬듯 놈의 환심을 사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것부터가 계획의 시작이다.
“청파는 아직 그대로더군. 저번에 무당논검대회에 갔을 때도 향이에게 눈독을 들였어.”
장택산을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쯧쯧, 찼다.
“그 미친놈은 여전하군요. 전생에서도 교주님이 보시는 앞에서 팽연화를 보고 침을 흘리지 않았습니까? 대체 그런 놈이 어떻게 무당의 도사가 된 것인지······.”
“천성이 색에 미친 놈이다. 무당의 도사라는 그럴듯한 껍질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을 뿐이지. 본성은 추악한 흑도보다 더한 놈이야.”
“그 나이 먹고 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죠. 흐흐.”
낄낄대며 웃던 장택산이 표정을 달리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남궁천······. 놈과 싸우며 많이 다치셨다고 들었습니다.”
“······.”
“솔직히 걱정이 됩니다. 물론 교주님께서 그 허약한 몸으로도 단시간에 고강한 무공을 갖추신 것은 놀라우나, 아시다시피 남은 배신자들의 무예 또한 막강하지 않습니까. 특히 천유성과 마태룡은······.”
장택산은 말끝을 흐리며 지강백의 눈치를 살폈다.
천유성은 지강백이 없는 지금, 천하제일인의 자리에 오른 현경의 고수이며, 마태룡 또한 거의 현경에 가까운 수준의 무공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순수한 무력으로는 현경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흑도의 수없이 많은 사술들이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지금의 지강백이 과연 그들과 순전히 무력으로 붙어서 이길 수 있을까?
지강백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 말이 옳다. 난 남궁천을 상대로도 간신히 우위를 접했고, 교룡갑이 없었다면 아마도 동귀어진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라면 청파와의 싸움에서도 위험할지 모르지. 그러니 화산파에 가기 전, 천마림에 들를 생각이다.”
“하긴, 제가 염려한 부분을 교주님께서 모르셨을 리는 없지요.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장택산은 머쓱한 웃음을 흘리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지강백은 어두운 밤하늘 위 푸른 달빛을 응시하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래. 어쩌면 지금이 제석천의 혼을 받아들일 때일지 모른다.
***
며칠 뒤, 지강백은 남궁미향과 둘이서 말을 타고 영산으로 향했다. 남궁미향에게는 쓸만한 것들을 묻어놓은 장소라고 대충 둘러댔다.
영산에 도착하고 지강백은 잠깐 그녀를 풍조객잔에 머물게 하고, 홀로 산을 올랐다.
천마림에 도착한 지강백은 곧장 벽력마제 태사주가 잠든 관으로 향했다.
‘오늘이야말로 마제의 혼을 흡수한다.’
관의 뚜껑을 열자 여전히 푸르게 빛나는 청옥이 놓여 있었다.
지강백은 긴장한 표정으로 청옥을 들고 가부좌를 틀었다.
만약 흡수를 완벽히 해내지 못한다면 자신은 이대로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도박.
지강백은 한 차례 호흡을 고르고 청옥을 입에 넣었다.
꿀꺽.
청옥을 삼켰다. 이제 한 바탕 전투를 치를 시간이었다.
지강백은 그 어느때보다도 집중하며 내공을 운용했다.
우우웅!
제석천의 혼이 단전에 자리잡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완벽히 동화되면 좋으련만, 역시나였다.
제석천의 혼은 자신을 삼킨 존재를 알아채고 격렬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곧 혼에서 터져 나온 뇌기(雷氣)가 지강백의 내부를 한바탕 뒤집어놓았다.
“크으윽!”
지강백은 저도 모르게 눈을 부릅뜨며 비명을 질렀다.
배가 갈기갈기 찢기고 피가 솟구치는 고통이었다.
혼은 미친 듯이 날뛰며 단전을 벗어나려 애를 썼다.
지강백의 아랫배 부분이 볼록 튀어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지강백은 이를 악물고 내공을 일으켜 혼을 붙잡기 시작했다.
이건 혼과의 정신력 싸움이었다. 만약 싸움에서 패할 경우, 자신은 몸이 산산조각 나 흩어질 터였다.
‘젠장. 옛날 생각 나는군.’
아수라의 혼을 흡수하던 그날. 지강백은 비슷한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그때는 지강백을 도와줄 마교의 고수들이 한 차리에 대기하고 있는 반면,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이겨내야만 했다.
그때였다.
지강백의 눈에만 보이는, 푸른 거신(巨神)의 환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강백은 저 화신이 전설의 제석천임을 단번에 깨달았다. 왜냐하면 아수라의 혼을 받아들였을 때는 붉은 악마의 환영이, 아수라의 환영이 나타났으니 말이다.
화신은 지강백의 전신을 짓누르며 냉엄히 말했다.
-나의 후손이여. 정녕 힘을 얻고 싶은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처참한 최후를 맞을 것임에도?
지강백은 이를 악물었다. 이건 시험이었다. 본능적인 죽음의 공포를 앞에 둔 시험. 여기서 나아가느냐, 멈춰서느냐에 따라 혼을 얻을 자질이 결정된다.
전생에서는 아주 잠깐, 망설였다. 그땐 죽음을 겪지 않았고, 수많은 생사를 헤쳐 나왔음에도 아직 마음속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미 죽음을 겪었고, 더는 그것이 무섭지 않았다.
지강백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강해진다. 반드시. 설령 일백 번 죽고 다시 태어나는 고통을 겪는다고 해도!
그 순간, 지강백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거신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거신은 그대로 지강백의 몸 속으로 들어갔고, 지강백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내력을 집중시켜 제석천의 혼을 단전에 고정시켰다.
직후, 섬광이 터지듯 혼에서 강렬한 기운이 터지며 지강백을 집어삼켰다.
지강백은 눈에서 빛이 번쩍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쓰러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