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69)
지강백은 가면 사내의 뒤를 소리없이 밟았다.
가면 사내는 구석에 위치한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갔고, 지강백은 천장을 따라 빠르게 숨어들어갔다.
아무것도 없이 단촐한 방 안에는 어울리지 않게 큰 그림 한 점이 벽에 걸려 있었고, 사내는 그림을 옆으로 밀었다. 그러자 숨겨진 비밀 통로 하나가 드러났다.
가면 사내는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통로는 또 다른 방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손과 발이 묶인 채 쓰러져 있는 젊은 아가씨들이 갇혀 있었다.
사내는 입구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무사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이게 다야?”
“네.”
“상태가 다들 왜이래? 저번보다 훨씬 별로잖아. 고객놈들 성질 몰라? 조금만 값어치가 없어도 지랄대는 거.”
가면 사내는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중얼거렸다.
“됐다. 일단 몇 명만 추려서 환각제 투여하고 준비해. 다음 경매에 써야 하니까. 나머지는 대충 가둬두고.”
“알겠습니다.”
사내는 다시 왔던 통로를 통해 돌아갔다.
지강백은 이 건물의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해둔 다음, 몰래 그곳을 나왔다. 납치한 여자들을 이곳에 가둬둔 다음, 경매장으로 데려오는 듯했다.
“쓰레기들.”
차라리 잘 되었다. 지강백은 청파 진인을 몰아넣으면서 동시에 이 구역질나는 곳도 완전히 쓸어버리기로 작정했다.
***
며칠 뒤, 청파 진인으로부터 또 만남을 갖자는 기별이 왔다.
이번에는 경매장이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였다. 허나 음란한 자리임에는 분명할 것이고, 그럼 필시 설화정에서 납치한 여인들을 데려올 터였다.
지강백은 옥룡대 중에서도 특히나 은신에 능한 자들을 여럿 뽑아, 청파 진인과 현소 진인이 무당파에서 나오는 것을 감시하라고 명했다. 그리고 설화정도 마찬가지로 들키지 않을 반경에서 감시하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은 풍운검대 대주 진광현에게 비밀리에 연락을 취했다.
진광현은 지강백의 연락에 이번에도 흥미를 감추지 못했다.
“허허. 제갈 가주가 만나자고 할 때마다 놀라는 거, 아는가? 이젠 오기 전에 심장부터 부여잡게 된다네.”
“죄송합니다.”
“아, 아닐세! 하하하. 농이나 던져 본 것이야.”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에휴. 말도 말게. 자식놈들이 허구한 날 닦으라는 학문은 뒷전에다가 여색이나 밝히고······딱 하나 있는 여식은 또래와 놀러다니느라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네.”
“하하. 뭘 그리 걱정하십니까. 첫째 아드님 향시(鄕試)는 별 탈 없이 합격할 것입니다.”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이미 정계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었다. 지강백의 말 한 마디면 회시나 향시에 합격하게 만드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지강백의 말에 진광현은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의 첫째 아들은 지강백의 말대로 한창 향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하하! 역시 제갈 가주야! 내 마음을 딱 안단 말이지.”
지강백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진광현에게 말했다.
“그건 그렇고······이번에도 제가 진 대주님을 조금 피곤하게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고, 내 하는 일이 다 피곤한 일이지. 말씀만 하시게.”
“저희 본가쪽 정보조직을 돌리다가 우연찮게 알아낸 사실인데······아무래도 호북성을 중심으로 강북 내에서 납치가 일어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것도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납치이지요.”
“납치라······.”
“게다가 납치된 여성들이 뒷세계 조직들에 의해 경매장에서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걸 이용하는 고객들 중에는 이름있는 정파인들도 여럿 있는 모양이고요.”
“정파? 정파인들이 관련되어 있단 말인가!”
“아직 단정지을 수는 않으나 어느 정도 확실시된 사실입니다. 경매장은 매우 비밀스럽게 운용되고 신분을 감추는 것도 가능하니까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당장 잡아 쳐넣어야 하네. 감히 정파의 이름에 먹칠을 한 놈들이 있다니······!”
“저도 동감입니다. 해서, 이번에는 풍운검대와 대주님의 힘을 빌릴까 합니다.”
“말씀만 하시게. 적극 돕겠네.”
진광현은 당장이라도 풍운검대를 움직일 기세였다.
지강백은 살짝 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 자가 보이는 표정은 진짜일까? 천유성의 끄나풀이지만 아직 완전히 타락한 자는 아닌가?
뭐, 지금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지금은 이 자를 움직여 청파 진인의 추악한 뒷모습을 강호 전체에 알리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며칠 내로 납치된 여성들을 가둬놓는 곳이라고 예상되는 장소를 덮칠 예정입니다. 대주님께서는 풍운검대를 제가 말씀드린 곳에 배치시켜 두시고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주십시오.”
“알겠네. 곧바로 준비하지.”
“네. 그리고 이 일은 최대한 비밀리에 준비되어야 합니다.”
“나 말고는 맹주님조차 모르게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
지강백은 그 말에 한시름 놓았다. 만약 아직 청파 진인이 천유성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면 풍운검대가 움직일 시, 청파 진인의 귀에 계획이 들어갈 수도 있었다.
“네. 그럼 바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강백은 진광현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
며칠 후, 지강백은 청파 진인과 약속한 장소로 혼자 나갔다.
호숫가에 위치한 커다란 기루였는데, 운치도 좋고 방도 널찍하니 여럿이서 놀기 딱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지강백은 이곳을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 청파 진인은 지강백을 음란한 연회에 초대했고, 그곳이 바로 이 장소였다. 이곳은 비밀리에 청파 진인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장소로, 오로지 청파 진인의 색욕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또 다시 이 역겨운 곳에 오게 될 줄은 몰랐군.’
주변을 둘러보자 온통 값비싼 고가의 물건들 뿐이었다. 벽에 걸린 그림 하며 방 안을 장식하고 있는 도자기나 장식품 등등, 무엇하나 사치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지강백은 가만히 창 밖을 응시했다.
지금쯤 옥룡대와 풍운검대가 준비를 마치고 있을 터였다.
드르륵.
대충 반 각 정도 기다리자, 청파 진인이 들어왔다.
청파 진인은 지강백을 보자마자 속으로 피식거렸다.
‘아예 맛을 들린 모양이군. 먼저 와서 기다릴 정도면.’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빠르게 술상이 차려지고, 단정히 차려입은 여인들과 악단이 들어와 흥을 돋구었다. 지강백은 여인들의 얼굴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전부 청파 진인의 수족인 여인들이었다.
지강백과 청파 진인은 술잔을 비우며 강호 정세나 협의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기다리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렇게 연회가 무르익어 갈 때쯤, 청파 진인이 곁에 앉은 여인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여인 한 명이 슬그머니 일어서 방을 나갔다. 아마도 납치한 여인들을 불러들이려는 듯했다.
“허허. 그럼 술도 제법 들어왔겠다, 어디 제대로 놀아볼까?”
청파 진인은 입맛을 다시며 눈을 빛냈다. 벌써부터 성욕이 들끓는 듯했다.
그때, 방을 나갔던 여인이 사색이 되어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들어왔다. 그녀는 곧장 귓속말로 청파 진인에게 무언가를 속닥였다. 그러나 전음을 보내지 않는 이상, 제아무리 소리를 낮췄다고 해도 지강백은 전부 들을 수 있었다.
여인은 분명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설화정에 무림맹 부대가 들이닥쳤습니다!
지강백이 희심의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청파 진인이 일그러진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그의 손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보며 지강백이 순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
지강백이 연회가 열리는 장소로 향했을 무렵, 설화정에는 현소 진인이 보낸 수하가 도착해 있었다. 매번 현소 진인의 명을 받아 여인들을 데려오는 역할을 맡은 자였다.
그는 설화정에 도착해 가면 사내가 그랬듯 비밀 통로를 따라 여인들을 가둬놓은 곳으로 향했다. 그러자 미리 보초들이 여인들을 준비해 마차에 옮기고 있었다. 여인들은 이미 환각제에 거나하게 취해 잠든 채였다.
수하는 마부로 위장한 채 마부석에 앉았다. 그 순간, 지켜보며 기회를 노리고 있던 옥룡대원들이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들었다.
갑자기 복면을 쓴 무사들이 앞을 막아서자 수하는 깜짝 놀라 그대로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옥룡대원들은 놓칠세라 그를 덮쳐 단숨에 포획했다. 수하 역시 현소 진인이 고르고 골라 제법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옥룡대원들은 한 명 한 명이 지강백이 특별히 엄선한 무사들이었다. 애초에 빠져나가기란 불가능했다.
옥룡대원들은 증인을 확보하고 풍운검대에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근처에 숨어있던 풍운검대의 대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설화정을 포위했다.
“뒤져라!”
풍운검대의 부대주, 곽태주(郭太株)의 명령에 따라 풍운검대원들이 설화정에 우르르 밀려들었다. 그러자 설화정은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변했다.
“이런 시발!”
가면 사내는 일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혼자만이라도 내빼려고 했으나, 언제 온 것인지 옥룡대원들이 방으로 들이닥쳤다.
콰악!
“끄아악!”
옥룡대원은 가면 사내의 팔에 단도를 쑤셔박아 벽에 고정시켰다. 그리고 주먹으로 아랫배를 세게 후려쳤다. 아예 내공을 쓰지 못하게 단전을 부숴버린 것이다.
“이 정도면 됐다. 나머지는 풍운검대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우린 이만 물러난다.”
“넵.”
옥룡대원이 물러나고, 곧 가면 사내를 비롯한 현소 진인의 수하마저 무림맹으로 압송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하에게 지시를 내린 이가 현소 진인임을 밝혀낸 풍운검대는 곧장 무당파로 향했다.
무당파는 당연히 난리가 났고, 어떻게든 막으려 했으나 무림맹주의 직속 부대이자 무림맹의 부패를 척결하는 풍운검대를 막을 수는 없었다.
풍운검대는 무당파를 철통같이 막아섰고, 곧 무림맹주의 인장이 찍힌 소환장을 가져온 풍운검대주 진광현이 현소 진인을 맹으로 압송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지금 막, 청파 진인의 귀에 들어간 것이다.
“이, 이익······!”
청파 진인은 이를 부득 갈며 대노했으나, 지강백이 보는 앞에서 감정을 섣부르게 내비칠 수는 없었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며 지강백에게 말했다.
“미안하네.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오늘은 먼저 일어나야겠구만.”
“아, 아닙니다. 저는 상관하지 마시고 급한 일부터 처리하시지요.”
“고맙네. 내 곧 다시 자리를 만들지.”
청파 진인은 뭐에 쫒기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급하게 방을 나섰다. 홀로 남은 지강백은 싱싱한 회 한 점을 입에 집어넣고 술을 들이켰다.
‘순정남? 강호에 네 추악한 면이 드러났을 때에도 어디 그렇게 말해보거라.’
지강백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청파 진인은 무당에 돌아오자마자 현소 진인을 찾았다.
“현소! 현소는 어디 있느냐!”
“무림맹에 압송되셨습니다.”
“이런 젠장할······!”
청파 진인은 이를 악물고 곧장 무림맹으로 향했다. 대체 어떻게 그곳이 발각된 것인지도 의문이었지만, 갑자기 풍운검대가 움직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천유성 이 새끼가 움직인 건가?’
청파 진인은 이전에 제갈세가가 남궁세가를 집어삼키는 데 무림맹이 도움을 준 것을 알고 있었다. 이때는 바보같이 당한 남궁천을 천유성이 버린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천유성, 네놈이 친우들을 하나씩 제거하기라도 하겠다는 생각이냐! 허나 난 쉽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림맹에 도착하고 천유성을 독대했을 때, 천유성이 꺼낸 첫 마디는 이랬다.
“나도 모르는 일이네. 정말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