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77)
청파 진인의 죽음이 알려지고 강호가 술렁이는 동안, 지강백은 화산파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제석천의 혼과 함께 얻은 힘으로 청파 진인을 압도했지만, 지강백의 몸에도 틀림없이 피로가 쌓였다. 그래서 다음 계획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화산파에서 지낼 생각이었다.
물론 그 시간동안 놀고 있기만 한 건 아니다. 지강백은 이 기회에 홍련의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홍련은 지강백의 열성어린 수련에 힘입어 엄청난 속도로 강해져갔다.
“허허. 그 망나니같던 아이가 언제 저렇게 달라졌는지. 스승을 잘 둔 덕을 보는구만.”
“과찬이십니다.”
매화검선 천운자의 말에 지강백이 답했다. 홍련이 수련을 하고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정자에 지강백과 천운자, 매화검수 연홍과 남궁미향이 모여 차를 마시고 있었다.
천운자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홍련이의 재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은 알았네만 이 성장 속도는 보는 나로서도 감탄만 나올 정도로군. 이대로라면 2년 안에 충분히 매화검수에 들 수 있겠어.”
천운자의 말에 지강백이 말없이 웃어보였다.
매화검수? 그 정도 수준에서 그칠 재목이었으면 애초에 거두지도 않았다. 지강백은 홍련을 화경의 여검사로 키워낼 작정이었다.
그때였다. 천운자의 말을 들었는지 홍련이 휘두르던 검을 멈추고 버럭 소리쳤다.
“무슨 말씀이세요? 전 매화검수에 들어갈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그럼 무엇이 목적이더냐?”
“전 어디까지나 스승님을 곁에서 호위하는 무사가 목표입니다. 제가 열심히 수련해 강해지려는 이유도 스승님을 지키기 위해서구요.”
당당한 홍련의 말에 남궁미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또 다시 불안감이 일렁이며 저절로 기분이 나빠졌다.
천운자는 난감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허나 그건 네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화산에는 어디까지나 규율이 있기 때문이다. 너도 화산의 제자라면 당연히 규율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
“······.”
“한 가지, 올해 열리는 매검투(梅劍鬪)에서 우승하면 강호행을 떠날 자격이 주어지니 내 한번 고려해보도록 하마. 어떠냐? 자신있느냐?”
차를 마시던 지강백이 물었다.
“매검투가 뭡니까?”
그 말에 지강백을 뚫어져라 응시하던 연홍이 기다렸다는 듯 재빨리 대답했다.
“매검투는 화산의 제자들 사이에서 치러지는 비무대회입니다.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가장 뛰어난 인물들에게는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매화검수로 들어갈 자격과 강호행을 떠날 수 있는 자격이지요.”
홍련은 바라던 바라는 듯 활짝 웃었다.
“좋습니다! 매검투에 도전하지요!”
“그래. 그럼 어디 잘 해보려무나.”
연홍은 쓴웃음을 머금으며 지강백에게 속삭였다.
“솔직히 이번 매검투는 홍련이가 우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자들 중에서는 뛰어난 아이들이 많지만, 홍련이를 당해낼 인물은 없거든요.”
지강백은 천운자가 일부러 홍련에게 기회를 주었음을 직감하고 그를 응시했다. 천운자는 말없이 지강백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홍련이의 재능을 화산에서 썩일 수는 없지. 저 아이는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해야 돼.’
천운자는 천화 진인의 대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홍련을 통해 이뤄보고자 했다. 바로 화산파의 검사가 화경에 들고 매화검법을 대성하는 것이다.
지강백이 가르치고 이대로 쭉 성장한다면 분명 그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때, 예상치 못한 방해꾼(?)이 나타났다.
“그거 재미있군요. 혹시 저도 참가 가능할까요?”
손을 들고 나선 사람은 바로 남궁미향이었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발언에 지강백과 연홍이 눈을 크게 뜨며 그녀를 응시했다.
“부인. 그게 무슨······.”
“흥미가 생겼어요.”
남궁미향의 차갑게 불타는 눈빛이 홍련의 뒤통수를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천운자는 남궁미향이 홍련에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대충 눈치챘다.
‘이거 참 곤란하게 되었군.’
원래대로라면 화산파의 제자가 아닌 외부인은 매검투에 참가할 수 없다. 허나 남궁미향은 그동안 수많은 제자들과 교류하며 친분을 쌓아왔고, 심지어 수련도 함께 참여했다. 그녀가 참가한다고 하면 매화검수들도 찬성할 것이다.
결국 천운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승낙했다.
“좋소. 남궁 부인이 원한다면.”
“감사합니다.”
남궁미향이 서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기서 홍련을 꺾어버리면 그녀가 지강백과 붙어있을 사태 자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니 좋은 기회였다.
어쩐지 오한이 들어 살짝 몸을 떤 연홍이 지강백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저 그런데······. 두 분 중에 누가 더 강하실까요?”
“용호상박(龍虎相搏).”
지강백은 짧게 대답하며 두 여인을 응시했다.
솔직히 그도 궁금해졌다. 지금 누구의 실력이 더 우세한지.
***
터벅터벅.
어두운 동굴을 천유성은 홀로 걷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맹주 직속 호위대도, 별다른 무사들도 보이지 않았다.
“여긴가.”
흰 장포를 펄럭이며 걸음을 옮기던 천유성이 발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동굴 안에 볼록 솟은 바위 위, 그곳에 검은 호랑이 가죽을 걸친 검은 장발의 사내가 있었다.
“오랜만이군. 마태룡.”
천유성의 무미건조한 인사에 흑무림맹주 마태룡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유성이. 일 년 만인가.”
“그렇군. 천산 전투 이후로 만난 적이 없으니.”
“정말 혼자 왔군. 팔 한 짝도 없는 주제에 무슨 베짱이지?”
어딘가 섬뜩한 마태룡의 말에, 천유성이 코웃음을 쳤다.
“그깟 팔 한 쪽 없어도 네놈 따위가 무서울까? 걱정도 많군.”
“하하하! 여전히 입담이 거칠구만.”
한바탕 웃어젖힌 마태룡이 돌연 표정을 굳혔다.
“그런데 고귀하신 맹주님께서 단 둘이서만 만나자니,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가?”
마태룡은 천유성에게 단 둘이서만 만나자는 밀서를 받고 이곳에 와 있었다. 정마대전 이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이제는 적에 불과한 옛 친우가 단 둘이서 만나 할 얘기란 무엇일까?
천유성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청파가 죽었다는 소식, 듣고 있나?”
“물론. 목이 잘린 채 죽었다지? 더러운 색귀놈에게 걸맞는 최후 아닌가.”
그래도 한때 친우였던 자가 처참히 죽었다는데도 마태룡의 말투는 더없이 냉정했다. 애초에 마태룡은 이들을 친우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친우라고 여긴 자는 오직 단 한 사람 뿐······.
천유성은 마태룡을 지그시 노려보며 말했다.
“아무튼, 자네는 이 사태에 대해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하겠는가?”
“뭐, 우리 옛 친우들이 하나둘씩 죽어가고 있다는 거? 그거야 자업자득 아닌가. 본래 강호라는 곳이 약해빠진 놈들은 알아서 도태되는 법이지. 장강의 앞 물결이 뒷 물결에 밀려났다는 표현도 있잖나? 제갈빈이라는 어센 뒷 물결에 밀려났다고 보면 자연스럽지, 별로 이상할 건 없다고 보는데?”
마태룡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 천유성은 꺼림칙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역시, 그때 꾼 악몽 탓이 컸다.
그때, 천유성의 표정을 본 마태룡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이봐 유성이, 자네 혹시 무서운가?”
“뭐가 말이지?”
“혹시 지강백의 망령이 제갈빈을 움직여 복수를 행한다······뭐 이렇게 생각하는건 아니냐, 이말이야.”
콰앙! 콰르르르르.
직후, 마태룡이 있던 자리의 바로 옆 동굴 벽이 박살나며 무너졌다. 손을 뻗은 천유성이 장풍을 날린 것이다.
단지 가볍게 내력을 사용했을 뿐인데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마태룡은 오랜만에 몸의 신경이 되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력을 갈무리한 천유성이 서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헛소리 하지 말게.”
“어이쿠, 무서워라. 찔리셨나보군.”
마태룡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혹여라도 놈이 돌아왔다 한들, 무서울 것이 뭐가 있는가? 자넨 분명히 놈을 쓰러뜨렸고, 당당히 천하제일인의 자리에 오르지 않았나? 다시 나타났다고 해도 또 똑같이 만들어주면 그만. 아니다, 정말 그러면 바라던 바다. 이번에는 내가 죽여버릴 테니까.”
마태룡은 손에 쥔 돌을 악력으로 으깨버리며 섬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천유성은 쯧, 하고 혀를 차며 뒤돌아섰다.
“아무튼, 내가 당부할 말은 제갈빈, 그자를 잘 살펴보라는 것뿐이다. 언제 우리 목도 노려올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하하! 잘 됐군. 나 역시 놈의 목을 노리고 있거든. 놈을 쳐죽이고 강남을 통째로 집어삼켜야지. 놈의 사지를 찢고 젓갈을 담궈 이전에 느꼈던 모욕을 그대로 돌려줄 것이야.”
그러고 보니 마태룡은 제갈세가를 공격하며 강남을 노리다 역으로 제갈빈에게 호되게 당한 경력이 있었다. 거기다 흑무림맹의 3인자인 화운사신마저 잃었으니 그 분노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 잘 알아들었으리라 믿고 가보지.”
“이봐, 그런데 홍화린, 그년한테는 말 안하도 되나?”
“나중에 따로 만날 참이네. 그리고 그 여자야 어차피 중원인도 아닌 변방의 이민족.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큭큭큭. 그건 그렇지.”
마태룡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튼 고맙소이다. 무림맹주님.”
“흥.”
천유성이 걸음을 막 옮기려고 하는 순간!
콰앙!
천유성의 바로 옆, 두 치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폭발이 터지며 커다란 구덩이가 파였다. 마태룡이 마찬가지로 권풍을 날린 것이다.
“내 성격 알잖나. 받은만큼 갚아주는거.”
“······.”
“잘 살펴가시게. 허허허.”
천유성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는 마태룡을 뒤로 한 채 동굴을 벗어났다. 홀로 남은 마태룡은 이를 부득 갈며 붉은빛이 도는 눈으로 중얼거렸다.
“네놈이 말하지 않아도 곧 강남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니 기대하고 있거라.”
***
화산파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매검투가 마침내 열렸다.
장문인을 비롯한 장로들, 도사들이 전부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매화검수들도 빠짐없이 자리를 지켰다.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지강백에게 마련된 자리는 천운자의 바로 옆자리였다. 연회나 공적인 자리에서 앉은 자리가 가지는 의미는 곧 그 사람의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냈다. 지금 지강백의 위치는 장문인과 동급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에 늙은 원로들은 불만을 표시했으나, 천하의 매화검선이 당연하다는 태도를 보이자 다들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남궁미향의 자리는 없었다. 오늘 그녀는 관객이 아닌 참가자의 신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강백은 기대되는 마음으로 비무의 시작을 기다렸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녀가 이기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실제로 내가 예상한 비무의 결과도 향이의 승리다. 홍련이의 재능이 더욱 뛰어나고 무서운 속도로 실력이 늘고 있다 하나, 향이는 그간의 경험과 재능이 더해져 이미 완숙한 절정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방심하지만 않는다면 향이의 승리일 것이다.’
물론 남궁미향이 우승한다고 해도 지강백은 상관없었다. 홍련은 내년 매검투까지 화산파에서 계속 훈련시켜도 딱히 상관은 없었으니까.
‘힘내. 부인.’
지강백은 마음속으로 남궁미향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번 매검투는 남궁미향과 홍련의 결승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때문에 화산의 모든 도사들도 두 사람의 결승을 가장 궁금해했다.
한쪽은 검으로는 강호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유망하며 검왕가(劍王家)로 불리는 남궁세가의 여검사.
다른 한쪽은 화산파에서 가장 자질이 훌륭했던 천화 진인의 검을 계승한 유일한 제자이자 뛰어난 재능을 가진 화산파의 여검사.
거기다 두 여인 모두 천하절색의 미모를 겸비했다.
당연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남궁미향은 매검투가 시작되기 전, 인사나 할 겸 해서 홍련에게 다가갔다.
“잘 부탁해요, 홍 소저. 좋은 비무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저도요. 남궁세가의 검을 실제로 상대할 수 있다니 기대되는데요?”
홍련도 정중히 예를 갖추며 대답했다. 존경해 마지않는 스승의 부인이니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그때, 지강백이 남궁미향을 향해 환한 웃음을 보냈다. 그러자 남궁미향은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사르르 녹아내린 방심(芳心)은 홍련을 향해 가볍게 손짓을 하는 지강백의 모습에 금세 바뀌었다.
거기에 더해, 뭐가 좋다고 방실방실 웃으며 볼을 붉히는 홍련의 얼굴을 보자, 기분이 나쁜 정도가 아니라 불쾌감까지 느껴졌다.
‘투지가······아주 샘솟는군.’
남궁미향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