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80)
당문호는 한밤중의 손님을 정중히 맞이했다.
“휘란아, 차를 좀 내오너라.”
“네.”
당휘란은 지강백을 연신 힐끔거리며 방을 나갔다.
둘만 남게되자 지강백은 당문호를 가만히 응시했다.
나이가 좀 들어보이긴 했지만 이전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좀 달라진 게 있다면 정마대전 때보다 독기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 정도?
예전에 이 영감, 무시무시했었지.
정마대전 당시 강에 독을 풀어 마교의 말들이 떼죽음을 당한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 독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지강백은 이곳에 오기 전, 사천당가의 정보를 미리 받아들은 뒤였다.
마교 토벌 이후 강북 이권을 두고 하북팽가와 접전을 벌였으나 팽가의 뒷배를 무림맹이 봐주는 탓에 근 이년 동안 쓰라린 맛을 봐야만 했다. 팽가의 기세가 늘어남과 동시에 사천당가는 이년 동안 급격히 세력이 약화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지강백은 계획을 세웠다.
‘당가를 도와 팽가를 무너뜨린다.’
현재 천유성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팽가. 이들을 먼저 쳐서 무너뜨리고 하북을 손에 넣는 것이 지강백이 원하는 그림이었다. 왜냐하면 지강백의 다음 목표는 바로, 천유성이었으니까.
‘먼저 네놈의 수족을 잘라내는 것부터 시작하마.’
사천당가는 비록 세력이 약화되긴 했지만 한때는 무시무시한 악명을 떨쳤던 공포의 세력이었다. 지금이야 불길이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기름만 부어주면 다시 활활 타오를 것이다.
“차를 내왔습니다.”
“고맙소.”
지강백은 돌려서 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당문호의 성정을 잘 아는 지강백은 어설프게 간을 보다 되려 일을 그르칠 수 있음을 알았다. 차라리 깔끔하게 원하는 것을 밝히고 협력하는 편이 서로에게 편했다.
당연히 외부의 도움이 필요했던 당문호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팽가를 무너뜨린 후, 하북 영토의 절반을 나눠가지는 겁니다. 어떠십니까?”
“물론이오. 그 정도야 얼마든지.”
“좋습니다. 그럼 계획을 세워보도록 하죠.”
팽가를 공격하고 무림맹의 개입을 막기 위해서는 일단 ‘명분’이 필요했다.
정파 강호무림은 흑도처럼 기분에 따라 힘을 휘두를 수 없다. 어디까지나 정의를 위해 힘을 쓴다는 명분이 필요했다. 우리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명분. 그렇지 않으면 강호인들의 신의는 저들에게로 넘어갈 것이다.
“지금껏 놈들이 여러차례 도발을 걸어왔지만 부족합니다. 제대로 놈들을 박살낼 명분이 없소이다.”
“명분이라······.”
지강백이 잠시 고민을 할 때였다.
가만히 경청하던 당휘란이 불쑥 끼어들었다.
“제가 나서보면 어떻겠습니까?”
“휘란이 네가 어떻게 말이냐.”
“당가는 친족의 원수가 누구든 바드시 열 배, 백 배로 갚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친족이 팽가에게 몹쓸 짓을 당한다면 그것야말로 더없이 좋은 명분이 되지 않겠습니까?”
당휘란은 입꼬리를 올리며 덧붙여 말했다.
“마침 팽가의 삼공자가 색을 좋아한다더군요.”
“그자를 접근하게 유도해 추문을 일으킨다?”
“당가의 차녀를 억지로 범하려 한 팽가의 삼공자. 이 정도면 추문 정도가 아니지요.”
당휘란은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다 말하면서도 여전히 자신만만했다.
“물론 미리 함정을 설치해놔야지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지강백은 당휘란을 응시하며 눈을 빛냈다.
확실히 독왕가(毒王家)라 불리는 당가의 영애 답게 두려움 따위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두려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자신을 기꺼이 미끼로 내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당문호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딸에게 물었다.
“네가 할 수 있겠느냐?”
“맡겨주십시오. 아버지.”
당휘란의 말에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제갈 가주께서는······.”
“신호를 보내면 곧장 병력을 움직이겠습니다. 대응을 할 틈도 없이 들이칩시다.”
지강백은 당문호와 손을 굳게 맞잡았다.
***
며칠 뒤, 당휘란은 자신의 생일을 맞아 소소하게 연회를 연다는 소식을 알렸다.
여기에는 특별히 당휘란이 초대한 후기지수들만 참석할 수 있었는데, 그중에 팽가의 삼공자, 팽서훈(彭恕訓)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사천제일미로 이름난 당휘란이 자신을 초대했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심지어 참석자 명단에는 전부 이름난 후기지수들만 있었는데, 심지어 그곳에는 제갈세가의 가주인 제갈빈까지 있었다.
생일 연회의 격이 그가 참석한 것만으로 몇 배는 뜬 것이다.
팽서훈은 마치 자신이 제갈빈과 동급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맛보았다.
그의 곁에 있던 방계의 자제들과 주변 가문의 친구들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야, 이제 사천의 당가도 팽가에는 한 수 접어들고 가는 건가?”
“흘러가는 세를 직감한 거지. 무림맹이 팽가의 뒤를 받쳐주고 있는데 감히 제깟것들이 어쩌겠어? 지금이라도 잘보여야지. 흐흐.”
“야, 부럽다. 당가의 차녀가 그렇게 미색이 출중하다던데. 이러다 우리 서훈이 눈이라도 맞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팽서훈은 팽인호가 늘그막에 낳은 금쪽같은 아들로, 집안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란 자제였다. 때문에 아직 철이 없고 남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사는 것을 즐겼다.
지금도 친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자 기분이 좋아진 팽서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글쎄다. 솔직히 궁금하긴 해. 원래 독을 품은 꽃이 더 아름다운 법이잖아?”
“아무튼 부럽다. 듣기로 거기 제갈세가 가주까지 온다며? 우리랑 동년배인데 벌써 강호 원로 취급 받고 있다더라.”
그 말에 팽서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같은 나이임에도 하늘과 땅처럼 차이를 보이는 제갈세가의 젊은 가주는 팽서훈의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이번 기회에 그 자식 얼굴도 한 번 보고 오지 뭐. 실제로 그렇게 계집애처럼 생겼다는데. 친해져서 나쁠 것도 없고.”
“그럼그럼. 강남에 그렇게 물 좋은 곳이 많다지 아마?”
“큭큭. 하여간 이 새끼들은 생각하는 게 전부 똑같다니까.”
팽서훈은 당휘란의 생일 연회를 잔뜩 기대하며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
당휘란의 생일 연회는 사천의 고급 다루에서 화려하게 열렸다.
사천에서 유명한 최고급 요리와 자리를 빛내줄 악단과 극단, 그리고 오색 등불과 각종 장식들로 한껏 꾸몄다.
그곳에 참석한 후기지수들 또한 각종 거대 상단의 자제와 고관대작의 자제, 거대문파의 제자나 유력 세가의 자제 등 다양했다.
팽서훈은 들어가자마자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좌중의 시선이 막 다루에 들어온 지강백에게 쏠렸다.
신기하게도 백발로 변한 그는, 반짝이는 백발과 새하얀 피부, 아름다운 외모가 만나 마치 천인과도 같은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저분이 그 옥룡 제갈빈 대협······.”
“명성에 걸맞게 뭔가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어보여.”
“아, 저런 분의 아내가 된다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지 상상도 안 된다.”
“풋, 유혹이라도 해보려고? 아서라, 옆에 천하제일미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어딜!”
팽서훈의 옆에 있던 고관대작의 영애들이 감탄을 내뱉었다.
그때, 이 연회의 주인공인 당휘란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랏빛 비단옷에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그녀가 등장하자 마치 환한 빛이 연회장 안을 비추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루 안의 청년들은 입을 벌리며 멍하니 그녀의 미모를 감상하고 여인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왜 그녀가 당문의 독화(毒花)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제 생일 연회를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변변찮으나 부디 마음껏 즐기시기를.”
당휘란은 연회장을 돌아다니며 한 사람 한 사람씩 인사를 전했다. 인사를 받는 사람들은 그녀의 얼굴을 훔쳐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팽서훈에게 다가오기 전, 지강백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갈 가주님. 옥룡의 미모에 제가 부끄러울 정도로군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하하.”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그 모습에 팽서훈은 왠지 모를 질투심에 입맛을 다셨다.
그때, 당휘란의 고개가 팽서훈을 향해 돌아가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어머, 팽 공자님!”
당휘란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팽서훈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팽서훈이 당황한 표정을 짓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마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제갈세가의 가주 앞에서도 형식적인 인사를 늘어놓던 당휘란이 팽가의 공자 앞에서는 저리도 밝은 모습이라니!
마치 제갈세가의 가주보다 팽가의 공자가 더 중요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가.
예상외의 환대에 팽서훈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당휘란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와주시니 정말 기쁩니다. 오시는 길이 힘들지는 않으셨는지요?”
“아, 뭐······괜찮았습니다.”
한동안 당황하며 대화를 나누던 팽서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모두가 자신을 주목하고 있었다. 일부는 혹시 둘 사이에 무슨 깊은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며 수군거리는 목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저편에서 씁쓸한 표정을 짓는 제갈빈의 모습도 보였다.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며 자존심이 치켜 올라갔다.
‘이거 기분 꽤 괜찮군.’
당휘란이 체면을 세워준 덕분에 팽서훈은 즐겁게 연회를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연회가 끝날 무렵, 다시 당휘란이 그에게 다가왔다.
“이제 들어가시는 건가요?”
팽서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전 팽 공자와 둘이서 한 잔 더 하고 싶었는데······.”
살짝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리는 모습에 팽서훈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마치 작정하고 자신을 유혹하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심지어 저런 미인이라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팽서훈은 평소에도 여자를 매우 좋아했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을 망설였다.
그런 그의 표정을 아주 잠깐 응시하던 당휘란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어쩔 수 없지요. 그럼 다음 기회에······.”
“아, 아닙니다. 미인과의 술자리를 거절할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좋습니다.”
팽서훈은 황급히 말을 꺼냈고, 그제야 당휘란이 활짝 웃어보였다. 팽서훈은 그 웃음마저 황홀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준비해둔 자리로 가시지요.”
“흠흠.”
팽서훈은 헛기침을 하며 당휘란을 따라 으슥한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구석진 자리에서 그 모습을 보던 지강백이 피식 미소지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없이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연회장을 나온 그는 다루의 뒤쪽으로 돌아가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왔고, 그곳에는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기녀 한 명이 있었다.
지강백은 그녀에게 물었다.
“시킨 일은 잘 했느냐?”
기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병 한 통을 옷소매 속에서 꺼내보였다.
“짐승에게도 듣는 춘약(春藥)입니다. 득도한 고승이라도 여인을 눈앞에 두면 환장해서 달려들 것입니다. 이미 팽서훈이 마실 술병에 타두었습니다.”
“수고했다.”
지강백은 기녀의 손에 금자 몇 냥을 건네주었고, 기녀는 소리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홀로 남은 지강백은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마지막으로 즐기는 술자리가 될 테니 원없이 즐겨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