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87)
다음 날 지강백은 곧장 수하를 보내 팽인호가 숨겨둔 재산을 모조리 쓸어담았다. 이 돈은 제갈세가의 강북 진출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다.
다음은 남은 팽가의 잔당들에 대한 처분 문제였다.
고민 끝에 지강백은 당문호와 상의를 마친 뒤, 잔당들에게 어느 정도의 자금을 나눠주고 하북을 떠나는 조건으로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이들은 무인이 아니며 딱히 권력이나 힘이 있는 자들이 아니다. 살려준다고 해서 딱히 뒤탈이 있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팽연화가 간곡히 부탁해왔다.
그렇게 처분이 끝난 후, 제갈세가의 강북 진출이 이뤄졌다.
지강백은 오랜만에 강남으로 내려가 제갈세가의 중인들을 불러모았다. 하북에 가서 지부를 세우고 관리할 인물들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제갈세가의 혈족들은 직계나 방계 할 것 없이 너도나도 명단에 들어가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강북 진출에 합류한다는 것은 곧 지강백의 눈에 띄는 것과 동시에 단숨에 중책으로 올라선다는 의미였다.
“호남 지부의 지부장, 제갈소영(諸葛素英)입니다.”
“이번에 총관 대리로 들어온 제갈용(諸葛龍)입니다. 가주님.”
“진무당 부당주 제갈호영(諸葛虎影)입니다.”
“저는······.”
최종으로 낙점된 열 명의 인물들이 지강백에게 차례대로 예를 갖추었다. 그리고 제갈세가의 세 최고수 중 한 명인 옥린검후 제갈연이 함께하기로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가주님.”
다들 우수한 인재였다. 지강백은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가의 하북 진출은 강북 접수를 위한 첫 무대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전쟁의 선봉에 선 여러분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니 잘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회의장 내 사람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입을 모아 외쳤다.
그러나 총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총책임자로 낙점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 가주님. 혹시 총책임자로 점찍어둔 분이 계십니까?”
“그렇습니다. 아주 뛰어난 인물이지요.”
“오, 가주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기대되는군요. 누굽니까?”
“지금 만나러 가야지요. 좀 멀리 있거든요. 무림학관.”
“무림학관이라면 중원제일로 손꼽히는 학관 아닙니까. 하남 낙양에 있는······.”
“네. 졸지에 삼고초려하는 유비 흉내 좀 내보겠네요. 금방 갔다올 겁니다.”
***
무림학관은 중원에 존재하는 수백여 개의 학관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는 곳이었다. 오래 전 무림맹주였던 인물이 직접 설립하고 지금도 무림맹의 지원을 받는 곳이다. 지금 무림학관에 부임하고 있는 관사들도 대부분이 무림맹 출신 무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무림학관의 졸업생들은 조정에서도 눈여겨보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조정의 군부는 그 해 졸업생들 중 특별히 무예가 뛰어난 관생들을 데려가기도 한다.
지강백은 낙양에 도착하자마자 무림학관으로 향했다.
젠장. 무슨 관생들이 이렇게 많을까. 초입부터 우글거리는 관생들 탓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그때 지강백을 발견한 무림학관에 근무중인 제갈세가 사람이 깜짝 놀라며 달려왔다.
“죄, 죄송합니다 가주님! 제가 잠깐 졸아가지고······.”
“괜찮소.”
이 사내의 이름은 제갈호(諸葛浩). 제갈세가의 기관진식을 공부하는 기술자였다. 그는 흘러내린 애체(靉靆:안경)을 고쳐쓰며 말했다.
“그런데 차라리 관주님께 말씀하셔서 편히 오시지, 왜 이렇게 힘들게 오십니까?”
만약 지강백이 온다는 것을 알리면 그날 관주를 비롯한 관사들이 전부 집결해 지강백을 맞이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옥룡대를 제외하면 따로 시종도 두지 않은 혼자였다.
지강백은 무림학관을 쓱 둘러보며 대답했다.
“누이의 얼굴이나 보러 온 건데, 굳이 소란을 피울 이유가 있겠소?”
지강백은 제갈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자, 갑시다. 진법을 공부하는 곳이 어디오?”
지강백은 제갈호의 안내를 받아 진법을 공부하는 건물로 들어왔다. 일 층부터 거대한 지도와 팔괘 방위를 그려놓은 종이가 벽에 걸려 있었다. 거기에 더해 지강백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갈겨쓴 글씨가 군데군데 보였다.
아주 가끔씩 지강백을 향해 관도들이 시선을 보내기는 했지만 하루종일 공부만 하는 청년들은 지강백을 잘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아름다운 외모에 백발이 특이해 눈길이 갔을 뿐이었다.
계단을 따라 이 층으로 올라가자 한창 수업을 듣고 있는 학도들이 보였다. 그리고 건너편에서 서책과 두루마리를 한아름 안아들고 이쪽으로 오는 여인이 보였다.
“앗! 제갈 선생님!”
여인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지강백은 오랜만에 만나는 누이를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제갈경 누님.”
“빈이?”
제갈경의 놀라는 모습이 신선했다.
***
오랜만에 본 제갈경은 이전의 지적이고 단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피로에 찌든 여느 학도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제갈경은 자신의 객방으로 지강백을 데려온 뒤 차를 내왔다.
“오랜만에 본 동생에게 대접할 거라곤 이것밖에 없네.”
“괜찮습니다.”
지강백은 차를 마시며 제갈경의 방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성격과 맞게 잘 정돈된 방에는 진법과 관련된 서책과 종이가 군데군데 걸려 있었다. 현재 제갈경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학도들 가르치면서 나도 진법 공부중이야. 황실에서 오신 진법가 선생님께 여러 가지 진법을 배우고 있어. 실력도 빠르게 늘고.”
“할 만 한가요?”
“응. 재미있어. 환경도 맘 편히 진법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
“다행이군요.”
제갈경은 차를 홀짝이며 물었다.
“그래도 강호 돌아가는 일은 전부 듣고 있어. 네 영웅담 말이야.”
“영웅담이라니 부끄럽네요.”
“남궁세가를 무릎꿇리고 강남을 접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놀라는 수준에서 그쳤는데 지금 강북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것도 네 작품이지?”
“네.”
“예상은 했지만 믿겨지지가 않네. 네가 강호를 뒤흔들수록 날 바라보는 시선도 확 달라지거든. 가끔은 부담스러울 정도야.”
“하하.”
제갈경은 눈을 빛내며 질문을 이어갔다.
“그래서, 지금은 뭘 준비하고 있어?”
“하북을 양분해 그곳에 강북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려고요. 지금 지부 설립과 그곳을 다스릴 사람들의 명단도 만들어뒀습니다. 적어도 열흘 뒤에는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갈 겁니다.”
“하북으로 만족하지는 않을 거지?”
“당연하죠. 겨우 하북 정도로는 만족 못 합니다. 강북 전체라면 모를까.”
“아버지가 보시면 기뻐서 다시 돌아가시겠네. 후후.”
제갈경의 씁쓸한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말대로 제갈현이 이때까지 살아있었다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정말 기뻐서 쓰러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창 바쁠 텐데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지강백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투덜거렸다.
“누님! 그냥 얼굴 보러 왔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겁니까?”
“어쭈, 이젠 너스레도 떨 줄 아네. 내가 널 몰라? 한 대 맞기 전에 바른대로 불어.”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웃는 도중에도 지강백은 제갈경이 가족으로 인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한바탕 웃고 난 뒤, 지강백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명단에 총책임자의 자리는 비워놨습니다. 누님이 맡아주세요.”
“내겐 너무 과분한 자리야. 재대로 할 자신도 없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기대와 흥분의 눈빛을 숨기지는 않는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충분히 생각해보고 결정해주세요.”
이런 인재를 진법 공부 정도로 썩히는 건 재능 낭비다.
제갈경은 보다 큰 물에서 놀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
그로부터 사흘 뒤, 제갈경으로부터 서신이 날아왔다. 무림학관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강북으로 올라가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강북 진출을 위한 준비가 끝날 무렵, 지강백은 당문호와 함께 하북의 유명한 기루에서 연회를 가졌다. 하북을 얻은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팽인호 그 작자가 한때 얼마나 찌질하고 비굴한 작자였는지 모르시지요? 하아-. 그땐 제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던 한낱 칼잡이 놈이 가주를 먹고 제 딸년 이용해 무림맹주랑 뒷문을 트더니 어찌나 건방을 떨던지. 놈을 제 손으로 해치우지 못한 것이 한입니다. 한.”
잔뜩 취한 당문호가 술잔을 비우며 껄껄 웃었다.
“한때 함께 강호를 누볐던 벗들도 떠나고 이제는 이루고자 하는 야망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제갈 가주를 만나고 또 이렇게 불꽃을 피우게 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제갈 가주. 이참에 당가와 제갈가가 힘을 합쳐 이 강호를 접수하는 건 어떻습니까? 지금 이 강호의 기운이 우리 둘을 감싸고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
당문호는 벌써 강북 전체를 접수한 것처럼 얘기하고 있었다.
지강백은 그가 그저 한심해 보였지만 겉으로는 웃어보였다.
“저희가 팽가를 밀어내고 하북을 접수했으니, 모용세가는 저희를 견제할 것입니다.”
“흥! 그깟 변방 오랑캐의 자식들 따위, 뭐가 두렵겠습니까? 아니지, 이번 기회에 모용세가나 그 떨거지들도 전부 밀어버립시다. 뭐 어려울 게 있겠습니까? 그리고 오대세가가 아니라 강호의 두 양대산맥으로 당가와 제갈가가 우뚝 서는 겁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사내로 태어나 그 정도 야망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크하하! 역시! 제갈 가주를 보고 있자면 마치 제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제갈 가주, 어쩜 그리 제 젊은 시절과 똑같이 생겼습니까? 일찍이 만났다면 벌써 사위로 삼았을 텐데, 이미 혼약을 치르신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지강백은 싸늘히 눈을 빛냈다.
양대산맥? 웃기지 마라. 내게는 너희 또한 언젠가는 물어뜯을 먹잇감일 뿐이야.
허나 그의 말대로 모용세가도 차차 무너뜨릴 준비를 해야 한다. 놈들은 자신을 견제할 것이고, 멀지 않은 때 틈을 노려 기습을 걸어올 터였다.
어떻게 해야 이놈도 처리하고 모용세가도 함께 무너뜨릴 수 있을까······.
“영웅호색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영웅은 삼처사첩이 흠이 아닙니다. 당연히 영웅에게는 여인들이 따르는 법이지요. 그러니 저희 딸도 한 번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심히······허허.”
지강백은 만취한 채 헛소리를 늘어놓는 당문호를 가만히 응시하며 생각했다.
수하들이 당문호를 부축해 연회장을 떠나자, 지강백의 곁으로 황금성주 장택산이 다가왔다.
“언제 왔나?”
“어제 막 올라왔습니다. 황금성에서 강북 진출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하느라 바빠서요. 다음 목표는 당가입니까?”
역시 장택산이다. 척하면 척 눈치를 챘다.
지강백은 빈 술잔에 술을 따르며 중얼거렸다.
“모용세가와 당가, 이 둘을 동시에 무너뜨리고 싶은데······어찌 좋은 방법이 없겠나?”
“뭐 어려울 것도 없지요. 두 놈이서 박 터지게 싸우게 하고 이긴 놈만 잡아먹으면 쉽지 않습니까.”
“어부지리를 노리자?”
“돈과 노력도 안 들이고, 강북도 손쉽게 접수하고. 뒤탈도 없고. 일석삼조 아닙니까.”
장택산이 큭큭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지강백은 술잔을 단숨에 비우며 피식 웃어보였다.
“마음에 드는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