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95)
쏴아아-.
강물 흐르는 소리와 갈댓잎 나부끼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다. 시원한 밤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머리 위에는 푸른 달빛이 떠 있었다.
“좋은 곳이군.”
종남파 장문인 도영후는 입꼬리를 올리며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들었다.
“네놈과는 다르게 우린 정마대전에서 극악무도한 마교도 놈들을 직접 상대해온 사람들이다. 쌓아온 경험의 질이 다르다, 이 말이야. 오늘 아주 그 잘난 콧대를 꺾어주마.”
지강백은 속으로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자신들이 지금 누구를 상대하는지 알면 놀라 자빠질 것들이.
종남파 장문인 도영후. 이놈은 정마대전 당시에도 자신과 마주쳤다 하면 제대로 싸울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뒤로 물러나기를 반복하던 놈이다. 실력도 용기도, 그닥 봐줄 만 한 놈이 아니었다.
진짜 정마대전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자들은 적어도 이곳에는 없었다.
“그럼, 이참에 한 수 가르침을 주십시오.”
“울며 사정해도 늦었다. 겁 없이 나댄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그때,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공동파 장문인 심청윤(沈靑潤)이 나직이 경고했다.
“조심하십시오. 도 대협. 어린놈이라 해서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잊었습니까? 저 젊은 가주가 흑무림맹의 화운사신을 쓰러뜨렸다는 사실을.”
도영후가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자신이 당할 수도 있다는 뜻 아닌가?
“별 걱정을 다 하십니다. 심 대협. 아무렴 도 대협이 저 새파란 애송이에게 질 리가 있겠습니까?”
점창파 장문인 장공로(張珙露)가 손을 저으며 중얼거렸다.
심청윤은 당연히 그럴 리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자존심이 단단히 상한 도영후는 눈빛을 불태웠다.
“그럼, 바로 시작하지.”
우웅!
그의 전신에서 폭풍과도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종남파 무공, 헌천건강공(玄天乾綱功) 특유의 거칠과 날카로운 기파였다.
‘화운사신을 쓰러뜨렸다고 하니 천운이 따랐다고 해도 보통은 아닐 터. 이전에 무당논검대회에서 보여준 무에도 그렇고. 그러니 가벼이 보지 않고 전력으로 스러뜨려주마.’
도영후 자신도 화운사신과 붙어서 승리한다는 확신이 없었다. 그는 지강백이 천운으로 화운사신을 이겼으리라 짐작했다.
“하압!”
타다닷!
선공은 도영후였다. 그는 단번에 지강백의 근처로 접근해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수십 갈래의 검영이 지강백을 뒤덮었다.
채채채채채챙!
지강백이 월영검을 들어 검격을 막아내자, 허공에서 불똥이 튀었다.
‘100초식을 받아주고 끝낼 수도 있지만, 그걸로는 성에 차지 않지. 압도적인 무력의 차이를 느끼고 무릎꿇어라!’
도영후는 내력을 한껏 끌어모은 다음, 바닥을 박차고 공중에 날아오름과 동시에 검을 내리쳤다.
그러자 오싹한 파공음을 내며 검기가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종남파의 대표 검술인 태을분광검(太乙分光劍)의 괄구마광(刮垢磨光) 초식이었다.
쇄애애애애액!
지강백은 날아드는 검기를 응시하며 맞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칼바람이 허공에 쏘아져 나가며 검기를 요격했다.
풍신환원공, 화발다풍우 초식이었다.
콰과광! 기파가 충돌하며 폭음이 울렸다.
도영후는 바닥에 착지함과 동시에 지강백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슈웅! 지강백은 고개를 돌려 검을 피함과 동시에 도영후의 옷깃을 붙잡고 그대로 비틀었다.
직후, 도영후는 시야가 빙글 돌며 거꾸로 몸이 뒤집히고 말았다. 풍신환원공, 풍전등화 초식이었다.
“이건 또 무슨?”
도영후가 당황할 틈도 없이, 지강백이 그대로 검을 내리쳤다.
도영후는 이를 악물고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낙법을 하는 동시에 뒤로 몸을 날려 검을 피했다.
얼굴과 몸에 진흙을 잔뜩 묻힌 그가 얼굴을 구겼다.
“이런 잔재주 따위에 망신을······헉!”
도영후는 깜짝 놀라며 지강백을 쳐다보았다. 지강백의 주변에서 푸른 강기가 솟구치며 커다란 용의 형상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청룡신공의 시작이었다.
“처, 청룡신공! 네가 어떻게 그 무공을!”
지강백은 대꾸 없이 도영후를 향해 짓쳐들었다.
단숨에 도영후의 지척까지 파고든 지강백이 몸을 빙글 돌리는 것과 동시에 검을 크게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검을 타고 흐르는 푸른 강기가 마치 용의 발톱처럼 거대한 형상을 그리며 도영후를 노려왔다.
청룡신공의 용각투(龍刻投) 초식이었다.
쩌어엉! 검을 들어 막아낸 도영후의 전신이 크게 흔들렸다.
마치 몸 내부에서 폭탄이 터진 것과 같은 충격이 밀려들었다.
“크윽!”
도영후는 이를 부득 갈며 충격을 해소하려 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 100초 따위는 남아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가 충격을 해소할 틈도 없이 지강백의 연격이 날아들었다.
후웅!
지강백은 검을 두 손으로 쥐며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그러자 푸른 용이 원을 그리며 위에서 도영후를 뒤덮었다.
청룡신공, 원룡고와(元龍高臥) 초식이었다.
콰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치솟았다.
간신히 몸을 빼낸 도영후는 옷이 찢어지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숨을 헐떡거리며 거리를 벌렸다.
손등으로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은 그가 물었다.
“청룡신공은 검신의 무공이다. 제갈빈, 너는 검신의 후계자였느냐?”
“그렇습니다.”
딱히 변명할 거리도 없던 지강백이 순순히 수긍했다.
바로 그때, 눈을 질끈 감은 도영후가 검을 내던졌다.
그리고 긴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검신의 후계자라면 그 강함도 전부 이해가 되는군. 그는 우리 역시 마음 속 깊이 존경하던 무인이었다. 후게자 한 명 남기지 않고 천마의 손에 당해 어찌나 통탄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여기 이렇게 훌륭히 그의 무공을 승계받은 젊은이가 존재했을 줄이야.”
도영후는 지강백을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내 무례를 용서해라. 검신의 후계라면 분명 정도를 걷는 인물일 터. 그의 제자라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만히 듣고 있던 지강백은 하마터면 실소를 뿜을 뻔 했다.
이렇게 간단할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밝혔을 것인데······.
뒤이어 공동파의 심청윤과 점창파의 장공로도 따라서 포권을 취했다.
도영후는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의 시험은 끝났지만 다른 수장들은 어떤 시험을 줄지 모르니 조심하거라. 그리고 사죄의 의미로 너를 종남산에 초대하마. 언제든지 들르거라.”
예상했던 것보다 더 황당하게 끝난 시험이었다.
하늘에 있는 서태조에게 감사 인사라도 전해야 될 판이다.
지강백은 실없는 미소를 지으며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
다음 날.
“검신 서태조의 제자였다니, 참으로 놀랍군. 그 독불장군 녀석이 설마 말년에 제자를 두었을 줄이야. 뭐, 최강의 무공이 전승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겠다만······.”
“검신의 제자라면 자격이 차고도 넘치지요. 오히려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정의로운 협객이 강호를 지켜준다니 든든하지 않습니까? 허허.”
지강백은 자신의 앞에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두 노인네를 가만히 응시했다.
여기서 두 노인네란, 바로 곤륜파의 화운 진인과 청성파의 천용 진인을 말했다.
아침 댓바람부터 ‘시험을 보러 왔다.’라면서 다짜고짜 쳐들어와서는, 자신을 앉혀놓고 몇 시진 째 수다를 떠는 게 아닌가?
천용 진인은 부드러운 눈길로 지강백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자네에 대한 소식은 계속 전해듣고 있었네. 강남을 평정할 때에도 중소문파나 세가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그 외에도 참 훌륭한 소문들을 전해들었네. 이런 협객이야말로 강호를 이끌어나갈 적임자가 아닌가. 이미 우린 자네를 인정했어.”
“그럼 시험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지강백의 물음에 천용 진인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시험? 그냥 핑계삼아 자네랑 얘기나 나누고 싶어서 말이지. 하하. 여기 천용 진인도 마찬가지고.”
“아아, 예······.”
지강백은 귀찮다는 듯 몰래 한숨을 내쉬며 차를 홀짝였다.
***
이걸로 공동, 점창, 종남, 곤륜, 청성은 끝났고, 나머지는 무당과 소림, 화산과 아미, 그리고 개방뿐이다.
그 중에서 소림과 무당, 화산은 시험을 치를 뜻이 없음을 알렸으니, 남은 대상은 아미와 개방, 단 두 군데 뿐이었다.
시험이든 뭐든 빨리 끝낼 것이지, 뭘 준비하기에 며칠씩이나 시간을 끄는 걸까?
아미파에서 정식으로 시찰이 날아온 건 천용 진인과 화운 진인이 들렀다 간지 딱 보름째 되던 날이었다.
서찰에는 아미파로 직접 찾아와 시험을 치라는 짤막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지강백은 그 길로 아미파가 위치한 사천 아미산으로 향했다.
아미산은 대대로 여자 승려들만 받는 곳이라 그런지, 남자의 출입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지강백은 곳곳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여승들의 눈빛이 매우 껄끄러웠다.
그렇게 안내자를 따라 커다란 사찰로 들어서자, 불혜 사태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시게. 기다리고 있었네.”
불혜 사태는 사찰 중앙에 있는 커다란 원진 가운데 있었고, 그 주변을 여승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제갈 가주, 시험을 받을 준비는 되어 있는가?”
“물론입니다. 시험의 주제를 알려주시지요.”
“간단하네. 이 원 안으로 들어오시게.”
지강백은 망설임 없이 당당한 걸음걸이로 원 안에 들어왔다.
불혜 사태가 원 밖에 있는 여승들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여승들이 바닥을 몇 번 건드렸다. 그러자 원진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건 아미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항마팔진(抗魔八陳)이네. 이 안에서 사이한 기운을 지닌 자는 그 힘을 쓰지 못하지. 심신이 악하고 내력이 탁한 자들 역시 마찬가지일세.”
지강백은 몸에 이상이 오는 것을 깨닫고 눈살을 찌푸렸다.
전생과 다르게 마공을 익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지강백의 단전에는 제석천의 혼이 자리잡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신물(神物)인 만큼 진법의 힘에도 대항하는 듯 보였으나,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지강백은 쯧 하고 혀를 찼다.
‘저 영악한 비구니가······. 외통수에 걸렸군.’
준비를 마친 불혜 사태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험은 간단하네. 여기서 나와 대결을 펼쳐 반 시진 동안 버티면 되네. 원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고 말이지. 물론 나를 이겨도 되고. 어떤가?”
“좋습니다.”
지강백은 옷깃을 걷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차피 제석천의 힘을 쓸 생각은 아니었지만, 도영후와의 대결과 다르게 지금은 행동의 제약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조금 진지하게 대결에 임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 불혜 사태는 이번 기회에 제갈빈이라는 사내의 진면목을 낱낱이 파헤쳐볼 생각이었다.
‘네놈이 진짜 정도를 걷는 협인이라면 이 항마팔진의 안에서도 능히 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터다. 허나 그게 아니라면, 나는 네놈을 결코 살려둘 수 없다. 감당하지 못할 악(惡)이 거대한 권력을 지니는 건 천마, 그 인간 하나로 족해.’
불혜 사태는 한때 강호를 두려움에 빠뜨렸던 사내, 지강백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두 사람은 무기를 두고 맨손으로 겨루기로 합의를 본 뒤, 자세를 잡았다.
“그럼, 시작하지.”
“잘 부탁드립니다.”
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두 사람이 원의 중앙에서 격돌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