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97)
“잘 하셨습니다. 개방의 힘은 확실히 쓸만할 겁니다.”
함께 차를 마시던 도중, 장택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택산의 황금성은 이제 전성기 시절의 위치를 잡아가고 있었다. 애초에 지강백이 이렇게 활발히 강호를 평정시키며 안정적으로 영토를 넓힐 수 있었던 것도, 전부 황금성이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덕분이었다.
“구파일방까지 넘으셨으니 이제 강호에서 교주님을 건드릴 세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군요. 이제 복수에만 전념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자네를 보자고 했어.”
지강백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남궁천, 청파는 비교적 작은 세력에 속한 자들이라 처리하기가 쉬웠지만, 다른 놈들은 이전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다들 거대한 성 뒤에 자신을 숨기고 있으니까.”
“그럼 누굴 먼저 치실 생각이십니까?”
“홍화린.”
북해의 빙후이자 드넓은 빙궁의 지배자. 북방 이민족들을 규합하여 제국과 날선 신경을 주고받는, 국가적으로도 주시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녀의 이름을 들은 장택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빙궁은 교류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특히나 폐쇠적인 성향이 강한 곳이지요. 몰래 잠입해서 목을 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고······그렇다고 청파 진인 때처럼 친분을 쌓아 접근하기도 힘들지 않겠습니까? 거리가 너무 머니까요.”
“그럴 생각은 없다. 애초에 홍화린은 외부인을 신뢰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럼······?”
지강백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장택산을 응시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난 홍화린의 모든 것들을 무너뜨릴 작정이다. 남궁천 때는 그의 가문을 집어삼켰고, 청파 때는 그의 명성을 바닥 끝까지 추락시켰다. 홍화린도 그와 걸맞는 절망을 느껴야 내 복수는 비로소 이뤄진다. 장 성주, 홍화린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글쎄요. 그게 뭡니까?”
지강백이 답했다.
“부족. 그녀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건 빙궁의 궁인들과 북해의 수많은 부족들이다. 난 그들을 전부 쓸어버릴 작정이다.”
“흐음······. 허나 북해와 전면전을 벌였다가는 황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 쪽 피해도 가늠할 수가 없고요. 이건 진짜 전쟁을 벌이는 셈이니까요.”
“그래.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곳의 힘을 좀 빌려야지 싶다.”
“다른 곳이라 하심은······.”
장택산의 물음에, 지강백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황실.”
“네?”
“북해와 황실의 전쟁을 유도할 것이다.”
장택산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지강백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지강백은 언제나 그랬듯, 이런 중대한 문제에서 농을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내게 계획이 있다. 아마 홍화린은 전쟁을 벌이지 않고는 버틸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궁금합니다.”
“십이 년 전, 그녀가 빙후에 오르는 즉위식에 참여하느라 북해에 들른 적이 있었지. 그때 듣게 되었다. ‘북해의 보물’에 대해서.”
“북해의······보물이요?”
“그래. 정확히 말하면 신물(神物)이라고 할 수 있겠군. 북해의 심장이자 빙궁을 지탱해주는 기둥과도 같은 물건이니까.”
“허어. 그런 물건이 존재했습니까?”
홍화린 그녀도 결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십이년 전, 친우에게 가르쳐준 비밀이 자신을 파멸시킬 결정적인 실수였다는 것을.
“그 물건을 몰래 가지고 중원으로 돌아오면 분명 홍화린은 눈이 뒤집혀 달려들 것이다. 그럼 황실이 나서지 않을 수 없겠지.”
지강백은 차가운 냉소를 지어보였다. 그러자 장택산은 졌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정말······이럴 때 보면 예전과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아무튼, 전쟁을 유도하기 위해 북해에 다녀올 참이다.”
“혼자 가시지요?”
“그래.”
“에휴, 알겠습니다. 북해라, 꽤 걸리겠네요.”
바로 북해로 떠날 생각은 아니었다. 엄청난 거리인 만큼 단단히 준비해야 했고, 천마림에도 들러야 했다. 북해의 보물을 성공적으로 훔치려면 익혀야 될 무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전무후무 최고의 실력을 지닌 괴도(怪盜)의 무공을 말이다.
***
‘분명 천마림에 있다고 들었는데······.’
지강백은 천마림에 도착하자마자 무공서적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검은 표지의 낡은 서적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강백은 서적 겉면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찾았다. 암중영(暗中影)의 무공.”
암중영. 무려 백 년 전에 존재한 도적으로, 당대 최고의 실력을 지녔다고 평가된 천하제일괴도(天下第一怪盜)였다.
주로 타락한 관리나 사파들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죽기 전까지 정체가 드러나지 않고 심지어 황궁 심처도 들락날락했다고까지 전해지는 전설의 인물.
마교에서 그의 무공을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해의 보물을 훔치기 위해 그의 무공을 익히는 것은 필수였다.
귀은무명공(鬼隱無明功).
발자국 소리나 움직이는 소리, 심지어 호흡과 체취, 심장박동 소리까지 완벽하게 지울 수 있는 무공. 강호의 모든 잠형술이나 은신술의 상위호환인 격의 무공이었다.
물론 화경 이상가는, 자연의 기를 느끼는 고수들에게는 완벽히 통하지 않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 외에는 귀은무명공을 알아챌 수 있는 자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최상위의 무공 답게 해석도 난해하고 익히기도 매우 까다로웠으나, 첫 구절에 적힌 글귀를 보고 안도했다.
‘보통 재능을 가진 이들이라면 족히 십 년을 꼬박 수련해야 익힐 수 있지만, 임독양맥이 타통되고 환골탈태를 이룬 몸에 무공 해석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라면 열흘만에 익힐 수 있다.’
열흘이라면 충분히 짧은 시간이었다. 온 김에 이곳에서 바로 익히기로 했다.
***
열흘이면 익힐 수 있다고 했지만, 지강백은 이레 만에 귀은무명공을 모조리 독파했다. 실로 무시무시한 재능이 아닐 수 없었다.
넝마가 된 채로 산을 내려와 풍조객잔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친 다음, 미리 장택산에게 지시해둔 대로 북해에 자신이 방문할 것임을 알렸다. 때마침 교역을 위해 황금성에서 상행을 보낼 예정이었다.
“저희가 중원제일상단으로 다시 자리를 잡자 북해에서 먼저 교역권을 주더군요. 북해와의 교역은 엄청난 이득이니 저희야 바로 승낙했지요.”
장택산은 빠르게 상행을 꾸렸고, 지강백은 상행에 동참했다.
실은 물건들 중에는 홍화린에게 줄 선물도 포함되어 있었다.
북해로 떠나기 전, 지강백은 마지막으로 남궁미향을 찾았다.
남편이 북해로 간다는 사실에 그녀는 불만을 표했다. 분명 긴 여정일 것이고, 그동안 볼 수 없다고 생각하자 가지 않았으면 한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그녀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지 않기도 해서 아쉬움이 쌓인 채였다.
지강백은 사흘 동안 그녀와 시간을 보낸 뒤,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북해라······얼마만에 가는 건지.’
십 년도 훌쩍 넘었지만 그 광활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은 잊지 못했다. 문득, 홍화린 그 계집도 그대로일지 궁금해졌다.
***
“걱정하지 마십시오. 빠르게 모시겠습니다. 하하.”
장택산이 북해 상행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안내인은 수십 년 경력의 실력 좋은 인물이었다. 확실히 그는 북해까지 가는 최단 거리를 알고 있어서 시간을 매우 단축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하북에서 북해까지의 거리는 엄청난 여정이었다. 북쪽 국경까지 가는 데만 해도 족히 두 달이 걸렸고, 국경은 지강백이 조정에 힘을 쓴 덕분에 어렵지 않게 금방 통과할 수 있었다.
휘이이잉.
황량한 북쪽 사막을 횡단하는 건 지강백에게도 매우 힘든 일이었다. 천으로 눈을 제외한 얼굴을 전부 감싼 채 거친 모래바람을 뚫고 걸음을 옮겼다.
밤이 되면 일행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야영을 했다. 그때마다 지강백은 홀로 수련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보고 있자면, 아내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전생도 그렇고 현생에도 외로움을 느낀 적은 없었는데······.
“가주님. 이제 곧 북해의 영역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상행을 책임진 행수가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그의 말대로 다음 날, 지강백 일행은 마침내 북쪽의 끝, 북해에 도착할 수 있었다.
푸른 초원과 북방 이민족의 건물들. 복색과 외모까지 전부 다른 곳이었다. 지강백은 외지인들을 위한 객잔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곧바로 빙궁으로 향했다.
빙궁은 거대한 강을 건너고 거친 바위산까지 헤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협곡 사이 어마어마한 크기의 성문을 넘어서자, 눈이 휘둥그해질 만큼 거대한 성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행수는 입을 떡 벌린 채 말까지 더듬거렸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엄청나군요.”
“역사로 따지면 제국보다 더 오래되었을 겁니다.”
마침 겨울인지라 새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빙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강백을 맞이하러 나온 사람은 지강백의 기억에 있는 인물이었다. 체구가 크고 위풍당당한 갑옷을 입은 중년 사내였는데, 분명 빙궁을 수호하는 장군 중 하나라고 했었다.
이미 서찰에 적힌 지강백의 용모를 봐둔 장군은 백발의 사내를 보자마자 북해식으로 예를 갖췄다.
“철노소(鐵努蔬)라고 합니다.”
“제갈빈이오. 만나서 반갑소. 이쪽은 황금성의 장 행수요.”
“저를 따라오시지요. 빙후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세 사람은 거대한 석재 건축물들을 지나 거대한 궁전으로 들어섰다. 궁전 안 넓은 회랑을 따라 걸음을 옮기자 곧 거대한 대전이 나타났다.
대전 안에는 엄청난 숫자의 궁인들이 서 있었고, 중앙의 거대한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사내처럼 큰 키에 강렬한 외모를 지닌 화려한 복장의 여인. 좌중을 압도하는 위압감.
모든 것이 전생에서 보았던 그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괴상하군. 대체 일흔이 넘는 나이에 저 외모는 어떻게 유지하는 건지······.’
그때, 지강백과 홍화린의 눈빛이 딱 마주쳤다. 오랜 친우를 재회한 지강백의 입꼬리가 차갑게 올라갔고, 홍화린 또한 그 유명한 인물을 실제로 보자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이다. 간악한 계집년아.’
‘저 사내가 남궁천을 죽이고 강남을 접수했다는 젊은 고수인가? 아, 이제는 강북까지 차례로 접수했다지. 실제로 보니 더 잘생겼네.’
속으로 건넨 인사가 끝나고, 집주인인 홍화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반가워요. 그대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저야말로 빙후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빙후께 드리려 선물을 좀 가져왔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고마워요. 솔직히 이 먼 곳까지 직접 찾아오겠다는 서찰을 받았을 때는 반신반의했답니다.”
“황금성을 통해 북해의 교역권을 주신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드릴 겸, 북해와 좋은 관계를 쌓기 위해서 직접 발걸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빙후님을 실제로 뵙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요.”
“그런가요? 그럼 저도 그 성의에 보답을 해야겠군요.”
홍화린은 가볍게 웃으며 철노소에게 명령했다.
“상단 일행분들께서 편히 쉬다 가시도록 불편함 없이 준비하라. 만약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시, 엄벌에 처하겠다.”
“명심하겠습니다.”
마치 협박과도 같은 어조에 장 행수가 침을 꿀꺽 삼켰다. 지강백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그를 안심시켰다.
“걱정 말고 편히 즐기세요.”
장 행수가 철노소를 따라 대전을 나가자, 홍화린이 의자에서 일어나 지강백에게 다가왔다.
“가주님은 저와 함께 가시지요. 제가 직접 빙궁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영광이군요. 감사합니다.”
“후후. 그럼 가실까요?”
지강백은 먼저 걸음을 옮기는 홍화린의 뒤통수를 서늘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