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07)
제 108화
여전히 미카엘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뿐이랴, 주변에 있는 다른 교관들도 마찬가지.
솔직히,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갑작스럽게 끼어든 불청객에 불과하다.
일이 어떻게 흘러가든, 이렇게 구속을 받는다는 건 그들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그러다, 피식 웃고 말았다.
똥인지 된장인지 아직도 구분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머저리 새끼들.”
“……뭐라고?”
“다시 말해 줘? 머저리 새끼들이라고.”
미카엘이 이를 악물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여기서 덤벼 봐야 뒤지는 건 자기라는 걸 그가 모를 리 없다.
“그레이 시어런 9서클. 미카엘 5서클, 갈라디너 4서클, 그 외에 전부 3서클에서 4서클. 심지어 7명은 서클도 없네.”
한숨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대기 중이라던 고서클 유저가 9서클 하나에 7서클 셋이라고 했지? 9서클 한명은 시어런 후작일 테고, 7서클 세 명에 마나 유저들로만 구성된 특수부대……. 구성을 대충 보면 시어런 후작가의 모든 기사단을 말하는 거 같은데, 맞냐?”
대답은 내 옆에 서 있던 그레이 학부장이 했다.
“예. 맞습니다.”
다시 시선을 미카엘 쪽으로 옮겼다.
“제대로 된 전쟁을 겪어 보지 않아서 그런가. 애새끼들이 철이 없네.”
“……뭐라고요?”
비록 내 모습이 14살이라고는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전쟁 경험이 많다.
그건 확실하다.
“아무리 특공대대니 정예니 뭐니 해도 결국엔 일반인이잖아. 걔들 역할이 뭐냐? 고기 방패잖아. 마나 유저들 힘 빠지게 만드는 고기 방패. 내 말 틀려?”
“…….”
“꼭 너 같은 새끼들이 사고를 쳐도 제대로 된 사고를 치지. 애들 육성하고 전략 잘 짜면 뭐해. 고서클 마나 유저 한둘만 와도 죄다 썰려 나갈 테고, 마스터 하나만 오면 눈 깜빡할 사이에 죄다 뒤질 텐데. 그 결과를 알고도 거행해야겠다?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병력도 아니고 주축인 시어런 후작가의 병력이 빠진다는데도 칼을 휘둘러야겠다? 야 그레이.”
“예.”
“네 입으로 말해 봐. 너랑 내 도움 없이, 눈앞에 있는 이 17명의 교관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거 같냐?”
그레이 학부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왜 말이 없어. 말해 보라니까?”
“……남작가나 자작가. 한 가문 정도랑 공멸할 것 같습니다.”
처참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공멸하면 다행이지. 상대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도 안 된 것 같은데, 그런 상황에서 공명심인지 명예욕인지 모를 웃기지도 않는 감정만 앞세우고 있네. 이런 새끼들이 믿을 만한 새끼들이라고?”
그레이 시어런이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5초 준다. 내 밑으로 들어올 놈들은 왼쪽으로 열외해.”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5초.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약 6명 정도의 인원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4초.
2명 정도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3초.
2명이 움직였으며.
2초.
또 2명이 움직였고.
1초.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눈을 떴다.
코앞에는 정확히 미카엘을 비롯한 5명의 교관이 있었고, 한쪽으로는 12명의 교관이 모여 있었다.
내 쪽으로 붙겠다는 이들이 열둘, 내 쪽으로 붙지 않겠다는 놈들이 다섯.
“그래, 결심은 확고한 거지?”
분위기가 차가워진다.
미카엘이 고개를 들었고, 반항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무시했다.
천천히 다섯을 향해 왼팔을 휘두르려던 그때.
그레이 시어런이 앞으로 나섰다.
“……감히 청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그레이는 눈치챈 것 같다.
그러니 저렇게 심각한 표정이지.
그런데 부탁이라.
“말해 봐.”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의자에 등을 파묻었다.
맡겨 달라…….
“1분 줄게, 단 네 방식이 마음에 안 들면 그땐 내 방식대로 한다.”
그레이 학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앞으로 나섰다.
“진심인 것이냐?”
“……후작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닙니다.”
“아니다? 무엇이?”
“저런 정체불명의 남자를 따르다니요. 우리는 목적이 있지 않습니까. 저 남자의 목적이 우리의 목적과 일치한다는 확신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이건 아닙니다. 후작님이 뭐라고 하셔도 저는 저 남자를 따르지 않을 겁니다.”
미카엘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던 그레이 학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네 명도 미카엘과 같은 의견인가?”
““““……예.””””
나는 솔직히 궁금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그레이 시어런이 저 다섯 명을 설득하려는 것처럼 보였거든.
그런데, 저 다섯은 생각보다 확고해 보인다.
그럼 어떻게 처리할까.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걸까.
그레이 학부장이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9개의 서클이 회전한다.
“미안하다.”
그렇게 말하는 그레이 학부장.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그레이 학부장은, ‘나와 같은’ 방식을 생각했다는 것을.
그 모습을 바라보다, 아까 휘두르려다 말았던 왼팔을 다시 휘둘렀다.
서걱-!
단 한 번의 절삭음.
그리고, 5명의 교관이 그 자리에서 목이 잘린 채로 허물어진다.
검을 쥐고, 강기까지 뽑아냈던 그레이 학부장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반대쪽에 모여 있던 12명도 마찬가지.
그레이 학부장이 말했다.
“제가 하는 편이,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바보가 아니고, 그레이 학부장도 바보가 아니다.
그레이 학부장은 내 밑으로 들어오겠다고 했다.
그럼 그 밑에 있는 교관들은?
그들은 애초에 나를 따르는 이들이 아니라, 그레이 학부장을 따르는 이들이었고, 그들도 나름의 인재다.
그레이 학부장은 판단한 거다.
자기 스스로를 ‘악역’으로 만들고, 나라는 존재를 더 높여야겠다고.
그래서 그레이 학부장은 스스로의 손으로 저 다섯을 죽이려고 했던 거다.
그래야만 자기의 영향력을 줄이고 나에 대한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그레이 학부장, 네가 오해하는 게 하나 있어.”
“오해…… 말씀이십니까?”
“네가 굳이 ‘그렇게’ 신경 써 주지 않아도 어차피 난 아주 많은 욕을 얻어먹을 거야. 아주 많은 저주도 받을 거고.”
“…….”
“세간에서 내리는 평가에 휘둘리는 이들이면 상종할 가치는 없어. 자기만의 확고한 뜻을 굳힌 이들, 그런 이들을 인재라고 부르지. 그리고 네 입으로 말했잖아 얘들 전부 인재라고.”
“…….”
“그런 애들이 직접 눈으로 봤고 직접 결정했어. 그 정도면 충분하잖아.”
나를 따르겠다고 결정한 열두 명. 그리고 그레이 학부장.
그들 모두에게 하는 소리다.
“그러니 앞으로 그런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라. 난 내가 욕먹는 건 참아도 내 사람이 욕먹는 건 못 참으니까.”
그레이 학부장이 묘한 눈으로, 그리고 뭔가 감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눈빛이 너무 뜨거워서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어으.
징그럽게스리.
그렇게 돌린 시선에는 스승님이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 스승님이 묻는다.
[꼭, 그랬어야 했느냐?]설득하는 방법도 있었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지만 나와 그레이는 단 한 가지 방법을 선택했다.
죽이는 거.
그레이는 몰라도 나는 그 결정에 한 점의 후회도 없다.
그래서 이렇게 답했다.
“예. 반드시 죽였어야 할 놈들입니다.”
[왜?]“그러지 않았으면 제 사람이 위험해졌을 테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내 사람은 샬롯과 셀. 그리고 타노스를 말하는 거다.
물론 그레이 학부장도 포함되긴 하지.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눈앞에 보이는 12명의 교관.
훈훈한 분위기는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동료애니 뭐니, 그딴 거 생각하지 마라.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
“…….”
“내 정체가 궁금하다? 내 정체가 미심쩍다? 그래서 뭐? 그딴 게 뭐가 중요해? 아카데미 밖의 귀족들이나 다른 이들은 몰라도, 이 아카데미에서 교관으로 부임했던 너희들은 알잖아. 내가 어떤 놈인지.”
“…….”
“내가 교관들을 죽이고, 감찰단주라는 감투도 뒤집어쓴 이유가 뭔지. 너희는 알잖아. 나는 그런 놈이야. 그런 내 정체가 궁금하다고 함께하지 못하겠다? 생각할수록 웃기네.”
농담이 아니고 진심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웃고 있었다.
“나는 니들이 모아 놓은 병력의 체계를 자세하게 몰라. 앞서 말했듯 그냥 숫자만 들었을 뿐이거든. 하지만 그레이를 비롯한 시어런 후작가의 병력이 빠진 상황이다. 그 상황에서 남은 병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는데 그걸로 반란을 일으키겠다? 그게 성공했을 가능성은 장담하는데 제로에 수렴할 거고, 놈들이 포로로 잡혀서 자기들이 아는 거 이것저것 불고, 니들 이름 다 불고, 그레이 시어런의 이름을 비롯해 내 이름까지 전부 불어 버린다에 내 손모가지랑 발모가지 걸 수 있다. 그러니까 니들 목숨, 내가 지금 구해 준 거야. 이제 상황 파악이 좀 돼?”
길게 말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냥 길게 말했다.
“어쭙잖은 공명심, 명예욕. 이딴 거 챙길 생각하지 마라.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제대로 구분해. 너희가 반란을 일으키려고 했던 이유와 아카데미에서 교관들을 죽인 이유. 그걸 끊임없이 생각해라. 무슨 말인지 이해했나?”
“…….”
“나는 두 번 말하는 걸 졸라게 싫어하거든, 그런데 한 번은 참아 줄게. 다시 묻는다. 이해, 했냐고.”
“……예……예!”
“잘됐네.”
슬쩍 시선을 옮겨, 공포에 떨고 있는 나머지 이들과는 다르게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키는 190cm.
몸무게는 약 85kg.
별장에서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아마 이 남자가 수색대대 대대장 출신이었던 것 같다.
경지는 4서클.
이름이…….
“갈라디너 라파예트.”
이름을 부르기 무섭게, 그가 대답했다.
“예.”
확실히 미카엘과는 다르다.
상황을 파악했고, 나한테 적개심도 없었으며 오히려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 시선.
마음에 드네.
“네가 오늘부터 군사학부 학부장이다.”
“충!”
경례까지 하는 걸 보니, 눈치도 빠르다.
“여기 시체 정리하고, 원하면 장례라도 치러. 그레이 너는 나 따라오고.”
“……예.”
* * *
그레이와 함께 걸었다.
목적지는 롬멜 총장이 있을 회관이다.
말없이 걸었고, 그레이도 말없이 따라온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이었다면 구구절절 이것저것 설명도 해 주고 그랬을 테지만 그레이 학부장에게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군신 관계란 그런 거다.
군주는 걷고, 신하는 따른다.
내 옆을 지키며 걷는 그레이 학부장은 이미 자기 결정에 대한 확신을 얻은 모습이었다.
단호함과 상식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힘.
그리고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순식간에 좌중을 휘어잡는 압도적인 카리스마.
한 번 더 강조하자면 그레이 학부장은 자기 결정에 확신을 얻었다.
안심한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레이 학부장이 안심했듯, 나도 안심했다.
그레이 학부장.
확실히 괜찮은 남자구나.
위원회를 정리하고, 모든 게 끝나는 그때, 이 남자는 꿈을 이루게 될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총장실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