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16)
제 117화
테슬란 제국이 탄생한 뒤 100년.
인간 중에서 초월자라 불리는 이는 단 한 명이었다.
율리우스 테슬란.
그렇게 200년차가 되었을 때.
인간 중에서 초월자는 없었다.
300년, 그리고 400년 차가 되었을 때, 혼기라는 개념은 인간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초월자라는 개념은 그저 소설 속에 나오는 개념으로만 치부되었다.
그게 두 로드가 했던 가장 큰 성과였다.
결과만 보면 된다.
실제로 인간 중에서도 마스터들은 수도 없이 나왔다.
그중, 혼기를 깨닫고 혼기를 깨우치는 이들?
없었다.
그런 개념이 존재하는 것을 모르는데 어찌 깨우칠 수가 있을까.
두 로드는 안심했다.
이제, 발렌타인 밀로스 같은 괴물은 인간 세상에서 절대 나타나지 않겠구나.
그렇게 문제는 해결됐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그건 다른 게 아니라 인간들의 수준이었다.
인간들은 너무나도 뛰어났다.
정말 뛰어났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마스터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현재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마스터의 숫자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소 50명이 넘는다.
아마, 은둔해있는 이들부터 세간에 등을 돌린 이들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400년 전에 인간 세상에 존재하던 마스터의 수는 고작해야 10명도 되지 않았는데, 그게 최소 다섯 배 이상 뻥튀기된 상황이다.
시간이 더 흐르면.
인간들은 지금보다 더 강해질게 뻔했다.
두 로드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결국 둘은 선택했다.
인간의 수를 줄이자.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그때 떠오른 게, 바로 불로불사 연구였다.
오래 사는 것.
누구나 원했을 열망이지만 지켜질 리 없는 열망이었다.
종족의 한계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들이 오래 살도록 욕망을 부추겼고, 불로불사 실험으로 인해 하프 블러드를 만든 뒤, 마스터의 수를 대폭 삭감시키겠다는 나름 원대한 계획이었다.
100년 사는 마스터의 수명을 10년으로 줄여 버리면, 그 얼마나 대단한 이득인가.
두 로드는 몰랐다.
인간과 드래곤이 결합해 탄생한 하프 블러드가.
자연스럽게 ‘혼기’를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그런 세상에서 탄생한 게 바로 잭 발란티에다.
묻혀 있던 우월한 재능이 과거의 유물인 발렌타인 밀로스를 만나 빛을 머금기 시작했고, 빛을 머금은 그 재능은 세상에 넘쳐나는 하프 블러드들을 잡아먹으며 찬란해졌다.
잭이 괴물이 된 이유는 그런 배경들이 모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과 필연.
그것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한순간의 결정이라는 것을 이 두 로드는 수천 년을 살면서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하늘과 바다가 갈라졌다.
이어서.
바하무트의 허리에, 붉은 실선이 그어진다.
1초가 지나자, 그 실선에서 피가 터져 나왔고.
2초가 지났다.
투욱-
투욱-
바하무트의 몸이 상체와 하체 분리된 채로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 옆으로.
툭-
하나 더 떨어지는 검은 팔.
이건 여전히 하늘에 떠 있는 볼리모트의 오른팔이었다.
“너…… 너는…… 대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볼리모트를 잭은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제법이야. 그걸 피했어?”
말은 감탄조가 분명했지만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적어도 볼리모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바하무트가 방어에 모든 기운을 쏟았던 것처럼 볼리모트도 방어에 모든 것을 쏟았다.
다른 것은 하나였다.
바하무트는 그걸 정면으로 마주했고 볼리모트는 필사적으로 피했다.
생과 사를 가른 것은.
그 차이였다.
이어서 잭이 다시 검을 늘어트린다.
대체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지게 된 건지.
혼기라는 힘을 대체 어떻게 마법과 결합한 건지.
그게 가능이나 한 건지.
볼리모트는 묻고 싶었다.
하지만 묻지 못했다.
방금 전보다 더한 힘이 몰려올 것을 직감했기에.
* * *
영검靈劍 전반前半 풍림화산風林火山 1식, 풍風.
억지로 끌어올린 혼기로 억지로 구현했던 전과는 달랐다.
온전한 신체를 가진 지금의 나는 마치 검을 쉽게 휘두르는 것처럼 검식을 시전했으니까.
그렇게 로드 한 놈은 정리했다.
바닥에 떨어져 꿈틀거리고 있는 바하무트.
정말 놀랍게도 바하무트는 ‘아직’ 죽지 않았다.
상체와 하체가 쪼개졌는데도 그게 가능한 이유는 하나다.
드래곤이니까.
남은 한 놈.
필사적으로 피한 것 같긴 한데, 상관없다.
어차피 저놈이 뒤진다는 건 변하지 않으니까.
이번 것도 한번 피해 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쥐고 있는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미미한 시작의 불꽃은 지상을 태우고,]”
쿵-!
나를 기준으로, 땅이 가라앉는다.
마나는 침묵했고, 내 의지에 따라 흘러나온 혼기는 그 즉시 고개를 조아렸다.
다시 한번 허공을 감싸는 검은 기류.
한쪽 팔이 잘린 볼리모트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잠깐…… 잠깐만!!! 멈춰라!!!”
무시했다.
영검靈劍 전반前半 풍림화산風林火山 3식, 화火.
내가 세 번째로 만든 나만의 검식.
허공을 지배하던 검은 기류는, 세상을 불태우는 거대한 화마로 변해 갔다.
검은 불꽃.
지옥의 불꽃이 주변을 지배하자 마주하고 있는 볼리모트가 침을 꿀꺽 삼킨다.
무시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상을 태우는 영원이 되어.]”
이건 마지막을 알리는 언령.
그것은, 마치 선고와도 같았다.
“[내 앞에 강림하리라.]”
흑마검을 그대로 휘둘렀다.
내 검의 궤적.
그 끝을 따라 혼의 기운이 움직였고, 그것은 거대한 불꽃이 되어 볼리모트를 집어삼켰다.
그 범위는 거대했다.
내 앞 정면.
정면에 있던 땅은 녹았고.
가진 힘을 전력으로 쥐어 짜 거대한 혼기로 이루어진 검은 막을 만든 볼리모트였지만.
내 기운은, 너무나도 쉽게 그것을 찢어발겼고.
그것을 넘어.
볼리모트를 집어 삼켰다.
찰나.
놈이 자리를 박찬다.
피하고자 하는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할 리 있나.
그가 움직이는 곳마다 검은 불꽃은 그를 따라갔고, 볼리모트는 계속해서 몸을 비틀었다.
녹고, 타들어 가고 갈라진다.
지옥의 불꽃.
볼리모트의 뒤로 보이는 이 아렌달 섬은 반이 사라져 있었다.
그럼에도 주변에 있는 바다는 이곳을 덮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메마를 것 같지 않던 바다가 녹아들고 있었으니까.
방금도 말했지만 범위는 넓었다.
내 정면으로 약 40km 정도.
그곳의 바다는 없었다.
거대한 수증기도 없었다.
내가 만든 화염과 바다가 닿는 순간, 바다는 소멸했다.
말도 안 되는 범위지만, 나는 가능하다.
나니까.
그 자리에서 천천히 숨을 몰아쉬었다.
싸움은, 끝났다.
천천히 팔을 휘저으며 기운을 거두었다.
흑마검은 사라졌고, 거세게 뛰는 심장은 점점 안정을 찾아간다.
그에 맞춰서 비어 있던 바다는 순식간에 메워졌고, 녹아 버린 아렌달 섬 쪽으로도 물이 밀려온다.
가볍게 손을 휘젓자.
해일처럼 밀려오는 물이 그대로 가라앉았다.
그것은 마치 신의 손짓과도 같았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런데.
이게 더 멋있어 보이잖아.
고개를 돌리자 스승님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것이, 너의 전력인 것이냐?]엄밀히 말하면 전력은 아니지만, 상황상 전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내가 만든 검식.
초반 풍림화산과 후반 사계는 그 궤를 달리하거든.
후반 사식을 꺼내 드는 게 내 진짜 전력이고, 이 정도는 뭐…….
가뿐하지.
“놀라셨습니까?”
[……그래, 놀랐다.]웬일이래.
“뭘 이런 걸로 놀라고 그러십니까. 앞으로 놀랄 일이 수두룩할 텐데.”
스승님이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무슨 생각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짐작은 간다.
내 힘.
내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을지 스승님은 조금이나마 짐작하고 있었겠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다.
[말도 안 되는 격을 쌓았구나.]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살았던 세상은 분명 지옥이었다.]스승님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 보인다.
무슨 말을 하시려고 그러시나.
[그 지옥에서 나는 괴물이 되었고, 정상에 섰었지. 그런데, 너는 나보다 더한 지옥에서 살았구나.]언젠가 가볍게 언급했었지만 사람은, 정확히 생명체는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스승님은 온갖 혼기를 다루는 괴물들이 살았던 세상에서 살았고, 그곳에서 군림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살았던 세상에서는 우리 셀의 몸을 썰어 대던 놈들이 주제에 맞지 않는 괴물 같은 힘을 얻었고, 그 힘으로 세상을 지배했다.
솔직히 말하면, 전생에서 내가 보았던 하인케스 베커만은 괴물이었다.
놈의 수준은 아마 지금 눈앞에 있는 두 로드보다 조금 더 강했을 거다.
그런 세상에서 나는 살았고, 적응했으며, 결국 군림했다.
전에 말한 적이 있었는데, 과거의 정점은 스승님이었다.
그런 스승님의 제자인 나는 현재의 정점이다.
오직 ‘힘’으로만 따지면 나는 스승님보다 강하다.
하지만 괜히 스승이겠어.
내 위에는 스승님 말고는 누구도 없다.
그래서 나는 그 누구에게도 숙이지 않는다.
내 머리를 숙이려는 자가 있다면, 그게 누구건 간에 목숨을 내놔야 될 거다.
스승님을 다시 어깨에 앉히고, 그 옆에 있는 셀을 바라보았다.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셀의 표정이 조금은 안쓰러워 보인다.
‘……위로를 해 줘야 되나.’
조금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솔직히.
내가 셀의 경우를 겪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공감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자식을 생체 실험하라고 인간들에게 던져 놓은 부모가 시간이 흘러 살아 돌아온 자식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그냥 물은 것도 아니고, 정말 처음 보는 생명체를 보는 것처럼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내가 셀이었으면, 그 자리에서 미쳤을 거다.
“아직 저 두 놈, 안 죽었어.”
-…….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다.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바하무트는 ‘아직’ 살아 있었고, 온몸이 화상으로 얼룩져 본래 모습을 구분할 수조차 없는 볼리모트는 구석에서 정신을 잃은 채 서서히 죽어 가고 있었다.
아마 저대로 2분만 두면 죽을 거다.
“어떻게 할래?”
무슨 의미인지 이해한 셀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저는…….
우리 꼬맹이가 말끝을 흐린다.
이어서 셀의 눈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글거리는 눈동자 안에는 슬픔도 있었는데, 확실히 심정이 복잡하긴 한가 보다.
셀은 나한테 무슨 말을 할까.
두 로드를 살려 달라…… 그렇게 말하려는 걸까.
우리 셀은 마음이 참 착한 아이니까,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셀이 말했다.
-저는 이 두 드래곤이 이 자리에서 죽었으면 해요. 가능하면 제 손에.
웃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웃어.
진지한 상황인데.
슬며시 팔을 들어 내 턱을 짚었다.
직접 죽이고 싶다라.
음.
“셀.”
-네 보스.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과 눈을 맞췄다.
“물어볼게.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내 질문에, 셀이 천천히 눈을 감는다.
잠시간의 침묵.
내가 계속 말했듯이, 셀은 똑똑하다.
아마 셀도 짐작은 하고 있을 거다.
미래의 자신이 어떤 처지였는지.
미래에서 온 내가 분노할 정도라면, 굳이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이어서, 천천히 셀이 눈을 뜬다.
녀석의 눈은 아까와는 달랐다.
이글거리지 않는 곧은 눈.
어떤 일생의 결심을 확실하게 내린 한 생명체가 보일 수 있는 진심 어린 눈.
셀이 내게 말했다.
-저는 고아예요.
짧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이제 셀에게 부모는 없다.
하지만.
거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