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21)
제 122화
영지전.
간단하다.
영지전은 일종의 게임이다.
대륙에서 모든 국가들이 통일해서 사용하는 단어.
명예 귀족은 해당되지 않으며, 영지가 있는 오리지널 귀족들만 할 수 있는 최고이자 최악의 게임.
테슬란 왕국을 예로 들면, 영지전을 하려는 가문은 왕에게 공문을 보낸다.
누구누구와 영지전을 벌이겠다고.
정당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왕궁은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
영지전이라는 제도는 왕국법을 넘어서 오직 귀족들만을 위한 제도이자 기회니까.
왕궁은 보증을 서고, 승자는 상대 영지의 모든 것을 갖는다.
지금의 경우에는 각 가문에 왕궁의 서신이 전해지는 그 즉시, 헤르만 후작과 발란티에 후작이 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만약 그 전쟁에서 승자가 헤르만 후작이라면, 헤르만 후작은 발란티에 가家의 모든 것을 갖는다.
영토, 주민. 돈.
그리고, 그것들을 넘어 첫째인 엘리자베스 발란티에.
둘째인 페일론 발란티에.
막내인 잭 발란티에.
승자인 헤르만 후작가는 그들을 ‘소유’하게 된다.
또한 발란티에 후작의 아내인 히스테인 발란티에, 처녀일적 이름은 히스테인 맨티스. 즉 후작부인도 헤르만 후작의 것이 된다.
그게 영지전이라는 제도이며, 이 제도를 피하고 이용하고 희생되지 않기 위해 귀족들이 정치를 하는 것이다.
클라크 발란티에의 머릿속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들었다.
아니다.
그냥.
복잡했다.
믿기지도 않는 일이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왜 하필 이 시국에.
왜 하필 지금.
젠장.
혹시 이미 예전부터 준비했던 걸까.
‘설마, 전에 막내를 호위하던 우리 호위대를 전멸시킨 것은 헤르만 후작가였단 말인가.’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발란티에 후작의 눈이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신문으로 옮겨진다.
잭 발란티에가, 감찰단주가 되어 무려 60명이 넘는 아카데미의 교관들을 죽였다는 이야기와 롬멜 총장의 강한 총애를 받는다는 이야기, 그리고 꼭두각시가 되어 롬멜 총장의 손짓대로 춤을 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클라크 발란티에의 사고로는 이 모든 일이 매치가 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잭 발란티에가 죽인 교수진.
그들의 뒷배였던 이들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이권으로 뭉친 이들이 각자 사신단을 조직했고 그 모두가 요 며칠간 발란티에 후작가를 다녀갔다.
지금도 다녀가는 중이다.
누구는 분노했으며, 누구는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누구는 무엇을 원하냐고 물었으며 누구는 협력하자고 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클라크 발란티에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얼마 없었다.
어떻게든 달래 주며 밖으로 내보내긴 했지만, 딱 한 가문.
헤르만 후작가는 달랐다.
다짜고짜 오천만 골드를 요구했다.
아니, 오천만 골드가 무슨 개 집 이름도 아니고, 한 왕국 1년 예산을 아득히 뛰어넘는 그런 금액을, 다짜고짜 내놓으라고?
이건 협박이었고, 강압이었다.
자연스럽게 이유를 물었지만, 이유는 그쪽이 더 잘 알지 않냐는 사신단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던 것도 잠시.
상황을 알아보려 하루 정도 시간을 끌었지만, 그걸 헤르만 후작가는 다르게 보았는지, 이렇게 영지전을 걸어왔다.
콰앙-!
“젠장!”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친 클라크의 표정이 구겨진 종이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후작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곤잘레스는 이 상황이 조금 우습기까지 했다.
‘저 정도였단 말인가.’
잭 발란티에에 대한 의문이 아니었다.
클라크 발란티에.
후작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세간에는 분명 정치 감각이 뛰어나며 철저히 계산적인 남자라 알려져 있었다.
곤잘레스 본인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다니에르, 다니에르를 불러와라.”
다니에르는 발란티에 후작가의 원로 중 한 명으로서, 아카데미 출신이자 무려 30년 동안 발란티에 후작가의 재정관으로 일했던 남자다.
하지만.
“주군, 다니에르는 얼마 전 스스로 목을 매었습니다.”
“……젠장! 그럼 알랑. 알랑은?”
“……얼마 전 실종되었습니다.”
콰앙-! 콰앙-!
클라크는 분을 못 이기는지 책상을 계속해서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럴 만도 한 게, 원래 후작가에 속해 있던 원로는 총 14명이다.
그중 4명이 최근 일주일 사이에 ‘자살’했으며, 2명은 실종되었고, 그 밑에 있는 약 70여 명의 행정가들 중 15명이 마찬가지로 실종, 내지 자살했다.
기사단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후작가에 남아있는 520명의 철혈 기사단은 어제 하루 사이에만 무려 60여 명의 이탈자가 생겼다.
발란티에 후작은 그들이 야밤에 도망을 쳤다고 알고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
그들은 전부 뒤쪽 야산에 묻혀 있으니까.
그뿐이랴, 후작가 소속의 병사들 중 질이 안 좋기로 유명한 이들을 비롯해 영지를 순찰하며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걷어 가던 병사들도 모조리 사라졌다.
그 숫자만 해도 무려 500명.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발란티에 후작은 이 부분까지는 모른다.
정보가 완전히 통제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
곤잘레스는 누가 그랬는지, 그 모든 일의 전말을 알고 있었다.
얼마 전 후작가로 찾아왔던 한 남자.
그는 스스로의 이름을 아베이루라고 소개했으며, 잭 발란티에의 명을 따르고 있다고 했다.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흑의 굴레에 대해 알고 있었으니까.
자연스럽게 곤잘레스는 그의 명령을 따랐고, 그의 곁을 지키는 약 7명의 검은 갑주를 입은 남자들과 함께 일을 진행했다.
즉, 넓게 보면 이 모든 일은 잭이 저지른 일이다.
야산에서 후작가의 병사들을 전부 죽인 것도.
후작가 내부의 원로들과 행정가들을 죽인 것도.
그리고, 기사들을 죽인 것도.
“막내가 고서클 마나 유저를 죽이고 마탑주마저 제압했다? 말도 안 된다. 젠장, 그때부터 눈치 챘어야 했다. 이건 전부 롬멜 총장, 그 늙은이가 뒤에서 꾸민 일이겠지. 하! 이렇게 거대한 쇼를 하다니, 누구를 속이려고……!”
곤잘레스는 말없이 발란티에 후작의 명령을 기다렸다.
“롬멜 총장이 혼자서 그랬을 리는 없고, 자기 가문의 힘을 끌어들였겠지.”
클라크 발란티에.
그의 심성이 어떠하건 간에, 그가 계산적인 남자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철저한 이권.
클라크는 결론에 도달했는지 싸늘하게 웃었다.
“감히 이 발란티에 영지를 욕심낸다? 추하구나. 롬멜 총장, 너무나도 추해.”
그런 후작을 바라보는 곤잘레스의 눈빛은 약간의 동정을 담고 있었다.
저런 결론이 나는 것도 어찌 보면 조금은 이해가 갔다.
분명 신문에 실린 내용은 전부 진실이다.
여기서 진실이라 함은 잭이 롬멜의 꼭두각시라는 부분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잭이 아카데미에서 미쳐 날뛰었다는 그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롬멜에 대한 부분은 그냥 무시했다.
잭이 어떤 인간인지 곤잘레스는 세세하게는 모르지만, 그냥 이 모든 일을 꾸민 것은 잭 발란티에겠지.
신문? 롬멜 총장? 구워삶았겠지.
곤잘레스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잭의 이미지는, 그냥 괴물 그 자체였다.
하지만 클라크 발란티에는 모른다.
지금 왕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전부 정치권의 이권 다툼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 이면에는 막내인 잭 발란티에가 여전히 저능아에 불과하고 단순히 롬멜 총장의 꼭두각시라는 확신이 깔려 있었다.
곤잘레스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보라는 게 이 정도로 중요하구나.
후작은 지금 장미 정원에서 장미를 가꾸고 있는 하인이 9서클 마나 유저라는 걸 짐작도 못 하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
이렇게 잭 발란티에가 변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증거가 계속해서 튀어나오고 있는데 뭐가 이리도 사람을 편협하게 만드는 걸까.
이어서.
“하…… 영지가 목적이라면 간단하지.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니…… 좋아. 곤잘레스, 너는 이만 나가 보거라. 영지전은 내가 어떻게든 무마시켜 볼…….”
이내 고개를 저은 클라크 발란티에가, 빠르게 말을 바꾼다.
“잠깐.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징집을 대비해 영지민의 숫자를 파악해 두거라.”
“……충!”
곤잘레스는 확신했다.
클라크 발란티에는, 잭 발란티에와 비교하기에 너무나도 초라한 남자라고.
“그리고.”
그리고?
“후작가의 본관 뒤편으로 성인 남성 한 명 정도가 몰래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거라.”
순간 곤잘레스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고개를 치켜들기 무섭게 발란티에 후작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꽂힌다.
“아주 비밀리에…… 말이다. 알겠느냐?”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영지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도망칠 구석부터 만든다?
맙소사.
곤잘레스는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발란티에 후작이 왜 계산적인 남자라고 알려졌는지를.
철저하게 자기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남자.
그게, 클라크 발란티에 후작이다.
순간 곤잘레스의 머릿속에 ‘아베이루’라는 남자의 말이 떠오르고 있었다.
{발란티에 후작은 욕심이 많아요. 그가 여태껏 해 왔던 일들을 보면 새로울 것도 없는 사실이죠.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간단합니다.}
{……간단하다고?}
{하, 내가 그쪽 친구도 아닌데, 왜 말을 놓습니까? 말 놓지 마시고 일단 들으십시오. 공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쪽을 철혈 기사단의 단장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맞습니까?}
{그랬……지요.}
{또 공자님께서는 당신보고 약 3개월의 텀을 두고 한 번씩 찾아오라고 하셨습니다. 이것도 맞습니까?}
{예.}
{그러면 이렇게 하시죠. 조만간 헤르만 후작가에서 강한 압박을 시도할 겁니다.}
{압박?}
{그건 무언가를 요구하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영지전을 신청하는 경우가 될 수도 있죠. 순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현재 후작이 믿을 만한 사람은 발란티에 영지에서 당신 말고 없습니다. 저희가 전부 죽였으니까. 이후에 후작은 자연스럽게 당신을 불러 이것저것 명령을 할 테지만, 전부 무시하십시오. 당신은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곤잘레스의 입이 천천히 열린다.
“주군.”
발란티에 후작이 고개를 돌린다.
그의 귓가로 단호한 곤잘레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헤르만 후작가의 영지전, 제가 한번 막아 보겠습니다.”
자연스럽게 후작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뭐라고? 막겠다고?”
“예. 저에게 일주일만 주십시오.”
“일주일?”
“그 시간 안에 막아 보겠습니다.”
후작의 입술이 씰룩였다.
“무슨 수로?”
“영지전을 막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지 않겠습니까.”
“두 가지라…….”
후작의 미간이 조용히 찌푸려진다.
그게 뭔지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으니까.
“영지전이 벌어지기 전 협상을 하는 것과…… 영지전의 주체인…….”
말을 멈춘 클라크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헤르만 후작을, 암살할 생각인 것이냐?”
곤잘레스가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해 보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내 너를 아끼는 것은 너도 잘 알지 않느냐. 더군다나 얼마 전 8서클까지 올라간 너를 이렇게 허망하게 잃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