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29)
제 130화
잭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14살.
이제 곧 15살이 되긴 하지만 어린애다.
그런 어린애가 툴칸 제국과 위원회를 흔들었다.
또한 왕국도 흔들었고, 인간족 최강의 마나 유저라 불리는 하인케스 베커만도 제압했다.
그는 마치 세상 위에서 군림하는 것처럼 세상을 한 손으로 주무르며 가지고 놀고 있다.
이건 더 이상 어린애라는 단어를 써서는 안 된다.
그런 남자가, 자기 사람이 웃으면서 살아갈 환경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 환경의 범주가 만약 대륙 전체라면?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결국 눈앞의 이 남자는 툴칸 제국의 황태자인 이스칸다르 툴칸과 같은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롤랜드의 생각을 읽은 걸까.
잭이 말했다.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는 거 같은데, 그 고민이 깔끔하게 해결될 질문이 하나 있잖아.’
‘질문……?’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내가, 왜 대륙전장을 먹지 않고 그냥 일 하나만 같이하자고 말했던 걸까.’
순간 롤랜드는 깨달았다.
내가, 뭔가를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분명 여태껏 대륙전장을 건드린 이들은 없었다.
단순히 중립을 지키기 때문이 아니라, 대륙전장이 품고 있는 ‘힘’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떤 단체를 흡수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더 강하고 더 큰 힘을 가진 단체가 주도하는 법이다.
대륙전장의 경우에는 전 대륙에 있는 모든 국가들과 관계를 맺고 있기에 나름 균형을 맞춘 편이기는 하나, 만약.
정말 만약에.
모든 국가를 아래에 둘 정도의 힘을 가진 괴물이 있다면.
그 괴물에게 대륙전장은 넘지 못할 산으로 보일까 아니면 꽤나 맛있어 보이는 달콤한 케이크처럼 보일까.
솔직히 지금도 어안이 벙벙하다.
눈앞의 이 남자가 가지고 있는 힘이, 도저히 짐작이 가질 않기에.
주변에 마스터가 무려 6명이나 있지만 그들이 과연 이 남자를 이길 수 있을까?
혹은 죽일 수 있을까?
이미 하인케스 베커만이 어린애처럼 쉽게 제압당했고, 그 제자인 메렝게스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팔이 터졌다.
거기다 방금 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들었던 세 명의 남자는 전부 마스터였다.
두 명은 호위 삼아 항상 데리고 다니는 이들이고 나머지 다른 하나는 아들이자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해럴드 린치였다.
이건 마치, 태양 앞의 반딧불 같은 모양새가 아닌가.
롤랜드는 확신했다.
잭이라는 남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그렇기에 더더욱 궁금했다.
왜 협박이 아닌 협력을 하자고 이야기했던 걸까.
그래서 물었다.
‘……물어보면, 말해 줄 건가?’
잠시 내려앉는 침묵.
하지만 침묵은 금방 깨졌다.
‘책임의 문제지.’
‘……책임…… 그 이유인가?’
‘그 이유 말고 뭐가 더 필요한데? 내가 한가한 놈으로 보여?’
‘…….’
‘아니면 내가 내 사람이 아닌 이들까지 신경 써 줄 정도로 오지랖이 넓어 보여?’
‘…….’
‘대륙전장, 거기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나? 혹은 내 사람이 있나?’
‘…….’
‘없잖아. 있으면 한 명이라도 말해 봐.’
롤랜드는 대답하지 못했다.
책임의 문제.
확실히 와닿는다.
‘나는 내 사람이 아닌 이들과는 무조건 거래를 해. 비즈니스라고 해도 좋지. 너의 경우 나한테 줄 게 있잖아. 무려 4천억. 너는 줄 거 주고, 나는 받을 거 받고, 그저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야. 이 거래가 끝난 이후에는 그냥 서로 뒤 안 돌아보고 헤어지는 거. 난 그런 게 좋거든. 앞서 말했듯 깔끔하니까. 그리고, 이건 꼭 알아 둬라.’
그때, 잭이 슬쩍 고개를 돌려 어깨에 앉은 인형을 잠시 바라본다.
‘나는 내 사람이 아닌 이들에게는 절대로 나 자신을 희생하지 않아.’
그 말은 롤랜드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마치, 인형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반대로 보면, 내 사람을 위해서는 나 스스로를 희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 그리고 이 말을 깜빡했는데, 일단 미안하다.’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 롤랜드는 놀랐다.
오만하고, 자기 위에는 그 누구도 없고, 있다 해도 다 죽여서 그 자리를 차지 할 것만 같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폭군’이.
미안하다는 말을 꺼냈다.
이거. 안 놀라는 게 이상하다.
다른 평범한 이들이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건네는 것과는 다르다.
그냥, 무게가 달랐다.
저 정도의 남자가.
저 정도의 힘을 가진 남자가 미안하다는 말을 꺼낸다?
놀라는 것을 넘어 괴상했고, 순간 두려웠다.
폭군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자기보다 약한 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는 거, 장담하는데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
이 세상에 거의 없다.
심지어 그 말에 진심마저 느껴진다면, 거의 없는 게 아니라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왜냐면,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니까.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이 남자의 끝, 그 밑바닥이 어디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기에.
‘너의 신념을 폄하하려던 건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이 세상에 너 같은 남자, 거의 없어. 단체의 신념을 개인의 신념과 일원화시키는 거? 그거 아무나 못해. 심지어 그 신념이 역사마저 가지고 있다? 더 말할 것도 없지. 하지만.’
의자에 몸을 파묻은 잭 발란티에.
그의 눈이 부드럽게 풀렸다.
착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확실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 순간 롤랜드는 그렇게 느꼈다.
이 남자.
묘하구나.
참으로 신기한 남자구나.
‘그 신념을 계속 지켜가려면, 그리고 그 신념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으면 그 자리에서 안주하지 마, 너 정도의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이 겨우 그 정도가 끝일 리 없잖아.’
‘······.’
‘다시 말하면, 단체의 신념은 한 발짝 정도 양보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앞서 말했듯 사과한다. 엄밀히 말하면 내 필요에 의해 너희를 끌어다 쓰는 거랑 다를 바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건 확실해. 그게 네가 신념을 지킬 수 있는 길이고, 그게 대륙전장을 위한 길이라는 거. 핑계처럼 들려도 좋아. 상관없어. 내가 폭군처럼 보이고, 양아치처럼 보여도 상관없어. 대신 이건 기억해라.’
‘기억?’
‘나는 네가 가진 신념을 완전히 접으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솔직히 말해봐. 곧 휘몰아칠 폭풍, 그거 막을 수 있겠어? 고작 대륙전장의 힘만으로?’
그 질문에 롤랜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 상황의 무게.
확실히 깨달았으니까.
하지만 잭은 만족하지 않았나보다.
‘내가 장담하는데, 너, 분명 죽어. 네 아들? 죽어. 너를 믿고 따르는 애들? 전부 죽어. 세 살 배기부터 한 명도 빼지 않고 전부 죽어. 그런 폭풍이거든, 그런데 그 폭풍, 나랑 일하면 피해갈 수 있어.’
딱, 거기까지였다.
잭 발란티에.
그의 부드러웠던 눈동자가, 힘을 가지고 단단해진 시점이.
‘너의 신념이 너의 죽음에만 의미가 있고 삶에는 의미가 없다면 지금 말해. 귀찮긴 하지만 그냥 전부 없던 일로 해줄게. 물론 돈은 받아야겠지만.’
‘······.’
‘그건 싫지? 그러면, 다 된 거 아니냐? 이 정도 이야기했으면 거래는 시작된 걸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마찬가지로 롤랜드의 눈동자도 ‘진지’해졌다.
다른 말로, 상인다운 표정을 짓게 된 것이다.
이건 잭의 말에 동의 한다는 뜻과도 같았다.
롤랜드가 말했다.
‘말해 보게.’
기다렸다는 듯 잭이 말했다.
‘최소 마스터 3명. 검을 다루는 놈이든 활을 다루는 놈이든, 병종은 상관없어. 당연히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런 것도 상관없고.’
그 말에 롤랜드는 조금 의아했다.
‘타이밍을 놓쳐서 물어보지 못했는데, 테슬란 왕성을 습격했을 때 부리던 병력이 있던 걸로 아네만.’
‘그래서?’
‘……부족한 교관이라면 그들로 채우면 될 일, 분명 더, 있는 것 같은데.’
잭이 해맑게 웃었다.
‘없어. 그리고 걔네 머지않아 사라질 건데, 그런 애들을 어떻게 교관으로 써? 데스 나이트가 교관을 한다? 지나가던 고양이가 웃겠네.’
‘데스…… 나이트?’
잭이 고개를 젓는다.
‘자꾸 이야기가 새는 거 같은데, 잡다한 건 묻지 말고, 내 말 앞으로 끊지도 말고, 언더스탠?’
‘……계속하게.’
‘앞서 말했듯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놈 세 명. 그리고 최소 8서클 이상의 마나 하트를 가지고 실전 경험이 풍부한 고서클 마나 유저 열 명 정도. 검사인지 마법사인지 그런 건 상관없어. 그리고 걔들을 보좌해 줄 그 밑의 서클 유저들 최소 50명. 기간은 삼 일 줄게. 삼 일 안으로 아카데미로 보내.’
‘……그다음은?’
‘상업학부라는 걸 만들게 되면 1학년 애들부터 4학년 애들한테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최종적으로는 어떤 상인으로 만들려는지, 그러니까, 음…… 커리큘럼이라고 하나? 맞아, 커리큘럼. 너희 대륙전장의 능력 있는 애들 모아서 머리 맞대고 고민해 봐. 그쪽에 대해서는 나보다 너희들이 전문가잖아. 그리고.’
‘그리고?’
‘아카데미 학부장이랑 교수로 부임시킬 애도 미리 골라 놔. 난 몰랐는데 아카데미 교관들 월급이 꽤 세더라고.’
‘…….’
‘그리고 아까 말했지? 디스카운트해 주겠다고.’
솔직히 잊고 있었다.
‘마스터는 달마다 50만 골드, 고서클 유저는 달마다 10만, 그 밑에 보좌해 줄 애들은 5만, 상업학부가 신설되면 학부장은…… 그래도 품위는 지켜 줘야 하니까. 한 70만이면 되려나?’
파격적인 디스카운트…….
그게 그런 의미였구나.
확실히 파격적이다.
‘어차피 받지도 못할 돈인데, 막 써도 상관없잖아? 이야, 월급도 받고 빚도 탕감하고, 환상적이네?’
‘…….’
‘그리고 알아서 잘할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말해 둘게. 내가 아카데미에서 어떤 짓을 했는지 잘 알지?’
‘모를 리가 없지.’
‘뒤가 깨끗한 놈들로만 골라서 보내. 그리고, 이건 너무 당연한 소리라서 말은 안 했는데.’
‘말해 보게.’
‘걔들 생사여탈권, 내가 가질 거야.’
‘생사……여탈권?’
잭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이제 이야기는 끝이라는 듯 의자에서 일어설 뿐.
‘할 얘긴 다 한 거 같으니 이 이상은 시간 낭비일 것 같네. 커리큘럼은 초안이 완성되면 나한테 가져와. 내가 사는 곳, 알지?’
롤랜드는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그렇게, 잭이 밀실에서 사라졌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귀신에 홀린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말 몇 마디에 휘둘렸고, 대화의 주도권을 잡지도 못했다.
어휘가 뛰어나다거나, 그런 범주의 문제가 아니었다.
제대로 된 문제 제기나, 이견을 제시할 수가 없었다.
압도.
위압.
격이 다르다.
롤랜드는 이 순간, 그걸 확실하게 느꼈다.
“괴물……인가.”
무심결에 한 소리지만, 참으로 잘 어울리는 별명이 아닌가.
괴물.
저런 이를 괴물이라 부르지 않으면 대체 누구를 괴물이라 부르나.
Chapter 3
“……손가락을 몇 번 까딱이고, 말을 몇 마디 나눈 것만으로 대륙전장을 휘어잡으셨군요.”
그레이는 충격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패닉까지는 아닌데, 마치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 그런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공자님은…… 정말 숨기고 있는 게 많으신 분이었군요.”
어깨를 으쓱했다.
이게, 사람들이 조금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나는 단 한 번도 나 스스로를 숨겨 본 적이 없다.
언제였더라.
처음 발란티에 후작가를 나섰을 때 만난 용병들.
그 존 도라는 웃기지도 않는 이름을 쓰는 그에게 나는 드래곤에 대한 것들이나 이것저것 이야기했었다.
왜 그랬던 걸까.
나는.
농담이 아니고.
그런 걸 숨길 이유를 못 찾겠거든.
지킬 힘이 있고. 죽일 힘도 있고.
세상을 뒤집어 버릴 힘도 있는데.
왜 내가 그런 걸 다 숨기고 그래야 하는데.
내가 아는 정보와 내가 가진 힘.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떠벌리고 다니는 편이 훨씬 나을 거다.
왜냐면.
계속해서 말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강경파’의 힘을 ‘지금’도 과소평가하고 있거든.
여하튼.
그레이는 내가 많은 걸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보다.
그냥 안 물어봐서 대답 안 해 준 건데.
거참.
회귀를 했다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닐 수도 없고.
어휴.
“자, 그럼 부족한 교관은 해결된 거지?”
“예. 대륙전장은 전 대륙적인 조직이고, 마스터도 무려 6명이나 속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고서클 유저들도 즐비하고요.”
왜 그들이 대륙전장을 따르는지는 굳이 추리할 필요도 없다.
돈.
돈 때문이지.
그리고 그 돈을 바탕으로 한 은혜와 인연.
“길러 주고, 키워 주고, 지원해 주고…… 후원한다고 해야 되나. 대륙전장이라고 상단 일만 하라는 법은 없지. 상단이라는 것은 지킬 힘도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그레이 학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공정함을 내세우는 대륙전장.
사실 그들이 공정함만을 내세웠다면 무너져도 진작에 무너졌을 거다.
그들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크다.
데리고 있는 마스터가 무려 6명이다.
툴칸을 제외한 다른 왕국 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이스마엘 왕국에 마스터가 7명 정도 있는데, 그 점을 미루어보면 대륙 전장은 정말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거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 정도의 힘이 있었기에 중립을 지킨다느니, 공정함을 내세운다느니 하는 그런 신념이 지켜질 수 있었던 거지, 그런 힘이 없었다면 대륙전장은 망해도 진작에 망했다.
독점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니까.
이렇게 말하고 보니 고작 마스터를 두 명만 데리고 있는 테슬란 왕국이 매우 한심해 보이긴 하지만, 그게 현실인 걸 어찌하랴.
내가 여태껏 테슬란 왕국을 그냥 약소국이라고만 말했지만, 현실적이고 진지하게 말하면 테슬란 왕국은 현 대륙의 모든 국가들 중 가장 최하위, 약체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이거 아주, 생각해 보면 지금껏 살아 있는 게 참 용하다.
그래서 툴칸 제국이 테슬란 왕국을 가장 마지막에 정리 한 거다.
전혀 위협이 되질 않으니까.
또한, 그걸 역으로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정리해도 아무 탈이 없는 국가처럼 보인다는 거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그레이 학부장이 물었다.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