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31)
제 132화
약 180cm 정도의 키.
그리고 허리춤에 매어져 있는 평범해 보이는 롱소드.
그리고 모히칸 스타일이라는 아주 특이한 머리를 하고 있는 남자.
그의 이름은 엑사일 판테온.
소속은 툴칸 제국 제3 근위 기사단의 부기사단장이며, 황태자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그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는 캐터펠도 모르고 있었다.
헤르만 후작은 그저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귀빈이 동행할 예정이니, 부족함 없이 모시라고.
8서클 마나 유저인 캐터펠과 마스터인 엑사일 판테온 사이에는 단순한 무력의 차이만 있을 뿐 아니라, 배경의 차이도 있었다.
황태자의 최측근이라니.
거기다, 그의 입가에 새겨져 있는 미묘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그 잭 발란티에라는 꼬마는, 아마 저 남자가 처리하지 않을까.
하긴, 살려서 데려오라는 말은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별로 중요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엑사일 판테온의 표정과 태도가 조금은 묘했지만, 그것도 그냥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한 배’를 탄 사이가 아닌가.
툴칸 제국이 인재 사냥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해도 설마 저런 허접한 꼬마를 포섭하려 하겠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때였다.
“호오…….”
정면에서 걸음을 옮기던 엑사일이 자리에서 멈춰 선다.
덩달아 자리에서 멈춰 선 캐터펠은 의아했다.
왜 갑자기?
그러다 고개를 들었고, 볼 수 있었다.
정면.
어센블 공작가의 별장 정문에,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을.
솔직히 조금 의아했다.
이곳으로 오면서 엑사일은 노골적인 살기를 뿜어냈고, 가까이에 있는 캐터펠은 오금이 오그라들었었다.
하면, 그 대상이 되는 잭 발란티에는 어떨까.
분명 침대에 숨어 벌벌 떨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아니었다.
정문에 서 있는 남자.
초상화로 보았던 모습과 조금은 달랐지만, 그래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잭 발란티에.
그 꼬마가, 오만한 표정으로 기사들의 행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 *
“그레이.”
“예, 공자님.”
천천히 걸어오는 놈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면에 서 있는 애 빼고, 쟤들, 어디 애들인 거 같냐?”
눈을 게슴츠레 뜨며 그들을 바라보던 그레이 학부장이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선 헤르만 후작가인 것은 확실합니다.”
“헤르만 후작가?”
“예. 저쪽 정면에 서 있는 남자의 옆에, 말총머리 보이십니까?”
“어.”
“그가 헤르만 후작가의 제2 기사단 단장인 캐터펠입니다. 지병으로 인해 마수의 숲 토벌에 참여하지 않았다는데, 이렇게 보는군요. 그리고 부기사단장을 비롯해 사오 년 전에 은퇴했던 노기사 두 명…… 거기까지는 알겠는데, 정면에 있는 저 남자는, 확실하게는 모르겠습니다. 인상착의로 보면 짐작 가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닌데…….”
말끝을 흐리는 그레이 학부장에게서 시선을 뗐다.
정면에 서서, 저들 전부를 이끄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는 굉장히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머리는 양옆머리를 쭉 밀어 버리고 닭 벼슬처럼 가운데 머리를 올리는 머리 스타일.
저걸 모히칸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머리 스타일이 아니라, 그의 기세였다.
노골적인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경지 또한 마스터다.
그레이는 저 남자가 누구인지 헷갈려 하는 거 같은데, 나는 저놈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안다.
툴칸 제국.
제3 근위 기사단의 부기사단장이자 이스칸다르 툴칸의 최측근 중 한 명.
엑사일 판테온.
미래 하프 블러드가 되는 이들 중 한 명이다.
전생에서 나한테 목이 따인 놈이기도 하고.
즉.
툴칸 제국이 개입했다는 건데.
왜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것 봐라. 강경파가 벌써 냄새를 맡았나?’
워낙 흘리고 다닌 게 많긴 하지만 그래도 강경파가 눈치챌 정도는 아닌데…… 이거 참 상황이 묘하다.
스파이라도 있었던 건가?
이윽고, 그들이 나와 10여 미터를 남겨 둔 채 멈춰 선다.
엑사일이 내게 물었다.
“잭 발란티에?”
“그럴걸?”
“……하, 재미있는 놈이군.”
“그런 말 종종 들어, 그런데 머리 스타일이 특이하네.”
엑사일이 갑자기 환하게 웃는다.
“오? 이 머리 스타일의 진가를 알고 있는 것이냐?”
모를 리 없다.
모히칸 스타일은 마수의 숲에 있는 오크들이 주로 하는 머리 스타일이거든.
오크들은 그 머리를 모히칸 스타일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전사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대족장인 블랙맨이 유행시킨 머리.
이른바 대족장 스타일.
“이런, 이럴 수가, 이 머리의 진가를 알고 있는 녀석이 있었을 줄이야. 이거 참 기분이 좋구나. 네가 봐도 이 머리가 멋있어 보이는 모양인데, 내 친히 좋은 미용사를 소개시켜 줄 수도 있다. 어찌 생각하느냐?”
피식 웃고 말았다.
“내 말을 오해한 거 같은데.”
“오해?”
“난 네 머리가 멋있다고 한 적이 없어.”
“……뭐라?”
전생에서도 그랬다.
엑사일은 자기 머리에 묘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그 바탕이 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중요한 건.
저놈의 저 머리가.
심각하게 안 어울린다는 거.
“사람한테 혐오감을 주는 머리는 그 자체로 폭력이잖아. 예의 같은 거는 황태자가 안 알려 주든?”
“……하, 이 새끼가 미쳤구나.”
“미쳤다는 소리도 자주 듣는 소리긴 한데,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 왜 왔어?”
“…….”
“신기하네. 올 이유가 전혀 없는데 되게 뜬금없잖아.”
“…….”
“뭐야. 왜 그렇게 쳐다보냐? 잘 생긴 사람 처음 봐?”
“…….”
“원래 벙어리였나. 왜 말을 못 해. 왜 왔냐니까?”
엑사일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그런데, 그게 조금 이상하다고 해야 하나.
앞선 대화로 미루어 봐도 저놈은 굉장히 다혈질적인 놈이거든.
그런데 이렇게 도발했는데도 가만히 있네?
희한하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녀석이 말했다.
“툴칸 제국으로 귀화해라.”
……응?
잘못 들었나.
“뭐라고?”
“툴칸 제국으로 귀화하라고 했다.”
“뭐야, 이맘때쯤의 코미디 수준이 원래 이리 높았었나? 뭔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야?”
“후…….”
분노의 한숨을 터트린 엑사일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황태자께서는 인재를 중요시한다. 테슬란 왕국에 떠도는 갖가지 소문들, 신문에 나온 네놈에 대한 이야기들, 그걸 전부 믿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는 이는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너의 그 재능이 참으로 아깝더구나. 이런 쓰레기 같은 나라에 있지 말고 툴칸 제국으로 귀화하거라. 툴칸 제국은 너 같은 인재들에게 최상의 대우를 약속하니까.”
뭔가 어조와 표정이 맞지 않는다고 느껴진 건 착각일까.
피식 웃음을 터트리기 무섭게.
엑사일이 말을 덧붙인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네놈이 이 제안을 거절했으면 좋겠구나.”
내 웃음이 진해진다.
당연히 엑사일의 웃음도 진해졌고.
“그래야 네놈을 이 자리에서 쳐 죽일 수 있거든. 건방진 애새끼 같은 놈.”
슬며시 쥐고 있던 검을 밑으로 늘어트리며 말했다.
“타노스.”
뒤에 있던 타노스가 재빨리 대답한다.
“예, 주군.”
“너 아직 2단계에서 못 넘어가고 있지?”
얼마 전 타노스는 4서클이 되었고, 나는 수련 마법진의 등급을 한 단계 더 올려 주었다.
그 안에서 등장하는 것은 과거, 2서클을 이뤘을 때의 나다.
그리고 장담하는데, 타노스는 4서클이 되었어도 2서클의 나를 이기지는 못할 거다.
과거의 나는 그럴 만한 수준이었거든.
“저기 저놈 보이지?”
손가락으로 엑사일을 가리켰다.
“저놈의 주무기는 롱소드와 단검, 즉 이검류거든.”
“이검류…… 말씀이십니까?”
타노스가 묻기 무섭게.
“네놈이 그걸 어찌 아느냐?”
당황한 표정의 엑사일이 물었지만, 당연히 놈의 질문은 무시했다.
난 지금 타노스랑 대화 중이거든.
“주로 롱소드를 쓰다가 숨겨 둔 단검으로 허를 찌르는 시도를 하는데, 그 수법이 아주 기묘하고 악독하기 그지없어. 참…… 얌체 같은 놈이지.”
타노스가 입을 다물었고, 보여 준 적이 없는 자신의 ‘비기’를 나불거리는 나를 엑사일이 멍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2서클이었을 때의 나도 딱 저랬어. 상대의 공격도 훤히 보이고, 어디로 공격할지 어떤 움직임을 할지 다 파악이 됐거든. 그러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까. 어차피 승부라는 건 먼저 칼 꽂고 먼저 목 따면 끝나는 거잖아. 그럼 간단하지, 어떻게 하면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을까. 그거에 대한 고민만 계속했었거든.”
“…….”
“지금의 너한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데, 보여 줄게. 허를 찌르는 시도를 하는 놈들은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타노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물러선다.
그에 반해, 분노한 표정의 엑사일은 기운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내가 직접 말은 안 해서 그렇지.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툴칸 제국으로 귀화?
뭔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를 하고 있어.
아 그리고 이 말을 깜빡했네.
“야, 엑사일아.”
“……?”
“황태자 똥꾸멍 핥아 봐야 오십보백보야.”
“이…… 새끼가.”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 줄 테니까, 가서 황태자 오면 엉덩이라도 살랑살랑거려 봐. 그럼 또 알아? 놈이 네 거 핥아 줄지?”
이마에 힘줄이 솟아난 엑사일이, 강하게 발을 놀린다.
그러자.
콰아아아앙-!!
강한 마나의 파동.
주변으로 돌풍이 몰아치고, 건물 전체가 떨려 온다.
놈이, 고개를 든다.
“건방진 애새끼가, 죽여 달라고 애원하게 해 주마.”
어깨를 으쓱했다.
“할 수 있으면.”
말을 끝마치지도 못했는데, 놈이 자리를 박찬다.
콰아앙-!!
돌덩이가 사방으로 터져 나가고, 놈의 몸이 거의 빛이 되어 뻗어 나오는 걸 바라보며, 마저 말을 이었다.
“해 보든가.”
순식간에 다가온 놈이 어느새 뽑아 든 검을 휘두른다.
쌔애액-!!
여유롭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사실, 이렇게 한 걸음 내딛는 동작 자체는 단순한 동작이 아니다.
상대의 검로를 예측하고, 그 검로의 사각으로 이동하는 기술.
쉽게 말하면 그냥 보법이다.
내가 살면서 이 한 수로 피한 공격만 아마 수천 번은 넘을 거다.
그런데.
묘하다.
나름 완벽하게 회피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순간 허공에서 놈의 눈동자가 보인다.
빛이 나는 놈의 눈깔.
이놈 이거, 뭔가 노리고 있나 보다.
한 걸음 내딛는 그 동작에서, 그대로 몸만 옆으로 틀었다.
평소보다 훨씬 크게 뒤틀리는 내 몸.
그리고, 방금 전까지 내 머리가 있던 곳을 스쳐 지나가는 단검 한 자루.
아까 말한 놈의 비기가 바로 이거다.
지금 나도 몰랐거든.
저놈, 분명 검 한 자루만 들고 있었는데 어느새 반대 손에 단검을 들고 있잖아.
얌체 같은 놈이라는 게 괜히 한 소리가 아니다.
툭- 투욱-
몸의 균형을 잡자마자, 모든 마나를 오른팔로 끌어모았다.
실라리온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검기가 솟구쳤고, 그 검기는 더욱더 진해지며 강기가 되었다.
그대로,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굉음이 터지며, 롱소드와 어느새 뽑아 든 건지 모를 단검을 교차한 채로 엑사일이 뒤로 주르륵 밀려난다.
그 사이로 보이는 놈의 눈동자.
분명 떨리고 있었다.
“……뭐야, 이거? 너, 대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