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34)
제 135화
{공자님이 시키신 일, 약 80프로 정도를 완료했습니다.}
첫 장에 적혀 있는 문장을 읽자마자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80프로면 거의 다 됐다는 거잖아.
그런데 이렇게 편지를 보냈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긴데.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빠르게 편지를 훑었다.
그러다 어느 부분에서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위원회의 분열, 그리고 헤르만 소가주의 실종, 복합적인 이유로 헤르만 후작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헤르만 후작이 영지전을 신청했고, 왕궁은 허락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영지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문제는 다른 쪽에 있습니다.}
조금 의아했다.
영지전 때문에 연락 준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네.
{우선 첫 번째, 헤르만 후작은 100% 확률로 공자님을 노릴 겁니다. 암살자를 보낼 수도 있고, 헤르만 후작가의 기사들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걱정은 안 됩니다. 제가 공자님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문제는 툴칸 제국입니다. 툴칸 제국이 헤르만 후작의 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또한 헤르만 후작령에 툴칸 제국에서 파견된 마스터 한 명이 있다는 첩보도 입수했는데, 이건 조금 확실하지 않습니다. 만약 ‘마스터’가 헤르만 후작령에 있다면 그는 높은 확률로 어센블 영지로 갈 겁니다. 롤멜 총장, 그리고 국왕, 그리고 공자님까지. 이렇게 세 명에게 목적이 있을 텐데, 제가 공자님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됩니다.}
글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놈 이거.
뒷북치고 있네.
정보 수집 능력이 뛰어난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미 그 툴칸의 마스터도 왔고 헤르만의 기사도 왔는데…… 잠깐.
거기까지 생각하고, 피식 웃고 말았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
보자.
헤르만 후작령에서 어센블까지의 거리와 발란티에 후작령에서 어센블까지의 거리.
어센블 영지를 기준으로, 시간만 보고 따지면 대충 3일과 5일이다.
아베이루는 헤르만 후작가가 취할 방침을 무려 이틀이나 먼저 눈치챈 거다.
문제는 그 사실을 알리는 방법이 문제였던 거지.
이건 일단 제쳐 두고.
다시 편지를 읽었다.
{두 번째입니다. 이게,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지는데, 최대한 쉽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후작령을 통합하는 일이 80프로 이상 완료됐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편지를 보내는 이유는 나머지 20프로 때문입니다. 이걸 해결하려면 공자님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아베이루는 확실히 일을 잘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 허락이라.
그게 뭘까.
{후작 부인, 생각 외로 영향력이 큽니다. 죽이는 방법은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배제했고, 가능하면 가택연금이나 손과 발을 자르는 작업을 시도하려고 했는데…… 그 손과 발이 맨티스 백작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확히는 툴칸 제국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거기까지 읽었을 때, 내 입가에는 흥미로운 웃음이 걸려 있었다.
아베이루는 정보원 출신이다.
정보를 다루고,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는 그냥 도가 튼 인물.
거기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는 것도 다른 이들과 수준이 다르다.
그런 그가, 툴칸 제국을 또 언급했다.
{맨티스 백작가가 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발란티에 후작을 뒤에서 조종하는 것 같은데, 이게 애매합니다.}
그레이 학부장이 말했던 것처럼 맨티스 백작가는 위원회에 속해 있다.
아베이루는 지금 정답을 맞힌 거다.
어떻게 그런 정답을 맞힐 수 있었을까.
거기다 뭐가 애매하다는 걸까.
{후작령에 오고 나서 알게 된 건데, 영지 전체에 퍼져 있는 소문과 후작가 내부로 전달되는 소문이 전혀 매치가 되질 않습니다.}
{예를 들면 영지 내에서 수백 명이 넘는 이들이 죽는 대규모 학살 사건이 벌어진다면, 그 학살 사건이 굉장히 축소되는 형태로 후작가의 저택으로 전달됩니다.}
{살펴보니, 애초에 후작가와 후작령은 거의 분리된 것처럼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의도를 가진 채 들어오는 정보들을 축소하고, 축소한 그 정보들 중 전할 것들과 빼야 할 것들을 한 번 더 거른다고 해야 할까요.}
{밖에서 들어오는 정보들은 정확히 세 번 걸러집니다. 후작령의 경비병, 그리고 기사, 그리고 영지 내의 행정관들. 그 세 번의 단계를 걸치고 엄선된 것들만 발란티에 후작에게 들어갑니다. 그래서 발란티에 후작은 모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고개를 갸웃했다.
모른다.
무엇을 모른다는 걸까.
{클라크 발란티에는 공자님이 변했다는 것을 모릅니다. 아직도 저능아로 알고 있죠. 부연설명을 하자면, 후작가의 내부에서는 아카데미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이 공자님이 저지른 게 아니라 롬멜 총장이 저질렀고 공자님을 그저 방패 삼았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심도 하지 않더군요. 그냥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후작에게 들어가는 정보들을 파악해 봤더니 확실히 그럴 만도 하더군요. 클라크 발란티에를 허수아비로 삼은 맨티스 백작가가 이상해서 이번에는 그쪽에 대해 정보를 모아 봤는데, 신기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전에 공자님과 제가 길드의 내부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때 기억하십니까?}
아마, 위원회에 누가 있을지 대충 몇 번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를 말하는 것 같다.
{그때 공자님과 제가 위원회에 속해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이야기를 나눴었죠. 그때 나온 이름이 테슬란, 말론, 헤르만, 데리트. 총 네 개의 가문이었습니다. 맨티스 백작가가 그 네 개의 가문에 돈을 원조해 주고 있었더군요. 추산치만 무려 1500만 골드였습니다. 그리고 그 자금, 툴칸 제국으로 흘러갔더군요. 확실합니다. 맨티스 백작가는 위원회에 속해 있습니다. 거기다, 툴칸 제국의 4황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됩니다.}
편지에는 공백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걸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베이루가 굉장히 고민했다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내리고, 볼 수 있었다.
또한, 알 수 있었다.
왜 아베이루가 망설인 건지.
{헤르만 후작가와 맨티스 백작가. 이 두 가문은 툴칸 제국에 속해 있습니다. 하지만 발란티에 후작가는 아닙니다. 발란티에 후작은 맨티스 백작의 꼭두각시였고, 그걸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헤르만 후작이 발란티에 후작령에 영지전을 신청한 이유는…….}
{복수일 겁니다.}
복수.
그 단어면 충분했다.
{디트리히 헤르만의 죽음에 공자님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헤르만 후작은 압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정확한 증거, 없습니다. 제가 전부 지워 버렸으니까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헤르만 후작은 지금 눈에 보이는 게 없습니다. 그냥 심증만 있으면 전부 죽이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발란티에 후작령을 노리고 그 이후에 맨티스 백작가를 노릴 겁니다.}
{헤르만 후작은 병사들을 모아 놓고 연설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연설 중 일부를 첩보로 얻어 냈는데, 그거 때문에 제가 망설인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공자님께서 아셔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적어 보냅니다.}
{엘리자베스 발란티에를 천 명이 넘는 병사들에게 포상으로 내릴 것이며, 어떻게 해서든 정신을 파멸시키는 이에게는 50만 골드의 포상을 내릴 것이고, 잭 발란티에라는 꼬마의 몸은 열다섯 조각으로 잘라 내 들개들의 먹이로 줄 것이다…….}
{……공자님이 어떻게 행동하실지, 저는 압니다. 알기에 이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에 몇 마디 말이 있긴 했지만, 이미 읽을 건 다 읽었고 얻을 정보는 다 얻었다.
진짜.
대단하네.
아베이루도 대단하긴 하지만, 지금 내가 말하는 이는 아베이루가 아니다.
바로 우리 발란티에 후작님을 말하는 거다.
아니, 너무 대단하잖아.
이렇게 대단할 수가 있나?
어떻게 하면.
사람이 이렇게 무능할 수가 있는 거지?
우리 발란티에 후작님께서는 우물 안 개구리가 맞았다.
심지어 우물에 갇혀 있다는 걸 모르는 개구리.
이 얼마나 처량한가.
그 사실을 아예 짐작도 못 하는 거 같은데, 이건 대단하다는 말로도 모자라다.
매우 놀라웠고, 이 정도면 거의 무능이 신의 경지에 이른 거다.
이런 사람한테 내가 죽을 뻔했다고?
이런 사람이, 나를 쓰레기로 만들었다고?
나를 잡아 두고, 누나를 툴칸 제국에 성노예로 던져 준 사람이 이런 사람이라고?
주먹이, 쥐어진다.
아마 아베이루는 알 거다.
내가 과거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고 있는 아베이루는, 내가 무슨 행동을 할지 아마 알고 있을 거다.
그러니 서신 마지막에 이렇게 적은 거겠지.
{진정하십시오. 그리고……조심하십시오.}
쥐어진 주먹이, 더 강하게 쥐어진다.
파스슥-
종이는 가루가 되었고, 내 주먹이 바닥에 맞닿는 순간.
땅이 진동한다.
쿠궁-!
지진이라고 해야 할지, 천재지변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주체가 안 된다.
헤르만 후작이 했다는 연설.
그 내용 때문에 화가 난 건지.
아니면 발란티에 후작의 무능 때문에 화가 난 건지.
모르겠다.
그런 나를, 스승님이 조용히 붙잡는다.
고개를 돌렸다.
[진정하거라.]맑다.
맑은 저 목소리를 듣자마자 정신이 또렷해지고, 분노는 희석된다.
후우-
심호흡을 했다.
분노는 희석됐지만, 사라진 건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정제된 분노라고 해야겠지.
“같이, 가시겠습니까?”
스승님이 잠시 나를 바라본다.
어디로 가자는 건지, 어디를 가고 싶은 건지. 스승님은 묻지 않았다.
그저.
[그래. 가자꾸나.]이렇게 답할 뿐.
스승님을 그대로 안고는 어깨에 올렸다.
“그레이.”
“……예, 공자님.”
고개를 돌렸다.
그레이는 경외감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희열.
떨림.
설렘.
그리고, 미약한 두려움.
신경 쓰지 않았다.
“하루 정도 자리 비울 거니까, 무슨 일 생기면 네 선에서 알아서 처리해.”
“아…… 예.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곤잘레스.”
“……예, 삼 공자님.”
“먼 길 오느라 수고했고, 방에 들어가서 쉬고 있어.”
곤잘레스가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고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혹시, 발란티에 영지로 돌아가시려는 겁니까?”
상황상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는데, 아니다.
발란티에 영지.
아직이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그 정도로 무능할 줄은 몰랐지만, 그냥 거기까지다.
지금은 우선해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
우리 누나의 정신을 파멸시켜 버리겠다는 헤르만 후작의 연설.
그게 묘하게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그거.
내가 말은 안 했는데.
내 역린이거든.
나를 죽이려는 거?
그거만 해도 죽일 죄로 충분한데, 내 가족을 건드리네?
발란티에 후작은 죽든 말든 관심 없다.
그런데, 우리 누나는 아니다.
그거면 충분하다.
물끄러미 곤잘레스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부정의 대답으로 받아들인 걸까.
곤잘레스가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 묻는다.
“그러면 혹시, 헤르만 후작가로 가실…… 아니, 지우실 생각이십니까?”
이번에도 말없이 곤잘레스를 바라보았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내 표정과 내 몸짓.
그거면 대답으로 충분했다.
“실례지만 얼마나 걸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번 건 그냥 입으로 말해 줬다.
“오늘 밤이 가기 전.”
하루.
최약소국의 후작 가문 하나를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는 솔직히 충분하다 못해 차고도 넘친다.
내색은 안 하려고 했는데, 아마 다 알 거다.
내가 지금 좀 화가 많이 났다는걸.
그리고.
슬슬 보여 줄 때도 됐지.
나와 내 가족을 건드리는 놈들이 어떻게 되는지.
그 본보기.
하나 만들 때도 됐다.
손에 장검을 쥔 채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근-!
심장이 거세게 뛰며.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음침한 검은 기운이, 천천히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마나처럼 허공을 돌아다녔고 내 의념에 따라 허공에 수식을 새겼다.
헤르만 후작가.
어디 있는지는 안다.
그 좌표를 새기고, 조용히 말했다.
“[텔레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