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35)
제 136화
Chapter 5
로날드와 펠릭스는 헤르만 후작가에 충성을 맹세한 기사였다.
정확히, 4년 전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수습 기사로서 헤르만 후작가에 들어온 뒤, 비약적인 경지의 상승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정식 기사로 임명되었다.
두 기사는 아카데미 동기이자 경쟁자였고, 또한 동지였다.
그런 둘은, 지금 흥분하고 있었다.
얼굴이 붉어질 정도다.
솔직히 흥분할 이유는 많다.
그중 두 개만 골라서 이야기해 보면.
우선 첫째.
헤르만 후작가의 기사단은 강하다.
정확히는 헤르만 후작가에 소속된 고서클 유저들의 숫자가 무려 20명이나 된다.
그 말은 테슬란 왕국 내에서 적어도 세 손가락 안으로 꼽히는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테슬란가家, 어센블가家, 말론가家를 제외하고 가장 강한 전력.
괜히 동부에서 대영주라 불리며 동부를 꽉 잡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가문에 속한 기사.
또한 대우도 나쁘지 않으며 종신 계약을 할 정도로 가문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높게 쳐준다.
그럴 만도 한 게, 고작 21살에 두 기사는 무려 5서클을 이루었으니까.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두 번째.
이게 가장 핵심이었다.
헤르만 가문에 속한 기사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을 원한다.
그간 수련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였고 검의 날카로움을 더욱더 다듬었다.
그래서 그런 경지에 올라갔는데, 검 한 번 휘둘러 보지 못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형벌이요, 하늘 아래 감옥이었다.
그래서 발란티에 후작가와 영지전이 결정되었을 때 속으로 환호했다.
드디어.
싸울 수 있구나.
검을 휘두르고, 스스로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겠구나.
이것도 흥분한 이유지만, 다른 이유도 하나 있었다.
바로 발란티에 후작가의 첫째.
엘리자베스 발란티에.
그녀를 본 이들이라면 백에 백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름답다고.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겠지.
품고 싶다고.
정말 의아하겠지만, 사실이다.
그녀를 본다면, 정말 실제로 마주한다면 욕정을 품게 된다.
기사뿐만이 아니라, 아카데미에서 그녀를 직접 보았던 이들은 전부 그렇게 느꼈을 거다.
혹시, 정말 무슨 ‘저주’에라도 걸린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여자가 있는 가문과 영지전이 벌어진다.
그때, 그 한순간 잊지 못했던 그 감정.
그걸 풀 때가 온 것이다.
단순한 기사 따위가 할 수 있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얼마 전, 헤르만 후작은 기사들을 모아 놓고 연설을 했다.
테슬란 왕국을 버리겠다고.
모두가 놀랐지만 거기까지였다.
툴칸 제국에서 ‘백작’ 작위를 내려 주겠다고 했고, 가신은 물론 데리고 있는 기사들 모두를 데리고 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즉, 테슬란 왕국이라는 최약소국의 기사가 툴칸 제국이라는 말도 안 되는 괴물 국가의 기사가 되는 것이다.
반대?
누가 반대할까.
어차피 세상이 그런 것을.
이어서 헤르만 후작은 이렇게 말했다.
테슬란 왕국에 씻지 못할 핏자국을 새기겠다고.
모두는 의아했다.
저런 말을 왜 하는 걸까.
하지만, 이어지는 헤르만 후작의 말에 모든 게 풀렸다.
“내 아들, 디미트리 헤르만이 죽었다.”
소가주.
장차 헤르만 후작이 될 그 망나…… 아니, 그 아이가 죽었다고?
“범인은 발란티에 후작가의 막내. 잭 발란티에.”
“…….”
“그렇기에, 발란티에 후작가는 멸문해야 한다. 또한, 잭 발란티에 또한 죽어야 하고, 그의 누이인 엘리자베스 발란티에도 죽어야 한다. 아니, 이 세상에 발란티에라는 이름을 쓰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어야 한다.”
목소리에서 분노가 적나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7서클 마나 유저인 헤르만 후작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기운까지.
그건 자식을 잃은 한 아비의 분노이자, 자식이 무슨 짓을 했든 어떻게든 감쌀 생각만 하는 잘못된 부정의 표출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침묵한다.
“발란티에라는 이름을 쓰는 이들은, 이 세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처참한 형태로 죽어야 한다. 엘리자베스 발란티에, 그년을 너희에게 포상으로 내려 줄 것이며, 그년의 정신을 파멸시키는 이에게는 50만 골드를 포상으로 내리겠다.”
핵심은 그게 전부였다.
이어지는 이러저러한 연설과 환호하는 기사들.
그리고 그 정도 이야기했으면 끝난 거다.
엘리자베스 발란티에.
그녀를 품는 것은 기사들 ‘모두’일 것이라는 확신.
그렇게 로날드와 펠릭스가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을 때.
하늘에서, 한 남자가 떨어져 내렸다.
툭-
너무나도 가벼운 착지음.
의아했다.
어떻게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질 수가 있지?
외모도 굉장히 어려 보였다.
나이는 대충 14살, 15살.
지나치게 잘생긴 외모…….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기사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쩍 벌렸다.
닮았다.
아카데미에 다닐 때 보았던 엘리자베스 발란티에.
그녀와 굉장히 닮았다.
설마.
아니겠지.
“잭…… 발란티에?”
그 남자가 고개를 든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자기 키만 한 긴 장검.
남자는 말없이, 그 장검을 휘둘렀다.
서걱-
펠릭스의 옆에서 붉은 얼굴을 하고 있던 기사.
로날드의 목이, 천천히 흘러내린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물처럼 흘러내린 거다.
이 모든 상황이 펠릭스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검을 휘둘렀으면 휘두르는 소리나 그런 게 나야 정상이 아닌가.
소리는 없었고, 그냥 목이 떨어졌다.
정말로 휘두른 게 맞는 건가?
내 앞에 있는 이 아이가, 진짜 아이가 맞는 건가?
사고가 정지한 기분이다.
이어서.
그 아이가 반대쪽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
기이한 언어.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언어로 무언가를 외치자.
그 손을 기준으로 검은 기운이 퍼져 갔다.
그 기운은 헤르만 후작가의 성 전체와 영지를 분리했다.
적어도 펠릭스는 그렇게 느꼈다.
아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5분.”
5분……?
5분이면, 시간을 말하는 건가?
무슨 5분?
“5분 준다. 가서 준비해.”
“……준비……?”
그 아이는 말없이, 장검을 바닥에 꽂았다.
그제야 소리가 들렸다.
푸욱 하는, 땅을 박는 소리.
저런 소리가 아까는 왜 안 들렸을까.
이어서, 아이가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펠릭스는 그제야 현실을 자각했다.
엘리자베스를 닮은 한 아이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마법을 썼는지 무엇을 했는지는 모른다.
세간에 퍼진 소문대로라면 마스터인 마탑주를 제압한(분명 헛소문이 분명하겠지만.) 재능을 가진 인물이 아닌가.
그가, 헤르만 후작가에 침입했고, 동기인 로날드를 죽였다.
펠리스는 그대로 몸을 돌렸고, 다리를 움직였다.
걷는 게 아니라, 그냥 달렸다.
저 모습.
저 위압감.
그리고 하늘을 덮은 검은 연기.
뒤늦게나마 밀려온다.
공포라는 감정이.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그것도 매우 크게.
* * *
2분이 지났을 때.
천천히 눈을 떴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뜬금없는 말에 스승님이 고개를 돌린다.
눈이 마주쳤다.
[왜 그리 생각하느냐?]“이건 제 개인적인 일이니까요.”
스승님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눈빛.
전생에서 많이 받아 봤던 눈빛이다.
더 말해 보라는 스승님 특유의 눈빛.
“헤르만 후작이 영지전을 벌인다고 날뛰는 이유, 제 누나를 건드리겠다고 사방팔방 떠들어 대는 이유, 아무리 봐도 저 때문인 것 같거든요.”
사실 생각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게 분명 진실일 테니까.
그거 아니면 이유가 없거든.
멀리 갈 것도 없이 과거에는 헤르만과 발란티에는 영지전을 벌이지 않았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을 찾으면 하나밖에 없다.
헤르만의 망나니가 죽었다는 거.
[하지만 그때 그 아이를 죽인 것은 네가 아니었다.]어깨를 으쓱했다.
엄밀히 말하면 스승님이 죽인 거지만, 선후관계를 따져보면 내가 죽인 거나 다름이 없다.
놈의 목표는 나였고, 어차피 나도 놈을 죽이려고 했거든.
스승님이 죽였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디트리히 헤르만은 내가 죽인 거다.
스승님은 내가 끼어 있는 판에 손만 살짝 걸치셨을 뿐, 모든 건 내가 저지른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스승님이 말했다.
[솔직하지 못하구나.]“예?”
[보여 주기 싫은 것이냐?]전에 말했던 것 같은데.
똑똑한 사람들은 눈치가 굉장히 빠르다.
그리고 똑똑한 사람들 중, 스승님처럼 힘을 가지고 정상에 군림한 이들은 종종 사람의 마음 그 이상을 꿰뚫어 본다.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전이요?”
[길드에서 아베이루를 너의 수족으로 받아들일 때, 기억 안 나는 것이냐?]나지 않을 리 없다.
그때 나는 아베이루한테 전생에서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 아주 간략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솔직히, 자세하게 이야기 해 줄 수도 있었는데 그냥 안 했다.
내 옆에 계신 스승님이, 나를 좀 다르게 볼까 봐.
[네가 여기서 벌일 일을 내가 보게 된다면, 너에 대한 내 생각이 달라질까 봐 걱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맞느냐?]거봐.
내가 다른 사람은 속여도 스승님은 못 속인다니까.
오랜만에 할 말을 잃었다.
쩝.
[한데, 괜한 걱정을 하는구나.]“예?”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간 지켜봐 온 너는 절대 죄 없는 이들이나 선량한 이들에게는 검을 겨누지 않는 녀석이다. 아이들을 배려해 주는 그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 하지만 그런 네가 검을 겨눴고, 살생을 저지르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그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착각은 아닌 것 같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느껴 보는 감정이다.
스승님과 동굴 안에서 이러저러한 대화를 나누며 가르침을 받던 그때.
그때 스승님이 딱 이랬지.
[백 명을 살리는 데 한 명을 무조건 죽여야 한다는 가정을 해 보자꾸나. 롬멜, 그 아이와 네가 이야기했을 때처럼 그런 경우 지성체는 딜레마에 빠지기 마련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무엇이 악하고 선한가. 종족을 불문하고 미래와 과거도 불문하며 모두를 관통한 질문이고, 제각기 다른 답이 있기에 뚜렷한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고개를 돌렸다.
[너는 너의 답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웃지는 않았다.
그냥, 오랜만에 느껴 보는 감정에 취해 있을 뿐.
[네가 무엇을 한다 해도, 내가 너를 싫어할 일은 없을 것이다.]“화도 안 내실 겁니까?”
스승님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피식 웃는다.
[그것만큼은 모르겠구나, 네가 워낙 누군가의 예상대로 움직이는 녀석이 아니라서.]잠시 스승님과 눈을 맞췄다.
나는 스승님의 모든 게 좋다.
스승님이 해 왔던 일들, 실수했던 일들, 가끔 보이는 허당 같은 모습, 그 모든 모습들을 봐 왔고 그 모든 모습을 기억 속에 담았다.
그래, 그거면 충분하지.
망설임은 애초에 없었다.
행하려는 건 변함이 없었고, 끝내려는 것도 변함이 없었다.
스승님이 나를 싫어하게 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감수하려 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이 사라지니까.
마음이 편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