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47)
제 148화
“발란티에 후작령과 헤르만 후작령, 굉장히 멀어. 그건 알지?”
“예. 확실히 멀죠. 끝과 끝이라고 해도 부족함은 없을 겁니다.”
전에 가볍게 말했었는데.
헤르만 후작령에서 어센블로 오는 데에는 말을 타고 거의 쉬지 않는다는 가정을 하면 약 5일이 걸리고.
발란티에 후작령에서 어센블까지는 최소 3일에서 최대 5일 정도가 걸린다.
당연히 이건 쉬지 않고 말을 달렸을 때의 경우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건.
발란티에 후작령과 어센블 사이에는 산지가 굉장히 많아서 편차가 크다는 거다.
상인들이 갈고 닦은 길과 주변 영지.
그런 것들로 동선을 최대한 빠르게 짜면, 실제로는 3일~4일이 맞다.
문제는 발란티에 후작령이 남서쪽에 위치해 있고 후작령이 동쪽에 있다는 거.
두 영지 사이의 거리, 그건 최소 6일은 잡아야 한다.
그러니까, 너무 멀잖아.
그래서 원래 영지전을 할 때는 인근 영지를 대상으로 영지전을 하지 이런 식으로 영지전을 하지는 않는다.
가신에게 영지를 대신 위임시키는 경우라면 몰라도, 정말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니 어떻게 해.
가까운 사람이 관리해야지.
“그런데, 그게 저희 쪽에서 관리한다고 할 수 있는 겁니까? 이게 엄밀히 말하면 발란티에 후작가와 시어런 후작가는 혈연이나 그런 걸로 엮여 있지가 않은데.”
내가 깜박했네.
우리 그레이 학부장.
나름 귀족이었는데 그걸 깜빡했어.
최전선에서 뛰어다니길래 귀족 사회랑은 거리가 좀 멀어 보였는데 나름 ‘귀족처럼’ 생각을 하니, 조금은 신기해 보일 지경이다.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가신家臣이라는 단어가 괜히 있는 게 아니잖아.”
복잡해 보이던 그레이 학부장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저를, 가신으로 삼으시는 겁니까?”
이 양반.
나이랑 다르게 되게 감수성이 풍부하네.
그게 그렇게 좋아할 일인가.
“뭘 새삼스럽게, 애초에 내가 널 왜 받아 줬는데, 가신 삼으려고 받아 준 거야. 시어런 후작가가 주민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그런 거 나도 대충은 들어서 알거든. 솜씨, 기대해 봐도 되지?”
그레이 학부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저희 아버지와 이야기를 조금 하긴 해야겠지만, 잘 풀릴 겁니다.”
그때였다.
내 시선이.
그레이 학부장의 책상 한쪽 구석으로 옮겨진 것이.
작은 편지.
온갖 서류들에 파묻혀 있어서 잘 몰랐는데 저거.
새 거다.
그런데 내가 왜 관심을 가지게 됐냐면.
그거 보낸 사람이 ‘롬멜 어센블’이었거든.
‘아니, 거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편지를 보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 금방 사라졌다.
생각해 보니 학부장인 그레이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났다는 것은 우리 영감님도 해야 할 일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갑작스럽게 추가된 60명이 넘는 교관들.
그리고 그걸 넘어서 대륙전장과 관계를 정립해야 하고, 멍청한 국왕도 신경 써 줘야 하고.
정치도 해야 하니.
우리 영감님, 바쁠 만도 하다.
그래서 이렇게 아랫사람 시켜서 서신을 보냈나 보다.
그런데 이상하게.
“궁금하네.”
그레이 시어런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편지를 들어 올렸다.
밀봉된 것부터 여러모로, 확실히 새 거였다.
“롬멜 총장님이면, 아마 교관들에게 지급해야 할 갑주와 무구들을…….”
이야기를 하며 편지를 꺼낸 그레이 시어런.
그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고 말끝이 흐려진다.
평온했던 그레이.
그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하고, 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무언가 일이 터졌구나.
그것도 나랑 관련된.
아주.
귀찮은 일이.
“줘 봐.”
그레이 학부장이 편지를 건넸고, 곧바로 읽었다.
(잠시 수도에 다녀올 일이 생겨서 이렇게 편지만 남기네. 우선 교관들에게 지급할 무구와 갑주…….)
등등.
처음 내용은 별게 없었다.
그냥 총장으로서 검술학부 학부장한테 내리는 몇 가지 지시.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렇게 편지를 남겼다는 건.
그레이 학부장보다는 나한테 할 이야기가 있는 거다.
이렇게.
(잭, 그 아이와 자네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건 나도 잘 알아. 그래서 이 말도 남기네. 툴칸 제국에서 꽤나 흥미로운 정보가 들어왔어. 엘리자베스 발란티에, 그 아이와 툴칸 제국 사 황자 간의 혼담이 오가고 있다고 하더군. 실제로는 상당 부분 진척이 된 모양이야. 약간의 조정할 거리들만 남았다고 하던데, 이게 생각보다 꽤 구체적인 정보라 나도 조금 의아한 참이었네, 아무래도 맨티스 백작가가 헤르만 후작령과 발란티에 후작령을 통째로 먹으려고 수를 쓰는 것 같으이. 아마 이번 일도 잭, 그 아이가 예상했고 설계했을 확률이 높은데, 그냥, 늙은이의 걱정이라고 생각해 주게. 아무래도 이번 일…….)
(그리고 아카데미 이름을 변경하는 것, 어렵지는 않을 것이네. 상업학부를 추가하고 정보학부를 추가하겠다는 그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야, 그냥 그렇게만 전해 주게.)
전체적인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그리고 아카데미 이름 변경과 학부의 추가.
이게 어렵지 않다고 영감님은 말했지만, 어렵지 않을 리 없다.
그냥, 그렇게만 알아 달라는 거겠지.
평소였으면 ‘우리 영감님 생각보다 귀여우시네’라고, 한마디 했을 테지만 그런 말도 안 나온다.
누나와 사 황자 간의 혼담.
어처구니가 없다.
시기상으로 따지면, 이 일.
지금 벌어질 일이 아니다.
최소 5년, 아니 6년.
그 이후에나 벌어질 일이 지금 벌어진다?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발란티에 후작을 맨티스 백작이 뒤에서 조종한다는 거.
정보를 통제하고 믿을 것만 믿게 만드는 배후.
넓게 보면 맨티스 백작가는 전생에서 ‘그 일’을 성공시켰다.
발란티에 후작령과 맨티스 백작령을 하나로 묶었으니까.
땅덩어리만 따지면 왕국에서 두 공작가 다음으로 가는 나름의 ‘세력’을 일군 것이다.
그뿐일까.
내 기억에 의하면, 분명 발란티에 후작가가 멸문하기 전에 이런 이야기가 세간에 퍼졌던 걸로 안다.
그 이야기.
매우 간단하다.
페일론 발란티에가 이름을 페일론 맨티스로 개명하려 한다는 이야기였는데.
솔직히 그건 확실한 정보가 아니어서 그러려니 했었는데 이거, 이제 보니 그것도 사실이었나 보다.
즉, 맨티스 백작은 야망이 있다.
백작이라는 자리에서 만족하지 않고 후작, 혹은 공작.
그것도 아니면 그보다 더 위.
그런 야망을 품고 있는 맨티스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지금 헤르만 후작령이 텅 비게 된 상황이다.
그 영지.
욕심이 안 날까?
안 날 리가 없다.
맨티스 백작령과 발란티에 후작령, 그리고 헤르만 후작령을 다 합치면, 두 공작가의 영지만큼의 땅이 나온다.
즉.
욕심 많은 늙은이에게 있어서 더없는 기회라는 거지.
하아.
[그때, 얼핏 이야기했던 것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고개를 돌렸다.
우리 스승님.
언젠가 지었던 것처럼 꽤나 진지한 표정을 짓고 계신다.
[아카데미에 율리우스가 남긴 유물이 있다고 했었지?]“예.”
[보고에 있는데도 지금 이 시간까지도 남아 있다는 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일 텐데, 그곳을 네가 지금 당장 가지 않는 이유. 내가 생각한 이유 맞느냐?]정확히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짐작은 간다.
[그 안에, 검 말고 ‘다른 것’이 있는 것이냐? 예를 들면, ‘녀석’이 내게 남긴 유언이라든지…… 그런 거. 내 말이 맞느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테슬란 왕국이 멸망하든 하지 않든 관심 없고, 실제로 멸망한다면 매우 좋아할 거라고.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였었다.
직접 행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스승님이 마음에 걸려서 ‘아직’은 못 하겠다고.
그 ‘아직’이란 언제일까.
간단하다.
아카데미 보고에 들어가서, 그 ‘신검’을 꺼내게 되면 율리우스가 죽기 전 남긴 유언이 흘러나온다.
그걸 스승님이 듣게 만들고 싶어 했거든.
그리고.
그런 걸 넘어서 내가 아카데미에 있는 동안 스승님이, 이 왕국에 미련을 버리길 원했거든.
그 기간으로 3년.
충분하잖아.
그래서 나는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전까지 발란티에 후작령으로 갈 생각이 없었다.
없었는데.
이렇게 이유가 생기네.
그런 내게 스승님이 말씀하신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신경 쓰지 말거라.]“…….”
[400년을 기다렸는데 3년 기다리지 못할 것도 없지 않나…… 그런 생각, 이제는 들지가 않는구나. 기다리는 세월, 나는 이제 못 한다. 더 보고 싶고 알아 가고 싶은 게 생겼으니까. 그러니.]그러니?
[너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거라.]작게 웃고 말았다.
우리 스승님.
원래 이런 분이시다.
나보고 그냥, 굳이 의미 두지 말고 검이 필요하면 지금 당장 보고로 들어가 검을 꺼내거라, 그렇게 말씀하시고 계신데.
사실.
그 신검.
지금 나한테 필요하긴 할까.
전에도 느낀 거지만, 나한테 신검이 필요했던 이유는 내 혼기를 버틸 수 있는 검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실라리온이라는 굉장히 유익한 무기를 쓰고 있잖아.
물론, 명검 중의 명검이긴 하지만 이거, 내 생각대로면 혼기를 한 3번.
길면 4번 정도는 버틸 수 있거든.
그런데 4번이면.
내 장담하는데 별 일이 없으면 최소 1년 이상은 쓸 수 있을 거다.
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이 시점의 마스터들이 생각 외로 약하더라고.
거기다 내 성장 속도도 전생보다 더 빠르기도 했고.
그래서 이건, 그냥 별개의 문제다.
검이 필요하면, 필요한 그때 가져가면 된다.
그 유언의 내용.
스승님은 지금 아무렇지도 않아 하겠지만 막상 들어 보면 꽤, 감정 변화를 보일 것 같거든.
그리고, 말은 안 했는데.
율리우스 그 새끼가 썼던 그 검.
바꿔야 할 게 참 많다.
우선 놈의 손때가 묻어 있는 손잡이부터 개박살 내야 되고, 놈의 지문이 수도 없이 묻은 검갑은 애초에 쓸 생각도 안 해서 그것도 마찬가지로 개박살 내서 어디 바다에 뿌려 버리거나 땅에 파묻어 버려야 한다.
그 이후에 손잡이를 달고 검갑도 새로 만들고.
의외로 할 일이 많다.
그러니 그건 좀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
그리고 이건 당연한 소린데.
아카데미를 만든 건립자의 ‘유일한’ 제자가 중퇴생에 낙제자라는 딱지가 붙으면 그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어.
그건 안 될 일이잖아.
맙소사.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내가 낙제생이라니.
“그레이.”
“예, 공자님.”
“중간고사가 언제였지?”
“최근에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조금 늦춰졌습니다. 원래는 10월 초에 편성되는데 지금 나온 일정표를 보니까 최소 10월 14일부터, 10월 16일 사이에서 시작되고 약 4일간 진행될 것 같습니다.”
지금 날짜가 9월 13일.
시간은 넉넉하다.
“며칠 자리 좀 비우게 될 거 같은데, 괜찮겠지?”
“……예, 걱정 마십시오.”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런 나를, 그레이 학부장이 붙잡는다.
“저, 공자님?”
“왜?”
“……아까 말씀하신 헤르만 후작령, 어떻게 할까요?”
피식 웃고 말았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내가 말한 대로 진행해.”
그레이 학부장이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내가 방금 한 말에 담긴 뜻을 그레이 학부장은 알아챘나 보다.
이것 봐.
의외로 눈치가 빠르다니까.
다시 몸을 돌렸다.
저벅-
걸음을 옮겼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동안 가능하면 신경 쓰지 않으려 했고.
신경 쓰지 않기 위해서 아베이루를 보낸 후작령으로.
나는.
가야 할 것 같다.
썰어야 될 놈들이 제발 좀 썰어 달라고 지금 발악을 하잖아.
그럼 어떻게 해.
원대로 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