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48)
제 149화
Chapter 1
“여행 가자.”
내 한마디에 식탁에 둘러앉은 녀석들이 한마디씩 내뱉는다.
“……네?”
-네?
“예?”
끝이 아니었다.
[응?]우리 스승님도 한마디 내뱉으셨다.
매우, 당황스러운 한마디였다.
[여행이라…… 아까까지만 해도 살벌한 표정이던데, 여행?]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급한 일은 맞다.
내가 회귀한 것을 인지하고 다짐했던 일은 간단하다.
누나와 론, 그리고 스승님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
그런데, 지금 누나와 론이 엮였다.
영감님이 말하기를 이미 혼담이 오가는 중이라고 하니 아마 실제로는 상당 부분 진척이 된 상황일 거다.
어느 정도냐면.
발란티에 후작이 오케이 사인을 보내는 그 순간. 구체적인 일정이 나올 거고, 그 일정에 맞춰 누나는 툴칸 제국으로 이동하게 될 거다.
그런데 그 일정.
쉽게 나올 리가 있나.
내 예상으로는 최대 한 달.
빠르면 약 보름.
오차 범위는 플러스마이너스 약 2일 정도.
이게, 조금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는데.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누나가 매우 힘들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종의 충격 요법이라고 해야 하나.
망나니 사 황자한테 팔려 가면 어떤 처지가 되는지.
어떤 미래가 벌어지는지, 나는 우리 누나가 계속 생각하고 그랬으면 한다.
아주, 악독하고 쓰레기처럼 보이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우리 누나.
정말 너무 착하거든.
그러니 어떻게 해.
스스로 깨닫게 도와줘야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심성이 변하려면 그 정도의 충격이 있어야 한다.
나는 변해 봤으니까.
충격을 받아 봤고, 심성을 완전히 바꾸었으니까.
그러니 누나한테는 시간을 줘야 한다.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물론 길지는 않을 거다.
앞서 말한 것들과 모순되겠지만, 나는 2일에서 3일 내로 발란티에 후작령에 도착할 거거든.
생각을 털어 내고는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할까? 갈래 말래?”
세 명의 꼬맹이들은 그 이상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가요, 보스.”
“저도 가고 싶습니다, 주군.”
-저도요, 보스.
우리 꼬맹이들, 아무래도 모범생이 되긴 그른 것 같다.
땡땡이치는 걸 이렇게 기분 좋게 받아들이다니.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걱정 따위는 전부 잊은 것처럼.
잠시 동안, 그렇게 웃었다.
* * *
사실 말이 여행이지, 실제로 여행일 리가 없다.
일종의 요양이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그동안 나름 바쁘게 움직였잖아.
하루에서 이틀 정도 쉬는 거, 나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일단 어센블에서 며칠 쉬고 있으라는 내 명령을 아주 착실하게 지키던 곤잘레스를 불러들였다.
“별장 거실에 보면 긴 카펫 하나 있을 거야. 그거 가지고 와.”
“카펫요?”
“어, 검은색이랑 빨간색으로 물들어 있는 가로세로 8m쯤 되는 거.”
곧바로 알아들은 곤잘레스가 부리나케 별장 안쪽으로 뛰어갔고,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긴 카펫 하나를 들고 왔다.
대충 눈짓하자, 대충 알아들었는지 곧바로 카펫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그대로 뒤로 물러선다.
의아함이 가득한 시선.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꼬맹이들도 전부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타노스는 알 거야.”
“제가요?”
“전에 봤잖아. 내가 아티펙트 만드는 거.”
“아…….”
아공간 주머니를 만드는 과정.
분명 타노스는 봤다.
그런데 지금 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아티펙트를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타노스가 순수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저 카펫으로요?”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인공적인 피조물이자, 비자연적이고 문명의 힘으로 만들어진 물건을, 우리는 아티펙트artifact라고 한다.
일단 대답은 안 했다.
우선 카펫의 각 모서리 부분에 마법진을 새겼다.
종류는 플라이 마법진.
그리고 카펫의 한중간.
정중앙에 마나 집약 마법진을 새겼고 네 개의 마법진을 전부 연결시켰다.
그리고 그대로 뒤집었다.
위에 묻어 있는 먼지를 대충 털어 내고, 꼬맹이들을 향해 손짓했다.
“뭐해? 안 오고.”
긴가민가한 표정의 세 명의 꼬마, 그리고 곤잘레스.
그들이 카펫 위에 올라섰다.
이어서 나는 천천히 마나를 끌어 올렸다.
내 몸에서 퍼지고, 밖으로 조용히 퍼져 나가는 마나가 다섯 개의 마법진으로 향한다.
그렇게.
천천히.
“어어어어?”
-아아?
카펫이, 떠올랐다.
음.
이거, 갑자기 떠오른 건데.
옛날에 읽었던 동화 중에 비슷한 게 있지 않았나?
그 뭐냐.
그거 있잖아.
지상으로부터 약 100m쯤 올라왔을 때, 떠올랐다.
“마법의 양탄자.”
이름 딱 좋네.
어울리기도 하고.
슬쩍 고개만 돌렸다.
“그냥 가는 건 식상하잖아?”
우리 꼬맹이들과 곤잘레스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갈 거면 날아서 가야지. 화끈하게.”
물론, 방향을 전환하는 마법도 새겨야 하고, 높낮이를 편하게 조절할 수 있는 마법진도 따로 새겨 줘야 하지만 그건 가면서도 할 수 있다.
내가 말은 안 했지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걸 매우 잘하거든.
그런 걸 다중작업이라고 하더라.
여하튼, 그렇게 우리는 출발했다.
발란티에 후작령으로.
* * *
양탄자를 타고 떠나는 잭 일행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그레이 시어런.
해럴드 린치.
그 외 마스터 교관들.
총 4명의 남자였다.
전에도 말했듯, 잭이 머무는 별장은 아카데미와 매우 근접한 거리에 있었다.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고 했지만, 실제로 넘어져서 코가 닿을 정도의 거리는 아니다.
단순 직선 길이로만 따지면 아카데미의 교무실부터 약 700m.
그리고 그 정도의 거리면 초인의 영역에 이른 세 명의 마스터와 나름 9서클 마나 유저인 그레이 시어런의 눈에는 코앞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들의 표정은 모두 동일했다.
“맙소사, 양탄자? 아티펙트? 저걸 저렇게?”
“플라이 마법을 저렇게 새기는 게 가능이나 한 건가? 실제로 5분도 안 걸린 거 같은데. 뭐야 저게, 내가 뭘 잘못 봤나.”
말을 내뱉은 건 대륙전장 소속의 마스터들이었다.
잭이 방금 만든 저 양탄자.
솔직히, 만들라면 못 만들 것도 없다.
하지만 저렇게 큰 크기로, 그리고 저렇게 빠르게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아티펙트를 만들 때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두 가지다.
물건의 크기.
그리고 시전자의 수준.
크기는 작지 않지만 크지 않은, 그러니까 적당한 수준이 좋고.
시전자의 수준은 무조건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당연히 그 수준이라는 단어에는 마나와 사물 간의 호환성부터, 이 술식을 새기면 어떻게 작동할지, 그 모든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계산법 등등, 그 모든 것이 포함된다.
실제로 아티펙트 제작자들 중 수준이 높은 이들이 매달 벌어들이는 돈은 거의 수십만 골드에 육박한다.
괜히 그렇게 많은 돈을 받는 게 아니다.
그런데 저 양탄자의 크기는 가로세로 약 8m? 9m? 그쯤 되는 거 같다.
아니, 저런 크기의 양탄자에 마법진을 새긴다?
그것도 5분 내에?
이건 마법과 마나에 대한 기본 이해도가 이미 범인의 수준을 아득하게 뛰어넘었다는 방증이다.
호환하는 작업부터가 쉬운 게 아닌데 그걸 저렇게 쉽게 끝내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기본적으로 마법 아티펙트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가 1시간이다.
그리고 그 한 시간은 매우 간단한 아티펙트를 제작할 때 걸리는 시간이다.
그런데 저 정도 크기의 양탄자?
저건, 최소 하루에서 이틀은 잡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 호환하는 작업부터 마나를 배분하고 진을 새기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5분?
차라리 처음부터 안 봤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지금의 경우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봤거든.
교무실은 무려 4층 건물이다.
그리고 이들이 있는 곳은 옥상.
거기다 교무실이 위치한 곳도 아카데미 부지에서 꽤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에 이곳에 있으면 어센블의 전경이 대충 보인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역시 잭 발란티에가 머무는 별장이다.
건물 내부는 안 보이지만 그래도 마당 정도는 훤히 보인다.
안 그래도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잭 발란티에.
옥상에 모여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던 교관들이 그쪽을 안 지켜보는 게 더 이상하리라.
별장에서 한 남자가 긴 카펫을 가져왔고 긴 카펫에 잭이 무언가를 새기는 것.
그리고 그게 천천히 떠오르는 것까지.
정말, 다 봤다.
그래서 놀란 거다.
와.
“장주님이 괴물이라고 하던데…… 확실히 괴물이군. 저게 재능인가.”
그들을 바라보는 그레이 시어런은 그들 몰래 웃었다.
그래.
내가 모시겠다고 한 사람인데.
내가 무릎까지 꿇고 모시겠다고 한 사람인데 평범할 리가 없지.
묘하게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그레이 시어런을 포함한 3명의 이들은 그렇게 ‘잭의 능력’에 대해서 감탄하고 있었다.
나머지 1명.
해럴드 린치는 달랐다.
‘하늘을 나는 양탄자…….’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할까.
역하거나, 음모의 냄새라거나 그런 게 아니라.
상인으로서 맡을 수 있는 냄새.
그러니까.
돈 냄새.
‘만드는 데 5분이라…… 상용화시킬 수 있다는 뜻인데, 이거…….’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돈, 되겠는데?’
해럴드 린치.
금충 롤랜드 린치의 아들인 그는, 확실한 상인이었다.
돈 냄새를 잘 맡는.
* * *
뭐라고 해야 하나.
확실히 빠르다고 해야 할까.
말을 타거나 두 발로 이동을 한다면 농담이 아니고 여기저기 거쳐야 하는 구간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걸리는 시간이 4일이다.
그런데.
날아서 가는 경우에 그런 경우가 과연 적용이 될까.
절대 아니다.
거기다 그 양탄자의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면, 적용이 안 되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개념을 새로 짜야 한다.
나는 어센블 영지에서 출발한 그날 밤.
전에 잠깐 들렀었던 ‘아르벨로아’ 영지 인근에 도착했다.
양탄자 밑으로 보이는 수풀로 우거진 야산.
저기 어딘가에 ‘병아리 1호’랑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철혈 기사단의 기사가 묻혀 있지.
참,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산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게 끝이었다.
이대로 2시간에서 3시간.
그 정도만 이동하면 발란티에 영지에 도착할 거다.
그런데.
전에도 말했지만 나, 매우 예의가 바른 놈이다.
기습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당당하게 들어갈 건데 야밤에 들어가는 건 모양이 안 살잖아.
그래서 하루 묵어가려 한다.
여관에서 묵는 게 아니라.
야영.
사실 우리 애들, 이런 경험 별로 없다.
셀은 지하실에 박혀 있었고 샬롯은 어센블 영지 주변에서만 살았으니, 야영이라는 걸 해 봤을 리 없다.
타노스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래서 야영하려는 거다.
새로운 경험.
나는 그런 거, 우리 애들이 많이 겪어 봤으면 좋겠거든.
“뭐하고 있냐? 가서 사슴이라도 잡아 와.”
우리 꼬맹이들한테 한 말이 아니라, 양탄자를 여기까지 조종한 곤잘레스한테 한 소리였다.
그런 내 말에 곤잘레스는 씩씩한 표정으로.
“예! 당장 다녀오겠습니다!”
그 이후의 일은 쉬웠다.
곤잘레스가 큼지막한 사슴을 잡아 왔고, 그걸 해체해 요리 재료로 만들었다.
정확히는.
내가 만든 게 아니라 타노스가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슴 해체하는 것부터 그 솜씨가 꽤 능숙해 보이더라.
진심으로 조금 놀랐다.
“너 혹시 용병도 했었냐?”
“아…… 아닙니다. 용병은 아니고, 예전에 잠깐 산속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배웠습니다.”
오호.
“그래? 알았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는 나를, 타노스가 붙잡는다.
“저…… 주군.”
“왜?”
“……죄송합니다.”
“뭐가?”
“제 과거, 주군께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