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54)
제 155화
음.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거, 솔직히 별생각은 안 해 봤다.
내 이름.
그냥 잭.
잭이라 불리는 꼬마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스승님은 아니었나 보다.
[네가 어떤 녀석인지 어렴풋이 짐작은 간다. 그런데 말이다. 네 어머니, 너를 낳았던 친어머니라는 그 아이,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핏줄’일 것이다.]아무래도 스승님은 아나 보다.
나는 모르는데.
“물어보면 알려 주실 겁니까?”
[네가 정말 궁금하다면.]그대로 다시 몸을 돌려 테라스에 몸을 기댔다.
“제가 살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는데요.”
[깨달은 거?]“우연이 계속해서 겹치면 그건 필연이라는 말 혹시 들어 보셨습니까?”
[들어 봤지. 꽤 신빙성도 있고.]이 세상에는 인과율이라는 게 있다.
어떤 결과가 있으면 원인이 있는 법.
당연히 원인이 만들어지는 데에도 비슷한 게 있어야 한다.
그걸 우연이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글쎄.
그게 정말 우연일까.
필연이 원인을 만들고 원인은 결과를 만들고 결과는 필연이 되어 또다시 원인을 만드는 거.
그게 인과율이다.
그 법칙을 이해하고 실행하는 자, 그게 초월자다.
“알게 될 일이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고, 알아야 할 일이라면 그것도 알게 되겠죠. 어머니의 가문, 나중에 시간 되면 한번 제 손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그게 더 재미있지 않겠어요?”
[…….]“스승님은 다 알고 계셔도 그런 게, 또 여행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여행이라…… 마치 데이트하자는 말로 들리는구나.]이거, 우리 스승님 나랑 같이 지내시다 보니 내 말투를 은근 따라 하시네.
“안 될 것도 없지요. 나중에 애들 데리고 마수의 숲도 들러야 되는데, 그런 걸 보고 여행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데이트라고 해도 좋고요.”
우리 스승님.
못 말리겠다는 듯 웃으신다.
나도 그냥 웃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후작령에서 내가 벌일 일.
아직 절반도 안 끝났다.
지금은 그냥 휴식.
잠깐 쉬는 시간인 거지.
얼마나 쉬게 될지는 모르겠다.
아베이루는 맨티스 백작이 발란티에 후작령으로 쳐들어오는 시간을 최소 5일로 잡았지만, 글쎄.
그건 그냥 ‘평상시의’ 맨티스 백작일 경우고.
제대로 빡이 돈 맨티스 백작이면 5일이라는 시간은 최대로 잡아야 할 거다.
내 예측으로는 최소 3일.
그 3일 동안은 정말 농담이 아니고 휴식 시간이다.
휴식 시간에는 쉬어야 하는 법.
그러니.
우리 꼬맹이들이랑 오랜만에 좀 놀아 볼까.
Chapter 4
두 기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꿈을 꾼 건가.”
“징그러운 소리를 하네, 너랑 내가 같은 꿈을 꿨다는 소리냐?”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 멍청아.”
두 기사의 갑옷에는 진홍빛 독수리가 새겨져 있었다.
발란티에 후작가의 사병이자, 정식 명칭은 철혈 기사단.
그곳의 상징.
한 기사는 꿈을 꾼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다른 기사는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둘의 감정은 똑같았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거.
그건 정말 똑같았다.
솔직히 지금도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삼 공자가, 아니 삼 공자님이 그렇게 변했을 줄이야.”
“……그러게, 아카데미에서 떠돌던 소문이 진짜였어.”
“교관을 학살하고, 마스터가 된 마탑주를 제압했다…… 그게, 말이 되나.”
“안 되면? 솔직히 나는 이럴 줄 알고 있었어.”
기사의 말에 다른 기사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뭔 개소리야?”
“아니, 생각을 해 봐. 엘리자베스 님의 재능과 둘째인 페일론의 재능, 딱 봐도 차이가 나지 않아?”
차이가 나는 수준이 아니다.
페일론은 3서클이지만, 솔직히 그거, 마나 이식 수술이라는 걸로 올린 거다.
즉, 녀석은 서클에 대한 재능이 없다.
정확히는 15살에 3서클을 만든 뒤 나름의 ‘수재’ 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다르다.
“13살에 마나 수련을 시작하고, 1년에 서클을 한 개씩 올린 걸로 아는데, 그분의 동생인 삼 공자님이 그런 재능이 없었을 리 없지.”
“……핏줄의 차이인가.”
여기서 말하는 핏줄은 발란티에 후작의 핏줄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부계가 아닌 모계.
“그럼, 단순한 평민이 아니었던 거였네. 후작님은 알고 있었을까?”
“글쎄, 그거야 모르지. 그래도 확실한 건 삼 공자님이 여기 후작가에서 당한 게 많다는 거.”
그 말에는 이 자리에 있는 기사뿐만이 아니라 후작가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삼 공자.
그가 후작가에서 지낼 때, 솔직히 불쌍했다.
“언제였더라, 분명 그때였지? 죽기 직전까지 창고에 갇혀 있었던 때가, 7살 때 맞나?”
다른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장미 정원에서 말없이 벗어났다고 후작님한테 뺨 맞았던 게 10살 때였나?”
“아니지. 그건 9살 때 벌어진 거잖아.”
“그런가? 그럼 10살 때는 뭐였지?”
“그거 있잖아. 검술 수련하겠다고 검 잡았다가 그걸 빌미로 페일론한테 얻어맞았던 거.”
듣고만 있던 기사가 기억났다는 듯 손뼉을 친다.
“맞네, 그러고 보니 그때 페일론한테 외출 금지령이 떨어졌었고 삼 공자님은 포션도 못 먹고 별장에 처박혔었지 않았나?”
이 이야기들은 전부 사실이었다.
과장 하나 보태지 않은 리얼 트루.
“그때 외출 금지령이 아마 하루였나?”
“어, 하루 맞아. 대신 삼 공자는 침대에 누워 일주일 이상 걷지도 못했지.”
“포션도 못 먹게 하고.”
“엘리자베스 님이 담판을 짓지 않았으면 아마, 몇 달은 더 누워 있었을걸.”
두 기사는 아직도 잊지 못했다.
잭이 과거에 당한 일.
그것도 그거지만, 엘리자베스.
그녀가 아니었다면 아마 잭은 중간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잭이 창고에 갇혀서 나왔던 그때, 엘리자베스는 그 창고를 관리하던 하인 두 명과 보고를 게을리한 수습 기사 한 명을 죽였다.
세 명을, 죽인 것이다.
그것도 무려 11살의 나이에,
끝이 아니었다.
잭이 발란티에 후작에게 뺨을 맞았을 때, 엘리자베스는 스스로의 손목을 그었다.
한 번만 더, 잭에게 손을 대면 자살할 거라고.
그 협박, 분명 먹혔다.
그랬기에 발란티에 후작이 잭을 건드리지 않았던 거다.
하지만 페일론은 별개의 문제였다.
페일론이 잭을 두드려 패고, 잭이 침상에 누웠을 때 후작은 명령했다.
잭에게 포션을 먹이지 말라고.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지만, 그때 나선 것도 엘리자베스였다.
엘리자베스는, 또다시 후작의 앞에서 손목을 그었다.
아주, 깊게.
그리고 받은 포션을 잭에게 먹여 주었고, 그때 치료가 늦어서 엘리자베스의 손목에는 여전히 칼로 그어진 흉터가 남아 있다.
“생각해 보면 참 묘해.”
“또 뭐가?”
“발란티에 후작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졸라 무능한 거 같아.”
평소였다면 그 즉시 입을 막게 했거나 주변을 둘러봤을 거다.
하지만 두 기사는 그러지 않았다.
왜냐면.
이 후작가에서 후작 본인을 빼고는 전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제는 그런 험담을 대놓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으니까.
더 나아가.
두 기사가 충성을 맹세한 이는 애초에 후작이 아닌 ‘엘리자베스’였으니까.
그렇게, 두 기사는 영지 밖으로 순찰을 나갔다.
두 기사는 몰랐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세 명의 꼬마가 존재했다는 것을.
* * *
머지않아 우리 세 꼬맹이가 내가 있는 정원으로 왔다.
그런데, 우리 꼬맹이들 표정이 참 묘하다.
마치 들으면 안 될 무언가를 들은 표정 같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더 묘한 건.
내게 다가온 샬롯이 이렇게 말했다는 거다.
“보스, 괜찮아요?”
샬롯의 옆에는 셀도 자리해 있었다.
이 꼬맹이 두 명은 이상하게 자매처럼 보인단 말이야.
두 녀석과 그 뒤에 있는 타노스.
세 명의 표정은 똑같은데 오히려 나를 걱정하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이렇게 말했다.
“괜찮지. 내가 말했잖아.”
“뭘요?”
“잘난 사람은 걱정 같은 게 없어. 왜냐면, 잘났으니까.”
“…….”
“마찬가지로 힘들어할 일도 없지. 왜인지는 알지?”
“네, 잘났으니까.”
우리 꼬맹이들 배우는 건 역시 빨라.
샬롯의 옆에서 셀과 타노스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냥 신경 쓰지 않았다.
왜 그래, 새삼스럽게.
그런데 여전히 우리 꼬맹이들의 표정이 이상하다.
무언가 말을 꺼내고 싶은데 이걸 꺼내도 될지, 아니면 꺼내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는 표정이라고 해야 하나.
“똥 마려운 표정 짓지 말고 말해 봐. 뭔데?”
시원한 내 말에 샬롯이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보스.”
“응?”
“어렸을 때, 보스가 여기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이야기 들었어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들었다고?
“누구한테?”
“저쪽에 기사 두 명이 대화 나누고 있었거든요. 자세한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대략적인 건 들었어요. 엿들은 거죠.”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그대로 손을 뻗어 샬롯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장담하는데.
샬롯이 들은 이야기는 전부 사실일 거고, 더 나아가 내가 이 후작가에서 당했던 수많은 일들 중 일부분일 거다.
이제야 이해가 가네.
그래서 이렇게 요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거구만.
“그러니까 지금 이 잘난 보스 걱정해 주는 거야?”
“사람이 아무리 잘나도, 걱정해 줄 수는 있잖아요.”
오랜만에 말문이 막혔다.
-보스, 제가 옆에 있어 줄게요.
‘보스 제가 옆에 있어 줄게요.’는 뭐야.
연극하냐.
타노스를 바라보자 녀석은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고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 눈.
걱정이라기보다는 아주 단호해 보였다.
반드시 성장해서 내 뒤를 지키겠다…… 내가 모시는 잘난 주군을 더 잘나게 만들겠다…… 뭐 그런 눈이다.
손을 길게 뻗어 우리 세 꼬맹이를 한꺼번에 끌어안았다.
타노스의 덩치가 지나치게 크긴 했지만 나, 팔이 좀 길다.
다리도 길고.
“고맙다. 꼬맹이들아.”
녀석들이 헤헤 웃는데, 세 녀석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걱정 같은 게 들어 있었다.
이거 자세히 보니까.
음.
걱정이라기보다는 조금 다른.
동질감, 이라고 해야 하나.
셀의 과거, 그리고 샬롯의 과거, 더 나아가 타노스의 과거.
타노스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행복했을 리는 없다.
그러니까 우리 꼬맹이들이랑 나.
일종의 공감대를 갖고 있는 거지.
불우한 어린 시절이라는 공감대.
그러다 작게 웃고 말았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미래를 더 좋게 만들어야 한다.
아니, 만들려고 한다.
내 새끼들, 웃으면서 살게 해 줘야지.
* * *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샬롯에게 물었다.
“그런데 신호 같은 건 안 와?”
“신호요?”
뜬금없는 내 말에 샬롯이 고개를 갸웃한다.
잠시 이해를 못 한 모양인데 이거, 추임새를 좀 넣어 줘야겠다.
“그, 왜 있잖아. 까맣게 변하는 거.”
이해한 샬롯이 조금 당황한다.
“까……맣게요?”
셀이 이야기라도 해 준 걸까.
우리 꼬맹이들 검게 물든 악마에 관련된 거만 들으면 이렇게 당황한다.
거참.
나도 혼기 쓰면 검게 물드는데, 이거 셀이 겁을 대체 얼마나 준 거야?
“요즘 내 피 계속 먹었잖아. 하루 세끼씩.”
샬롯이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은 괜찮아요. ‘그게’ 오기 전에 전조 같은 게 있는데,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이 오싹하고, 등골이 쭈빗 서는 그런…… 어?”
말을 하다 말고 샬롯이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설마.
“아니지?”
“……그, 온 거 같아요.”
웃고 말았다.
거참.
“그때 이후로 대충 3주 정도인가? 이거, 생각 외로 빠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