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56)
제 157화
* * *
클라크 발란티에.
후작령의 주인이자, 후작이라는 작위를 가지고 나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남자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빈 방에 홀로 앉아 책상에 놓인 펜과 종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감금된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밖을 지키는 네 명의 검은 기사는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후작의 추측으로는 최소 8서클.
그런 이가 무려 네 명이다.
7서클의 마나 유저였지만 몸을 단련한 지 꽤 오래된 발란티에 후작은 확신했다.
절대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후작의 시선이 다시 책상에 놓인 종이로 향했다.
상황을 타개할 방법.
뭐가 있을까.
후작은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지 않아도 스스로는 똑똑하다 생각하기에, 그는 이 상황에서 나름의 타개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방법.
간단하다.
우선 맨티스 백작가에 서신을 전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후작은 모른다.
하지만 분위기라는 게 있다.
적지 않은 수의 이들이 죽었을 확률이 높다.
그뿐일까.
클라크 발란티에가 보기에 잭은, 분명 ‘후작 자리’를 원한다.
그게 아니면 이런 일이 벌어질 리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간단하다.
우선 자기 눈에 거슬리는 이들을 전부 죽일 거다.
그래야만 후작 자리에 오를 수 있을 테니까.
분위기라는 게 있다는 말을 괜히 한 게 아니다.
클라크 발란티에의 상식으로, 그건 나름 합당한 추측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클라크 발란티에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나를, 죽이려 하겠지.’
끝이 아닐 거다.
후작 부인도 죽이려 할 거고, 그와 관련된 이들을 전부 죽이려 할 거다.
원로도 예외가 없을 거고 당연히 기사도 예외가 아니다.
오래전, 너무나도 오래전 비슷한 일을 저지른 적이 있던 클라크는 확신했다.
자기 목숨이 지금 경각에 달려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타개책.
하나밖에 없다.
지금 의지할 수 있는 가문은 하나다.
바로 맨티스 백작가.
막내가 지금 어떤 미친 짓을 하는지 그 모든 일을 맨티스 백작은 알아야 한다.
자, 그렇다면.
서신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때마침, 후작의 눈동자가 빛났다.
보니까.
종이가 두 장이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집무실과 꽤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써, 가끔 원로 몇몇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논하던 곳이었다.
주변을 다시 둘러보니 한쪽에 꽂혀 있는 종이들이 보인다.
빛나던 후작의 눈동자가, 답을 찾은 것처럼 아주, 찬란해져 갔다.
후작은 우선 두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
내용은 다르지만.
상관없었다.
그 종이를 겹친 뒤 마나를 덧붙여 한 장처럼 보이게 했고, 가까운 곳에 있는 종이 한 장을 다시 가져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식사’가 오기를 기다렸다.
아무리 감금이어도 밥은 먹여 주니까.
그때를, 후작은 기회로 잡았다.
그런 발란티에 후작.
그의 모습은 우물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 마리의 개구리와도 같았다.
그 우물을 관리하는 이가 맨티스 백작이건, 아베이루건, 잭 발란티에건.
후작은 그 사실을 끝까지 모를 것이다.
그런.
남자였으니까.
* * *
바닥에 앉아 셀과 샬롯의 싸움을 지켜보는 타노스에게 물었다.
“괜찮냐?”
“……예, 괜찮습니다.”
손가락 두 개가 잘리고, 온몸에는 멍투성이에, 갈비뼈랑 오른쪽 허벅지, 정확히는 넓적다리뼈랑 왼쪽 팔꿈치가 부러지고, 왼쪽 쇄골에는 금이 갔고 턱에도 금이 간 거 같은데.
괜찮다고?
“아닌 거 같은데.”
“…….”
“어땠냐? 할 만하든?”
타노스는 그런 상황에서도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예. 할 만합니다.”
“끝이야? 더 느낀 거 없어?”
타노스가 그대로 입을 다물더니, 정상이 아닌 그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들부들 떨며, 서 있는 것조차 버거운 그런 상태에서.
녀석은 나를 향해 고개를 깊게 숙였다.
“감사합니다, 주군.”
“그러니까 뭐가?”
“저, 솔직히 말씀드리면 자살까지 생각했습니다.”
어…… 뭐라고 해야 하나.
솔직히 저런 대답을 원한 건 아니었다.
그냥, 피안화 상태의 샬롯이 내뿜는 살기를 온몸으로 받고 그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는 게 어떤지, 그 외 등등 그런 일들에 대해서 듣고 싶었던 건데, 얘가 갑자기 심각한 이야기를 꺼내 드네.
일단.
“계속해 봐.”
“10살 때 처음 마나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2살 때 2서클 마나 유저가 되었습니다.”
조용히 팔짱을 꼈다.
“서클이 부서지고 나서, 암담했습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도망만 쳤습니다. 뒤늦게나마 이를 악물고 마나를 수련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2서클 마나 유저가 되었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녀석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웃고 있지는 않을 거다.
“그렇게 17살, 노력만 했습니다. 길을 찾고자 했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주군을 만났고.”
“만났고?”
“길을 찾았습니다.”
길이라…… 저거 꽤 모호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타노스, 마냥 순진하기만 한 녀석은 아니다.
나름 깊은 생각도 할 줄 아는 녀석이지.
“그냥…… 감사합니다. 그 말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진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냥, 손을 뻗어 녀석의 머리에 올렸다.
자연스럽게 마나를 끌어 올렸고.
더 자연스럽게 녀석의 상처가 치유된다.
문제는 손가락이다.
오른팔로 녀석의 잘려 나가 휑해 보이는 왼팔을 들어 올렸다.
그대로 혼기를 끌어 올리자.
후웅-!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기류가 타노스의 손을 감싼다.
전에 스승님이 셀의 팔을 재생시켰던 것처럼.
타노스의 손가락이 재생된다.
“……감사합니다.”
“그러다 자다가도 하겠어.”
“예?”
“감사하다는 말, 하도 자주 해서 잠꼬대로도 하겠다고.”
“……죄송합니다.”
피식 웃고 말았다.
그때, 타노스가 묻는다.
“주군은 이곳 후작가에서의 일과 아카데미에서의 일을 처리하는 것만 해도 매우 바쁘신 걸로 압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
“……감사합니다.”
그 이상 타노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내 옆에 시립하더니, 내 곁을 지킨다.
아주, 충신이 따로 없네.
순진한 얼굴에 엄청난 체격.
거기다 점점 발전하는 모습까지.
충신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거, 실제로 본 적도 없고 들어 본 적도 없어서 잘 몰랐는데, 의외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그렇게 잠시 감상에 젖어 있을 때.
“도련님!!”
“공자님!!”
“주…… 아니, 삼 공자님!”
장미 정원 입구 쪽에서 론과 아베이루, 그리고 곤잘레스가 미친 듯이 뛰어오고 있었다.
왜 저렇게 허겁지겁 뛰어오지?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역시 괜한 걱정이었다.
팔짱을 끼고 있는 나와, 건너편에서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셀과 샬롯.
콰앙-!
콰아앙-!!
아베이루와 곤잘레스는 할 말을 잃었고, 론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습격이라도 받은 게 아닌가 하고 와 봤는데…… 아니었군요. 뱀파이어와 드래곤이라…… 문헌상으로만 봤었는데 실제는 이런 느낌이었군요.”
입을 연 것은 론이었다.
“으음…… 저 모습은 진조들이 왕위 계승식 때 단 한 번만 보여 준다는 피안화라는 현상일 텐데, 실제로 보는 건 이런 느낌이었네요.”
모두가 론을 바라본다.
그 시선은, 첫 번째로 당황이요 두 번째로 의문이었다.
그때, 론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고 있었다.
“피안화라……. 과거 문헌 중에도 잘못된 부분이 있었군요. 왕위 계승식 때 펼쳐지는 신성한 의식이라기보다는 단순한 폭주, 그런 종류인 것 같은데. 이성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이성이 날아갔다 보기에도 어렵고……. 본능적인 움직임이라고 해야 하나? 거기다 2서클 마나 유저였는데 6서클에 해당하는 힘이라…… 음. 신체의 골격과 근육의 밀도…… 아하, 저거구만. 저 기술로 한계의 한계까지 신체의 힘을 증폭 시켰어. 그런데, 저 기술은 뭐지? 신체 강화술? 정기신의 일체? 비슷하지만 뭔가 다른데.”
스스로 질문까지 하고 스스로 답도 한다.
새삼스럽지만.
과거를 숨기는 건 타노스뿐만이 아니었다.
이제보니, 우리 론의 과거도 생각보다 꽤 복잡해 보인다.
그보다.
“포지션이 너무 안 어울리는 거 아니야?”
“예?”
“설명충이라니, 론이랑은 잘 안 어울리는데.”
“하하, 그렇습니까?”
론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웃는데, 그냥 신경 쓰지 않았다.
전에도 말했지만 일을 처리할 때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지금은 눈앞에 벌어진 일을 처리하는 게 먼저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떡밥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생각할 거리들이 많아지잖아.
그냥 앞으로 알게 될 이야기들이나 그런 것들이 수도 없이 많다…… 딱 그 정도로만 이해했다.
그래서 지금처럼 그냥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거다.
“그런데, 저거 괜찮은 겁니까?”
침묵하던 아베이루가 드디어 말을 꺼내 들었지만, 뭔가 아쉽다.
우리 아베이루, 마냥 똑똑한 것만은 아니었네.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사춘기일 뿐인데 뭘 그리 걱정해.”
“……사춘기요?”
흐뭇하게 웃었다.
“저게요?”
“어, 우리 애들이 생각보다 성숙하거든. 신기하지?”
론과 아베이루, 심지어 멍하니 상황만 지켜보며 대화만 듣고 있던 곤잘레스도 전부 할 말을 잃는다.
아니.
근데 왜 할 말을 잃어.
다 사실인데.
* * *
드래곤.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 불리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는 멸종한 종족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렇기에, 현 세대의 사람들은 모른다.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왜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 불리게 된 건지.
더 나아가,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
거의 없다.
셀은 드래곤이다.
드래곤이면서도 10살의 나이에 4서클 마나 유저이기도 하고, 잭의 도움이긴 하나 이제는 용인화라는 기술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워낙 잭 발란티에라는 존재가 괴물이기에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셀이라는 존재도 상당히 괴물에 가깝다.
검은 피부의 샬롯.
눈은 붉었고, 금발 머리는 마치 마나처럼 허공에서 넘실거렸으며, 샬롯의 손톱이 셀의 몸을 스칠 때마다 허공에 핏물이 흩날린다.
또한, 샬롯의 손톱에는 셀의 가죽이 붙어 있기도 했다.
더없이 단단한 용의 피부. 그걸 잘라 내고 할퀴는 샬롯의 손톱.
세상 그 누가 알까.
지금 발란티에 후작가의 장미 정원에서 향후, 수백 년 뒤 세상의 정점이 될 존재.
태양 같은 그런 존재의 ‘자격’이 있는 두 녀석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이어서, 셀이 손을 들어 올렸다.
-[Burning hands]!
주문 따위는 필요 없었다.
셀의 ‘언령’이 펼쳐지기 무섭게, 허공에 화르륵 불타오르는 거대한 주먹이 생성된다.
마나의 집합체.
속성을 담은 마법.
불의 손이 샬롯의 몸을 그대로 후려쳤다.
콰아앙-!
샬롯의 몸이 바닥에 처박히고, 하늘에 떠 있던 셀은 한 번 더 언령을 외쳤다.
-[Earth brake]!
콰직-!!
콰직-!
샬롯이 쓰러져 있던 바닥이 그대로 무너지고, 무너진 바닥에서 돌로 이루어진 가시가 샬롯의 몸을 향해 뻗어 나갔다.
하지만.
퍼걱-!
샬롯의 몸을 뚫지는 못했고, 그 공격은 샬롯의 파괴성을 더욱더 극대화시킨 듯했다.
고개를 든 샬롯이, 자리를 박찬다.
금발을 휘날리며, 녀석이 외쳤다.
“빠르기가 질풍처럼-!”
셀도 외쳤다.
-[Silencd]!
주변이 조용해지고, 샬롯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