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65)
제 166화
* * *
전에 스승님을 동굴에서 꺼내 올 때처럼.
검은 기운이 천천히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코앞에 있던 네 명의 마스터는 첫 번째로 그 기운에 노출되었고, 마치 방어막처럼 펼쳐진 혼기의 장막에, 뒤로 천천히 밀렸다.
다음으로는 그 뒤쪽에 정렬해 있던 정예 용병들이었다.
고서클 유저부터, 수습 기사급의 용병들까지.
정말 많았다.
그들 모두가 천천히 뒤로 밀려난다.
거리가 꽤 벌어지기 시작했을 때.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콰과과과과광-!!
자잘한 폭발.
수도 없이 터져 나오는 폭발.
혼기의 장막에 맞닿는 이들의 사지가, 몸이, 단면이, 완전히 터져 나갔다.
찢어지고. 갈려지고. 사방에는 핏물이 터져 나간다.
하지만.
그 핏물은 계속해서 밀려나는 혼기의 장막에 닿는 순간, 그대로 사라졌다.
1초가 지나고.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은 없었다.
2초가 지났을 때, 슬쩍 손을 뻗었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맨티스 백작이 나를 향해 날아오고, 내 손에 목이 잡힌다.
혼란을 넘어 두려움까지 담긴 그 눈동자.
그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은 아주 검게 물들어 있었다.
흡사 인간이 아닌 악마.
실제로 나는 이 자리에서 악마였다.
3초가 지나고.
4초가 지나고.
5초.
6초.
7, 8, 9.
그렇게 10초가 지났을 때, 나를 기준으로 반경 1km가 전부 정리됐다.
정확히 나를 기준으로 1020m 거리에 쓰러져 꿈틀거리고 있는 이가 약 열다섯 명.
그리고 내 손에 목이 잡혀 있는 맨티스 백작까지 총 열여섯 명.
그 열여섯 명을 제외하면 이 자리에 살아 있는 이는 없었다.
시체?
없었다.
그냥, 소멸했다.
“하아…… 후우.”
이렇게 내가 숨을 몰아쉴 정도로 전력을 다하고.
4식인 산山을 1km 내로 압축시킨 뒤 터트리기까지 했다면.
이 정도의 결과는 당연한 거다.
들고 있던 맨티스 백작을 셀과 아베이루가 있는 쪽으로 집어 던졌다.
후우웅-!
멀리 날아가던 맨티스 백작.
그는 현실을 잊은 것처럼.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정말 감도 못 잡은 사람처럼.
그저 멍하니 날아만 갈 뿐이었고.
머지않아.
터억-
마치 캐치볼을 하듯 작고 고사리 같은 손에 목이 쥐어졌을 때.
그때까지도 맨티스 백작은 아무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렇게, 자리에 서 있는 채로 잠시 숨을 골랐다.
울컥하고, 올라오는 울혈이 느껴졌지만 그냥 삼켰다.
오른팔이 조금씩 떨리고 있는데, 이것도 그냥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벌인 일이고.
내가 자초한 일이다.
그걸 지금 나는 맞섰고, 책임졌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몸뚱이.
어후.
그 상태로, 천천히 허리를 폈다.
진탕하는 내장 기관을 안정시키고, 가빠져 가는 숨을 진정시켰다.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후우.”
그 한숨은, 싸움의 끝을 알리는 한숨이었다.
* * *
맨티스 백작.
그는 자신의 목을 잡고 있는 이가 잭 발란티에가 아닌 처음 보는 은발 머리의 꼬마로 바뀌었지만,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넋이 나가 있었다고 해야 할까.
그 옆에 있는 아베이루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히는, 맨티스 백작의 감정과는 다른 경외감이 그 배경이라는 게 차이점이겠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
지금.
아베이루는 확실히 알게 된 거다.
안 그래도 정보를 다루는 게 주된 직업이고, 그 정보들로 첩보, 모략, 전략을 실행하는 아베이루다.
그의 머릿속에 ‘잭’의 힘이 확실히 각인되었기에, 앞으로 아베이루가 벌일 일은 지금 잭의 힘을 배경에 둔 일이 될 것이다.
아베이루는 확신했다.
‘그래서, 나를 데려온 거구나.’
넋이 나간 그 표정으로 아베이루는 작게 웃고 말았다.
‘주군도 참, 굳이 말로 하시면 될 것을 꼭 이렇게 한 번씩 놀래시다니. 여러모로 대단하신 분이야.’
눈앞에서 벌어진 일.
두말할 것도 없이 충격적인 일이다.
1만 5천에 달하는 국가급의 전력이 사라졌다.
정말로 그냥 사라졌다.
누가 당황하지 않을까.
아니, 누가 충격을 받지 않을까.
헤르만 후작가를 혼자서 멸문시킨 거?
대단한 일이다.
대단한 일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당시 헤르만 후작가’는, 초급 마스터 한 명만 있어도 멸문이 가능했을 거다.
하지만 1만 5천.
무려 1만 5천이다.
그중에는 마스터가 무려 4명이나 있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1분도 되지 않아 사라졌다.
아베이루는 그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먼 거리에 있는 잭.
그의 상세가 심상치 않아 보였으니까.
잠깐 뒤를 힐끗 바라본 아베이루의 시야에, 셀이 ‘피안화’ 상태의 샬롯처럼 어마어마한 살기를 뿜어내며 르로이 맨티스를 노려보는 게 보였다.
……괜찮겠지?
그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아베이루는 달렸을 뿐이다.
왜냐면.
그 짧은 순간 잭이,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으니까.
* * *
맨티스 백작은 그냥 넋이 나간 것처럼 멍하니, 붕어처럼 눈만 꿈뻑일 뿐이었다.
그때, 코앞에 있던 은발 머리의 꼬마가 물었다.
-나, 기억해?
대답하지 않았다.
맨티스 백작은 그때까지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살갗이 저릿저릿한 어마어마한 살기가 집중되고 있었음에도 르로이 맨티스는 의식하지 못했다.
아베이루가 받은 충격, 그 이상을 그는 받았던 것이다.
그때 셀의 손이 하늘 높이 들리고.
자연스럽게.
맨티스 백작의 뺨을 향해 휘둘러진다.
짜아아악-!
고개가 홱 하고 돌려진 맨티스 백작.
집 나간 정신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보였지만, 셀은 만족하지 않았다.
다시 손을 들어 올렸고.
후우웅-!
짜아아악-!!
후우웅-!!
짜아아아악-!!
두 번 연속, 풀 스윙으로 뺨을 후려치자, 허공으로 맨티스 백작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빨 열다섯 개가 뿌려졌다.
그제야, 맨티스 백작이 묻는다.
“누…… 누구야…… 너희는 대체 누구야!!”
-입, 닥쳐.
꽈아악-!
“끄윽-”
셀은, 이 순간 정말 분노하고 있었다.
생체 실험을 당하던 그때.
그 지옥 같던 그때.
수없이 많은 이들이 찾아왔었고 수없이 많은 이들이 웃음을 터트리며 ‘성과’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셀은 그 이야기를 전부 들었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셀은, 르로이 맨티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아.
이놈이구나.
이 남자, 나랑 말해 본 적 있구나.
목소리를 듣고, 높낮이와 톤을 보니 그때 이 남자가 질문했던 말이 떠오른다.
(드래곤은 대체 얼마나 사는 거지?)
(2천 년…… 최장수한 드래곤은 4천 년까지도 살았다고 했어요…….)
(놀랍군. 정말 놀라워. 하하, 그런데, 이보시오 연구관, 기념품으로 뿔 몇 개 잘라서 가져가고 싶은데 안 되겠소? 아, 안 된다고? 그럼 눈알이나 손가락 하나 정도는, 그것도 안 된다고? 내가 이 실험에 투자한 돈이 얼만데……!)
등등.
당시 셀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왜냐하면.
맨티스 백작의 옆에 하인케스 베커만이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제, 내 옆에는 보스가 있어.’
이어서, 셀의 몸에서 휘황찬란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등장한 생명체.
덩치는 약 5m.
긴 앞발과, 긴 뒷다리.
그리고 긴 꼬리와 머리에 나 있는 나선형의 거대한 두 개의 뿔.
온몸의 색은 마치, 무지개처럼 갖가지 색으로 얼룩져 있었는데, 르로이 맨티스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너무나도 아름답구나.
그다음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게’ 여기에 있는 거지?
드래곤.
툴칸 제국의 실험실에서 보았던 그 새끼 드래곤이 분명했다.
덩치는 그때보다 더 커졌고 상처 하나 없는 게 다르긴 했지만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분명 죽었다고 하지 않았었나?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거기까지 생각했던 맨티스 백작이.
“푸하하하하!”
폭소를 터트렸다.
모든 것을 이해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맨티스 백작은 안 그래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현실을 완전히 부정했을 뿐이다.
그래.
이건.
“꿈이야, 하하. 그래, 이건 꿈이었구나, 꿈이었어. 하하하!”
셀도 웃었다.
-꿈?
그 웃음은 매우 섬뜩했다.
생체 실험.
셀은 분명 생체 실험을 당했다.
그걸 반대로 말하자면.
어떻게 ‘고문’을 해야 하는지.
셀은 매우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잭이 아카데미에서 교관을 고문할 때.
셀은 그것을 그냥 지켜만 보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었다.
겨우.
고작 저 정도로 저렇게 고통스러워한다고?
그런 의문이 피어올랐고 이제는.
다르게 생각했다.
고작 팔다리 잘리고 마나 서클을 부수는 것에 그렇게 고통스러워한다면…… ‘내가’ 하는 고문은 대체 얼마나 더 고통스러워할까.
그래서, 지금 웃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1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아…… 아아아아아아아!!”
맨티스 백작의 처절한 절규가, 평원에 울려 퍼진다.
* * *
“주군!!”
뒤에서 아베이루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못했다.
왜냐면.
우두득-
쩌적-
리바운드가 터지고 있는 상황이었거든.
오랜만에 느껴 본다고 해야 하나.
영혼이 찢어지고, 찢어지다가 다시 회복되는 그 과정.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 현재의 내 그릇이 담을 수 있는 기운의 양을 아득히 뛰어넘은 반발 작용.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이거.
겪으면 겪을수록 적응이 안 된다.
그냥, 아파 뒤질 것 같다.
“괜찮으십니까?”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나는, 고개도 못 돌렸다.
그런 내 옆에 아베이루가 서둘러 앉더니, 자기 품을 뒤지고는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혹시 몰라서 챙겨 왔습니다. 최상급 포션입니다.”
역시 아베이루.
너, 생각보다 더 괜찮은 남자야.
그걸 건네받고는, 그대로 원샷했다.
후우.
조금 나아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아픈 건 여전했다.
“괜찮으신 겁니까?”
“당연히 괜찮지.”
“……아니신 거 같은데.”
피식 웃다가,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거봐요. 아니신 거 맞네. 포션 하나 더 있는데 드시겠습니까?”
이 녀석, 대체 포션을 몇 병이나 가져온 거야?
슬쩍 물어보니 네 병이란다.
거참.
“됐어. 그냥 가지고 있어. 그런데 셀은?”
아베이루가 슬쩍 뒤를 돌아보고는, 침을 꿀꺽 삼킨다.
“어…… 음, 잘 있습니다.”
“표정은 아닌 거 같은데?”
“……안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지금, 전체 연령은 관람 불가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쌓인 게 많은 셀이니까.
대충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나도 안다.
뒤에서 무언가 썰어 대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모르면 등신이지.
그때였다.
“아…… 아아아아아아아!!”
맨티스 백작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그 비명과 함께 작은 웃음소리도 들린다.
그래.
그냥 안 보는 게 낫겠다.
그렇게 바닥에 꽂은 실라리온에 등을 기댄 채로, 고개만 옆으로 돌렸다.
“고작 이 정도로 안 죽으니까. 오바하지 말고 가서 돈이나 벌어 와.”
눈치 빠른 아베이루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다.
알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판단했나 보다.
“지금 입가에 흐르는 거, 포션입니까 아니면 피입니까?”
손으로 입가를 훔쳐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아.
내가 지금 주둥이로 피를 흘리고 있었구나.
의식조차 하지 못했나 보다.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눈으로 봐도 주군의 상태가 정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바로 후작가로 복귀해서 안정을 취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맨티스 백작이 사용한 돈, 제가 책임지고 찾아오겠습니다.”
진심이 느껴져서, 조금 기분이 야릇하다.
“론이랑 몇 달 같이 지내서 그런가, 묘하게 론이랑 말하는 톤이 비슷한데?”
“……주군.”
웃으며 손등으로 녀석의 명치를 툭 쳤다.
“네가 모시기로 한 주군은 이런 놈이야. 앞으로 걱정할 일이 많겠지만, 이거만 명심해.”
“…….”
“난 내가 죽기로 한 순간이 아니면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거.”
아베이루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똑똑한 녀석이기에, 대충 판단했을 거다.
후작가로 돌아가는 건 이 자리에서 모든 일이 정리되는 그때라는 것을.
그렇게 아베이루는 휑해진 평원을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기절해 있는 열다섯 명의 이들 중, 각 길드의 인원을 색출해 냈다.
그중 위태로워 보이는 이들은 품에 지니고 있던 단검으로 가차 없이 목을 끊어 버렸고, 살아 있는 이들은 한자리에 모았다.
녀석의 움직임은 매우 신속했다.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때.
우리 셀이.
푸욱-!
환하게 웃으며 맨티스 백작의 목에 손톱을 꽂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