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66)
제 167화
* * *
분노했다.
하지만 이성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셀은.
분명 맨정신이었다.
“아아아아악-!!”
그저, 실험실에서 당했던 것의 몇 가지를 시도했을 뿐이다.
-여기가 새끼폄근이라고 해, 소지신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은데, 다섯째 손가락의 힘줄과 연결되어 있어.
셀은 망설임 없이 ‘근육’을 찢었다.
뚜둑-!!
“으……윽…….”
-이 근육은 손가락폄근이라고 해, 둘째손가락부터 다섯째 손가락까지 관련되어 있지. 신기하게 드래곤과 인간의 신체 구조는 비슷해. 참, 재미있지?
뚜둑-!
-조금 깊게 들어가 볼게, 여기는 긴엄지폄근이고, 여기는 긴엄지벌림근이라고 해. 그냥 손가락이랑 관련된 근육이라고만 생각해. 이걸 끊으면 어떻게 될지는 너 스스로가 잘 알 테니까.
찌이익-!
셀은 웃었다.
눈이 뒤로 넘어가 흰자만 보이는 맨티스 백작을 바라보며, 셀은 정말 웃고 있었다.
-기절하려고? 그러지 마.
셀이, 피로 물든 거대한 손가락으로 맨티스 백작의 머리.
정확히는 뇌 쪽으로 손가락을 뻗었다.
푸욱-
굉장히 얇게 박힌 손가락.
맨티스 백작은 그것을 인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셀은 단 한 가지 조치를 취했을 뿐이다.
뇌로 가는 혈액을 공급해 줬고, 뇌로 가는 포도당을 공급해 줬다.
누구한테 배우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왜냐면.
당해 봤으니까.
뇌로 가야 할 피가 부족해진 그때, 어떻게 해야 정신을 차리는지.
밥을 장시간 먹지 않은 경우 자신도 모르게 기절을 하게 될 때 어떻게 해야 기절을 하지 못하게 하는지.
감정이 복받쳐 올라 의지대로 조절을 할 수 없을 경우, 극도의 스트레스로 과호흡과 저혈압이 나타나게 될 때, 어떻게 해야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지.
셀은.
그 모든 것을 겪어 봤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맨티스 백작은 기절을 하지도 못했고 온몸의 고통을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보지 마. 내가 당했던 일 중 천분의 일도 안 되는 걸 겪고 있는 거잖아. 그런데, 나 조금 궁금해.
드래곤인 셀.
아름다운 몸체와는 별개로 웃고 있는 그 모습은 매우 섬뜩했다.
-많이, 아파?
“사…… 살려 줘…….”
셀은 고개를 저었다.
벌써부터 살려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
이제.
시작인데.
-상극근, 하극근, 소원근, 상완삼두근, 주근, 팔만 하니까 조금 지겹지? 이젠 내장 쪽으로 가 보자.
외복사근, 내복사근, 간장, 늑간근, 심막심장, 직장, 맹장, 충수, 공장, 하행결장, 십이지장, 이자, 쓸개.
5m 크기의 드래곤이, 맨티스 백작의 몸을 썰고 있는 그 모습은, 그 자체로 섬뜩했다.
그 모습을 본 아베이루도 고개를 돌렸고, 잭에게 안 보는 게 나을 거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짧은 시간.
셀에게는 짧은 시간이지만 맨티스 백작에게는 영겁보다 더 긴 시간이었을 거다.
-모든 것을 얻을 각오를 했다면, 그 반대로 모든 것을 잃을 각오도 했어야지.
피로 물든 셀이, 뒤로 천천히 물러섰다.
머지않아.
셀의 몸을 빛이 감싸고.
드래곤이었던 셀의 모습이 인간 형태로 변했다.
셀이 말한다.
-지옥이 있다면, 먼저 가 있어.
셀의 손가락이, 곧게 펴진다.
-가서 한 번 더 죽여 줄 테니까.
곧게 뻗은 다섯 손가락이 맨티스 백작의 목을.
푸욱-!
관통했다.
* * *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내게 말을 건 이는 아베이루가 아닌.
-보스, 괜찮아요?
셀이었다.
어느새 내 옆으로 온 녀석이 피칠갑이 된 모습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벌써 끝났냐?”
-네.
음.
“시간 많은데 왜? 앞으로 수백이 넘는 이들을 죽여야 하는 네가 내딛는 첫걸음인데, 후회를 남기면 안 되잖아.”
나는 진심이었다.
맨티스 백작.
피 하나 통하지 않았으나 나름 ‘형식적인 가족’으로 엮여 있는 인물.
그런 그가 죽든 말든, 고통에 떨며 죽든, 사지가 잘려 벌레처럼 꿈틀거리든, 상관없었다.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결여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냥.
간단한 진리다.
모든 것을 얻고 싶어서 무언가를 시도했다면 모든 것을 잃을 각오도 했어야지.
나는 항상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하고 싸움에 임한다.
그건 기본자세다.
그게 되어 있지 않은 놈들을 나는 쓰레기라 부르고, 어쩌면 맨티스 백작도 쓰레기에 불과했겠지만 그냥,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긴 건 나였으니까.
그런 내 질문에 셀은 이렇게 답했다.
-후회는 없어요. 고문이 취미였던 것도 아니고, 저는 ‘그런 쓰레기’랑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생각 전혀 없으니까.
셀이 슬며시 웃는다.
-그런 쓰레기 말고, 보스랑 같이 있고 싶어요.
이게, 전에도 조금씩 느낀 건데.
우리 꼬맹이들이 분위기 잡는 건 잘 못하는 것 같더라고.
손가락에서 피를 뚝뚝 떨어트리고, 몸은 거의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는데, 무슨 로맨스 소설에 나올 법한 그런 말을 하네.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고는 슬쩍 고개를 뒤쪽으로 돌렸다가 보게 되었다.
맨티스 백작.
그의 처참한 모습을.
“뭐야, 취미 아니라며?”
-…….
“아주 제대로 해체해 놨네.”
-……제가 당한 거의 천분의 일도 안 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누가 뭐래냐.”
계속 웃고만 있자, 셀의 눈이 게슴츠레 떠졌다.
-보스, 지금 코에서…….
손가락으로 콧가를 만져 보자 찐득한 게 묻어 나온다.
코피.
와.
코피네?
내가 코피를 흘리네.
그때, 지금껏 쭉 지켜만 보시던 스승님이 말했다.
[……무리하긴 했지. 자그마치 1만 5천가량의 병력을 소멸시켰고, 그중 마스터가 네 명이나 있었는데 ‘현재 그 몸’이라면, 터져도 진작에 터졌을 것이다.]우리 스승님, 말씀을 참 섬뜩하게 하시네.
[네가 쓰는 혼기는, 확실히 다르더구나.]다르다, 무엇이 다르다는 걸까.
[너의 혼기는 실체를 잡을 수가 없을 정도다. 세상 모든 것을 찢어발길 듯 서늘하고 살벌하면서도 따뜻하더구나. 전부터 말해 주고 싶었던 건데…….]무엇을, 말씀해 주려는 걸까.
[가능하면, 그 기운은 신체의 성장이 전부 끝난 이후, 영혼이 그 기운을 받아들이기 더없이 좋은 상태가 될 때까지 봉인해 두는 게 어떻겠느냐.]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그게 말처럼 쉽나.
“전에 스승님이 저한테 말씀하셨잖습니까.”
[무엇을?]“적을 만드는 성격이라고.”
[……그랬지.]“힘든 건 잠시입니다. 잠시 힘들면 앞으로 쭉 편안할 텐데, 고작해야 이 정도, 참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대로 걸음을 옮기려다, 멈칫했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
이거 아무래도, 여기서 좀 쉬어야 할 듯.
그런 내게, 스승님이 말했다.
[그래, 그것도 너의 선택이겠지.]“그 말, 그러다 버릇되시겠습니다.”
실실 웃었는데.
아무래도 이 자리에서 웃는 건 나 말곤 없는 듯했다.
[…….]-…….
둘은 그냥 침묵을 지켰거든.
그때였다.
“주군! 전부 끝났습니다!”
아베이루가 외친다.
녀석은 약 8명의 남자를 포승줄 같은 걸로 한데 묶어 놓은 상태였다.
나머지는 죽였나?
무언가 말하려던 그때.
입을, 열려던 그때.
세상이 기울었다.
어라.
기울던 세상이 점점 위치가 바뀐다.
아래에 보이던 땅이 사라지고.
위에 보이던 하늘이 정면으로 오는.
그러니까.
나는,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보스!
[잭!]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그 와중에도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러다, 전처럼 또 미래인지 과거인지 모를 ‘예언’ 비스무리한 걸 보게 되는 거 아닌가.
정말 실없는 생각이었다.
* * *
후우우우웅-
바람이 불어온다.
따스하지만, 칼날처럼 서늘한.
그런 바람이 세상을 휩쓴다.
피로 물든 평원.
시체로 가득한 그 평원에는 섬뜩한 시체들로 가득했다.
누군가의 팔, 누군가의 다리.
누군가의 목. 그리고 누군가의 몸통.
수많은 파편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고, 주변은 완전히 선혈의 바다가 되어 있었다.
그런 선혈의 산에서 피로 물든 갑주를 입고.
시체를 의자 삼아 앉아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긴 머리를 뒤로 묶은 그 남자.
제왕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 남자는 벌레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어느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참 묘했다.
시체로 가득한 그곳에 살아 있는 이는 그 남자가 유일했다.
그렇다면 대체, 그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모순되게도.
그 자리에는 한 남자가 더 있었다.
제왕이 숨을 쉬는 그 ‘시대’의 사람이 아닌.
미래이자, 과거.
15살쯤으로 보이는 그 아이는 슬며시 인상을 찌푸렸다.
‘저건, 나잖아?’
제왕을 바라보며, 그런 소감을 내뱉는 그 아이는, 찌푸린 인상 너머로 어처구니없다는 실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어떤 새끼가, 약을 처먹었나.’
그 아이는 내색하지 않으려 하는 듯했지만 분명, 화가 나 있었다.
왜냐면.
‘제왕’의 두 눈은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었으니까.
검은 눈.
‘데스 나이트’의 상징이다.
그러니까.
‘어떤 밥버러지 같은 새끼가, 나를 되살린 거네?’
그렇게 생각했다.
어린 잭 발란티에는, 데스 나이트가 된 잭 발란티에를 그렇게 결론지었다.
또한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이 모든 일들은 ‘전생’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 * *
데스 나이트의 특징은 간단하다.
죽은 이를 잠시 동안이나마 살아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
조금 보태서 말하면 죽은 이를 ‘병사’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껏 언급할 필요가 없어서 하지 않았지만, 이쯤 되니 언급은 해야겠다.
데스 나이트를 외관상으로 어떻게 구분할까.
딱, 하나만 보면 된다.
바로 눈.
망자이기에 데스 나이트의 눈은 검게 물들어 있다.
그냥 검은 게 아니라, 아주 검다.
흰자까지도 검게 물든 그 눈은 데스 나이트를 특정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다.
그래서 내가 돌쇠와 마당쇠에게 가면을 씌운 거다.
전에 왕성을 습격했을 때는 ‘가면’이 아닌 ‘마스크’를 씌웠지만 그 마스크.
눈까지 가리는 마스크다.
‘어이가 없네.’
자, 보자.
데스 나이트는 대체 어떻게 만들까.
원리를 하나하나 파고 들어가면 끝도 없지만, 딱 하나만 언급해도 된다.
흑마법.
흑마법으로 되살리는 게 끝이다.
그런데 그 흑마법, 과연 누가 만든 걸까.
우리 스승님이 만든 거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서 흑마법을 쓸 줄 아는 이는 스승님과 나, 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이 모든 일은 분명 ‘전생’에서 벌어진 일이다.
내가 왜 이렇게 확신하냐면.
저놈의 얼굴에 새겨진 상처들은 분명 전생에서 새겨진 것들이거든.
베커만에게 입었던 상흔, 엑사일에게 당했던 상흔.
그 외 등등.
입가에, 미소가 새겨진다.
나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왜 웃는 건지.
화가 났기 때문인지 아니면 의문이 극에 달해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결론만 내보자.
이 세상에 나와 스승님 말고, 스승님이 만든 ‘흑마법’을 사용하는 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의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내가 툴칸 제국을 무너뜨릴 동안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건지.
전부 궁금하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마스터를 데스 나이트로 만들지 않는다.
관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초월자를 데스 나이트로 만든다는 건 어떨까.
스승님조차 초월자를 되살려 본 적은 없다.
나도 해 본 적은 없다.
왜냐면 결과가 뻔히 보였으니까.
초월자가 데스 나이트가 된다면 죽음마저 초월한 진짜 괴물이 되는 거니까.
죽인 놈을 뭐 하러 되살릴까.
컨트롤? 장담하는데, 절대 못한다.
지금 눈앞에 있는 상황만 봐도 간단하다.
전생의 나는 살아 있다.
누군가에게 의지를 빼앗긴 것도, 누군가에게 명령을 받는 것도 아닌 그냥, 살아 있었다.
목에 새겨진 저 징그러운 흉터를 보면 이거, 무슨 바비 인형처럼 조립을 했나 보다.
대체 누가?
그리고 저 눈깔도 심상치 않다.
허공을 응시하는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까 저거.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거든.
착각, 이겠지?
혹시나 싶어서 한마디 해 줬다.
“거울 볼 때마다 느낄 텐데, 이렇게 보니까 색다르냐?”
녀석은 말이 없었다.
“너도 알잖아. ‘나’, 잘생긴 거.”
그게 끝이었다.
땅이 푹 꺼지는 느낌과 함께, 세상이 암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