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71)
제 172화
* * *
[아베이루……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남자구나.]“그렇습니까?”
[능력 우선 주의…… 좋구나. 평민이어도 능력만 있다면 올라갈 수 있고, 힘을 가질 수 있다…… 나는 실패했지만 너는 성공하거라.]거참.
“스승님은 실패하신 게 아닙니다.”
[응?]“그저, 이전까지의 모든 것은 그저 과정에 불과했고 저를 시작으로 이제부터 그 결과가 드러나는 거죠. 안 그렇습니까?”
[인과를 빌미로 한 말장난이구나.]“그런가요?”
[그래도. 듣기는 좋구나.]스승님이 웃고, 나도 웃었다.
그리고.
지금이 타이밍인 것 같다.
기분 좋으신 거 같으니까, 부탁 하나 하면 들어주지 않을까.
“맨티스 백작령, 같이 가시겠습니까?”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스승님, 눈치가 굉장히 빠르시다.
같이 가자는 내 말, 그 안에 담긴 속뜻을 스승님은 금방 눈치채셨다.
[나보고 텔레포트 셔틀을 해 달라?]이것 봐.
눈치 빠르시다니까.
“저, 한 대 때리실 겁니까?”
능청스러웠는지, 스승님은 그저 피식 웃기만 했다.
[좌표나 불러 보거라.]* * *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맨티스 백작가와 발란티에 후작가는 사돈지간이다.
지금은 죽었지만 히스테인이라는 후작 부인으로 인해 하나로 엮인 가문.
그런데, 그런 가문이 서로 칼을 겨누고 싸운 상황이다.
그런데 그 싸움이 보통 싸움이냐.
절대 아니다.
맨티스 백작이 죽었고, 두 가문을 맺어 주던 매개체인 히스테인도 죽었다.
그렇다면 남는 상황은 하나밖에 없다.
승자가 모든 걸 갖는 것.
하지만.
맨티스 백작가는 발란티에 후작가와 달랐다.
엘리자베스가 후작이 된 것처럼 상황이 간단했으면 일은 굉장히 편했을 거다.
발란티에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를 전부 죽이고 후작 자리에 오른 3남 1녀 중 막내이자 서자 출신인 클라크 발란티에와는 다르게 맨티스 백작가에는 여러 이권이 뭉쳐 있었고, 맨티스라는 이름을 쓰는 이들도 꽤 많이 살아 있었다.
이런 상황.
잭은 당연히 예상했다.
하지만 끼어들지는 않았다.
영지를 지키고, 영지민들을 책임진다…….
그 말의 무게를 엘리자베스는 알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으니까.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다.
“누나!! 아니, 누님!! 저 토레스입니다!! 살려 주십시오!!”
“이러지 마십시오!! 누님, 접니다! 저라고요!”
“네 이년! 당장 이것을 풀지 못할까!!”
다양했다.
맨티스라는 성으로 이어져 있는 이들.
장남, 차남, 그리고 맨티스 부인.
그걸 넘어서 맨티스 백작의 첩 두 명과 그 슬하에서 태어난 두 명의 자식까지.
그들 모두가 포승줄에 묶여 맨티스 백작가 광장에 무릎 꿇려 있었다.
그들을 내려다보는 엘리자베스의 시선은 싸늘했다.
“저는 분명 기회를 드렸어요.”
“……오해다. 이건 오해가 있는 것이야!”
맨티스 백작 부인.
배경은 데리트 후작가의 장녀였던 인물이다.
요 며칠.
엘리자베스는 맨티스 백작가에게 기회를 주었다.
잭이 벌인 일이고, 잭의 손에 수많은 용병과 맨티스 백작가의 사병이 씨몰살당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건 엘리자베스가 저지른 일은 아니었다.
엘리자베스는 안다.
잭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피로 맺어진 관계고, 가족이다.
모를 리 없다.
누군가를 죽이고, 욕을 먹고, 뒤에서 까이는 것을 잭이 혼자서 감당하겠다는 생각을 엘리자베스가 모른다면.
가족이라는 단어를 써서는 안 될 거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엘리자베스는 그냥 가만히 있을 여자가 아니었다.
동생이 손에 피를 묻힐 정도로 자신을 믿는데, 일을 허투루 처리하고 어설프게 진행한다면, 동생을 볼 면목이 서질 않는다.
더 나아가.
그건 굉장히 부끄러운 가족이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가족이 되고 싶지 않았다.
“영지의 소유권을 포기하겠다는 각서와 손가락 한 개,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거였나요?”
“…….”
“요 며칠, 데리트 후작가와 왕성, 그리고 말론 공작가와 어센블 공작가에 투서를 보내셨던데, 그렇게 놓기가 싫으셨어요?”
영지민들은 침묵했고.
맨티스의 남은 가솔들도 침묵했다.
맨티스 백작령에 있는 광산은 무려 5개다.
그 광산에서 나오는 돈은, 정확히는 그 안에 매장된 모든 금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인데.
그걸 어떻게 포기해.
포기하면 미친놈이지.
그래서, 맨티스의 가솔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가 피를 뿌리지 않고 목숨도 살려 줄 테니 영지에 대한 소유권을 영구적으로 포기하고 그 증거로 손가락 하나씩을 남기라는 말을 했어도, 무시했다.
왕성과 왕국을 관리하는 두 공작가, 그리고 백작 부인의 배경인 데리트 후작가가 끼어들면 이 말도 안 되는 영지전 비스무리한 것은 없던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오판이었다.
왕성은 침묵했고.
두 공작도 침묵했다.
오직 데리트 후작만이 발광을 해 댔지만 대세를 거스를 순 없었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결심했다.
“철혈 기사단, 발검.”
“충-!!”
스릉-!
수십 개의 검이 뽑혀 나왔는데 소리는 단 한 번만 울렸다.
완벽하게 충전된 군기.
그리고 그런 걸 넘어서 철혈 기사단을 완전히 지배하게 된 엘리자베스.
그녀가 천천히 기운을 끌어 올린다.
후우웅-!
바람이 불고.
그녀의 심장에 있던 ‘7개’ 서클이 회전했다.
“잠깐…… 잠깐만!!”
“누님!! 접니다!! 저라고요!!”
“포기!! 포기하겠다. 포기할 테니 살려 주거라. 제발!”
무시했다.
엘리자베스가, 조용히 명령한다.
“집행.”
동시에.
서걱-!!
서거걱-!!
약 수만에 달하는 영지민들이 보는 자리에서.
맨티스의 뿌리가 사라졌다.
천천히.
엘리자베스는 걸었다.
철벅-!
핏물이 신발에 뒤엉키고, 웅덩이진 핏물이 엘리자베스의 발걸음마다 옆으로 튀어 나간다.
맨티스의 가솔.
그 시체들 사이로 엘리자베스는 걸었다.
그리고.
시체의 한중간에 선 채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오늘, 이 시간부로.”
꿀꺽-
누군가 침을 삼켰고, 그 소리는 천둥처럼 컸다.
그 정도로 주변은 조용했으니까.
엘리자베스가 서릿발 같은 기세로 주변을 둘러본다.
그녀의 모습은, 흡사 철혈.
가시 돋친 장미, 그보다 아름다웠고 그보다 찬란했다.
“맨티스 백작령은 발란티에 후작령에 복속되었음을, 선포합니다.”
환호는 없었다.
정확히는 하지 못했다.
압도적인 그 기세에, 모두가 그저 짓눌렸으니까.
그래.
그저 짓눌렸을 뿐이다.
그런 엘리자베스를 하늘에 떠 있던 다섯 명의 남녀가 바라보고 있었다.
엘리자베스의 저런 모습을 처음 보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뜬 세 명의 꼬마를 제외하고 가장 앞에 서 있는 한 남자와 그녀의 옆에 있는 검은 머리의 여자.
그 중 가장 앞에 위치한 남자가 말했다.
“이러다 우리 누나, 별명 같은 거 생기겠는데요?”
[별명?]“철혈의 여왕, 뭐 그런 거요.”
발렌타인 밀로스가 피식 웃는다.
[불멸의 네크로맨서처럼?]“예, 그거처럼요.”
남자의 입가에는 웃음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고는 정말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대체, 그런 별명은 누가 지어 준 겁니까? 네이밍 센스가 영…….”
[내가 지었을 리는 없지 않겠느냐.]“혹시 모르죠. 제가 스승님 네이밍 센스를 아는데.”
[…….]“너구리가 뭡니까, 너구리가.”
[…….]“그런데, 데스 나이트 속편은 안 쓰십니까? 저, 충성독자입니다 스승님.”
발렌타인 밀로스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쑥스러워하시긴.”
그러다 결국, 옆에 있던 남자의 머리를 후려치고 말았다.
* * *
맨티스 백작 가문이 머물던 집, 그 안쪽으로 들어서면서 생각했다.
툴칸 제국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건물 양식이다.
높은 건물, 그리고 쓸데없이 박혀 있는 뾰족한 첨탑.
그게 가장 특징적이고, 세간에서는 고딕 양식이라고 부르는데, 앞서 말했듯 이건 툴칸 제국만의 특성이다.
기타 다른 왕국들은 대체로 뾰족한 첨탑은 거의 없고 둥근 돔 형태의 건물을 주로 짓는데.
이게 아마 바로크 양식으로 부르는 걸로 안다.
그런데.
여긴 테슬란 왕국인데, 헤르만 후작가도 그렇고 맨티스 백작가도 그렇고.
건물이 죄다 고딕 양식이네.
여기로 오면서 보게 된 첨탑이 대충 10개가 넘으니까, 아주 징글징글할 정도다.
여기가 툴칸 제국인지 아니면 테슬란 왕국인지.
둘 다 똥통이긴 한데 구분이 안 가니까 기분이 좀 그러네.
그렇게 복도 쪽으로 들어서자, 한쪽에서 처음 보는 남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누나가 보인다.
외모나, 풍기는 모습들로 보아 기존에 맨티스 백작가에서 일하던 원로와 행정관들인 것 같다.
때마침 누나가 고개를 돌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잭?”
싱긋 웃으며 물었다.
“잘 돼가?”
“뭐가?”
천천히 누나에게 다가간 뒤, 주변에 있는 남자들을 슥 둘러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대로 시선을 피하는 이들부터, 멍하니 서 있다가 뒤로 몇 걸음 물러서는 이들까지.
아주 다양했다.
언급은 안 했지만, 나.
지금 엄청난 유명인이 됐다.
1만 5천의 병력과 혼자서 싸워 이긴 전무후무한 괴물.
세간에서는 소문이라고 해도, 지금 눈앞에 있는 이들은 안다.
진짜.
내가 죄다 죽였다는걸.
“원래 집주인이 바뀌면 가구도 싹 바꾸고 그 집 개새끼들은 죄다 쳐 죽여야 되는데…….”
꿀꺽하고, 어디서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대각선 쪽에 있는 40대쯤으로 보이는 한 남자였다.
이름은 모른다.
관심이 없어서.
“한 번은 살려 줄 테니까. 잘해, 죄다 뒤지기 싫으면.”
“…….”
“대답, 안 하냐?”
그러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자…… 잘하겠습니다!”
그런 모습을 누나가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마치.
내가 지금 떠날 걸 알아챈 듯한 모습이다.
“가려고?”
“어, 가야지. 나 아카데미 학생이잖아.”
누나는 할 말을 잃었고.
원로들과 행정관들도 할 말을 잃었다.
워낙 보여주는 모습들과 행했던 행동들이 하나하나 범상치가 않아서 잊은 것 같은데.
틀린 말은 아니잖아.
틀린 말은 아니잖아.
나, 학생 맞잖아?
“……자주 올 거지?”
슬쩍 웃고 말았다.
“글쎄,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쏘다니면 쓰나.”
“안 온다는 말이네?”
슬며시 손을 뻗어 누나를 안았다.
“문제 생기면 나한테 말해. 누나 혼자서도 잘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걱정이 되네.”
누나의 손이 내 등을 쓸어내리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누나를 떼어 냈다.
누나의 곧은 눈이 내 눈을 응시한다.
“걱정 마. 각오했고. 더 이상 피하지 않아.”
그대로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런 내게, 누나가 묻는다.
“그런데 잭?”
“응?”
“뒤통수가 조금 부어 있던데, 포션이라도 몇 개 챙겨 줄까?”
옆에 있는 스승님을 바라보자, 스승님이 이번에도 내 시선을 피한다.
진짜.
세게 때리시더라.
“됐어, 나 진짜 간다?”
“응. 조심히 가.”
정말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는데, 묘한 느낌이 든다.
다시 고개를 돌려 보자, 우리 누나가, 스승님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제 동생, 잘 부탁드려요.”
잠시 나와 누나를 번갈아 보시던 스승님이 이내 가볍게 웃는다.
[걱정 말거라.]짧은 말이었지만 충분했다.
그렇게, 나와 스승님은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누나와 친해진 꼬맹이들이 누나와 인사를 한다.
아, 진짜.
좀 가자. 이것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