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78)
제 179화
모든 정규 수업이 끝나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예비 상업학부 학부장인 해럴드 린치와 검술학부 학부장인 그레이 시어런은 옥상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지.
정확히는 나누려고 했다.
툭-
둘의 손에 들린 커피가 거의 동시에 떨어진다.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무심결에 바라본 잭 발란티에의 별장.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았기 때문이다.
콰앙-!
콰앙-!!
쉴 새 없이 터지는 굉음.
하늘에서 조금씩 내비치는 은은한 달빛 아래에서 춤을 추듯 움직이는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인.
둘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쥐고 있는 검을, 계속해서 휘두르면서.
모르는 이라면 그냥 마나 유저끼리 싸우는구나 했겠지만 이 둘은 아니었다.
자그마치 마스터와, 9서클 마나 유저다.
보는 눈이 없지는 않았다.
그래서, 충격을 먹은 거다.
“……저기서 저렇게, 저걸? 저걸 반응한다고?”
“……세상에.”
앞서 말했듯 나름 보는 눈이 있기에 둘은 안다.
분명, 기억에 의하면 잭의 경지는 5서클 마나 유저다.
하지만 5서클 마나 유저는 절대 꿈도 꾸지 못할 힘을 사용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을 너무나도 쉽게 저지른다.
그리고 지금.
그 단면이 얼핏 엿보였다.
튕겨져 나간 검이 허공을 때리면 그 허공이 그대로 찢어진다.
땅에 닿으면 땅이 터져나가고, 검끼리 부딪치면 말도 안 되는 굉음이 울려 퍼진다.
마나의 충돌.
상쇄, 그 이상의 파훼.
더 나아가 저 움직임.
피하는 것과 공격을 동시에 하고, 상대의 공격을 끊임없이 읽고, 또다시 공격을 하고.
수도 없이 공방이 오가는데 둘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서로의 공격을 완전히 읽고 있다는 뜻이다.
저건 서클의 우위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범주의 것이었다.
검로가.
이 세상 검로가 아니었으니까.
“분명 저게 전력은 아닐 텐데……”
해럴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티펙트 제작에도 능하고, 검까지 잘 다루면…… 대체 못하는 게 뭐지?”
혼잣말 비스 무리한 해럴드의 말에 그레이는 반응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못했다.
그레이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대체 잭의 한계는 어디가 끝인 걸까.
그렇게 두 남자는 잭과 발렌타인의 대련에 빠져들었다.
검을 겨누고 휘두르는 그 동작 하나하나가, 교과서적인 것을 넘어서 너무나도 완벽했으니까.
둘은 잭과 발렌타인의 움직임에 아주 깊숙이 빠져들었다.
* * *
검을 휘두르자.
콰아앙-!
기다렸다는 듯 스승님의 검이 내 검을 막는다.
잠시간의 교착상태.
스승님의 검에 힘이 들어가고, 내 검에도 힘이 들어간다.
팽팽하다.
정확히는, 내가 조금 밀린다.
0.1% 아니, 그보다 낮은 0.01% 정도의 차이.
숫자는 적지만 나나 스승님 같은 이들에게 저 정도의 숫자는 생각보다 큰 차이다.
검을 옆으로 슬쩍 흘리며 위치를 바꾸려던 그때.
후웅-!
스승님이 발이 내 복부를 향해 날아온다.
그 짧은, 아주 찰나의 순간.
몸을 회전시키며 똑같이 발을 내질렀다.
내 복부와 스승님의 복부에 서로의 발이 맞닿는다.
퍼억-!
퍼억-!!
뒤로 날아가던 그 순간 검을 바닥에 박은 뒤 재빨리 자세를 잡았다.
고개를 들자 인상을 찌푸린 채 복부를 쓰다듬는 스승님이 보인다.
상당히 아프신 거 같다.
내색은 안 했는데.
나도 아프다.
진짜 이런 말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저, 많이 맞았습니다.”
[응?]과거, 내 인생은 스승님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눠진다.
내가 지금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스승님의 아주 ‘엄격한’ 가르침 덕분이었다.
그 엄격한 가르침이라는 게, 엄격한 수준을 넘어 아주 괴팍했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저, 스승님한테 복날 개 쳐 맞듯 맞아 본 적도 있습니다.”
[내가 그랬다고?]“예.”
스승님이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갸웃하신다.
[내가 그랬다면 무언가 이유가 있었을 터인데, 혹시 내가 샤워하는 모습을 훔쳐보기라도……]그 틈을 타 다리에 힘을 주었다.
툭-!
멀어졌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진다.
자연스럽게 손을 뻗었다.
터억-
조금 늦게.
정확히 평소보다 0.1초 늦게 반응한 스승님은 손쉽게 팔목이 잡혔다.
그것도 검을 쥐고 있던 팔이다.
하지만 반대쪽 팔목이 남아 있었고, 스승님은 곧바로 팔목을 휘두른다.
퍼억-
볼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통증.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면.
내가 쥐고 있던 연습용 장검1의 검 끝이 스승님의 목에 닿아 있었거든.
“청출어람靑出於藍입니다. 스승님.”
[…….]“제가 이겼습니다.”
처음이다.
전생에서 나는 단 한 번도 스승님을 이겨 본 적이 없다.
혼기를 깨우치고, 나만의 기술을 만든 건 스승님이 돌아간 이후였기에 아마 이겨 볼 수가 없었다는 문장이 조금 더 적절할지 모른다.
검을 슬며시 치우려던 그때.
퍼엉-
풍선 터지는 소리와 함께 스승님이 인형으로 변했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스승님이 말했다.
[몸도 어리고, 정상인 몸이 아닌데도 그 정도의 몸놀림이라…….]스승님이 작게 웃는다.
[대단하구나.]나도 웃고 말았다.
그리고는 자리에 쪼그려 앉아 스승님과 함께 옷가지를 정리했다.
베이지색 원피스와 그 안에 가려져 있는 비슷한 색의 속옷까지.
“그보다, 이번 현신은 괜찮으셨습니까?”
[그래, 괜찮았다.]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좀 기절해 있는 시간이 길었어 가지고, 스승님을 못 챙겨드렸거든.
그게 조금 걸렸는데 괜찮으시다니까, 나야말로 마음이 편하네.
옷가지를 정리하고는 스승님을 어깨에 앉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우리 꼬맹이들이 정문 앞에서 멍한 표정으로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저쪽, 아카데미 쪽에서는 십여 명 정도 되는 이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아, 다 봤나 보네.
어깨를 으쓱했다.
그보다.
드래곤이 발톱으로 수십 번 할퀸 것처럼 완전히 초토화가 된 이 마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 * *
다음날 아침.
데스 나이트가 된 크로노스가 말했다.
(위험한 인물.)
그리고.
(폐하의 대업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아주 얼굴이 따가워질 지경이다.
(그렇기에 그에게 툴칸 제국에 대한 모든 정보를 건네주는 한이 있어도.)
“있어도?”
(그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 그후, 때를 봐서 어떻게든 암살을 성공시켜야 한다…….)
등등.
그러니까, 왜 크로노스가 이런 말을 하고 있냐면.
나는 이렇게 물었거든.
나에 대한 첫인상, 그리고 그런 것을 넘어 왜 나를 모시겠다고 한 건지, 그건 진심이었는지.
솔직히 진심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지만 우리 스승님은 모른다.
그래서 일부러 물어본 거다.
그리고 이런 대답이 나온 거지.
그런데 조금 섭섭하긴 하다.
“잘생겼다는 말은 없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크로노스가 말했다.
(‘주군’께서도 잘생기시긴 했지만, 제 눈에는 이스칸다르가 더 잘생겼습니다.)
강제로 만들어진 충성심으로도 안 되는 게 있나 보다.
(주군, 이제 툴칸 제국에 대한 모든 정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정보?
“필요 없어.”
(……예?)
슬쩍 고개를 돌렸다.
한쪽 책상에 놓여져있는 한 장의 종이.
그곳에 사람 이름이 수도없이 새겨져 있었다.
바로 어젯밤 잠들기 전에 크로노스한테 시켰던 ‘위원회에 속한 모든 귀족들의 이름’이다.
저 안에는 테슬란부터 모든 왕국의 귀족 이름이 적혀 있다.
솔직히 말할까.
보자마자 놀랐다.
각 왕국에서 유명하다싶은 놈들의 이름은 죄다 들어가 있었거든.
여하튼.
“죽여야 될 놈만 알면 되는 거지 뭐가 더 필요해? 그리고.”
(……?)
“저거 말고 네가 아는 거의 99프로 이상은 나도 알고 있어. 내가 툴칸 제국에 대해서 아주 빠삭하게 공부했었거든.”
(……예. 알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99프로다.
나머지 1프로.
그거만 물어보면 되거든.
“강철산맥에 있는 드래곤은 언제 잡으러 간다냐? 알고 있냐?”
(예, 주군. 알고 있습니다.)
역시 황태자의 최측근이네.
이런 것도 다 알고.
“언젠데?”
(삼 일 전, 베커만을 비롯한 7명의 마스터와 10명의 9서클 마나 유저가 강철산맥으로 출발했다는 연통을 받았습니다.)
한숨을 터트리고 말았다.
얘네들.
“또 실수하네.”
(예?)
“강철산맥에 있는 그 드래곤, 못 잡을 거야.”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과거 문헌을 살펴보고 정리한 결과 성체 드래곤이라면 마스터 최대 네 명으로 정리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무려 마스터가 7명에 9서클 마나 유저가 열 명입니다. 전력이라면 충분합니다.)
이것 봐라.
“왜 이렇게 발끈 하냐? 설마 네가 계획 짰냐?”
(…….)
이것도 맞나 보다.
사실.
“전력이 문제가 아니고, 가장 중요한 게 있잖아.”
(중요한 거라고 하시면……?)
“걔가 강철산맥 어디에 있는 줄 알고?”
(…….)
“돌아가는 꼴 보니까 여기저기 파견한 첩자 중 한 명이 산맥 근처에서 매우 수상한 놈을 봤고 보고를 했다…… 그렇게 인원이 보충되고 그들끼리 지속적으로 관찰하다 몇 명이 죽었다거나, 그런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아니야?”
(정확하십니다.)
피식
“확실하게 말해 줄게, 니들 걔 절대 못 찾아.”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내가 웬만하면 불확실한 일에 확신 같은 걸 하지는 않지만,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걔, 겁 많거든.”
(예?)
“겁 많은 놈들이 눈치가 빨라. 내가 장담하는데 걔 지금 튈려고 짐 싸고 있을 거다. 어쩌면 진작에 튀었을 수도 있고.”
(…….)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지. 과연, 놈은 어디로 튀었을까.”
크로노스는 답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데스 나이트가 되었다 해도 머리가 터지거나 그러지는 않아서 나름 판단했나 보다.
크로노스는 내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나는 놈이 어디로 튀었는지 안다.
다른 드래곤이라면 몰라도 그놈은 확실히 알거든.
슬쩍 손을 뻗어 구석에 가만히 서 있는 데스 나이트 한 기한테 손짓했다.
내게 다가온 녀석한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잘 들어. 툴칸 제국과 요람 왕국의 국경 쪽에 보면 ‘트롬 산’이라는 곳이 있어. 거기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골짜기 몇 개가 나오거든? 그쪽 보면 화전민들이 촌락 꾸리고 살아가고 있을 텐데, 거기 가서 ‘블랑’이라는 사람한테 이렇게 전해.”
데스 나이트.
이름은 모른다.
툴칸 제국에서 파견된 놈인 건 확실한데, 굳이 그 이상 알아볼 생각을 안 했으니까.
녀석한테 말했다.
“로드의 마지막 핏줄이자, 후대 로드가 테슬란 왕국의 아카데미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뒤지고 싶지 않으면 당장 튀어오라고.”
아, 그리고.
“만약 그 화전민 부락에 없으면 산속 한번 뒤져 봐. 걔가 ‘그린 드래곤’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등산하는 거 꽤 좋아하거든.”
그렇게 내 명령을 받은 데스 나이트가 자리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