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89)
제 190화
실제로 타노스의 인기는 지금 아카데미에서 어마어마할 정도였다.
원래는 눈에 띄지도 않던 학생이 갑자기 4서클 마나 유저가 되고, 한 번에 검술학부 4학년을 완전히 틀어잡은 타노스.
심지어 못생긴 것도 아니었다.
키도 커, 근육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 근육에 새겨져 있는 수많은 상처는 징그럽다기보다는 남성다움을 이 세상 모두에게 어필하는 듯했기에, 자연스럽게 그런 타노스에게 연심을 품은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검술학부, 마법학부, 행정학부, 군사학부까지.
나이를 가리지 않고 타노스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넘쳐 나니.
그야말로 인생역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타노스가.
오늘 아침부터 매우 수상했다.
그래도 몇 개월 같이 지낸 짬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그걸 셀과 샬롯은 눈치챘고 이렇게 미행하고 있는 것이다.
“연애가 분명해.”
-아니라니까.
티격태격하며 걷는 그 둘은 타노스와 일정 거리를 유지했고 그런 둘을 타노스는 눈치채지 못했다.
“누굴까? 검술학부일까 마법학부일까.”
말하기도 지쳤다는 듯 셀이 고개를 젓는다.
“그런데 왜 여기로 가는 거지? 몰래 만날 장소가 그렇게 없었나?”
샬롯이 의문을 표할 만도 했다.
왜냐면.
타노스가 향한 곳은 바로 ‘총장실’이었으니까.
이쯤 되면 셀의 말이 맞는다는 것이 거의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샬롯은 아니었다.
“……롬멜 총장님이 몰래 장소를 주선해 주는 걸까?”
-…….
“왜? 책에도 보면 그런 거 있잖아. 떳다방…… 그런 거.”
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해 봤자 무의미할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
그렇게 타노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 이쯤 되면 자리를 피하는 게 맞지만. 어린아이의 호기심이라는 게 생각 외로 무서웠다.
샬롯이 말했다.
“엿들을까?”
-그러다 문제 생기면?
“누군지만 보고 가자, 누군지만.”
적어도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샬롯이었기에 정말 이야기를 엿들을 생각은 없었다.
그냥.
누구인지.
누구랑 연애하는지, 누구길래 총장이 몰래 방을 빌려주면서 주선까지 해 주는 건지 그것만 보고 싶었다.
-……그거 진짜 아닐 텐데.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렇게 셀과 샬롯은 건물을 빙 돌아 총장실이 보이는 창가로 이동했다.
그곳에 비치된 창문.
둘은 창문에 귀를 기울였다.
* * *
당연한 소리지만 연애니 뭐니, 그런 건 아니었다.
타노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해도, 녀석은 스스로의 단련에만 신경 쓸 뿐 이성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당연히 동성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 타노스가, 롬멜에게 말했다.
“……따로 뵙는 건 되게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오랜만이라는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최근 롬멜 총장은 아카데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았으니까.
그런 롬멜은 타노스의 말에도 묵묵히 차를 마실 뿐이었다.
“찾으셨습니까?”
여전히 롬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말씀이 없으신 겁니까.”
“…….”
“찾으신 게 아니라, 찾으실 생각이 없으신 겁니까?”
주어는 없었지만 이 둘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어떤 것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고 있는 건지.
둘 다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타노스도 결국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1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롬멜이 입을 열었다.
“많이 당돌해졌군.”
타노스의 눈매가 슬며시 찌푸려진다.
“처음 폐인이 되었던 저를 거두어 주셨던 것,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갈 곳 없는 저를 아카데미에 받아 주신 것도 전부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라면 충분히 드렸던 것으로 압니다.”
“그랬나?”
“예. 그랬습니다. 지금 마수의 숲 토벌단 중 어센블 공작가의 기사단과 동행한 밀란 어센블. 그가 아카데미에 학생으로 있었을 때, 저는 2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의 수발을 들었습니다.”
밀란 어센블.
근위 기사단장인 더글라스 어센블의 장자이자, 눈앞에 있는 롬멜 어센블의 손자 중 한 명이다.
당연히 더글라스 어센블은 현 어센블 공작의 동생이기에 그의 아들이 소가주가 될 일은 없다.
그래서 토벌단에 차출된 거다.
그리고 그의 나이는 고작해야 19살.
타노스가 아카데미에 입학한 그때 16살의 나이였던 그 남자는 타노스를 종 부리듯이 부렸다.
그 기간은 정확히 2년.
2년 동안 타노스는 군말 한 번 하지 않고 밀란의 모든 수발을 들었다.
똥을 닦아 달라면 닦아 주었고, 바닥에 기라고 했으면 기었다.
뱉은 침을 핥아먹으라고 했으면 핥아 먹었다.
그런 타노스가 안타깝게 느껴졌던 롬멜은 타노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탁 하나를 한다면, 그게 무엇이든 무조건 들어주겠다고 제게 약속하셨습니다. 아닙니까?”
“맞네. 분명 내 입으로 그리 말했었지.”
“그래서 저는 부탁드렸습니다. 이 대륙 어딘가에 있는 한 남자를 찾아 달라고.”
“그랬지.”
“……그런데 왜 말씀이 없으신 겁니까? 정말, 시도조차 하지 않으셨던 겁니까?”
롬멜의 눈이, 천천히 타노스의 얼굴로 향했다.
착하게 생긴.
어찌 보면 꽤나 순박해 보일 정도로 특이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 얼굴 아래의 몸을 본다면 그 누구도 순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람한 신체.
그리고 옷을 입었음에도 언뜻 보이는 흉터들까지.
일반적인 학생의 수준을 넘었다.
저건 전사.
흡사 전쟁터에서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며 성장하는 진짜 전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 아이도 많이 변했구나.’
천천히 손에 든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디나스티스모, 특이한 이름이지.”
“…….”
“요람 왕국에서 ‘대공’ 가문을 몰살시킨 범죄자.”
롬멜의 시선이 타노스에게로 향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저 순박한 얼굴.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 그냥 저렇게 생긴 애구나’ 하고 넘어갔겠지만, 아는 게 많은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요람 왕국의 왕족들 특징이 순박한 얼굴일 텐데…… 이런 생각.
“모르는 이는 모르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지. 자네가 ‘그’를 찾는 이유는 ‘원수’를 찾으려는 게 아니라 ‘진실’을 알려는 게 아닌가?”
“예, 맞습니다. 굳이 그런 생각 하지 마시고 저한테 그냥 여쭤보셨다면 바로 말씀드렸을 텐데요.”
타노스는 평상시와 같았다.
정확히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같았다.
지금 타노스의 속은 조금씩 끓어오르는 물처럼 점점 타오르고 있었으니까.
“호의에는 호의가 있을 뿐이지만 나는 그 호의를 약속으로 만들었지. 아무리 어린아이와 한 약속이어도 나는 무슨 수를 써서든 약속을 지킨다네.”
요람 왕국의 왕족.
그들에게는 순박한 얼굴 말고 또 다른 특징이 하나 있었다.
그들은 화가 나면 그 순박한 얼굴이 진짜 악마처럼 변한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과거 요람 왕국을 만들었던 시조는 ‘야누스’라고도 불렸었다.
두 얼굴을 가졌다는 말이 많았고, 실제로 요람을 아는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외모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말을 했을 정도다.
그게 요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핏줄의 유래다.
눈앞에 있는 타노스.
그에게 롬멜이 말했다.
“계속 알아는 보고 있으니까, 기다리게.”
잠시 말을 멈춘 롬멜은 근 4년 만에 그의 ‘본명’을 불렀다.
“안토스 요람.”
4년 전.
요람 왕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대공 가문.
적장자의 후손은 아니었으나 정치적인 감각과 검술적인 재능이 매우 뛰어나 한 세대에서 꼭 한 명씩의 마스터를 배출했던 가문.
타노스는.
가진 바 능력이 뛰어나 제거되지 않고 대공이라는 작위를 받아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던 대공 가문의 장자였다.
안토스 요람.
지금은 이름을 타노스로 바꾸고 평민이 된.
그게 타노스였다.
* * *
부스럭-
나뭇가지 밟히는 소리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샬롯이 아닌 셀이었다.
-인비져빌리티Invisibility.
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셀과 샬롯의 몸이 투명해졌다.
이어서.
셀이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댄다.
샬롯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
모퉁이 너머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정한 옷차림.
고급지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깔끔한 복장.
얼마 전 발란티에 후작령에서 보았던 ‘집사’들이 저런 복장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셀과 샬롯은 떠올렸다.
“뭐지?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하던 집사가, 이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몸을 돌린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두 꼬마는 즉시 총장실 너머에 있는 넓은 공원으로 이동했다.
“……어떻게 할 거야?”
-뭘?
“지금 들었잖아, 타노스 오빠의 과거.”
셀이 대수롭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 들었지. 누구 덕분에. 그러니 보스한테 말해야지.
“아니, 잠깐만. 진짜로?”
-몰랐으면 그러려니 해도 알았잖아. 그럼 말해야지.
셀의 생각과는 다른지 샬롯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건 분명 고민을 하는 표정이었다.
원래도 세상 물정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아카데미에 와서 더욱더 자세히 알게 된 세상 물정이다.
요람 왕국.
상당히 큰 왕국이고 그 국력은 테슬란 왕국보다는 월등히 높다.
순위로 따지자면 이웃 나라인 이스마엘이 왕국 중 1위로 2위가 요람이라고 해야 할까.
무역이 발전했고, 다섯 왕국에 있는 모든 ‘배’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배를 지니고 있는 국가.
거기다 ‘대공’이라는 작위를 지니고 있는 국가는 요람 왕국이 유일했다.
왕보다는 낮고 공작보다는 높은.
타노스는 대공 가문의 자제였으며, 왕족이었다.
여태껏 왜 과거를 숨겼나 했는데 확실히 숨길 만도 하다.
“보스 성격에 그거 알게 되면 어떻게 할 거 같은데?”
-자기 사람한테는 매우 따뜻하신 분이니까, 최대한 빠르게 시간 내서 요람 왕국으로 가시겠지.
“가서 뭘 하실까.”
셀은 명쾌하게 답했다.
-일단 다 모아 놓고.
“모아 놓고?”
-관련되어 있는 놈들만 따로 뺀 뒤.
“뺀 뒤?”
-죽이겠지. 혹은 죽이게 해 주거나.
샬롯과 셀이 비록 어린 모습이긴 해도, 그 나이대에 겪을 수 없는 일들을 상당히 많이 겪었다.
그래서 생각하는 게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무슨 음모나 그런 게 있다 해도, 얼마 전에 보스 쓰러진 거 알잖아.”
-알지.
잭의 힘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것은 아마 이 세상에서 발렌타인 다음으로 이 두 꼬마가 잘 알 것이다.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잭은 그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힘을 쓸 때마다 쓰러진다.
쓰러지지 않는다면 적어도 피를 흘리거나 고통스러워하는데, 그걸 두 꼬마가 기분 좋게 바라볼 리는 없다.
타노스도 마찬가지다.
타노스도 잭이 어떤 반응을 취할지 알기 때문에 숨긴 거다.
최근에는 3일에서 4일 정도를 누워 있던 잭이다.
지금 말하는 건 미친 짓이다.
“……그걸 알고도 말하겠다고?”
셀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어떻게 해? 그리고 모르는 거잖아.
“뭐가?”
-보스가 요람 왕국이라는 곳으로 바로 날아갈지 안 날아갈지, 너는 보스가 날아갈 거라고 확신해? 나는 아닌데?
샬롯은 대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