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91)
제 192화
“통신소에…… 교환원? 통신구……. 맙소사.”
해럴드의 눈이 크게 떠지고, 당황한다.
“……가능하십니까?”
“어떤 게?”
“일반형과 프리미엄형을 ‘직접’ 만드시겠다고 하셨는데, 가격이나 마진에 대한 건 둘째 치고 워낙 통신구가 희귀합니다. 만들 수 있는 이들이 굉장히 적죠. 단순히 마스터면 다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마스터 마법사에다가 아티펙트 제작에도 조예가 깊어야만 제작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양산은 불가능합니다. 왜냐면 앞서 말했듯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죠.”
그냥 잠자코 들었다.
“이론은 쉽습니다.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전송] 부분과 [목소리]를 분리해서 [재구축]하는 것. 그런데 그게 쉬웠으면 통신구의 가격이 수백만 골드에 달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공자님이 말씀하신 것, 전체적인 구상은 좋습니다. 통신구를 쓰는 귀족들보다 없는 귀족들이 더 많으니까요. 비율로 따지자면 약 1:9 정도 비율은 될 겁니다. 물론 기존의 통신구는 호환하고 마킹된 통신구끼리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신소라는 중간 거점을 통한다면 그런 문제는 완전히 사라지겠죠. 상당히 획기적입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새삼스럽지만 코앞에 있는 이 해럴드 린치는 마스터다.
비록 육체파 마스터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마스터이기에 마법에 대한 이해도도 굉장히 높다.
그래서.
녀석이 한 말은 전부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인데.
나한테는 예외인 걸 왜 몰라.
인간으로서 언령을 쓴다는 것.
5서클 마나 유저임에도 10서클 마법을 자유자재로 쓰고 주문마저 전부 생략이 가능하다는 것.
이게 무엇을 뜻하는 거냐면.
‘나’는 ‘마법’을 졸업했다는 뜻이다.
“상당히 흥미롭긴 합니다.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요. 여태껏 공자님이 보여 준 모습들이 있으니 통신구에서 흘러나온 모든 마나를 ‘링크’하는 것처럼 한 곳에 몰아넣는, 그러니까 ‘통신소’를 만드실 수는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통신소가 의미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통신구는 최소 400개, 대륙의 모든 귀족들에게 팔 생각이시라면 최소 900개 이상은 준비해 두셔야 할 겁니다. 당연히 더 늘어날 수도 있…….”
계속 말을 잇는 해럴드의 앞에, 나는 마법 통신구 세 개를 내려놓았다.
“두 개는 어젯밤에 만든 거, 하나는 아까 밥 먹기 전에 짬 내서 만든 거. 참고로 이거 ‘프리미엄형’이야. 살살 다뤄.”
해럴드의 입이 떡 하고 벌어진다.
“……지금 뭐라 그러셨습니까?”
“뭐가?”
“……이 세 개를 언제 만들었다고요?”
“어젯밤에 두 개, 오늘 한 개. 일반형이면 하루에 넉넉하게 30개에서 40개는 만들 수 있을걸. 거기다 곧 ‘유능한 인력’이 하나 올 거거든. 걔까지 가세하면 900개? 뚝딱이지.”
당황하던 해럴드가 순간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눈을 크게 뜬다.
“아까…… 저한테 말씀하신 게 이런 의미였습니까?”
“……?”
“상인으로 대성하기 힘들다……. 그게 이런 의미였군요.”
표정 보니까, 깨달은 것 같다.
“물품이 아닌 물품을 만드는 자, 제 눈앞에 앉아 있는 당신에게 독점 계약이나 전속 계약을 먼저 권했어야 한다…… 그런 의미였습니까?”
앞에 한 말은 취소해야 할 듯싶다.
그래도.
싹수는 보이네.
“시간 초과로 51점, 그것보다 높은 점수는 못 주겠네.”
해럴드가 무언가 깨달은 것과는 별개로 정말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대체.”
대체?
“……정체가 뭡니까?”
하도 들어서 이젠 지겨울 정도다.
“아카데미 마법학부 1학년 잭, 왜? 이마에라도 써 붙이고 다닐까?”
“…….”
“그래서 거래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어떻게 할래?”
“……이제 와서 전속계약 하자거나 하면 당연히 거절하시겠죠?”
“아까 했어도 안 해, 전속은 무슨.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고.”
“……홍보도 저희가 해 드리고 통신구도 저희가 전부 팔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저희 몫으로.”
“몫으로?”
“10퍼센트만 가져가겠습니다.”
아마 저 10퍼센트는 엄청난 고민의 결과로 나온 것일 거다.
보통 수수료로 20퍼센트에서 30퍼센트를 떼 가는 걸로 아는데 10퍼센트면 그냥 그거지.
나랑 ‘사업적인 관계’도 지속하고 싶고, 향후 내가 만들 또 다른 ‘아이템’들을 팔고 싶은.
그냥 나름 짱구를 굴린 거다.
“그게 끝이야?”
“추가로 ‘프리미엄형’ 다섯 개에서 여섯 개 정도만 공짜로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피식 웃고 말았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슬쩍 손을 내밀었다.
“잘해 보자.”
“잘 부탁드립니다.”
* * *
그렇게 대륙전장과 계약을 맺었다.
여기서 약간 해럴드와 의견 대립이 있었는데.
바로 통신소에 대한 것이었다.
만드는 거? 어렵지는 않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기본적인 마법진을 조금 더 크게 만들고, 거기에 흑마법도 몇 개 곁들여서 일종의 마나 집약 지역을 만드는 게 전부니까.
해럴드와 대립이 있던 부분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사용료’ 부분이었다.
“통신소라는 거대한 시설을 유지시키려면 그만한 인력도 필요하시겠죠. 그걸 전부 사비로 부담하시겠다는 건데, 그러면 실질적으로 공자님이 얻게 되는 이득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모르는 이가 봤다면 나는 아마 지금쯤 굉장한 자선 사업가로 보이고 있지 않을까.
통신구 가격도 파격적으로 낮춰서 돈이 있는 이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했고, 은밀하게 ‘어떤’ 대화를 나누고 싶은 이들을 위해서 기존에 있던 마법 통신구보다 더 뛰어난 성능의 통신구를 더 낮은 가격에 팔려고 한다.
이거.
진짜 자선 사업가 수준이 아니라 그냥 성자 수준이다.
“물론, 공자님께서 상관없으시다고 한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손해를 감수하는 거 싫어하시는 성격 아니십니까?”
슬쩍 웃고 말았다.
“웬일이래, 내 걱정도 해 주고.”
그러자 해럴드도 작게 웃는다.
“대륙전장은 소비자뿐만이 아니라 공급자도 신경 써 줍니다. 원하시면 다른 수익 창출 방법도 있습니다.”
다른 수익 창출 방법?
“예를 들면?”
“사재기라든지, 기존의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파는 거라든지, 초창기 멤버십이라든지…… 방법은 많습니다.”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공정한 상단이지만 꼭 모든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란 법은 없다.
그들이 어디까지나 공정해질 수 있는 건 일반 소비자와 판매자, 그 둘 ‘모두’에게 공정해지는 거니까.
“사재기니 뭐니 그런 건 됐어, 그냥 적당한 가격으로다가 팔아 버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세 개, 전부 가져가서 검수라도 한번 해 봐.”
“검수요?”
“너도 마스터잖아. 기존에 니들이 가지고 있는 거랑 꼼꼼하게 비교도 한번 해 봐.”
“…….”
“어차피 너네가 가서 팔아 줄 거잖아? 영업할 거면 제품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지. 안 그래?”
“확실히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거 작동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일반 통신구랑 비슷해, 마나를 집어넣으면 좌판 같은 게 뜨거든? 거기에 마나를 담아서 ‘번호’를 입력하면 그 번호에 맞는 통신구에 신호가 가는 거지. 참고로 왼쪽부터 차례대로 일련번호 1, 2, 3이야. 음, 생각해 보니까 이거 지역 번호 같은 걸 만드는 것도 괜찮겠는데?”
“……일단 알겠습니다. 가져가서 성능 체크 해보겠습니다.”
해럴드는 그렇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스승님과 단둘만 남게 된 그 자리에서.
스승님이 말했다.
[모험가 길드를 정리했었지.]“예.”
[백수가 된 그들을 아카데미에서 지내게 만들었고.]330명의 정보원.
걔네들 지금 아카데미에서 출퇴근한다.
하는 일은 기존의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활동하는 영역이 어센블 영지이기에 어센블 영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그들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나한테 따로 보고가 없는 건 보고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지.
걔네들이 놀고먹고 있는 건 아니다.
음.
시간이 지나면.
개네들 중 일부는 교관이 될 거고 나머지 일부는.
[교환원이 되겠구나. 도청을 한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게 되겠지만 밖으로 그 정보가 빠져나가지는 않겠지.]왜냐면.
“저와 스승님은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아직 구상뿐이긴 해도 재미있구나.]스승님의 표정이.
뭐라고 해야 할까.
조금 야릇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정말, 진심으로 재미있으신가 보다.
[이건 어디까지나 ‘초창기’의 경우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일이 벌어질지 조금씩 그려지는구나.]스승님이 잠시 말을 멈추시고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한다.
[모든 국가 간의 국경이, 조금씩 흐릿해진다고 해야 할까.]굉장히 복잡하고도 흥미로운 표정.
우리 스승님.
“기분이 많이 좋아 보이십니다.”
[티가 낫느냐?]“예.”
스승님이 샐쭉하게 웃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시다.”
[어딜?]말 나왔으니 아주, 끝을 봐야지.
“오늘 통신소의 기본 토대를 만들 겁니다. 마나 집약 마법진을 대규모로 새기고 전송 마법진부터 목소리까지, 할 게 많습니다.”
[내가 도와줄 건 없겠느냐?]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옆에서 제 머리나 쓰다듬어 주시면 됩니다.”
스승님도 웃는다.
그런데.
나 농담한 거 아닌데.
* * *
두 마리의 드래곤 로드.
바하무트와 볼리모트는 인간 세상에 대해 위협을 느꼈다.
그래서 인간 세력을 줄이기 위해 나름의 머리를 굴렸고, 행동했다.
발렌타인이 새긴 언약을 어떻게든 비껴 나갔으며, 계획한 일을 성공시키는가 싶었지만 잭 발란티에라는 괴물의 존재로 모든 건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두 로드는 죽었다.
그런 두 로드가 생전에 꾸몄던 일.
그것은 현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드래곤’이 알고 있다.
말리는 이들? 잠시지만 있었다.
찬성하는 이들? 있었다.
그리고 방관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곳.
산속을 걸어 다니는 ‘한 남자’는 말리지도 않았고 찬성하지도 않았다.
그저 방관만 했다.
그런 그에게 검은 갑옷을 입고 검은 가면으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한 남자가 다가온다.
(이름이 무엇이지?)
기세는 9서클.
그런데 뭔가 묘했다.
순전히 노력으로 올린 게 아닌 마치 ‘만들어진 힘’ 같다고 해야 할까.
무엇보다 검은 갑주의 남자에게서 은은히 흘러나오는 냄새.
그게 ‘남자’의 코끝에 맴돌았다.
그 냄새는 마치.
‘시체……? 죽은 자의 냄새 같은데…… 뭔가 이상하군.’
시체가 살아 움직일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런 남자에게.
검은 잡주의 기사가 다시 묻는다.
(9서클이 된 내가 기세를 읽을 수 없는 걸 보아하니 마스터쯤 되는 것 같은데. 혹시, 네가 ‘블랑’인가?)
소수 정예라 할 수 있는 드래곤.
그중 400년 전 영광의 시대를 겪지 않고 모든 전쟁이 끝난 뒤 태어난 드래곤이 있었다.
그들의 숫자는 정확히 ‘24명’.
300년 전 태어난 블랑, 그는 그린 드래곤이자, 24명의 드래곤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조금 상황이 우습게도 느껴졌다.
언제부터 드래곤이 이렇게 만만하게 보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