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06)
제 207화
chapter 5
군사를 담당하고 현재 검술 학부를 관리하는 그레이 시어런.
그는 두말할 것도 없이 잭의 최측근이다.
그리고 아베이루.
잭에게 흘러가는 모든 정보는 아베이루를 거친다.
정확히는 아베이루가 대신 판단해 주고 잭이 무엇을 원할지 가능하면 최대한 신속하고 빠르게 파악해서 조치를 취하는 일종의 브레인이다.
잭이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최측근으로 인정했고 오른쪽 자리를 양보했을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그리고 롬멜.
테슬란 왕국에서 정치를 가장 잘한다는 소문이 있는 남자였고, 실제로 롬멜은 정치를 잘했다.
정치를 잘한다는 것은 머리가 좋고 판단이 빠르다는 거다.
그런 롬멜은 대내외적으로 온순하고 우유부단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었고 실제로도 우유부단하다. 두 자식한테 배신까지 당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 엘리자베스 발란티에.
후작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순식간에 맨티스 백작령과 발란티에 후작령을 통합했고 하루가 멀다 하게 영지민들의 칭송을 듣는 중이다.
생각보다 더 거대한 포용력.
적어도 급격하게 커진 발란티에 후작령의 영지민들 중 90% 이상의 민심은 엘리자베스를 향해 있었다.
하나만 언급해도 된다.
‘발란티에 후작령’의 영지민들은 엘리자베스 발란티에를 후작이라 부르지 않는다.
재미있게도 그들은 엘리자베스를 ‘성주’라고 부른다.
물론 별명도 하나 있다.
바로 철혈의 성주.
그런 네 명.
무언가 어울릴 듯하면서도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그 네 명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상당히 여러 이야기가 오갔는지 엘리자베스를 제외한 셋의 표정은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그중 아베이루가 입을 열었다.
“다 좋습니다. 다 좋은데……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하나라면 아까 말했던 ‘그것’인가?”
“예, ‘그것’ 맞습니다. 대체.”
잠시 말을 멈춘 아베이루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는다.
“마자르 테슬란은 왜 살려 두겠다는 겁니까?”
왕국의 현 상황에 대해서 잭은 이미 결정 내렸다.
과정을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우선 이 자리에 있는 네 명이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 이후 잭이 이렇게 말했다.
‘상황이 복잡해지지 않게, 그리고 백성들도 혼란스러워하지 않게, 영지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상황을 아주 심플하고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안, 한번 만들어 봐요. 나름 머리 좀 쓰시는 분들이 모여 있으니까 시간은 3시간이면 충분하겠죠?’
이다음으로 한 말이.
‘아, 그런데 이거 존댓말 하려니까 입에 안 붙네. 그냥 평소처럼 할게요. 제대로 된 방안이 안 나올 것 같다 싶으면 그냥 내전 꾸밀 것 같은 놈들만 따로 정리해서 나한테 가져와. 오늘 안에 따로 만나서 아주 찐한 대화를 좀 나눠 볼 테니까.’
그건 막고 싶었다.
그 대화가, 진짜 대화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회의가 진행되었고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마찰이 생겼다.
정확히는 당황했다.
왜냐면, 롬멜이 마자르 테슬란을 살려 두자고 했으니까.
“마자르 테슬란, ‘그놈’과 총장님이 어릴 때부터 긴밀한 관계였다는 걸 모르는 이는 이 자리에 없습니다. 왕국 전체를 따져 봐도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서입니까?”
롬멜이 웃는다.
“정情을 말하는 것인가?”
아베이루도 웃었다.
“아니십니까? 친구라 죽이기 애매하다…… 잭 발란티에라는 괴물이 등장했지만 권력은 놓고 싶지 않다…… 이거 아닙니까?”
굉장히 공격적인 그 어조에 웃고 있던 롬멜의 표정에 금이 간다.
“그게 맞다면?”
“맞으면 어쩔 수 없는 거죠.”
“어쩔 수 없다?”
의문 가득한 롬멜의 말이 이어지기 무섭게 아베이루의 표정이 점점 싸늘하게 식어 갔다.
“그게 맞다면 원래 가셔야 할 곳으로 가시게 될 겁니다. 총장님은.”
“…….”
“그럴 힘이 있느냐 없느냐, 그런 건 묻지 마시고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 영감님의 주변에 병력이 얼마나 있건, 심지어 마스터가 수십 명이 있건 상관없습니다.”
“상관없다?”
“예. 제 밑에 7기의 데스 나이트가 있습니다. 서클은 전부 9서클이죠. 저는 이 7기의 데스 나이트로 총장님을 죽일 수 있습니다.”
허무맹랑해 보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웃기는 개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아베이루를 지켜만 봐 온 엘리자베스는 의문을 품었다.
아베이루는 절대로 허튼소리를 하는 남자가 아니다.
그런 남자가 할 수 있다고 말했다면 정말로 할 수 있는 거다.
그런데 왜.
대체 왜 저렇게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인 걸까.
이 자리에 참석한 엘리자베스는 회의가 시작되고 1시간이 지났을 때까지 단 한 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았다.
왜냐면.
이 자리에 들어온 것은 배우기 위해서였으니까.
엘리자베스가 아베이루를 응시했다.
그의 능력.
후작령을 집어삼키고 후작령의 모든 여론을 통제하는 남자.
아베이루는 그것을 고작해야 한 달에서 두 달 만에 끝냈다.
그리고 지금은 ‘무명’이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테슬란 왕국의 모든 정보 조직을 하나로 묶었다.
이미 이 테슬란 왕국에서 ‘정보’라는 부분에서는 아베이루를 따라갈 수 있는 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배우고 있었다.
충분히 배울 만한 남자였으니까.
“전략을 잘 짜신다고 하셨죠? 주군께서 말씀하신 전생, 그곳에서 총장님은 테슬란 왕국을 지킨 마지막 수호신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거, 저한테는 의미 없습니다.”
아베이루는 정보를 다룬다.
그런 부류에서 아베이루는 거의 정점에 다다른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아베이루가 정치를 못하고 전략을 짜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총장님이 어떤 전략을 짜건 그 전략은 제 귀에 들어올 거고 저는 총장님의 빈틈만을 찌를 겁니다.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총장님은 빈틈이 굉장히 많으시거든요. 스스로는 못 느끼시겠지만.”
“…….”
“이 7기의 데스 나이트는 수명이 약 3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그러니 잘 말씀하십시오.”
아베이루는 진지했다.
싸늘하고도 결심 어린 눈으로 롬멜 어센블을 응시하며 최후 통보를 날리듯 말을 던졌다.
“잘 말씀하시지 않으시면 그 3개월, 총장님에게는 유예기간이 될 거고 저에게는 선택의 시간이 될 겁니다. 왜 마자르 테슬란을 살려 두자는 겁니까?”
롬멜의 찌푸려진 인상이 천천히 펴졌다.
아베이루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짐작했으니까.
정확히는 왜 저렇게 공격적인 말을 하는지 깨달았으니까.
‘……인재, 확실한 인재구나.’
롬멜이 느끼기에, 아베이루는 지금 자신에게 권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현재 위치’에서 만족하고, ‘잭 발란티에’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고, 마자르 테슬란을 제대로 컨트롤해서 잭 발란티에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
뒷수습을 하는 데 필요한 건 당신의 ‘정치력’일 뿐, 당신이 가진 다른 것들은 걸림돌이 된다고, 그러니 알아서 자제하라고.
그 의도를 확실하게 느낀 롬멜은 조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공작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었을 때나 자리에서 내려오고 최근까지, 모두가 입바른 소리만 했었지. 대드는 이들도 없었고 딴지를 거는 이들도 없었는데, 참 색다르구나.’
롬멜이 아베이루의 의도를 읽었듯, 아베이루도 롬멜의 생각을 읽었다.
확실히.
‘능구렁이네.’
그런 아베이루가 재차 묻는다.
“대답이 없으신데, 할 말 생각 중이신 겁니까?”
롬멜이 고개를 젓는다.
할 말?
이미 머릿속으로 끝낸 지 오래다.
“마자르 테슬란을 살려 둔다면 영지민들은 안정을 얻을 것이고 타 왕국에서는 조금 국정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처럼 보이긴 하겠지만 새로운 신세력이 등장했다고 보여지겠지. 즉, 아까 했던 회의 내용 중 귀족들 중 누구를 가문의 수장으로 세우는지, 누구를 어디로 보내는지. 어떤 영지를 어딘가에 통합되게 만드는지. 그런 것들 이전에.”
숨이 찬지 롬멜이 말을 멈춘다.
천천히 심호흡한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마자르가 살아 있어야 그 모든 일들의 효과가 배가 되네. 앞서 말했듯 ‘안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
“효과가 배가 된다?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진부합니다. 계속 핵심을 피해 가시는데, 그냥 쉽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이 테슬란 왕국의 세력 구도는 변했습니다. 친귀족파니 친왕족파니 이딴 건 이제 없습니다. 오직 주군을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 주군의 말에 복종하느냐 복종하지 않느냐, 그것만 존재할 뿐입니다. 말 나온 김에 묻겠습니다. 롬멜 총장님은 ‘공작’으로 복귀하실 생각이십니까?”
듣고만 있던 엘리자베스.
그녀의 손가락이 움찔 떨려 왔다.
이거구나.
저 말을 하기 위해서 이런 대화가 오간 거구나.
아니나 다를까, 롬멜이 말했다.
“자네가 바라는 대답을 해 주겠네. 나는 공작의 자리에 복귀할 생각이 없네.”
“그렇다면 여전히 아카데미 총장직에서 머무셔야겠군요. 만약 마자르를 살려 둔다고 한다면 총장님은 그런 ‘허수아비’를 컨트롤해야 할 테니, 확실히 공작 자리에 복귀하신다는 건 지나친 욕심이었을 겁니다. 공작 자리에 복귀한 채로 마자르를 컨트롤한다? 누가 보면 이 왕국을 통째로 집어삼킨 게 ‘주군’이 아니라 롬멜 총장님처럼 보였을 뻔했으니까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습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하하.”
아베이루는 웃었고.
롬멜도 웃었다.
웃지 못한 건 그레이와 엘리자베스 둘이었다.
여기서 웃는다고?
방금 전까지는 살벌한 분위기였는데, 이렇게 분위기가 바뀐다고?
그런 의문을 품고 있을 때, 롬멜이 말했다.
“모험가 길드의 지부장이었다지?”
“과거에는 그랬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군.”
“무슨 생각 말입니까?”
롬멜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다.
“자네를 내가 품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생각.”
피식- 아베이루가 웃었다.
“그럴 일 없었을 겁니다. 아마 저를 품으셨다고 해도 저는 총장님한테 충성하지 않았을 테니까.”
아베이루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아베이루의 진짜 속내를 읽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마자르 테슬란을 살려서 허수아비로 쓴다…….
아베이루는 오히려 롬멜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기를 원했었다.
왜냐면.
이번 일은 정말로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으니까.
조금 자세하게 말하면.
‘주군은 언젠가 만인의 위에 군림하는 왕이 되시겠지.’
이건 확신이었다.
잭 같은 사람이 국가를 건국하지 않는다?
말이 되지 않는다.
아베이루는 잭에게서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드높은 제왕의 자질을 발견했다.
그런 제왕의 자질을 가진 잭이.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일로 인해 국가를 건국한다?
어설프다.
그건 잭이 원하는 것도 아니고 아베이루가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어설픈 국가, 그렇게 헛된, 그저 국가나 만들어 볼까 하는 철없는 애새끼들이나 했을 법한 그딴 생각으로 국가를 만든다는 건, 책임감을 중시하는 잭과 아베이루에게 있어서 말도 안 되는 일에 불과했다.
잭은.
‘그 누구보다 완벽하고, 확실한 순간에.’
아베이루의 입가에 웃음이 새겨진다.
‘만인이 주군을 찬양하고 만인이 주군의 밑으로 들어가기를 원하는 그때.’
아베이루의 두 눈이 굳은 결심으로 이글거린다.
‘주군은 한 국가의 진정한 상징이자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인간 역사상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진정한 군주가 된다.’
아베이루는 느꼈다.
이게 운명, 필연이라고 부르는 것이구나 하고.
더 나아가 운명과 필연이 아니더라도 아베이루는 그렇게 만들 생각이었다.
잭은, 그 누구보다 빛이 나야 하니까.
그런 잭의 곁에 아베이루는 있고 싶을 뿐이다.
잭은 아베이루가 충성을 맹세한 첫 번째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아베이루를 바라보며 롬멜이 쓰게 웃었다.
서로의 생각이 전해지지는 않았으나, 이 정도면 할 이야기는 다 한 거다.
“그럼 앞서 말한 대로 진행하고 마자르는 살려서 ‘허수아비’로 세우는 것으로 정리하면 괜찮겠나?”
아베이루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롬멜과 아베이루가 손을 맞잡는다.
뒤늦게 일어난 그레이와 엘리자베스도 서로의 손을 맞잡고, 그렇게 회의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