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12)
제 213화
“너, 나이는?”
“19살입니다.”
“아카데미는?”
“졸업했습니다. 작년에.”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누나랑 동기였네.
“내가 왜 너희를 살렸냐…… 간단해, 앞서 말했듯 너흰 죄가 없으니까.”
“…….”
“난 죄 없는 애들은 안 죽여. 이 중에는 나한테 원한을 품고 있는 애들도 있겠지. 사실 있는 게 당연해. 아무리 쓰레기여도 너희의 아버지와 어머니였고 너희의 가족이었으니까.”
그런 나를 임모빌레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일단 무시했다.
“왕국 차원에서 복지를 개편할 거야. 그중 하나가 ‘보육원’이거든. 재난이나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수용해서 먹고 재워 주는 복지 시설. 너희 중에도 나이가 어린 애들이 있잖아. 그런 애들, 그러니까 13살 아래인 애들은 왕국 차원에서 키워 준다. 유모들도 새로 구해 줄 거고. 여기서 끝이냐, 당연히 아니지. 14살이 되면 아카데미에 입학도 시켜 줄게. 물론 따로 공부는 해야 돼. 아카데미가 개나 소나 들어오는 곳은 아니니까.”
“…….”
“그리고 나머지, 나이가 14살 이상인 애들은 내가 대충 알아보니까 권력 서열에서 밀리고 밀린 애들이더라고. 진작에 아카데미에 들어왔어야 하는데 직계도 아닌 방계라서 아카데미에 입학도 못하고 그냥 짐짝처럼 취급되던 애들. 그게 너희들이잖아. 물론 임모빌레처럼 특수한 경우는 고작해야 ‘세 명’에 불과하니까 패스하자고. 그런데.”
웃음을 머금고 말았다.
“욕심 안 생기냐?”
“……욕심이요?”
“가문이라는 게 사실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야. 너네가 무엇을 한다 해도 결국 그 모든 건 가문이 한 것처럼 돼서 너네가 한 일은 묻히기 마련이거든. 물론 반대인 경우도 있어. 조작하고 퍼트려서 성과를 부풀리는 거, 그런데 그건 너희 같은 방계들은 불가능하지. 왜냐면…… 방계니까.”
“…….”
“나한테 복수를 하고 싶은 애들도 있을 거야. 있어야지. 없는 게 이상하지. 그런데 그 복수가 쉬울 리 없잖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웃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세상을 배워. 정치를 배우고 상업을 배우고 정보학을 배우고 검을 배워. 그렇게 배워서 힘을 가지고 힘을 기른 다음에.”
임모빌레의 눈을 바라보았다.
“나한테 복수해. 복수할 생각이 안 들면 너네가 하고 싶은 걸 찾든지. 원하면 도와줄 수도 있고.”
“…….”
“용병이 되고 싶은 애들이 있으면 그것도 말해. 유유자적하게 어느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만 지으면서 살고 싶은 애들이 있으면 말해. 원하는 대로 다 해 준다. 시간은 내일까지 줄 테니까. 곰곰이 생각하고 말해. 니들 인생이 걸린 문제잖아.”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멍하니 앉아 있는 애들을 뒤로하고 아베이루와 함께 총장실을 나서자.
녀석이 묻는다.
“주군,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외람된 말씀이지만 괜히 위험을 자초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초自招, 어떤 일을 스스로 발생시키는 걸 말한다.
“저 아이들이 어찌 자랄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아무리 방계였어도 전부가 방계인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깨끗하다고는 해도 어떤 생각을 할지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불안 요소, 예. 분명 저 아이들은 불안 요소입니다.”
아베이루의 걱정 어린 말에 슬쩍 웃고 말았다.
아니, 어떻게 안 웃어.
“처음 너랑 만났을 때, 나는 너의 적이었어.”
“…….”
“그런데 지금은 어때?”
“주군과 수하의 관계죠. 제가 아주 목숨처럼 떠받드는.”
립서비스 봐.
얘 분명 정보원 같은 거 안 했으면 서비스업계의 거장巨匠이 됐을걸.
“쟤네도 너처럼 그렇게 될걸.”
“그렇습니까?”
“아닌 이들도 있겠지. 그런데 있으면 어때. 기회를 주는 건 내 변덕이지만 결과를 만드는 건 내가 아니라 쟤네들이야. 쟤네가 그렇게 선택했다면 존중해 줘야지.”
“…….”
“그때는 죽여도 될 애들이겠지만 지금은 죽이지 않아도 되는 애들이야. 애들이 왜 애들이겠어. 변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으니까 애들이잖아. 내가 내 입으로 나 스스로를 양아치라고 해도 내가 그 정도는 아니야. 너는 인마, 네가 모시는 놈이 양아치였으면 좋겠냐?”
“사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저는 그냥 주군이 주군다워서 좋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착각했나 보다.
우리 아베이루는 사실 이미 서비스업계의 거장이 되어 있는 것일지도.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총장실에 있는 저 꼬맹이들만 좀 챙겨 주고 가서 쉬어. 그런데 우리 누나는?”
“지금 철혈 기사단을 데리고 맨티스 백작령과 가장 가까운 모리스 백작가를 흡수하고 계십니다. 모리스 백작가 아시죠? 해산물이 유명하고 해상 전력이 꽤 잘 배치되어 있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아베이루의 어깨를 짚었다.
“해산물 유명한 거 말고는 몰라. 그런데 그 외에 내가 알아서 뭐해. 너만 알면 되지.”
감동받은 건지 글썽글썽한 아베이루의 눈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모리스 백작가까지 먹으면 남부 지역이 통째로 발란티에 영지가 되는 거네?”
“그런 셈이죠. 아, 참고로 그 사이에 있는 자잘한 영지들도 발란티에 영지에 복속되었습니다. 단일 영지로만 비교해 보면 현재 발란티에 영지는 대영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정리하면 그거네.
전부 아베이루의 구상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거.
그 이상 내가 알아 둘 필요는 없지.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난 이만 가 보련다. 우리 꼬맹이들 걱정돼서 일이 손에 안 잡히네.”
“일도 안 하셨으면서…….”
그대로 녀석의 이마를 툭 두드리고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새삼스럽지만 나, 감각이 되게 발달했다.
내 뒤에서 아베이루가 이마를 부여잡은 채 실없게 웃는 모습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어서 녀석이 말했다.
“들어가십시오! 주군.”
“오냐.”
그렇게 밖으로 나왔다.
[소리 없이 시작된 전쟁이 소리 없이 끝났고, 너는 왕국 전체를 먹었구나.]고개를 돌렸다.
아담한 스승님의 두 눈과 마주친다.
[오늘 날짜가 10월 10일.]스승님의 눈이 순간 복잡해진다.
말은 안 했는데.
10월 10일.
과거 테슬란 제국이 건국되던 날짜다.
[운명의 장난인지 모르겠구나. 테슬란이 건국되던 날짜에 테슬란이 망하다니, 그래서 ‘건국’은 생각지 않는 것이냐?]건국.
내색은 안 했는데 참 많이 생각하긴 했다.
그렇게 내린 결론.
“아직은 아닙니다.”
[아니다?]“예. 제가 왕이 되고 싶었다면 왕이 되었을 겁니다. 황제가 되고 싶었다면 황제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 생각이 없는 이가 국가를 건설한다, 그런 이가 왕이 되고 황제가 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국가가 정말 제대로 된 국가일까요. 저는 회의적입니다.”
[…….]“율리우스 테슬란은 스승님이라는 존재의 그늘을 지우고 싶어 했고 스승님이라는 존재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웠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권력을 가졌고, 황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무너졌죠. 뚜렷한 신념도 없고 그저 개인의 욕망을 위해 만들어진 국가는 끝이 정해져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그 끝까지 가는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이의 수는 감히 셀 수 없을 정도겠지요. 스승님은 제가 그놈과 똑같아지길 원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슬쩍 웃자 스승님도 웃는다.
그 이상,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면.
이 운명이라는 게 사실 어린아이가 장난질하는 거와 같아서 시기가 문제일 뿐, 분명 나는 언젠가 ‘국가’를 건국하게 될 것 같거든.
그게 운명이고, 운명을 가장한 필연이라는 거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때가 되면, 그때 제 옆에 스승님이 있었으면 합니다.”
[있을 것이다.]“정말요?”
[나는 거짓말이라는 걸 해 본 적이 없다. 할 필요가 없으니까.]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우리 꼬맹이들, 지금쯤 뭐 하고 있으려나.
셀은 우리 누나랑 같이 모리스 백작가로 간 거 같으니까, 음.
“슬슬 가 볼까요?”
[그러자꾸나.]* * *
먼지가 걷힌다.
그 사이로 비쳐 보이는 모습.
샬롯은 바닥에 쓰러진 채 기절해 있었고, 그 앞에는 해럴드 린치가 서 있었다.
들고 있는 검 한 자루.
용무늬가 양각되어 있고 무엇이든 날카롭게 갈라 버릴 듯한 애검 란지에를 늘어트린 채, 해럴드는 생각했다.
‘……이 아이를 정말 살리는 게 맞는 걸까.’
처음 보자마자 느꼈다.
이 아이는 머지않은 미래에 마스터가 될 것이고.
시간이 더 흐르면 금색, 적색, 그리고 불확실하지만 잭 발란티에처럼 흑색의 마나를 쓸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아이의 심성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거다.
‘아니지, 단순히 폭력적이었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 살기, 그건 조절할 수 있는 그런 살기가 아니었다.’
너무나도 순수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의식주가 필요하다.
입고, 먹고, 자는 것.
샬롯은 그저 그 의식주라는 생활 개념에 한 가지를 추가했을 뿐이다.
바로 살생.
먹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자는 것처럼 자연스러우며 입는 것처럼 죽이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
해럴드가 파악한 샬롯의 문제였다.
들고 있던 검을 천천히 고쳐 쥐었다.
내적 갈등이 시작된다.
‘……지금 이 아이를 죽이지 않는다면 향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게 될까.’
장담하는데 그건 아무런 의미 없는 대살육,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 거다.
문득 궁금해진다.
잭 발란티에는 이걸 알고 있었을까.
혹시.
‘타노스를 키우는 이유가 이 아이를 막기 위해서일까.’
만약 그게 맞는다면 모든 걸 걸고 확신하건대.
‘그건 분명 실패한다. 내 기준에서 보면 타노스는 이 아이에게 절대 못 미쳐. 아니지, 그런 표현 자체가 무의미하다. 애초에 타노스와 샬롯은 비교가 불가능해.’
왜냐면, 금색 마나의 소유자인 해럴드의 눈에는 타노스의 한계가 보이고 있었으니까.
타노스는.
정말 잘 성장해봐야 5서클.
솔직히 5서클도 애매하다.
‘만약 서클이 부서지기 전이었다면, 혈맥에 충격을 받기 전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타노스는 샬롯을 막지 못한다.’
검 손잡이를 꽉 쥐고 있던 해럴드의 손아귀.
그곳에서.
뚝- 뚝-
무언가가 천천히 흘러내린다.
붉은 핏물.
이어서 붉게 젖어 있는 해럴드의 팔목.
‘4서클 마나 유저임에도 중급의 마스터에게 상처를 새길 정도라…….’
해럴드는 검을 들었다.
이대로 찌르면.
이 살인귀를 이대로 찌르면…….
“후우.”
거기까지였다.
해럴드는 손에 힘을 풀고는 검을 회수했다.
죽이는 거?
해럴드는 하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
그렇게 비어 있는 검집에 검을 꽂아 넣은 그때.
“다행이네.”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될 이의 목소리.
빠르게 고개를 돌린 해럴드는 볼 수 있었다.
어깨에 인형을 앉힌 잭 발란티에.
그가 팔짱을 낀 채 나무에 기대어 있는 것을.
“거기서 한 발자국만 더 갔으면 너,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