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16)
제 217화
* * *
아카데미에서는 학생들이 얼마나 배웠는지, 얼마나 깨닫고 전과는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시험을 치른다.
한 학기당 두 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보는 과목은 각 학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크게 보면 실기와 필기, 이 두 종류다.
그중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실기 부분이고, 그중 전공 시험을 굉장히 비중 있게 다룬다.
전통적으로 아카데미에서는 첫날 전공 시험만을 치른다.
검술학부나 마법학부는 교관과 대련을 하고. 그 대련을 지켜보는 다른 교관들이 학생에게 점수를 매기는데, 이게 전공 점수다.
검술학부나 마법학부 같은 기술적인 분야의 경우에 평가를 내리기 가장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이 바로 대련이니까.
이것도 나름의 전통인데, 실제로 꽤 효과가 있는 방식이다.
그러면 어떤 것에 점수를 매기느냐.
이것도 간단하다.
판단력, 집중력, 대담성, 그리고 과감성. 더 나아가 천재성과 승부욕 등등.
심지어 지구력까지.
이걸 전부 평가한다.
“아우.”
느긋하게 기지개를 펴며 생각했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전공 시험 정도는 볼 생각이 있다.
첫날 전공 시험만을 보고 전공 시험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그 기준은 스승님이 과거에 만든 제도이자 낙제생을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니까.
그 정도면 볼 만하지.
낙제생이 될 순 없잖아.
그렇게 느긋하게 걸으며 아카데미로 향했다.
그런 내 옆에는 해럴드가 자리해 있었는데.
참으로 한가해 보인다.
그리고 옆에서 나를 바라보는 눈길도 심상치가 않다.
“뭐? 할 말 있어?”
“있었는데, 그냥 안 하려고 합니다.”
거참.
“진짜 부전자전인가, 참 롤랜드랑 똑같네.”
“……예?”
“롤랜드가 지금의 너처럼 나를 빤히 바라보다 이렇게 말하더라고.”
“뭐라고 말했는데요?”
“날 가지고 싶대.”
“……예?”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오네.
“단어가 조금 다르긴 했는데 날 가지고 싶다고 하더라. 이야, 듣자마자 소름이 쫙 돋은 거 있지?”
잠시 당황해하던 해럴드가 결국 피식 웃는다.
원래 자기 아버지는 자기 자식이 잘 안다는 말이 있는데, 아무래도 해럴드는 자기 아버지인 롤랜드가 왜 그랬는지 알아챈 것 같다.
“아마 공자님이라는 존재의 가치를 알아채신 거겠죠. 무늬만 상인인 저와 달리 아버지는 진짜 상인이십니다. 그분은 그 무엇보다 공자님과의 관계성이 중요하다고 느끼셨겠죠. 그런데 가지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게 저는 참 신기하네요.”
“그게 왜?”
해럴드가 신기한 표정을 짓는다.
정확히는 감탄을 한 표정이라고 해야 하나.
감탄을 하며 신기한 표정을 짓는, 얘도 되게 신기한 재주가 있었네.
“저는 단 한 번도 아버지가 무언가를 원한다고 입 밖으로 내뱉는 걸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거든요.”
“그래?”
“예, 아버지는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정당한 절차를 통해서 가지셨습니다. 신념을 지켰고 문제 한 번 만들지 않았죠. 또한 내색 한 번 안 하셨습니다. 정당한 대가, 정당한 절차, 모든 걸 지키셨죠. 그렇게 가지셨습니다. 그런데 직접 입으로 가지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건…… 아마 이런 뜻을 품고 계셨기 때문일 겁니다.”
듣다 보니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
조금 궁금하기도 하다.
“그래서 무슨 뜻?”
해럴드가 웃는다.
“어떤 짓을 해도, 더 나아가 무슨 수를 써도 공자님을 가질 수 없다는 걸 아버지는 깨달으신 거죠. 가지고 싶은데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적어도 아들인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요즘 왜 이렇게 나를 칭찬해 주는 사람이 많은 거야.
누굴 진짜 꼬맹이로 아는 건가.
거참.
“일단 칭찬 고맙다. 근데 맞는 말이긴 해. 이 세상에서 감히 누가 날 가져.”
고개를 돌려 내 어깨에 앉아 있는 스승님을 바라보았다.
“가져도 내가 갖지. 그쵸, 스승님?”
스승님이 피식 웃는다.
그때 해럴드가 다시 물었다.
“혹시 그거 알고 계십니까?”
“뭘?”
“왕국 연합이 출범할 때 여러 안이 나왔었는데, 그중 하나가 아카데미의 교류를 확대시키겠다는 거였습니다.”
“들은 적은 있지.”
분명 들어 본 적은 있다.
전에 아가레스가 왕위에 오르겠다고 염병 떨 때 영감님이랑 마주 앉아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었지.
그때 아주 가볍게 이야기했었는데.
아마 이런 결론이지 않았나 싶다.
“각 왕국 아카데미에서 상위 몇 퍼센트의 ‘인재’를 뽑고 각 왕국별로 돌아가면서 별도의 대회를 개최한 후 우승자에게 큰 상금과 포상을 내리고 어쩌구저쩌구…… 그거?”
“예. 기억하시는군요. 공자님도 아시다시피 각 왕국의 아카데미가 비슷한 체계인 것은 맞습니다. 테슬란 아카데미가 원조였으니까요. 하지만 설치된 학부는 다릅니다. 어느 아카데미에는 행정학부만 있고 군사학부가 없는 경우도 있고 어느 곳에는 행정학부가 없는 곳이 있습니다. 공통적인 학부가 검술학부와 마법학부죠. 그래서 이번 대회는 검술학부와 마법학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게 되었는데…….”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그냥 손을 들어 해럴드의 말을 끊었다.
“결론만 깔끔하게 말해 봐.”
해럴드가 웃는다.
“이번 중간고사 때 검술학부와 마법학부의 전공 성적 상위 5퍼센트에 포함되는 모든 학생을 이번 연 11월 8일에 있을 ‘제1회 Kingdom Alliance competition’. 즉 아카데미 대전에 출전시키고자 합니다.”
이게 본론이었구만.
솔직히 말하면 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던 일이라, 조금 갑작스럽긴 하다.
아카데미 대전.
“어디서 주최하는데?”
“이스마엘 왕국의 ‘이스마엘 아카데미’입니다.”
걔넨 갑자기 왜 튀어나와?
“상금은?”
“검술 부문의 경우 1등에게는 대륙 10대 명검 중 하나인 ‘엑스텔리아’와 2등에게는 100만 골드, 3등에게는 50만 골드의 포상이 내려진답니다.”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마법 부문은?”
“1등에게는 대륙 8대 지팡이인 ‘둠 밀러’와 2등에게는 100만, 3등에게는 50만 골드가 주어진답니다.”
와. 맙소사.
“주최…… 그러니까 매년 개최국이 달라진다는 건데, 1등 포상이 명검이면 개최국이 달라질 때마다 포상이 달라지는 거 아니냐?”
“맞죠. 특히 이번 개최의 경우 이스마엘 국왕이 매우 적극적이었답니다.”
“신기하네. 이스마엘이 그렇게 돈이 많았냐? 명검 정도는 쉽게 투척해 줄 정도로?”
“그건 조금 의외긴 합니다. 하지만 이스마엘입니다. 다섯 왕국 중 가장 세력이 큰 곳. 돈은 분명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이상하긴 했습니다.”
“이상해? 뭐가?”
“엑스텔리아와 둠 밀러는 거의 문화재 수준이거든요. 특히 엑스텔리아의 경우 현 이스마엘 국왕인 ‘템-사미트 이스마엘’이 직접 쓰던 거검이고 둠 밀러는 300년 전, 세상에 잠깐 등장했던 흑마법사가 사용했던 최악의 지팡이라고 하는데, 그건 그냥 가지고만 있어도 소장가치가 있습니다. 이걸 이스마엘 국왕이 직접 내걸었는데, 이건 무조건 자기 왕국에서 대전을 열겠다는 의지죠. 실제로 템-사미트가 내건 그 두 가지 아티펙트를 보고 모든 국왕들은 제 1회 주최지 선정을 포기했습니다. 무조건 이스마엘에서 열겠다는 사미트의 의지를 깨달았으니까요.”
“왜 그랬대? 뭐 보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나?”
해럴드가 어깨를 으쓱한다.
“저야 모르죠. 제가 이스마엘 국왕도 아니고.”
그렇게 아카데미에 도착했다.
손을 들어 해럴드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그럼 난 시험 보러 갈 테니까 일 봐라.”
“예…… 거, 잘 보시라고 하긴 좀 그렇고, 살살 해 주십시오. 심사를 맡은 이들 중에는 저희 전장 소속 유저들이 꽤 되거든요.”
어깨를 으쓱했다.
날 너무 모르네.
난 애들이랑 놀 때는 힘 조절한다.
안 하면 다 죽거든.
그걸 모르니 조금 섭섭한데.
* * *
마법학부 시험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연일까.
정말 우연히도 시험장으로 들어서는 마탑주님이 보인다.
바로 인사를 건넸다.
예의 바르게.
“이야, 마탑주님. 몰라보겠습니다. 신수가 환해지셨네요.”
“허허, 그래 보이느냐.”
“누가 50대라고 보겠습니까. 거의 20대라고 해도 믿겠네.”
“그 정도는 아니니 너무 치켜세우지 말거라. 허허허.”
그런데 농담이 아니다.
우리 마탑주님, 확실히 달라지셨다.
전체적으로 가벼워 보인다고 해야 하나.
인격적으로 매우 가벼운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뭔가 짊어지고 있던 짐 같은 걸 잠시 내려놓은 듯한 그런 느낌.
보통 저런 모습을 보여 주는 사람은 전보다 무언가가 발전한 경우가 많은데, 우리 마탑주님은 지금도 성장 중이신가 보다.
아, 그리고.
“저 시험 보러 왔습니다.”
“…….”
“왜 그래요? 되게 놀란 표정인데.”
“……노망이 든 건 아닌데 가끔 깜빡깜빡하는구나, 네가 14살이라는 게. 허어…….”
“뭔 괴물 바라보듯 바라보십니까. 서글프게.”
벨라미가 픽 웃더니 손으로 마탑 입구 쪽을 가리켰다.
“……저쪽 담당관한테 가서 접수하거라. 그런데.”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괜찮은 게냐?”
“……예?”
당황해서 되묻고 말았다.
괜찮냐니.
다른 이도 아닌 내가?
난 아픈 데도 없는데.
“네 녀석이 이미 14살의 수준이 아니라는 걸 아는 이들은 알아. 그런데 지금 너는 마법학부의 학부장인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구나.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슬쩍 웃고 말았다.
뭐야. 그거였어?
“다른 애들이 보기에는 제가 교관들에게 굉장한 편애를 받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비약은 아닐 것이다.
“너도 알다시피.”
“애들은 애들이니까요?”
벨라미가 슬쩍 웃는다.
“그래, 애들은 애들이니까.”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수백 명의 꼬맹이들.
그중 머리에 피가 마른 애들도 있고 마르지 않은 애들도 있다.
아는 이는 아는 만큼 보이고 모르는 이는 모르는 만큼 보이듯.
내가 별의별 짓을 하고 다녀도 의심하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게 세상이니까.
그대로 주머니에 손을 꽂고는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