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24)
제 225화
나무는 불에 타고, 일산화탄소가 발생하며 그들의 코와 입을 막았다.
숨을 못 쉬며 몸 전체에 고통을 느끼는 이들.
정말 괴로워 보인다.
괴로워 보여서 아까처럼 조금 도움을 줄까 한다.
다시 손을 들어 올렸고, 마법 하나를 더 펼쳤다.
“[리커버리]”
타들어 가던 살이 재생되고, 막히던 숨이 뚫린다.
한 명이 아니라 무려 수만 명.
그들은 몸이 치유되는 느낌과 지속적으로 타오르는 불의 세례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아…… 헤헤헤헤헤헤헤!!”
누구는 이성을 잃었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누구는 사과를 했다.
마나 유저 중 나를 향해 다시 한번 공격을 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무시하고 가볍게 손을 휘젓자.
파지직-! 파지직-!!
나를 공격하려던 그 자세 그대로 숯검정이 되었다.
세상 하직한 거다.
그렇게 하나둘.
아까처럼 죽는 이들이 생겨났다.
고개를 돌렸다.
삶의 의지가 꺾이지 않은 건지, 구석에 있던 슈샤이어와 도메스틱도 마나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놈들을 향해.
한 번 더 손을 휘저었다.
콰직-!! 콰지직-!!
두 놈의 서클이 순식간에 개박살 난다.
그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안 뒤질 걸 알거든.
보통 저런 놈들은 오래 살더라.
농담이 아니고 서클이 다 박살 나도 저런 양아치들은 오래오래 살더라고.
그래도 조금은 궁금하다.
과연 내 고문에도 살아날 수 있을까.
다시 고개를 돌렸다.
살이 타오르며, 불꽃은 보이지 않는 송곳이 되어 토벌대에 속한 이들의 신체 내부를 들쑤셨다.
자연스럽게 쇼크가 오며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로 인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즉, 화형, 질식, 쇼크. 나는 앞선 이 세 가지를 전부 충족시켰다.
물론, 이렇게 강한 고문을 시도한다면 아무리 리커버리를 광범위하게 펼친다 해도 죽는 놈은 무조건 나올 수밖에 없다.
하나둘이 아니라, 수백 수천, 순식간에 죽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고문이라는 게 그런 거잖아.
정말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게 아니면 최대한 고통을 주고 하늘나라 보내 버리는 거.
미칠 듯한 고통을 주고 살아나면 죽을 때까지 하는.
그게 고문이잖아.
앞서 말했듯, 난 정말 궁금하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과연 얼마나 살아날까.
삶에 미련이 아주 많고, 죽으면 잃을 게 많은 이들.
절대로 죽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고 버티고 또 버티는 놈들.
놈들이 대체 얼마나 될까.
한, 백 명은 되려나?
그렇게 기다렸다.
20분이 지났다.
1천 명이 죽었다.
40분이 지났을 때 2천 명이 죽었다.
1시간이 지났을 때 5천 명이 죽었다.
그렇게 2시간이 더 지났을 때 살아 있는 이들의 숫자는 약 100명에 불과했다.
놀랍게도 전부 고서클 마나 유저였다.
이제는 0서클이 된 슈샤이어와 도메스틱을 제외하면 98명.
그들 중 8서클 유저가 무려 34명, 9서클 유저가 거의 20명이 넘는다.
이건 이제 보니 테슬란 왕국 전력의 절반 수준이 아니라 그냥 삼분지 이 수준이었네.
모든 마법을 거두고, 살아남은 놈들을 마나로 이용해 한곳에 모았다.
내 마나로 인해 강제로 허공을 날아다니는 놈들 중 멀쩡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거봐.
사람이 살고자 하면, 미련이 아주 많으면 이런 고문도 버틴다니까?
생명이라는 게 참 신기해.
그리고.
“살아나서 기쁘지?”
“……크윽.”
“하지만 이걸 좀 생각했으면 좋겠어.”
절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과연 마나 유저들은 어떤 죽음을 가장 치욕스러워할까?”
고통에 신음하던 이들이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물론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다.
“난 개인적으로 그거 같아.”
“…….”
“서클이 전부 부서지고…… 아니다, 미리 스포하면 재미없으니까 조금만 참아. 꽤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거든.”
코앞에서 화상으로 얼룩진 슈샤이어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을 거부했으니 어쩌겠어. 가장 치욕스러운 죽음을 줘야지.”
잠시 슈샤이어를 내려다보았다.
놈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불에 그슬리고, 주변이 불타오르는 그런 세상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내 시선을 놈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나는 놈을 계속 내려다보았다.
슈샤이어 말론.
중급 마스터.
이제는 모든 서클을 잃었지만, 그래도 마스터로서의 프라이드가 남아 있겠지.
피를 깎는 노력으로 그 경지까지 올라갔던 그는.
스스로는 상상하지 못하는 그런 최후를 맞이하게 될 거다.
그건 내 목을 걸고 약속할 수 있다.
천천히 손을 휘젓자.
툭-
살아남은 100명이 일시에 고개를 떨군다.
후우.
모두가 기절한 그 상황에서 양손으로 무릎을 짚고 한 번 더 숨을 토해 냈다.
“……후우.”
이럴 때 스승님이 계셨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고생했다, 라고.
* * *
살고자 하는 의지가 뛰어난 놈들.
그놈들이 살아났다.
숫자는 약 99명.
원래는 100명이었는데 중간에 한 놈 뒤져 버리더라.
원래 간당간당한 놈이었는데 그걸 내가 몰라봤지.
여기서 끝이냐.
절대 아니다.
산맥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한 가지.
딱 한 가지가 남아 있었다.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하늘에 떠 있는 수만 기의 귀신.
지금 이 전체적인 상황은 대체 왜 일어난 걸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귀화.
귀화라는 주제가 이 토벌대를 반으로 갈라 버린 거다.
즉, 원인은 따로 있다는 거지.
손가락으로 동쪽을 가리켰다.
“[저쪽에 툴칸 제국의 수도 마르테가가 있어. 그곳에 있는 황성으로 가서].”
잠시 말을 멈췄다.
머릿속으로 이미 할 말은 정해 놨다.
하지만 그게 성공할 수 있느냐, 장담하는데 절대 불가능하다.
그래도 보내려 한다.
“[황태자, 이스칸다르 툴칸을 죽여].”
가능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황태자에게 가기도 전 근위기사단에 의해 죽게 되겠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여의치 않다면, 황성에 머무는 모든 인간을 무차별적으로 죽여.]”
세간에서는 왕성과 황성은 그저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만이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겪어본 내 입장에서는 전혀 아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허술함의 차이가 중점이라고 해야 할까.
황성은 치밀하고, 왕성은 허술하다.
툴칸 황성에 거주하는 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정말.
단 한 명, 강아지 하나까지 전부 툴칸 제국과 끝을 함께하기로 맹세한 이들이다.
그들의 충성심은 그 정도다.
즉, 그들은 내 적이고, 더 나아가 이 토벌대의 원혼에게도 적이다.
자신들을 죽게 만든 원흉에게 칼을 들이미는 거.
성공하는지 하지 않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행동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어차피 다른 놈들은 몰라도 황태자는 내 몫이니까.
그렇게 귀신들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방향은 북쪽.
내가 말한 툴칸 제국의 수도인 마르테가, 즉 황성이다.
그런 귀신들의 뒷모습을 나는 잠시 바라보았다.
황태자.
전생에서 나와 엮였고, 나는 놈을 죽였다.
이번 생에서도 그 운명은 달라지지 않을 거다.
그런데 왜 놈을 지금 당장 죽이지 않는가.
이건 정말 단 한 번도 언급을 안 했던 건데.
나는 놈한테 인생 최대의 절망을 주고 싶다.
그건 단순한 고문이나 그딴 걸로 줄 수 있는 범주의 것이 아니다.
나는 놈을 아니까.
놈을 가지고 놀고, 손아귀에 쥐고 흔들고 놈이 무엇을 해도, 그 무엇을 해도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놈이 깨닫고 절망한다면.
그때 나는 놈을 죽일 거다.
그게 나한테는 최대한의 복수다.
지금 보낸 귀신은 일종의 선물 같은 거지.
천천히, 머리를 쓸어 올렸다.
고개를 돌리자 살아남은 이들이 눈에 보인다.
완전히 기절한 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이들.
그들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내 마나가 놈들을 감싸고, 내 몸도 감싼다.
“[텔레포트]”
빛이 사방을 덮치고, 순식간에 시야가 바뀌었다.
나는 어센블에 있는 별장에 와 있었다.
기다렸던 걸까.
별장 마당, 정확히는 별장 수련장에 있는 소파에 영감님을 비롯해 꽤나 많은 이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었다.
“…….”
“…….”
자리에 착지하기 무섭게.
“얼굴이 죄다 뭉개졌군.”
새삼스럽지만 우리 영감님은 정치를 오래 했다.
만나 본 이들도 많고, 더 나아가 누가 누구인지 특징만 보면 곧바로 풀네임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는 게 많다.
그런 영감님의 첫마디가 ‘얼굴이 죄다 뭉개졌군’이라는 건.
그냥 슈샤이어 말론과 그 외 말론가의 암부 출신을 비롯한 기사들과 타 귀족가의 기사들까지 못 알아봤다는 거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화상인 것 같은데 생각보다 더 끔찍해. 얼굴 전체에 수포가…… 잠깐, 눈 밑에 점, 그리고 이쪽 귀 쪽에 있는 작은 상흔. 설마…… 슈샤이어?”
어깨를 으쓱했다.
역시 영감님이라 그런가, 곧바로 알아채시네.
문득 영감님을 보자마자 방금 내가 죽인 밀란 어센블이 떠올랐지만 그냥,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좋네요.”
자연스럽게 비어 있는 의자에 앉았다.
우선.
“토벌대는 전멸했습니다.”
“…….”
“귀화를 하기로 결정한 놈들이 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들을 죽였습니다. 그렇게 귀화를 하기로 결정한 놈들은 대부분 저한테 죽었고 지금 저기 살아 있는 저놈들은 제 고문을 버틴 놈들입니다.”
슬쩍 손을 들어 이 말도 덧붙였다.
“아주 악질인 놈들이죠.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
“혹시 이 중에 테슬란 왕국을 한 바퀴 돌아본 사람 계십니까?”
롤랜드가 깊은 한숨을 토해 낸다.
“이보게.”
“왜요?”
“일단 현재 상황부터 확실하게 말해 주는 게 어떻겠는가.”
“확실하게라…….”
픽 웃고 말았다.
“토벌대, 약 5만 8천 명 중에 저기 있는 구십구 명을 제외하고 전부 죽었습니다. 툴칸 제국으로 귀화하겠다고 한 이들과 하지 않겠다고 한 이들이 대립각을 세웠고 귀화하기로 한 이들이 하지 않기로 한 이들을 몰살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놈들은 제 손에 다 뒤졌습니다. 그 외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합니까?”
롤랜드가 묻는다.
“전쟁인가?”
“아니요, 전쟁은 무슨. 그리고 요즘 이상하게 두 번 이상 말하게 하는 것 같은데, 이 중에 테슬란 왕국을 한 바퀴 돌아본 사람 있냐는 질문에는 왜 아무도 대답을 안 하십니까? 주둥이에 자물쇠들 채우셨어요?”
모든 이들이 황급히 고개를 젓는다.
그러고는 테슬란 왕국을 돌아본 적 있냐는 질문에 롤랜드와 해럴드를 제외한 모두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그럼 새로 뽑아야겠네.”
“……예?”
“일단 라그렘.”
“예, 공자님.”
“아베이루한테 전해.”
“뭐라고 전할까요?”
“일단 저기 있는 99명, 신상 명세 제대로 정리해서 보내 주고. 저 새끼들에 대한 모든 소문들, 저놈들이 어떤 쓰레기들인지 전부 왕국 전체에 퍼트리라고 전해. 그리고.”
잠시 말을 멈췄다.
아베이루는 지금 발란티에 영지에서 우리 누나를 도와주고 있는데, 솔직히 우리 누나가 바보도 아니고.
아베이루가 그쯤 도와줬고 내가 그 정도로 판을 깔아 줬으면 나머지는 누나가 알아서 해야지.
나는 농담이 아니고 우리 누나의 능력을 되게 높게 치거든.
그러니까.
“아베이루보고 슬슬 어센블로 넘어오라고 해.”
흠칫-
라그렘 같은 일반 정보원들에게 있어서 아베이루는 거의 신화적인 인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고작 서른 남짓한 나이에 모험가 길드 지부장까지 올라갔으며 이제는 괴물이라 불리는 내 최측근에다가 한 왕국을 주무를 수 있는 희대의 권력자.
그게 아베이루고 분명 신화적인 인물이라는 단어는 적당했다.
그가, 이제 어센블로 온다.
라그렘은 조금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영감님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