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39)
제 240화
* * *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처음이었다.
대부분 마나 유저들이 그렇듯 처음에는 검을 잡았다.
몇 번 휘둘러 보고 바로 직감했다.
아, 검은 내 길이 아니구나.
마법을 배웠다.
재미는 있었지만 그것도 내 길은 아니라고 느꼈다.
그러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단궁을 잡게 되었고 쏘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형편없게 날아가는 화살이었지만 그때, 베네딕트는 느꼈다.
이게, 내 길이구나.
그때부터 활을 다뤘다.
곡사, 연사, 직사, 강사.
모든 기술을 연구했고 모든 기술을 숙련했다.
그렇게 마스터가 되었고 현재 대륙에서 유일한 보우 마스터가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베네딕트는 허전했다.
옆구리가 시렵다거나, 결혼을 해야겠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동지가 없었기 때문에.
대륙 유일한 보우 마스터라는 건 허울만 좋을 뿐이다.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활.
이름이 알려졌다고, 활이 위협적이라고 알려져도 활을 배우는 이는 없었다.
그래서 허전했는데 지금, 그 허전함을 잭 발란티에가 찔렀다.
‘궁술학부……. 그걸 만들게 되면 이 대륙에서 활을 사용하는 이는 더욱더 많아지겠지.’
물론 지금도 활을 다루는 이들은 있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이 일반인들이다.
베네딕트는 보고 싶었다.
활을 든 궁수부대.
전원이 고서클 마나 유저로 이루어져 있는 그런 궁수부대가 어떤 목표물을 향해 일제히 화살을 쏘아 대는 그 그림을.
‘검술학부 학부장인 그레이 시어런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이제야 짐작이 가네.’
잭 발란티에.
그는 본능적인 건지 모르겠지만 다른 누군가가 무엇을 강렬하게 원하는지, 그것을 제대로 캐치해 낼 수 있는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이 남자는, 많은 이들을 끌어들이겠구나.’
폭군과 성군.
그들의 차이는 하나다.
아래에 있는 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이 남자는 그걸 안다.
독선적인 남자이긴 해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이 남자는 절대로 폭군이 될 수 없다.
악마가 된다면 모를까.
베네딕트는 일단 생각을 털어 냈다.
그건 후에 천천히 생각해도 늦지 않는 일이니까.
이어서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희미하게나마 도시의 형상이 보인다.
“저기가 빌튼 영지입니다. 현재 시간이 18시,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군요.”
“그러게. 아까 대충 말해 주긴 했는데, 혹시 모르니까 가서 교관들한테 한 번 더 전파해. 오늘은 저기서 자고 갈 거라고. 당연히 애들한테도 전파하고.”
고개를 끄덕인 베네딕트가 무언가 깜빡했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저거’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베네딕트의 말에 잭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평원 너머.
산이 보이는 그곳 초입에서 어떤 남자가 ‘망원경’ 같은 걸 들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덥수룩한 머리.
입고 있는 옷에는 때가 잔뜩 끼어 있었다.
흡사 부랑자처럼 보이는 모습.
“아는 사람이야?”
“그럴 리가요.”
“그럼 냅 둬. 혹시라도 와서 밥 달라고 하면 먹여서 돌려보내고.”
베네딕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착각일까.
아무래도 무언가 일이 터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음. 아니겠지?
* * *
오등작 체제에서 남작보다는 높지만 백작보다 낮은 작위.
바로 자작이다.
오스만 빌튼은 자작이었다.
그런 빌튼 자작이 다스리는 빌튼 영지는 약 6만이 넘는 영지민이 거주하는 영지였다.
6만.
절대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자작 영지치고는 굉장히 많은 편에 속했다.
그래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백작으로 승격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었지만 결국 빌튼 자작은 자작으로 남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성격이 지나치게 우유부단했기 때문이다.
귀족들도 나름의 프라이드가 있다.
또한, 영지를 다스리는 입장에서 귀족은 영지민들의 안정을 추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여기서 안정은 반란, 쉽게 말하면 그냥 들고 일어나는 것을 막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귀족은 그걸 공포로 막지만 빌튼은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인망으로 막았다.
착했고, 앞서 말했듯 우유부단하다는 거, 이게 빌튼 자작의 특징이고 전부다.
사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착각하는 건데.
인망이 두텁고 착한 것은 영지를 다스리는 관리자에게 필요한 필수적인 덕목이 아니다.
또한 정치는 단순한 정으로 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훑어봐도 성군이라 불린 이들은 힘과 공포를 적절하게 분배한 이들이지 단순하게 착한 이를 성군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그냥 착한 왕은 멍청이일 뿐.
빌튼 자작은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다스리는 영지는 기본적으로 날파리들이 꼬이기 십상이다.
빌튼 영지 주변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바바리안 도적단.
그들이 바로 날파리였다.
바바리안 도적단 소속 신입인 정크가 중얼거렸다.
“방금 이쪽을 본 건가? 아니겠지?”
들고 있던 망원경을 다시 고쳐 쥐었다.
봤을 리가 없지.
거리가 얼만데 여길 봐?
왜냐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으니까.
지금 달리고 있는 저 수십 대의 마차를 보라.
무려 20대가 넘는다.
뿐일까. 저 마차, 아무런 표식이 없다.
보통 마차에 표식을 달지 않는 경우는 여러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무언가를 비밀스럽게 옮겨야 해서 소속을 숨길 경우고, 다른 하나는 일부러 달지 않은 경우. 다른 하나는 정말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았을 경우다.
정크는 확신했다.
저거 ‘무언가를 비밀스럽게 옮겨야 하는 상단의 행렬’이라고.
왜냐면 분명 정크는 보았다.
덜컹이는 마차에서 빈 병 하나가 밖으로 떨어지는 것을.
망원경이 잘못된 게 아니고, 눈이 잘못된 게 아니면 저거, ‘포도맛 최상급 포션’이 분명하다.
빈 병이라는 게 의아스러웠지만 그래도 포션병은 포션병.
굉장히 수상한 마차인데, 최상급 포션이 굴러다닌다? 이거, 도적단으로서 관심을 안 가지면 직무유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정크는 그 행렬이 빌튼 영지로 들어가는 것까지 지켜보고는, 마차가 떠난 자리를 잠시 훑었다.
그리고는 발견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포션 병 하나를.
아까 망원경으로 보았던 그게 맞았다.
정크는 그걸 들고 본거지로 이동했다.
* * *
환하게 웃으며 본거지로 돌아온 정크를 다른 이들은 조금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정크.
고작 4달 전에 들어온 신입이긴 하지만 그는 벌써부터 별명이 있는 상태였다.
바로 고문관.
보통 고문관이라 하면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처럼 포장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기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거짓을 사실처럼 말하는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 정크가 그러했다.
“상단 행렬입니다. 호위 병력은 없고 마차는 두둑합니다.”
“두둑하다?”
여기까지만 했으면 그래도 고문관 소리는 안 들었을 거다.
이다음부터 하는 말이 중요했다.
“그리고 찰랑이는 소리가 울려 퍼졌던 것 같습니다.”
“찰랑인다?”
정크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포션 병이 굴러다니는 그런 호화로운 마차라면 찰랑거리는 소리? 충분히 들릴법하잖아.
그런데 그게 뭘까.
뭐가, 찰랑거리는 소리를 낼까.
그래, 그거지.
“아. 금화, 분명 금화가 부딪치는 소리였습니다.”
몇몇 도적이 고개를 갸웃했다.
“금화 부딪히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났다고?”
정크는 당당했다.
정크가 생각하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으니까.
“그리고 포션이 굴러다녔던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이어서 품을 뒤지던 정크가 빈 유리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정확히는 부서진 유리병.
하지만 병의 겉면에 새겨진 로고는 선명했다.
“리튼산 포도맛 최상급 포션……?”
리튼은 이곳 빌튼 영지와 정반대 방향에 있는 영지였다.
리튼 영지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포션.
다른 곳은 몰라도 리튼에서 만든 포션은 전국적으로 인기가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나름의 근거가 생겨난 거다.
보통 우연이 여러 번 겹치는 경우가 있다.
그게 지금 이 순간이었다.
이 병은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포션이 들어 있던 병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사실 마차에 있던 잭은 포션을 물처럼 들이마셨으니까.
전날 프리미엄 통신구를 무려 40개나 만든 잭은 이렇게 생각했었다.
몸에 엄청난 무리가 간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 심리라는 게 일단 몸에 좋은 건 일단 먹고 보자는 거잖아.
거기다 포션은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로운 것보다 좋은 게 더 많았다.
소화도 잘되고, 몸의 치유력도 높여 주며 정신도 맑게 해 주는.
실제로 다른 아카데미에서는 학생들에게 매달 포션 두세 개는 지급해준다.
목적은 상처 치유가 아니라 당연히 피로회복이다.
정크가 들고 온 이 빈 병뿐만이 아니라 마차 안에는 빈 포션 병이 꽤나 많았다.
문제는 그게 맨 뒤에 있던 마차였고, 그 누구도 타지 않았었으며, 그런 마차에 있던 빈 포션 병이 살짝 열린 문틈으로 떨어져 나온 그 우연과 우연이 계속 겹쳐서 결국 정크의 헛소리는 신뢰를 얻게 되었다.
정크의 말을 듣고 있던 도적단 대장, 도리안이 턱을 짚는다.
“이 시기에 마차가 무려 이십 대나 이동한다?”
그의 손이 천천히,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한 번, 두 번.
“안 그래도 대륙전장의 장주라는 사람이 테슬란에 있다고 했으니까, 운이 나쁘면 대륙전장의 물품일 수도 있겠어. 아니지.”
생각이 깊어졌는지 그의 골이 파이기 시작했다.
보통 대륙전장의 행렬을 습격하는 이들은 드물다.
왜냐면 반드시 보복당하니까.
그 어떤 미친놈이 다른 상단도 아니고 대륙전장을 건드리나.
그건 미친 수준이 아니라 그냥 죽여 달라고 발악하는 거다.
“대륙전장이면 굳이 표식을 숨길 이유가 없지. 그렇다면 대륙전장은 아니다 이건데.”
마차에 표식이 없다는 거.
그 부분이 도리안은 미심쩍었다.
보통 대륙전장이 운영하거나 대륙전장과 관련되어 있는 상단은 기본적으로 황금이 가득 들어 있는 상자 문양을 새겨 넣거든.
그런데 그게 없다?
“이름 없는 상단이거나, 귀족에게 조공을 바치러 움직이는 그런 비밀스러운 행렬일 수도 있겠어.”
최근 들어 테슬란 왕국의 권력 구도가 개편되었던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 말인즉, 줄을 대려는 이들부터 시작해서 온갖 뇌물이 판을 친다는 이야기다.
그게 귀족 사회고, 그게 세상이니까.
도리안은 저 정크라는 신입이 본 마차의 행렬이 그 뇌물의 일환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냥, 알아볼 이유는 충분했다.
“최근 빌튼 영지의 경비들이 물갈이된 건 알지? 그러니 ‘개구멍’으로 들어가서 몇 놈 잡아 와 봐. 절대 죽이지는 말고. 아무래도 미심쩍어. 대륙전장의 상단이 아닐 확률이 높은데 그래도 확실해야 할 것 같거든.”
충분히 알아들은 도적단 몇몇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 꽤 경력이 있어 보이는 한 남자가 물었다.
“만약 대륙전장과 관련이 없는 ‘상단’이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도리안은 뻔한 거 아니냐는 듯 히죽 웃었다.
“우리를 산적이라 부르고, 도적이라 부르는 이들이 많은데, 그 이름에 충실해야 하지 않겠나? 남자는 전부 죽이고, 여자는 전부 데려온다.”
휘유-!
곳곳에서 휘파람 소리가 울렸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던 건지 도리안의 아랫도리가 팽창했다.
“그리고 돈이란 돈은 모조리 챙기고 불 질러서 흔적을 지운다. 그러니 보자고.”
도리안의 웃음이 짙어졌다.
“이게 대박일지, 쪽박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