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42)
제 243화
“빌튼 자작.”
“예, 공자님.”
“인망은 두터운데 그 인망이 지나치게 두터워서 산적들한테까지 베푼 건 아니겠지?”
“절대, 아닙니다.”
길게 말하지 않았다.
발을 들어 깔고 앉아 있던 도리안의 심장 부분을.
콰직-!!
짓밟았다.
“이 새끼들 가져다가 목 잘라서 성벽에 효수해 놔.”
“예?”
“오늘부터 산적질하면서 같은 백성 약탈하는 새끼들은 무조건 사형이다. 아는 사람이라며 봐주는 새끼도 사형, 친구라고 숨겨 주는 새끼도 사형, 누구누구가 그럴 리 없다면서 감싸 주는 새끼도 사형.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주둥이 털어 대는 새끼들도 사형. 하나도 빠짐없이, 벌레 새끼들은 전부 죽여. 병력은 내일 중으로 보내 준다.”
“…….”
“대답은?”
“그리, 그리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 잠시 멈춰 섰다.
“그런데 그거 아냐?”
“무엇을, 말입니까?”
“인망만 두터운 이는 대부분 시야가 좁더라고. 신기하게 결말도 다 똑같아, 마치 소설처럼 정해져 있다고 해야 하나.”
“결말…… 말씀이십니까?”
“인망이 너무 두터워서 이용해 먹으려는 새끼들이 주변에 안착하려고 하거든. 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완벽한 허수아비가 되고.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었을 때지. 너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안 간 거 같은데.”
“…….”
“조심해, 주변 관리 철저히 하고.”
그 말만 남기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 * *
잭에게 한 소리 들었던 병사는 빌튼 영지의 성벽을 지키는 경비병 중 책임자의 위치에 서 있는 남자였다.
이름은 존.
흔하디흔한 이름의 그는 나름 정직했고, 맡은 일에 충실했었다.
또한 빌튼 영지의 토박이였으며 빌튼 자작과도 나름 친분을 유지한 남자.
그가 빌튼에게 물었다.
“저 꼬마는…… 대체 뭡니까?”
“글쎄, 뭐라고 규정하기가 어려운 인물인데, 그래도 굳이 규정하자면 괴물. 괴물이지.”
그의 표정이 굳어진다.
“괴물, 이요?”
“그래, 툴칸 제국으로 귀화하겠다던 마스터 검사인 슈샤이어를 포함한 토벌대를 전멸시키고 99명을 사로잡아 왕국을 횡단시키게 만든 그 잭 발란티에를 보통 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음…… 괴물이라, 확실히 소문이랑 비슷하긴 하더군요.”
당연히 엄청난 일을 저지른 잭이었기에 그에 대한 소문이 평범할 리는 없다.
무슨 키가 2미터에 달하고 악마처럼 생겼을 거라는 등. 사실은 인간이 아니라 드래곤이다, 사실 엄청나게 착하고 영웅다운 남자다 등등.
존의 말에 빌튼이 희미하게 웃는다.
“비슷하면 어떤가? 그가 악마면 또 어떻고?”
“예?”
“그렇다고 그가 행했던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그가 행한 일 덕분에 영지민들이 살기 편해진 것은 사실이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존은 아무 말도 안 했고, 그 외 병사들도 입을 닫았다.
침묵으로 가득한 산.
빌튼은 생각했다.
‘인망만으로 영지를 다스릴 수는 없다…….’
뼈에 새겨지는 말이라고 해야 할까.
‘적절한 공포가 있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복잡하군.’
생각을 대충 정리한 빌튼은 손을 휘저으며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이 시체들, 전부 영지로 가져가라고.
병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빌튼은 생각했다.
잭 발란티에, 확실히 신기한 남자구나…….
* * *
{그런 일이 있으셨습니까.}
아베이루의 표정은 조금 심각해 보였다.
{분명 제가 전해 들은 정보에 의하면 바바리안 도적단은 몇 달 전부터 활동을 중단하고 잠적했다고 했었습니다. 해체한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제 보니까.}
“보니까?”
{해체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빌튼 영지 주변에 화전민 부락이 꽤 된다고 했었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동안 바바리안 도적단은 화전민 부락을 중심으로 털어먹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건…… 제 부주의입니다.}
아베이루는 자책했다.
하지만 나는 이게 아베이루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안다.
“지금 30개가 넘는 영지를 흡수하고 있는데 그 작업이 아직 완전하게 끝난 것도 아니잖아?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 그리고 이건 네 실수가 아니라 내 실수야.”
{주군…….}
그대로 팔짱을 꼈다.
빌튼 영주는 위원회에 속해 있지 않았었다.
그래서 알아서 잘하겠지, 주변에서 불어 닥치는 풍파를 막아주면 문제없이 영지를 잘 이끌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었나 보다.
“무명에 사무직 말고 현장직에서 뛸 만한 애들이 얼마나 되냐?”
{현장직이면…… 직접 무력을 사용하는 일종의 ‘전투 요원’을 말씀하시는 거죠?}
“어.”
{솔직히 많지는 않습니다. 주군도 아시다시피 무명 자체가 정보를 다루는 조직이라서 전투 쪽은 조금 부족합니다. 그래도 굳이 말씀드리자면 6서클 마나 유저가 약 5명, 7서클 마나 유저가 한 명. 그리고 그 블랑이라는 드래곤까지 총 7명입니다.}
“데스 나이트는?”
{그레이 학부장을 호위하러 간 데스 나이트를 빼고, 남은 49기 중 19기가 엘리자베스님을 호위하고 있고, 20기가 교환원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10기 중 8기가 마자르 테슬란을 감시하고 있으며 나머지 2기가 저를 호위하고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했다.
당연히 저 병력이 전부는 아니다.
영감님의 사조직인 마법병단, 발렌시아도 포함하면 더 늘어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발렌시아가 지금 왕국을 횡단하고 있다는 거다.
물론 전부가 동원된 것은 아니었다.
약 30명? 40명? 그 정도가 어센블 영지에 남아 있는 상태였는데.
으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산적단.
너무 허접한 단체라서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이런 생각을 놈들이 눈치채고 일부러 숨죽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참 더럽다.
마치 수 싸움에서 읽힌 것 같은 느낌이잖아.
그래서 한꺼번에 정리하려 한다.
“이렇게 하자. 마자르를 감시하는 데 8기는 너무 많아. 그런 늙은이한테 8기나 붙이는 건 낭비 아니냐? 8기 전부 현장직으로 돌려. 감시는 영감님한테 맡기고.”
{그리고요?}
“영감님이 데리고 있는 발렌시아, 지금 남아 있는 인원들이 얼마나 되냐?”
{제가 알기로 총 42명입니다. 대기조라고 하더군요.}
42명. 오케이.
“걔네도 전부 동원해.”
{그렇게 하면 총 50명이군요.}
충분한 것 같지만 그냥 모자란 것처럼 느껴졌다.
“블랑을 거기 책임자로 임명하고, 테슬란 왕국 전 지역의 산적, 도적 등등, 죄질이 악랄한 새끼들은 전부 죽이라고 해.”
{음…… 인간이면 정에 휘둘릴 수도 있고 거짓에 속을 수도 있으니 아예 종족이 다른 블랑을 책임자로 하면…… 역시, 역시 주군이십니다.}
이제는 별거 아닌 걸로도 칭찬을 하네.
“알아서 정리하고 결과만 보고해. 내 방식 알지? 감싸는 새끼, 보호하는 새끼, 막는 새끼, 하나도 빠짐없이 죄다 죽이는 거.”
{모를 리 없죠. 아주 뽀드득 소리 나게 처리하겠습니다.}
“고생해라.”
그대로 통신구를 끊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통신구를 들고 있던 베네딕트가 통신구를 품에 집어넣는다.
그러고는 이렇게 묻더라.
“대륙전장의 무력 부대를 동원하면 쉽게 풀릴 일 아닙니까?”
확실히 그게 쉬운 방법이긴 하다.
대륙전장의 무력은 거의 일국의 무력과 흡사하거나 상회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너네 대륙전장 수장도 아닌데, 그렇게 막 동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안 그래?”
“그것도 그렇긴 한데, 아마 장주님이라면 바로 도와주셨을 겁니다. 공자님한테 꽤 호감을 느끼고 계시거든요.”
소름이 돋네.
“징그러운 소리 하지 말고.”
고개를 돌렸다.
“틸레망이라고 했나?”
멍한 표정의 틸레망이 조금 뒤늦게 답했다.
“……예, 맞습니다.”
“표정이 왜 그래? 뭐 못 들을 거라도 들은 그런 표정인데?”
“……방금 드래곤이라고 하신 거 아닙니까? 블랑이라는 남자면, 그…… 아카데미 기술공방에서 줄담배 피우는 그 녹색 머리 남자, 아닙니까?”
“어, 걔 맞아. 아나 보네?”
“알죠, 애들 사이에서는 유명합니다. 이상한 사람이 거기서 먹고 자고 한 시간마다 나와서 한숨을 푹푹 쉬며 줄담배 태우는데 유명하지 않을 리 없죠. 아마 아카데미에서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드래곤이었군요. 드래곤, 세상에.”
슬쩍 웃었다.
“신기하지? 앞으로 더 신기해질 거다.”
틸레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단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방금 들은 사실,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두려움이라기보다는 그냥 각오처럼 보였다.
마치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처럼.
사실 다른 곳에 발설해도 상관은 없는데. 그건 굳이 말하지 않았다.
지가 그러겠다는데 뭐 하러 말려.
그대로 손을 뻗어 녀석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아까 화낼 때 보니까 배짱 좋더라.”
“…….”
“꽤 신기한 경험이었지?”
“예,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체인 라이트닝 마법을 웬만한 전격 마법사보다 수월하게 다루시더군요. 특히 전격의 색깔이 선명한 백색을 띄고 있었는데, 그 상태에서도 산적들은 즉사하지 않고 고통에 떨더군요. 컨트롤 능력이 굉장하신 것 같습니다. 정말, 신기하더군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 말한 게 아닌데.
“어렸을 때 산적한테 당했나 봐?”
“……예, 화전민 출신이었거든요.”
손을 들어 녀석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위로를 해 줄 생각은 없었다.
내가 뭐라고 위로를 해 줘.
그냥.
“네가 더 성장해서 살기 좋은 세상 만들어 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살기 좋은 세상이요?”
“어, 살기 좋은 세상. 보니까 운이 좋으면 대충 7서클에서 8서클까지는 성장할 거 같은데. 그 정도면 적어도 주변은 변화시킬 수 있거든.”
“…….”
“주변을 좋게 변화시키는 애들이 많이 늘어나면 그게 좋은 세상이잖아. 첫걸음 뭐 그런 거지. 안 그러냐?”
틸레망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걸 깜빡할 뻔했네.
“어디 갈 때는 교관한테 말해. 아니면 표식 같은 거라도 새기든지. 사춘기인 줄 알았잖아.”
“예……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그렇게 틸레망을 돌려보내자, 베네딕트가 물었다.
“꽤,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쟤?”
“예. 그게 아니라면 그 블랑이라는 남자가 드래곤이라는 걸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셨을 리 없으니까요.”
이럴 땐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하나.
“공자님이 관심을 두실 정도의 학생…… 저도 조금 지켜봐야겠군요.”
“…….”
“아, 그렇게 보실 필요 없습니다. 무슨 이익이나 보려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그럽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 공자님의 행동이 마치 미래의 인재가 될 아이를 점찍은, 딱 그런 느낌이거든요.”
그러면서 허허허 웃는데.
얘, 아무래도 뭔가 착각을 하는 것 같다.
내가 떠버리라는 사실을 모르는 건가?
“하하하.”
그래도 굳이 정정해 주지는 않았다.
이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데 분위기 깨고 싶진 않았거든.
그렇게 빌튼 영지에서의 하루가 저물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하루가 지났다.
국경을 통과했고 우리는 이스마엘 왕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