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45)
제 246화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잘못 들었나?
외롭다고?
“내가?”
“그래, 그대는 지금 충분히 외로워.”
슬쩍 고개를 돌려 어깨에 앉은 스승님을 바라보았다.
제가 외로워 보입니까라고, 물어보려 했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템-사미트가 천천히 기운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거든.
쿠구구-!
땅이 진동하는 그 상황에서, 사미트는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 갔다.
“강자의 외로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 시선. 어찌 14살의 아이가, 그것도 고작해야 5개의 서클을 가진 이가 그런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찌하여 고작 그 정도의 힘을 가진 이가 대륙 최강의 검사를 침상에 눕힐 수가 있겠는가. 재미있고, 흥미롭다. 겨뤄 보고 싶을 정도로.”
투욱-
가벼운 발돋움 소리와 함께 템-사미트 몸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어서 나는.
천천히 고개만 뒤로 돌렸다.
사미트는 내 정면에 있었을 때처럼 자기 덩치만 한 거검을 늘어트린 채 내 뒤에 서 있었거든.
거리는 정확히 20cm.
“고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어. 느껴지나? 내 몸이 떨리는 게?”
실제로 사미트의 몸은 미약하게나마 떨리고 있었다.
저건 두려움을 기반으로 한 떨림이 아니라, 분명 희열이라는 감정과 흡사하다.
“그대를 처음 본 순간 위화감을 느꼈고, 마주하고 식사를 할 때는 위압감을 느꼈지.”
사람은 저마다 재능이 있다.
타노스가 스스로를 끊임없이 몰아붙이며 노력의 재능을 개화했듯 눈앞의 이스마엘도 타노스와 비슷하게 개화했을 거다.
노력의 재능은 아니지만, 어떠한 외부의 자극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캐치해 내고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마치 짐승의 본능.
아니지, 짐승의 본능은 어감이 조금 그러니까, 초감각이라고 하자.
“토끼들 사이에서 늑대처럼 존재하는 이의 위압감 따위가 아니야. 그건 괴물들 사이에서 괴물을 내려다보는 진짜 강자의 시선이지. 흐흐흐.”
녀석처럼, 내 입가에도 천천히 웃음이 지어진다.
“그래서?”
템-사미트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의 어깨가 꿈틀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후웅-!
분명 피했는데.
서걱-! 하고 허공이 ‘갈라지는 소리’가 울린다.
힐끗 보니 내 머리카락 몇 올도 허공에 흩날리고 있었다.
식후 운동이라는 게 설마 했는데 이거였구나.
그래, 밥도 맛있었는데 잠깐 어울려주자.
웃음을 머금은 채로 자리를 박찼다.
* * *
처음부터 확신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위화감.
아카데미 학생들을 비롯해 나름 교관이라고 불리는 이들까지.
심지어 그 교관들 중에는 궁술을 쓴다는 베네딕트라는 마스터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이 꼬마는 유독 혼자서 빛나고 있었다.
그렇기에 확신했다.
이 꼬마가, 바로 한 국가를 순식간에 집어삼키고 공작가부터 시작해 온갖 인재들을 전부 휘어잡은 ‘그 남자’구나……라고.
앞서 말했듯 처음부터 확신했던 것은 아니었다.
왜냐면 이 남자에 대한 자료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으니까.
발란티에 가문.
작위가 후작이긴 했으나 세상 사람들이 그 가문의 막내를 신경 쓸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심지어 저능아라고 소문이 났으며 사람과 접촉하기를 극히 꺼려 하는 그런 꼬마를 대체 누가 알고 싶어 할까.
그렇기에 잭에 대한 자료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고, 그나마 있는 초상화는 고작 한 장에서 두 장 사이에 불과했으며, 뒤에서 누가 정보를 건드리는 건지 테슬란 왕국이 집어 삼켜지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타 왕국에서는 잭의 얼굴을 아는 이들이 극히 드물었다.
실제로 지금 테슬란 왕국 내에서도 잭이 한 일을 비현실적으로 여기고 있는데, 그걸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템-사미트도 같았을 뿐이다.
잭의 얼굴을 모르는 이들 중 한 명이었던 템-사미트는 그냥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일이어서 궁금했고, 만나보고 싶었으며 알아가고 싶었다.
그냥, 그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템-사미트는 확신에 확신을 더할 수 있었다.
이놈은, 아니 이 남자는 괴물이구나.
아카데미 대전을 이스마엘에서 개최한 것도, 쓰는 거검을 전부 걸었던 이유는 잭 발란티에를 직접 만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나 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그래서 식사 자리에 초대했고 아침에 나누지 못했던 조금 깊은 대화를 나눴다.
대화를 나누는 그 순간순간마다 템-사미트의 감각은 끊임없이 경고했다.
거대한 위화감이라고 해야 할까.
모습은 14살의 아이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건 겉모습에 불과하다.
동급의 마스터, 아니 그 이상의 어떤 존재가 눈앞에 있는 것 같은 느낌.
처음에는 어깨에 있는 인형과 관련이 있는 걸까 싶었지만 아니었다.
인형도 잭이라는 남자 못지않게 위화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잭보다는 아니었다.
그는, 분명 홀로 존재했다.
대화가 이어졌고, 이어질수록 템-사미트는 느꼈다.
이건 위화감이 아니라 위압감이구나.
그리고 지금 이렇게 ‘식후 운동’을 하는 상황에서도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질 않았다.
강자존.
이스마엘 왕국은 강자를 숭상한다.
템-사미트는 즐거웠다.
눈앞에 진짜 강자가 있었으니까.
겉모습 따위는 의미가 없었다.
선공을 시도했고, 잭은 피했다.
새로울 것도 없었다.
직감이 외친 대로라면 눈앞의 이 잭이라는 남자는 보통 인물이 아닐 테니까.
잭의 몸이 앞으로 숙여지는 것을 느꼈고, 자연스럽게 무릎을 들어 올렸다.
우람한 근육에서 나올 수 없는 지나치게 유연한 움직임.
이스마엘은 그렇게 2차 공격을 시도했고.
툭-
가볍게 자리를 박차는 소리와 함께 잭의 몸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 순간. 본능적으로 템-사미트는 느꼈다.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인지한 것보다 몸이 더 빠르게 움직였고.
파앙-!!
잭의 발이 방금 전까지 이스마엘의 머리가 있던 부분을 스쳐 지나간다.
‘호오…….’
언제 뒤로 이동했을까.
4서클 마법인 블링크?
아니다.
이건 마법이 아니다.
힐끗 돌아간 이스마엘의 눈동자가 잭이 아까 전까지 서 있던 그 자리를 훑는다.
가볍게 파여 있는 바닥.
‘단순한 발돋움으로 뒤를 잡았다?’
말은 쉽지.
몸이 자리를 박찬 순간 그 몸에는 운동력이 작용한다.
잭이 이동한 거리는 아무리 길어 봐야 1m.
하지만 이동할 때 몸에 가해진 운동력은 분명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적색 마스터인 내 눈을 순식간에 속일 정도로 빨랐다는 건데…….’
이건 고작해야 5서클 마나 유저가 보여 줄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역시 5서클은 눈속임에 불과했던가.
그리고 저 신체.
살짝 드러나는 목덜미 쪽에 갈라진 상처 같은 게 보였다.
터진 살?
갈라진 살?
체중 조절 문제는 아닐 거다.
템-사미트는 보자마자 확신했다.
이건 신체가 버티지 못하는 어떤 기술을 사용한 거라고.
‘신체 강화술……?’
어린 나이에 듣도 보도 못한 기술을 사용한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을 하면서도 템-사미트의 움직임은 이어졌다.
쥐고 있던 거검을 그대로 휘두르자.
툭-
아까처럼 잭의 몸이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자연스럽게 몸을 옆으로 틀자.
파아앙-!!
코앞으로 잭의 주먹이 내뻗어지고 있었다.
‘이것 봐라……?’
템-사미트의 웃음이 짙어졌다.
잭의 공격이, 그 파괴력이 방금 전보다 더 증가된 것을 느꼈으니까.
‘한번 제대로 해보자 이것인가.’
그 나이에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그건 이제 관심 없었다.
템-사미트의 눈동자가 진지해진다.
탐색전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이후 템-사미트는 두 가지 행동을 했다.
우선 들고 있던 거검을 집어 던졌다.
쿠웅-!
무게만 수십 킬로에 달하는 거검이 먼 땅에 처박히고.
잭이 고개를 살짝 갸웃하고.
거검을 집어 던진 템-사미트가 몸 안의 모든 마나를 전력으로 끌어 올리는.
이 일련의 과정들이 거의 찰나의 순간 이루어졌다.
콰과과과광-!!
땅이 찢어지고, 돌풍이 몰아친다.
온몸에서 끓어오르는 힘.
10개의 서클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그 모든 게 신체 능력에 더해진다.
온몸이 붉은빛으로 물든 템-사미트.
이게 진짜 마스터였다.
초급 마스터, 중급 마스터.
전부 종이 한 장 차이지만 상급, 그러니까 적색 마스터부터는 달라진다.
그들은 초인 위의 초인.
초월자로 가기 전, 그 경계에 걸쳐진 괴물들이니까.
붉은빛으로 물든 템-사미트의 주먹이 잭을 향해 뻗어 나간다.
아직 소리는 없었다.
소리보다 빨랐기에.
그 주먹이 잭의 팔에 닿는 그 순간.
쌔애애액-!!
뻐어어어엉-!!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와 가죽 북 터지는 거대한 소리가 동시에, 그것도 시간차로 울려 퍼졌다.
템-사미트는 생각했다.
이번 공격은, 정타로 들어갔다고.
* * *
뻐어어어엉-!!
그 거대한 굉음에 왕궁 주변을 지키고 있던 4명의 기사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스마엘이라는 국가에서 왕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 명령이 설령 국가를 버린다는 명령이어도 신하들은 그 명령을 절대적으로 따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스마엘 국가의 신념이자 건국 이념은 강자존.
오로지 강자만이 국가의 지존이 될 수 있으며, 지존의 명령은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죄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반역죄로 구족을 멸한다.
그게 이스마엘이라는 국가다.
또한 현재 국왕으로 있는 템-사미트는 이스마엘 역사상 최연소 마스터였으며, 현재는 적색 마스터.
즉 명실상부한 이스마엘 국가의 지존이다.
뿐일까.
5년 전 베커만과 템-사미트는 1:1로 겨뤘던 적이 있었다.
결과는 간단했다.
베커만은 오른쪽 팔 전체가 날아갔으며, 템-사미트는 명치가 뻥 뚫렸었다.
세상 사람들은 말한다.
그 승부는 무승부의 여지가 있는 승부였다고.
하지만 베커만과 템-사미트는 아니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누가 이기고 누가 진 건지 둘은 알았다.
템-사미트는 패배를 인정할 줄 아는 남자였다.
베커만의 검이 조금만 옆으로 기울었다면 심장이 터졌을 거라는 걸 사미트는 확실히 깨닫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보는 이들은 달랐다.
누가 봐도 무승부처럼 보였으니까.
그래서 세상에는 무승부로 알려졌다.
툴칸 제국에서는 베커만이 이제 대륙 최강의 마나 유저라고 말하고, 이스마엘 왕국에서는 최강의 마나 유저는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왜 헛소리를 하냐고.
그렇게 설전을 벌인 적도 있다.
하지만.
분명 둘의 승부는 무승부로 알려져 있었다.
그렇다면 왜 하인케스 베커만이 ‘대륙 최강의 검사’라 불리고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템-사미트는 검사가 아니었기에.
세간에서 템-사미트를 부르는 별명은 ‘대륙 최강의 전사’다.
그의 주력 무기는 주먹이며, 가끔 검을 다루기도, 메이스를 다루기도, 심지어는 지팡이를 둔기로 사용하기도 하는 남자.
그런 남자를 어렸을 때부터 곁에서 지켜봐 왔던 이스마엘 왕국의 제1근위대 대장인 둔-시엘은 느낄 수 있었다.
‘지존께서, 누군가와 전력으로 겨루고 있다.’
둔-시엘은 주변에 있던 세 명의 남자와 함께 왕성 안으로 진입했다.
하나하나가 전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다.
중급 세 명, 초급 한 명.
순서대로 제1근위대 대장, 제2근위대 대장, 제3근위대 대장, 제4근위대 대장.
그들 모두가 움직였다.
소리가 들려온 곳은 왕성 뒤편에 있는 수련장.
순식간에 도착한 4명의 친위대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광경이 매우 충격적이었으니까.
온몸을 검게 물들인 어떤 남자가.
마치 세상을 내려다보는 괴물처럼 오롯이 선 채로, 한 남자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으니까.
그 남자.
피투성이가 분명했지만 분명 이스마엘의 지존인 템-사미트 이스마엘이 맞았다.
……맙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