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48)
제 249화
* * *
토론토 후작과 파나메로 재상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하겠지만 현재 가능한 추측으로는 일단, 테슬란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롬멜 어센블일 겁니다. 대륙전장은 롬멜을 돕는 조력자일 테고, 그 둘을 연결해준 게 온건파, 이렇게 세 개의 세력이 테슬란 이라는 땅덩어리에서 소꿉장난을 하고 있는 건데, 그들의 가장 큰 목적은 강경파이자 그 수장인 황태자를 견제하려는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대륙전장은 이름 그대로 대륙적인 조직이다.
항상 중립을 지키던 그들이 기존의 상식을 깨는 행보를 보인다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 이유, 추측하기 어렵지 않았다.
강경파의 최종 목적인 대륙통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대륙전장에는 피바람이 불 수밖에 없다.
대륙을 하나의 국가가 지배하는데 그 지배하는 국가의 상권이 지배국이 아닌 중립을 지킨다는 이상한 신념을 내세우는 단체에 쏠려있다?
피바람 그 이상의 일이 벌어진다.
모든 게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나름 정보원들을 파견해봤는데, 전부 하는 소리가 다 잭 발란티에 때문이다, 이 말만 앵무새처럼 하고 있으니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위에서 확실하게 누른 거죠. 지금 그런 꼬마가 국왕과 독대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수작을 부리려는 것 같은데, 그 수작질에 ‘우리 왕국’이 놀아나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이다.
템-사미트가 국왕이고, 국가 자체가 강자를 존중하는 강자존의 사상이 뼛속 깊이 새겨져 있다고 해도.
운영을 하고 관리를 하는 것은 템-사미트가 아닌 토론토나 파나메로 같은 귀족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스마엘 왕국을 자신들의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이고 자연스러운 법칙이다.
힘만 센 국왕이 머리를 쓰지 않고 힘만 쓴다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게, 필연이다.
“그리고 말입니다.”
토론토의 눈동자가 조금씩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건 마나를 끌어 올렸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그냥 탐욕.
스스로 감출 수 없는 거대한 탐욕이 노골적으로 드러났을 뿐.
“현재 테슬란 왕국은 정리가 되는 상황입니다. 그만한 숫자의 귀족이 죽었고 엄청난 수의 병사가 죽었는데, 안정기를 찾는 그 시간이 너무 빠릅니다. 이게 정말 가능한 걸까요?”
파나메로의 눈동자에도 탐욕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대륙전장과 롬멜이 국가 내부의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 안정기를 찾은 것처럼 보이게 여론을 조성했다?”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는 토벌대의 전력이 전부 전멸했습니다. 이것도 잭 발란티에라는 꼬마가 혼자서 했다는데 말도 안 되지요. 대륙전장의 마스터들이 전부 나섰을 겁니다. 토벌대는 그들의 입장에서 눈엣가시였을 테니까요. 즉, 테슬란 왕국 내부는 이미 초토화가 된 상황이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안정적이라는 것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그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을 저희가 저지른다면…….”
파나메로가 고개를 끄덕인다.
“자고로 기습이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때 효과가 극에 달하는 법이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기습이 성공한다면 저희 이스마엘 왕국은 테슬란을 통째로 집어삼키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아가?”
“왕국 연합에 있는 모든 왕국을 저희가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토론토는 야망이 있는 남자였다.
당연히 파나메로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이 둘은 통했다.
“이 대륙을 툴칸과 이스마엘의 양분 구도로 만들어 버리자?”
원대한 야망이었다.
당연히 헛된 야망은 아니었다.
왜냐면 다섯 왕국을 전부 합치면 분명 툴칸 제국에 견줄 만한 국가가 탄생할 테니까.
왕국 연합이 탄생하면서 툴칸을 견제할 수 있게 된 상황만 봐도 간단하다.
물론 문제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모든 왕국을 순식간에 흡수해야 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나?”
“예. 가능합니다. 사미트의 허락만 있다면 최소 내년, 길면 내후년까지 모든 왕국의 흡수가 가능합니다. 사실 방법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테슬란을 제외한 각 국가에는 여전히 ‘위원회’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수장이었던 황태자와 줄이 끊긴 각 국가의 위원회, 그들을 재상님께서 회유하시고 흡수하신다면.”
파나메로의 눈빛이 반짝였다.
“재상님은 각 국가의 핵심 귀족들을 흡수하고 휘하에 둔 새로운 지배자가 되는 겁니다. 사실 드래곤이 사라진 이상 우리가 강경파와 손을 잡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온건파가 손을 내미는 것도 아니고, 황태자가 저희에게 무언가를 제시한 것도 아닙니다. 우린 우린만의 새로운 세력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반짝이던 파나메로의 눈에 거대한 탐욕이 점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여기서 가장 거슬리는 건 대륙전장입니다. 하지만 보시면 회유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궁극적으로 ‘양분 구도’를 추구하니까요. 하나의 국가가 통일을 한 게 아니라 양강, 즉 경쟁자가 있는 대륙의 상황을 조성하는 우리는 테슬란보다 더 나은 비전을 그들에게 제시해줄 수 있습니다.”
참으로 괜찮은 계획이었다.
“대륙전장이 테슬란을 버리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대륙전장과 손을 잡는다, 테슬란은 줄 끊어진 연이 될 거고 테슬란을 정리하는 것은 생각 외로 쉽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건 조금 여담인데, 밀로스 아카데미의 교관들 중에는 ‘베네딕트’라는 마스터가 포함되어 있었다더군요. 더 놀라운 건 우리는 그 사실을 그들이 수도로 진입했을 때 알게 되었다는 겁니다.”
눈치 빠른 파나메로는 이번에도 토론토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아카데미 대전…… 그걸 이용해서 나머지 왕국을 흡수해 버리자?”
화합 목적으로 개최된 아카데미 대전이기에 검문이 심하지는 않았다.
다섯 왕국 중 가장 강한 이스마엘이 그러할진대 다른 왕국의 경우라면 어떠할까.
매 학기마다 아카데미 대전은 열린다.
즉, 매 학기마다 각 국가의 수도에 마스터를 서너 명씩 투입시킬 수 있다는 뜻.
텔레포트 마법처럼 광범위 마법을 사용하지도 않고,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각 국가로 침투할 수 있다면.
‘으음.’
파나메로가 턱을 짚는다.
여러 가지 걸림돌이 되는 게 많았지만 계획은 나쁘지 않았다.
거기다 지금 통신구 하나로 땅의 경계가 사라진 상황이다.
대화는 통신구로 나누고 마스터들을 지원해 반대 세력을 쥐도 새도 모르게 지워버린다면.
그렇게 시기를 조절하고, 힘을 조절하고 여론을 조절하고, 판을 짠다면.
……희박하긴 하지만 가능할 것 같긴 하다.
확률은 약 60%.
“우선 이스마엘 위원회의 모든 귀족을 소집하시게.”
“그 말씀은?”
“한번 모여서 긴 대화를 나눠 봐야겠어. 대륙이 변하고 있는데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지 않겠나?”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그럼 곧바로 귀족들을 소집하겠습니다.”
“고생하시게.”
그렇게 파나메로가 통신을 끊으려던 그때, 토론토가 깜빡했다는 듯 말했다.
“만약.”
파나메로가 고개를 갸웃한다.
“만약?”
“사미트가 방해한다면 어찌하실 건지요?”
파나메로의 웃음이 짙어진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힘만 센 무식한 이는 조종하기 쉬운 법. 그건 나한테 맡기게.”
파나메로 공작.
그는 자신이 있었다.
왜냐면 지금까지 쭉 템-사미트를 입맛대로 조종해 왔으니까.
이번 일도 어려울 것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 * *
밀로스 아카데미.
무명 통신소의 직원이자 이스마엘 왕국 전담 팀의 팀장이 된 라그렘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쓸어내리고 말았다.
토론토 후작과 파나메로 공작, 아니 파나메로 재상.
이 둘은 이스마엘의 핵심 인물이다.
그 두 남자가 지금 나눈 대화.
솔직히 말하면 매우 충격적이었다.
허무맹랑한 소리가 포함되어있긴 하지만 핵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
각 국가의 줄 끊긴 위원회들을 하나로 연결해서 새로운 세력을 만든다.
테슬란은 지금 당장 정리해도 되고 시간을 들여서 후에 정리해도 된다, 어차피 대륙전장을 회유하기만 하면 테슬란이 어찌 되든 그들은 그냥 ‘식민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테니까.
이게 그들의 대화 내용 중 핵심이고 줄 끊긴 위원회를 연결하는 방법도 꽤나 기발했다.
‘아카데미 대전이 벌어지는 시기는 1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다.’
아카데미의 인원이 이동할 때 아카데미의 학생들만 이동하느냐.
절대 아니다.
잭이 그러했듯 교관들도 동행한다.
그 숫자는 정해진 게 없었다.
그저 ‘인솔자’라는 명목이기 때문에 몇 명을 가져다 붙이건 별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다.
잭은 그 자리에 ‘베네딕트’라는 마스터 마나 유저를 동행시켰다.
하지만 앞선 대화로 짐작했듯 그 인솔자에 베네딕트라는 마스터 교관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이스마엘 왕국의 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검문이 비교적 허술하기 때문인데, 만약 이 방식을 악용한다면?
국가 단위급 전력인 마스터들을 교관으로 꾸민 뒤 다른 왕국으로 보낸다면?
은퇴해서 세간에 잊힌 마스터들도 몇 명 있고, 암살만 주로 해서 신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실력자들도 더러 있다.
즉.
‘이 아카데미 대전, 악용하고자 하면 최악의 경우로 치달을 수가 있어. 1년에 두 번이나 다른 왕국에 별 의심 없이 마스터들을 보낼 수 있으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마스터다.
신분이 알려지지 않은 암살자나 그런 이들은 그냥 뛰어난 전력이라고 평가하지만 마스터는 다르다.
마스터쯤 되는 이들은 세간에서 일반적인 전력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들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전쟁의 승패를 가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들이 더 많은 쪽이 전쟁에서 승리한다.
천재적인 전략가나 지략가가 많은 변수를 초래하긴 하지만 표본을 무시 할 수는 없다.
마스터는 그 정도의 전력이니까.
라그렘은 빠르게, 들은 내용을 서류에 정리했다.
그 와중에 이마에 땀이 맺히고 책상에 떨어지는데도 라그렘은 의식하지 못했다.
너무 충격적이었다거나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게 모든 이유는 아니었다.
난세고 나발이고.
이 개잡종 같은 놈들이 잭을 죽이겠단다.
혹은 포섭하겠단다.
고용주이자 모시는 사람인 잭을 무슨 흔한 동네 꼬마 같은 거로 생각하니 화가 날 수밖에.
이 밥버러지들의 모략을 빨리 잭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라그렘이었지만 아직 시간은 많았다.
라그렘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서류 작성이었다.
최대한 아는 모든 정보를 짜냈고, 이스마엘 왕국의 권력 구도와 파나메로 재상의 직위, 그의 혈족, 그리고 토론토 후작에 대한 정보들까지.
그 모든 것을 작성했고 책임자인 아베이루에게 전달했다.
이 모든 게 고작해야 30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고, 보고를 받은 아베이루는 그 즉시 잭에게 그 사실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