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54)
제 255화
타노스는 친구가 없었다. 하지만 비슷한 건 있었다.
어린 시절, 함께 놀았고 이야기를 나눴던 동갑내기.
눈앞의 토레이라가 바로 그 동갑내기였다.
아직 끊어지지 않은 요람 왕국과의 마지막 연.
그런 토레이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타노스는 이야기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토레이라는 아니었다.
토레이라가 물었다.
“길을, 찾은 거냐?”
“어.”
“한 개의 왕국을 무너뜨릴 정도의 그런 길을?”
타노스가 몸을 돌렸다.
“참사를 겪은 뒤, 내 목표는 쭉 하나였어.”
“뭔데 그게?”
수도 없이 말했고.
수도 없이 가슴속에 품은 그 꿈.
잭을 만났을 때, 잭이 진심을 느꼈던 그 꿈을.
타노스는 말했다.
“대륙, 최강의 검사.”
“…….”
“대륙 최강의 검사가 되면, 그땐 가능하겠지.”
토레이라는 할 말을 잃었다.
그건, 너무나도 원대한 꿈이었으니까.
세상에 ‘검사’가 얼마나 많은데.
초급 마스터는 물론, 중급 마스터까지.
그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을 넘고.
결정적으로 대륙 최강의 검사인 하인케스 베커만도 넘어야 진짜 대륙 최강의 검사가 되는데.
그걸 이룰 거라고?
그게, 길이라고?
“안토스, 그건.”
“그리고.”
타노스가 토레이라의 말을 끊는다.
그건 분명 끊을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안토스가 아니야. ‘주군’에게 소개할 때 타노스로 소개했으니까. 나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쭉 타노스일 거거든. 그러니 다시는 안토스라고 부르지 마.”
잠시 타노스를 바라보던 토레이라.
그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너도 알다시피 난 형제들이랑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 아버지와도 마찬가지거든. 왜냐면…… 너도 알다시피.”
“서자 출신이니까.”
“맞아, 서자 출신.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너를 응원해 주고 싶거든. 그런데.”
토레이라가 한 걸음 내디뎠다.
타노스와 가까운 거리.
“대륙 최강의 검사가 되려면 우선 나부터 넘어야지.”
토레이라의 말에 타노스는 슬쩍, 웃었다.
그러고는 토레이라의 귓가에 무언가를 작게 속삭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점점 멀어지는 타노스.
그런 타노스를 토레이라는 눈만 멀뚱멀뚱 뜬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귓가에 아직도 맴도는 기분이다.
‘난 몰랐는데, 누가 아카데미 대전에서 우승할지에 대해 베팅하는 곳이 있더라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 선물 하나 줄게. 나한테 걸어. 이번 아카데미 대전, 내가 우승할 테니까.’
토레이라는 그대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저건 무슨 자신감일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왜냐면, 양손이 식은땀에 흠뻑 젖어 있었으니까.
“4서클로 알고 있는데 우승이라…… 비장의 한 수, 그런 게 있다…… 이거겠지?”
토레이라는 생각했다.
아카데미 대전, 꽤 재미있을 것 같다고.
* * *
타노스는 걸었다.
거대한 대검을 멘 거대한 덩치의 남자.
그의 속도 거대한 대검만큼이나 무거웠고, 답답했다.
타노스는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다.
단순히 과거의 원한으로 뭉뚱그려 말할 수는 없었다.
가족을 모두 잃은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겠지만, 타노스는 그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단 한 순간도.
밥을 먹는 순간, 검을 휘두르는 순간, 심지어 교육을 받는 그 모든 순간까지도 타노스는 잊어 본 적이 없다.
대륙, 최강의 검사.
한 국가를 무너뜨리고, 한 국가의 중추를 전부 죽이고 원한을 전부 죽이려면 그 정도의 위치까지는 올라가야 한다.
그건 한 남자의 다짐이었고, 절대 부러지지도, 부서지지도 않을 강한 신념이었다.
처음 대륙 최강의 검사가 되겠다고 잭에게 말했을 때 잭은 느꼈다.
이 꼬맹이, 진심이구나.
잭과 발렌타인이 읽은 타노스의 강한 열망, 그게 바로 저것이었다.
그렇게 잭과 타노스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얼마 전 피안화 상태의 샬롯과 타노스를 바라보며 해럴드는 생각했었다.
타노스는 향후 시간이 얼마나 지나건 샬롯보다 강해질 수는 없겠구나.
한계를 규정해 버린 거다.
그렇게 보였으니까.
그게 상식이었으니까.
그러면서도 약간의 여지는 남겨 두었다.
잭 발란티에가 받아들인 남자.
타노스에게서 잭은 무언가 보았겠지라고.
그리고 생각했다.
무엇을 본 걸까.
간단하다.
잭은 타노스에게서 단 한 가지만 보았을 뿐이다.
신념.
어린 나이에 절대로 형성될 수 없는 경험과 다짐, 그 모든 게 결정되어 한 인간의 영혼을 속박하고 있는 그 신념을 보았으니까.
그 신념의 크기가 너무나도 거대해서 잭은 스스로가 예언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왜냐면.
신념과 영혼이 공명하는 게 저렇게 뚜렷하다는 건 ‘혼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였으니까.
아직 셀과 샬롯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영혼의 신념이 이미 형성되어 있는 타노스.
잭은 그걸 보았을 뿐이다.
천천히 걸으며 수련장으로 돌아가던 타노스는 그대로 자리에서 멈춰 섰다.
수련장 근처에 있는 벤치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으니까.
그의 어깨에 앉아 있는 인형.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묘한 건.
잭의 이마에 식은땀 같은 게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
무슨 일이 있으셨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우승할 거라고?”
잭의 물음에 타노스는 언제나처럼.
스스로를 믿는 특유의 모습으로 답했다.
“예. 할 겁니다. 우승.”
* * *
타이밍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애들과 베네딕트가 대련을 하는 모습을 보았고 타노스가 없는 걸 의아하게 여겼었다.
그런 내게 요람 왕국의 왕자가 타노스를 데려갔다고 베네딕트가 말해 주었고, 타노스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야기를 엿듣는 게 목적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러다 듣게 되었다.
타노스의 과거를.
어차피 아침에 들었던 이야기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리고 타노스가 왕자의 귀에 속삭이는 소리를 듣자마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몸이 노곤하고, 찌뿌둥하고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는데 그럼에도 웃음이 터져 나온 거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보지는 않았다니까.
타노스는 스스로를 믿는다.
그게 나는 너무 마음에 든다.
어렸을 때의 나는 스스로를 믿지 못했거든.
기분이 좋아서 벤치에 앉은 채로 기다렸다.
그리고 물었다.
우승할 생각이냐고.
녀석은 평소처럼, 스스로를 믿는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셀은 마법 부문이기에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쳐도, 타노스보다 서클이 한 단계 이상 높은 애들이 내가 듣기로 약 14명이다.
그중 6명이 마법사고 8명이 검산데.
그들이 이번 아카데미 대전에서 우승 후보로 점쳐지는 이들이고, 그중에는 셀과 샬롯이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내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셀과 샬롯은 저 우승 후보인 애들보다 두수에서 세수 정도는 뛰어나거든.
셀은 마법 부문이니 건너뛰고 샬롯.
개인 부문은 샬롯이 우승할 것 같은데, 지금 타노스는 그런 샬롯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평소와 조금 다르다고 해야 하나.
확실하게 믿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그런 모습.
그걸로 확신했다.
나도 모르는 무언가를 완성시켰구나.
짐작 가는 게 없지는 않다.
단계가 조금 더 높아진 강체술, 거기서 벗어나지는 않겠지.
그런데 과연 그걸로 샬롯을 이길 수 있을까.
‘조금 회의적인데.’
그래서 결정했다.
원래라면 어센블에 있을 때 해 주려고 했던 걸 조금 앞당겨야겠다고.
“내일 아침.”
타노스가 고개를 갸웃한다.
아침?
“약 08시쯤에 아침 먹고 이 자리로 나와.”
“……주군?”
“베네딕트랑 대련하지 말고 최상의 몸 상태, 최상의 컨디션으로, 오케이?”
타노스가 굉장히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녀석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저.
“그리하겠습니다, 주군.”
이렇게 답했을 뿐.
그 대답까지 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숙소가 아닌 숲속, 더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농담이 아니고.
내가 오늘 무리하긴 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태로 정신을 잃으면 최소 삼 일에서 사 일 정도는 누워 있을 것 같거든.
1차 예선이 당장 내일 시작되는데 그거 못 보면 안 되잖아.
타노스한테 ‘그걸’ 해주려면 일단, 이 5서클의 몸뚱이를 조금 성장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가면서 베네딕트한테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내용은.
‘애들 보내고 나 있는 곳으로 찾아와.’
이렇게.
* * *
베네딕트가 도착했다.
참 묘한 건, 녀석의 등에 활이 메어 있었다는 거.
심지어 못 보던 갑옷도 입고 있었고 활 옆에는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화살통이 걸려있었다.
“무슨 전쟁 나가냐?”
“……무슨 사고가 터진 거 아닙니까?”
무언가 느낀 게 있다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계속 바라보니, 녀석이 말한다.
“아까, 왕성 쪽이랑 도시 쪽에서 굉장히 큰 마나의 유동이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그냥, 그렇다고요.”
베네딕트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래,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나, 가는 곳마다 사고를 친다.
녀석은 눈치챘나 보다.
내가 없는 사이에 무언가 일이 터졌구나.
그런데.
“그거 다 끝났어.”
“아, 그렇습니까?”
진짠데.
“안 믿기나 봐? 계속 활 들고 있네?”
“아, 이건 별 게 아니라 해럴드 님이랑 아베이루 님이 그러셨거든요.”
“뭐라고 했는데?”
베네딕트가 슬며시 주변을 둘러본다.
“공자님이 은밀하게 부를 때는 분명 무언가 수습이 필요하거나 그런 경우일 확률이 높으니까, 무조건 무장하고 있으라고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 역시 해럴드.
상인이 꿈이라서 그런 건지 몰라도 눈치가 빨라.
그리고 우리 아베이루는 뭐, 이제 이런 건 자연스럽게 넘어갈 정도로 검증이 됐잖아.
그리고 눈치는 눈앞에 있는 베네딕트도 만만치 않았다.
“……괜찮으신 겁니까?”
한 번에 알아챘나 보다.
지금 내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사족 없이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말씀, 하십시오.”
“네가 만약 나를 죽이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이 절호의 기회야.”
“……예?”
스승님을 어깨에서 내려놓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지금 이 순간, 네가 전력을 다해 나한테 달려든다면 한 20%의 확률로 나를 죽일 수 있거든.”
베네딕트가 인상을 찌푸린다.
“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고개를 들었다.
“그냥 길게 보고 가려고 했는데, 계획이라는 건 항상 변수가 있기 마련 아니겠어?”
이번에도 뜬금없는 소리에 베네딕트가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곧바로, 말했다.
“궁술학부, 네가 맡아.”
“전에 말씀드렸듯 저는 아직 대륙전장 소속…….”
“상관없어. 네가 대륙전장 소속이든 아니든. 난 활을 쓰는 네가 필요해. 멀리서 저격할 수 있고, 눈도 좋고 기척도 좋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무명에 너 같은 놈이 필요하거든.”
“……무명이라면 공자님이 만드신 사조직 아닙니까?”
“맞긴 한데, 반응 보니까 뭔가 괴리감이 있는 듯한 표정이네? 내가 말 안 했었나?”
“뭘요?”
“내 밑에 들어온 애들, 전부 ‘무명’ 소속인 거.”
“……안 하셨습니다.”
“그래? 지금 했으니까 됐네. 그게 뭐 중요한 거라고.”
“……무슨 일인지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베네딕트의 눈에도 아마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덜덜 떨리는 내 손이.
“과부하가 왔거든.”
“과부하요?”
“길게 말하기 힘들다. 어린 몸으로 쓰면 안 되는 힘을 썼어. 며칠 자고 나면 괜찮아지는데 내가 지금 잘 생각이 없어. 그래서 몸의 그릇을 강제로 넓히려고. 지금부터 서클을 두 개에서 세 개 정도 올려 버릴 건데. 네가 호법 좀 서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