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64)
제 265화
아카데미 대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아카데미의 순위는 국력의 순위와 같았다.
그 국력과 아카데미의 수준은 별개라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대회가 이 아카데미 대전인데, 만약 여기서 툴칸을 꺾는다면.
왕국에서 뿐만이 아니라 제국에까지 모든 소문이 퍼질 거다.
대륙 전체가 알게 되는 거지.
어떤 아카데미가 최고인지.
“그리고 너희한테는 미안한 소린데, 툴칸 아카데미가 합류하는 건 이미 결정 난 사안이거든. 그러니까 불만 있는 표정은 그만 거둬, 너네가 뭐라 해도 못 물러. 무를 생각도 없고.”
잠시 말을 멈춘 뒤 템포를 좀 조절했다.
슬슬 정리해야 할 듯.
“명심해. 우물 안에서 노는 개구리는 발전하지 못해. 우물 밖을 알아야지. 우물 밖에서 노는 놈들은 어떻게 노는지, 그런 걸 배울 수 있는 기회잖아. 왜 이렇게 자신감들이 없어.”
조금 독단으로 처리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건 내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방향과 같다.
나는 이 밀로스 아카데미를 대륙 최고로 만들 생각이고, 지금 모든 판이 짜였거든.
“전달 사항은 이게 끝이니까, 가서 쉬어. 예선전은 내일부터 무리 없이 진행될 거고, 그다음 날 본선이랑 단체전이 한꺼번에 시작되니까. 만반의 준비 하고, 명상도 좀 하고.”
이게, 전부터 생각한 건데.
밀로스 아카데미의 애들한테는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더라고.
귀족 자제들한테 억압당하고 그렇게 지내 와서인지는 몰라도 너무 자신감이 부족하다.
그래도 이건 시간이 지나면 점차 나아지겠지.
손을 쫙 펼쳤다.
“자, 해산.”
* * *
인원이 늘어났고 일정이 미뤄지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다음 날 예선은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되었고. 검술 부문과 마법 부문 16강에 올라갈 ‘32’명이 정해졌다.
놀라운 건, 그 32명 중에 툴칸 제국 소속이 무려 7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확실히 내가 봐도 압도적이라고 해야 할까.
툴칸에서 데려온 게 총 13명인데, 그중 5명은 단체전에 참가했고 총 8명이 개인 부문에 각각 4명씩 참가했다.
그중 고작 1명만 떨어진 거다.
심지어 쟤네는 25명을 꽉 채워서 온 것도 아니다.
이건 무시 못 할 결과였다.
‘확실히 다르네.’
단순히 땅덩어리가 크다기보다는 교육 방식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쟤네 무슨 누가 보면 날 때부터 싸움에 미친 놈들인 줄 알겠어.
뭐 이리 잘 싸워?
당연히 걱정은 안 된다.
어차피 우승은 우리 애들이 할 테니까.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쓰읍.’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 말았다.
표정을, 가능하면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거든.
솔직히 말할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다른 아카데미는 그냥 건너뛰고, 우리 아카데미.
밀로스 아카데미에서 샬롯, 셀, 타노스. 이렇게 세 명을 제외하고 본선에 진출한 애들이 단 한 명도 없다.
그냥 전부 떨어진 거다.
‘이 정도였구나.’
해럴드나 다른 교관들이 그러기를 냉정하게 말하면 밀로스 아카데미 수준이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했었는데, 그게 나를 배려해서 해준 말이었다는 걸 나는 지금 깨달았다.
중간은 갈 줄 알았는데 그냥 최하위잖아.
비교하기가 미안해질 정도로 수준이 낮잖아.
그런데 뭐라고는 못하겠더라.
납득이 갔거든.
같은 애들인데 다른 애들, 받아온 교육이 다르고 받아온 차별이 다르니까 납득할 수밖에.
어차피 이건 다음 학기가 시작될 때부터면 많은 게 달라질 테니, 그만 생각하는 게 좋을 듯싶다.
하지만 그것과는 또 별개로.
“으음.”
조금 무거운 침음이 터져 나온다.
앞서 말한 것들은 분명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예상했던 범주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으니까.
난 우리 삼총사 애들은 무조건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지금 막, 진짜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지금 내 눈앞에서 떨고 있는 이 꼬맹이 때문에.
이름이 제이크였던 것 같다.
단체 부문에 참가했고, 나이는 고작해야 15살.
고작 15살에 3서클을 이룬 영재 후보였기에 이스마엘로 데려왔고 단체 부문에 참가시켰는데, 그 꼬맹이가 지금.
“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안 물어볼 수가 없지.
“왜?”
“……너무 떨리고,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봐도 그래 보인다.
긴장을 너무 많이 했나 싶어서 몇 가지 마법을 걸어 주며 진정시켜 주었는데, 그래도 호전이 없더라.
즉, 마나보다 조금 더 근본적인.
그러니까. 음.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너, 무슨 지병 같은 거 있냐?”
“…….”
망설이는 걸 보니 있나 보다.
“있으면 말해. 혼내거나 그러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말해.”
“……공황 장애가 조금 있습니다.”
공황 장애.
“그리고 약간의 무대 공포증도 있고…….”
무대 공포증까지.
“그게 전부야? 더 없어?”
“……죄송합니다.”
어깨를 으쓱했다.
제이크라는 이름으로 알 수 있듯 녀석은 평민이다.
평민인데 재능까지 있다.
15살에 3서클.
내가 볼 때 얘, 최소 9서클까지는 올라갈 마나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애가 평소 아카데미에서 어떻게 지냈을까.
활발하거나 화목하다라는 그런 지문은 없다.
원래 아카데미는 귀족들의 놀이터였고 그 망나니 새끼들이 자기들보다 재능이 뛰어난 애들을 가만히 둘 리 없었으니까.
제이크는 아마 그놈들한테 많이 시달렸겠지.
과거에 내가 저능아라 불리던 그때보다 더 힘들게 지내 왔을지도 모른다.
그대로 손을 들어 올렸다.
녀석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푹 숙이고, 손으로는 무슨 조건반사처럼 방어자세를 취하는데, 와, 이거 섭섭한데.
내 손은 녀석의 머리에 툭 올려졌고, 나는 그대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많이 힘들었냐?”
“……예?”
“트라우마, 그런 쪽인 거 같은데. 걔네들 다 어떻게 됐는지 알아?”
녀석이 고개를 젓는다.
“다 죽었어. 고문을 받은 애도 있고 받지 않은 애도 있는데, 결정적인 건 단 한 놈도 빠지지 않고 다 죽었다는 거. 뿐일까. 걔네랑 조금이라도 연관되어 있는 부모 형제까지 싹 다 털어서 죽일 놈은 다 죽였거든.”
“…….”
“안타깝게도, 정말 안타깝게도 네가 걔들한테 복수할 수 있는 길은 없어. 즉 너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이겨 내야 할 문제라는 거지.”
손을 치우고는 녀석의 옆에 털썩, 앉았다.
“너도 알잖아? 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능아라고 불렸던 거.”
“알……죠.”
생각해 보니 얘가 15살이고 내가 14살이다.
나보다 형님이셨네.
“힌트 정도는 줄게. 알을 깨고 나오려면 자극이 있어야 돼.”
“자극이요?”
“강해지고 싶다, 우승하고 싶다, 돈을 벌고 싶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 그런 욕망 그런 게 자극이 될 수 있지. 혹은 저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다, 어떻게 해서든 꼬시고 싶다, 마음을 훔치고 싶다, 그런 감정도 자극이 될 수 있고. 대충 감은 잡히지?”
“……네.”
녀석의 어깨를 툭, 두드려 주었다.
“15살, 아직 2학년이면 앞으로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여러 번 있겠네. 그러니까. 내가 숙제 하나 내줄게.”
“숙……제요?”
“다음에 열릴 아카데미 대전에서 너는 단체팀에 다시 참가할 게 될 거야. 그때는 안 될 것 같아요, 빠져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소리 해도 무시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그때 우승해.”
“…….”
“이번은 경험하러 왔다고 생각하고 관중석에서 지켜봐.”
녀석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보자.
현재 시간 16시.
개인 부문 경기는 전부 끝났고, 이제 단체 부문이 시작된다.
밀로스 아카데미의 상대는 운명의 장난인지 ‘툴칸’ 아카데미였다.
안 그래도 전력상으로 보면 우열이 확실한데 그 상황에서 한 명의 결손이 생긴 상황.
이걸 뒤짚으려면 하나밖에 없다.
나는 자연스럽게 샬롯을 불렀고 검술 부문 16강전에 진출한 우리 샬롯에게.
“너 단체전 나갈래?”
이렇게 말했다.
그러더니 이렇게 되묻는다.
“……제가요?”
어, 네가.
* * *
얼마 전, 아카데미에서 중간고사를 본 후 샬롯은 잭에게 벌을 받았다.
돼지피를 한 달 동안 먹으라는 잭의 명령을 샬롯은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셀이 잭을 은인이라고 느끼듯 샬롯도 잭을 은인이라고 느끼고 있었으니까.
잭이 죽으라고 하면 농담이 아니고 죽을 수 있을 정도로 샬롯은 잭을 믿었다.
그건 흡사 부모를 대하는 자식의 행동과도 같았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래서 샬롯은 잭에게 섭섭한 게 있어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끙끙 앓았다.
벌을 받았던 것도 섭섭했지만 혼자 앓았다.
셀에게 안겨 눈물을 펑펑 쏟을 때도 그 모습을 잭에게 보여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그런 샬롯이.
처음으로.
정말 처음으로 잭에게 물었다.
“……왜요?”
라고.
* * *
이유를 설명해 주려다 그대로 입을 닫았다.
왜요, 라고 묻는 샬롯의 모습에서 조금 다른 뉘앙스를 느꼈기에.
아니나 다를까.
“제가, 귀찮으신 거예요?”
항상 느낀 거긴 하지만 우리 샬롯.
여러 일을 겪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아직은 어린아이였다.
“제가 피안화를 터트리면서 타노스 오빠를 죽일 뻔했고 해럴드 교관님한테 무례했고, 거기다 후작령에서는 셀에게 지기까지 해서, 제가 필요 없으신 거…… 맞죠?”
울분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 샬롯이 여러모로 섭섭한 게 많았나 보다.
음.
천천히 팔짱을 끼고 샬롯을 바라보았다.
전에, 정말 가볍게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대인관계가 넓은 편이 아니다.
34년 동안 내가 만나서 친밀한 관계를 맺은 사람은 끽해야 열 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농담이나 과장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 현생을 제외하고 34년 동안 나와 친밀한 관계를 맺은 이는 열 명이 채 안 된다.
회귀를 하고 나서 그나마, 몇몇 이들과 안면을 트긴 했지만 그걸 친밀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냥 쉽게 말하면 나는 대인과 관계를 맺고 풀어 가는 그런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다.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으니까.
음.
곰곰이 생각했다.
샬롯이 섭섭해할 만한 일이라…… 이거, 최근 벌어진 일을 하나하나 짚어 보니 확실히 없지는 않다.
아무래도 나, 좋은 아빠 되기는 그른 것 같다.
팔짱을 풀고, 샬롯에게 다가갔다.
눈물을 흘리는 녀석을 천천히 안아 주었다.
“섭섭했다면 미안하다. 나랑 같이 지내면서 너도 내가 어떤 놈인지 대충은 알잖아.”
“……네.”
훌쩍이는 샬롯의 눈물도 슬쩍 닦아 주었다.
“난 어떤 것에 미사여구를 붙이거나 그런 걸 잘 못 해. 전에 현장학습 때 너랑 타노스한테 나처럼 되지 말라고 했던 게 이래서 되지 말라고 했던 거거든. 내가 그런 거에는 좀 서툴러.”
녀석의 금발을 쓸어내려 주며, 그 손으로 등도 토닥여 주었다.
“나는 너를 귀찮게 생각한 적 단 한 번도 없어. 거의 매일 쇠 빨대를 쇄골에 박아 넣었는데 내가 그런 거 내색한 적 있었냐?”
“……없었어요.”
“그리고 필요라니, 가족이 왜 가족이야. 난 타노스나 너를 ‘필요’에 의해 데리고 있던 적, 단 한 번도 없어.”
“…….”
“물론 처음에는 수하 정도로 받아들이려고 했지. 그런데 수하도 수하 나름이지. 나한테 수하라는 건 아베이루나 롬멜 총장, 그리고 지금은 고향으로 내려간 그레이 같은 이들을 뜻하는 거고, 너나 타노스는 내 가족이야. 가족에게 필요라는 게 있을 수 있나? 다른 이들에게는 몰라도 나한테는 아니야, 함께 있는 것, 같이 세월을 보내는 거, 그리고 추억하는 거, 그게 나한테 가족이거든.”
그 말만 한 뒤, 녀석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진심이 전해졌기를 바랐는데, 다행스럽게도 전해졌나 보다.
“보스…… 고마워요.”
녀석을 안고 있는 내 입가에도 웃음이 피어올랐다.
우리 뱀파이어 꼬맹이, 오랜만에 안아 보는데 확실히 잘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처음 봤을 때보다 살이 많이 올랐다.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아서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그 말, 한 번만 더 해 주시면 안 돼요?”
“무슨 말?”
“가족이라고 했던 그 말이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넌 내 가족이야.”
샬롯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고는 작게, 더 듣고 싶다고 하길래, 똑같은 말을 약 다섯 번 정도 더 들려줬다.
그렇게.
샬롯은 개인 부문에서 단체 부문으로 옮기겠다고 결정했다.
물론, 이렇게 결정한다고 쉽게 풀리는 건 아니다.
나름의 형식적인 절차가 필요했으니까.
잠시 잊고, 나는 샬롯과 단둘이 시간을 보냈다.
정확히는 스승님까지 총 세 명.
옛날 생각도 나고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