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73)
제 274화
* * *
생각해 보니.
“그 부분이 재미있네. 나랑 이스칸다르가 왜 양립할 수 없는지.”
“……응?”
사미트가 쳤던 대사는 아니었다.
하인케스 베커만.
그가 내게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정확히 이렇게 물었지.
‘왜, 폐하와 척을 지려는 거지?’라고.
그건 이스칸다르라는 인간에 대해 베커만도 ‘자세하게’는 모른다는 말과 같았다.
이스칸다르를 제대로 아는 놈이라면 저런 말은 절대 나오지 않았을 테니까.
“이스칸다르는 말이야, 마나 유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뭐?”
되게 모순되는 말처럼 들릴 거다.
그런데 사실이다.
“듀크 헬, 하프 블러드 실험에 가장 먼저 지원했던 놈이고 이스칸다르에 대한 충심으로 똘똘 뭉친 놈이지. 시기는 정확하지 않은데 지금부터 약 10개월? 아니면 11개월. 그쯤에 죽어.”
“듀크 헬이라면 베커만과 같이 이곳에 오지 않았나? 망토를 뒤집어쓰고 모든 걸 가려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어디가 아프거나 그렇게 보이지는 않던데.”
이거 되게 실례되는 말이다.
“그게 진짜 듀크 헬이라면 그렇겠지. 네가 본 건 엔젤라 헬, 듀크 헬의 여동생인데 후드 벗으니까 꽤 예쁘더라.”
“……엔젤라 헬이면 황제인 필리포스 툴칸의 측근이 아니던가? 마법적인 재능이 뛰어난 ‘중급 마스터’, 그런데 내가 봤을 때 그 후드는 분명 ‘상급 마스터’의 기운이었는데?”
1인 2역이 쉬운 건 아니다.
더욱이 다른 사람을 연기할 때 그 대상이 무려 적색 마스터라면 연기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체격적인 것은 감출 수 있지만 기운은 감출 수 없으니까.
하지만 같은 적색 마스터라면 가능하다.
그게 엔젤라 헬이 1인 2역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엔젤라 헬은 분명 적색 마스터다.
눈앞에 있는 사미트도 그걸 모른다는 것은 특별할 게 없는 사실을 하나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
툴칸이 지닌 저력.
완벽한 정보 통제.
이게 진짜 강국의 힘이다.
“여하튼 진짜 듀크 헬은 지금 황실 지하에 숨어 있어.”
“……숨어? 굳이?”
굳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왜냐면 사미트는 모르니까.
“걔, 마나 서클이 죄다 부서졌거든. 지금 거의 살아 있는 키메라랑 마찬가진데, 이게 앞서서 말한 것의 연장선이거든.”
사미트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들었다.
“왜 적색 마스터인 듀크 헬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을까. 그것도 실패 확률이 더 높은 실험인데.”
“……나야 모르지.”
사미트의 말에는 그게 이스칸다르가 마나 유저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증거냐는 의문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냥 간단하게 말해 줄게. 이스칸다르는 대륙을 통일하려고 해. 자, 그럼 생각해 보자고. 네가 만약 대륙을 통일했다고 쳐. 모든 게 네 손 아래에 들어왔어. 그럼 가장 거슬리는 게 누구겠어?”
사미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마나 유저겠지.”
앞서서 사미트는 미래 이스칸다르의 힘에 대해 의문을 내비쳤었다.
어찌 그가 하프 블러드를 통솔할 수 있었냐고.
어찌 하프 블러드가 과도기에 욕심을 부리지 않을 수가 있었냐고.
간단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스칸다르는 이미 이 대륙 전체를 자기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스스로가 적색 마스터고, 베커만이라는 최강의 검사도 데리고 있고, 밑에 데리고 있는 애들이 수도 없이 많아. 그런데 드래곤 실험이라는 재미있는 주제가 생겨났어. 자, 한번 생각해 봐.”
사미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스칸다르가 대륙을 통일하는 데 과연 자기 휘하에 적색 마스터가 두 명 이상이나 필요할까?”
“…….”
“과한 것은 없는 것만 못해. 확실히 말하면 필요 없어. 스스로가 적색 마스터고 부릴 수 있는 ‘마스터’가 수도 없이 많은 그런 상황에서 듀크 헬? 필요 없지. 너도 알다시피.”
“알다시피?”
“그땐 ‘나’라는 존재가 없었으니까. 너나 다른 이들한테는 미안한 소리지만 내가 없었으면 니들 전부 2년 안에 죽었을걸. 하나도 빠짐없이.”
아, 이 말을 깜빡했네.
“확실히 하자. 너희가 죽는 이유는 이스칸다르가 대륙 통일을 하는데 거슬리기 때문이 아니야. 그냥 ‘마나 유저’니까. 너희가 마나 유저니까 죽는 거야. 차이를 알겠어?”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이해는 했나 보다.
분명 이 모든 건 사실이다.
이스칸다르는 이미 이 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너무나도 쉽게 이 대륙은 한 개인의 손에 떨어졌을 거다.
이건 이스칸다르를 과대평가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거다.
“여하튼, 그래서 듀크 헬을 하프 블러드 실험에 투입한 거야. 없어도 상관없고 어차피 후에 죽여야 하는 놈이니까. 쉽게 말하면, 그냥 이용당한 거지.”
사미트는 여전히 긴가민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스칸다르는 전생에서 마수의 숲을 의도적으로 내버려 두었어. 왜인지 알아?”
“……글쎄.”
슬쩍 웃고 말았다.
“표정만 보면 답을 아는 거 같은데 모르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네.”
잔에 우유를 따라 마셨다.
“마나 유저들을 소모시키려고, 그리고 욕심을 부리는 하프 블러드들을 거기서 죽이려고. 정치적인 명분도 얻고 반란 분자들도 죽이고, 사냥개도 삶아 먹고. 일석삼조지. 그때, 내가 나타났어.”
잔을 내려놓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처음에는 몰랐어. 왜 하프 블러드들이 한 명씩 오는지, 왜 군대를 동원하지 않는지. 그렇게 두세 번 정도 겪어 보니까 알겠더라. 이스칸다르는 나를 이용해서 자국의 마나 유저를 최대한 소모시키려고 했다는 거. 그거에 열이 받아서 황성에 헬파이어 수십 발을 날려 버렸지. 그 이후 시작된 거야. 진짜 내 전쟁이. 그리고 난 승리했어.”
웃음을 터트렸다.
이러니 양립할 수 없지.
“통치를 위해 필요하다면 모든 마나 유저를 죽이고 혼자 ‘신’이 되려고 마음먹은 그런 미친놈이랑 인재를 중요시하고 가능하면 살리려는 나랑 양립한다? 말이 안 되지.”
“…….”
[…….]“그냥, 그렇다고.”
손가락으로 앞에 놓인 잔을 툭툭 쳤다.
“이거 우유 맞지? 이상하게 취기가 도는 기분인데.”
맛으로 보면 분명 우유가 맞았다.
그냥 분위기 탓인가 보다.
그런데 상황만 보면 분위기를 안 타는 게 이상하다.
왜냐면…… 아, 진짜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나는 지금 이스칸다르를 가지고 놀고 있거든.
베커만도 모르고, 놈의 주변에 있는 놈들은 이스칸다르에 대해 자세히는 모른다.
그저 대륙 통일을 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는 괴물로만 알고 있을 뿐.
그리고 자신들은 그 꿈을 함께하는 동지가 아니라 그저 이스칸다르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걸 베커만과 다른 이들이 눈치챈다면.
심지어 이스칸다르가 마나 유저들을 최대한 죽이려 한다는 것을 눈치챈다면.
상황은 진짜로 재미있어질 거다.
문득 손을 펴 보았다.
이 손에 이스칸다르는 줄이 묶인 채 춤을 추고 있었는데.
정말 궁금하다.
“언제쯤이면 눈치챌 수 있을까.”
꼭두각시는 스스로 줄이 끊기기 전까지 자기가 꼭두각시라는 사실을 모른다.
주변에 있는 이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주변을 지탱하는 기반이 무너지면.
과연 놈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너무 보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다.
chapter 2
왕좌에 앉아 있던 사미트.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사실 어두운 게 당연했다.
잭에게 들은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잊히지가 않았으니까.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어디 좀 갔다 오겠다고 말하고는 잠시 식당을 벗어났다.
그 이후, 왕성 대전으로 향했고 왕좌에 앉은 상황.
문득 고개를 들어 깜빡했다는 듯 말했다.
“그대들을 조금 오래 기다리게 한 것 같군.”
미안한 어조는 아니었고 사과는 더더욱 아니었다.
“한번 이야기해 보시게.”
그 말만 남긴 사미트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파나메로 공작이 무언가 이야기하고, 귀족들이 거들고.
그런 상황에서 사미트는 생각했다.
세상 모든 일이 생각대로만 흘러간다면 얼마나 편할까.
왕족 가문에서 태어났고, 우월한 재능으로 왕이 되었음에도 항상 생각했다.
정치는 피곤하다고.
왕으로서 할 생각은 아니지만 사미트는 진심으로 정치가 피곤했다.
그리고 지금은 피곤함을 넘어 짜증마저 솟구칠 정도였다.
그대로 손을 들어 귀족들의 이야기를 막았다.
“그러니까, 대충 정리하면.”
말을 하면서 천천히 눈을 뜬 사미트의 두 눈이 코앞에 도열해 있는 수십 명의 귀족들을 담는다.
“잭 발란티에가 나를 모욕했고, 그 벌로써 그를 잡아 처형을 해야 한다? 왕국의 명예가 실추되었으니 실추된 명예를 다시 세워야만 한다?”
“그렇습니다, 폐하.”
대표인 파나메로 재상을 사미트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앞서 말했듯 사미트는 정치가 피곤했다.
그래서 정치를 잘하는 이에게 정치를 맡겼다.
나름 왕족의 핏줄인 사미트는 어렸을 적부터 책임감을 배웠고 인재를 알아보는 눈을 길렀다.
친위대인 네 명의 마스터도 그 눈과 어렸을 적의 교육으로 얻게 된 산물이고, 크게 보면 파나메로도 그 범주에 속해 있었다.
정치를 잘하는 파나메로.
사미트는 그를 확실히 밀어주기로 했고, 그의 딸과 결혼까지 했다.
정확히는 그의 딸을 왕비로 만들어 주었다.
심지어 파나메로를 재상이라는 자리에 임명하며 명실상부한 국가의 2인자로 만들어 주기까지 했을 정도로 사미트는 파나메로의 능력을 높게 샀다.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실제로 이스마엘의 국력은 올랐고, 재력도 올랐으며 창고는 풍족해졌으니까.
그런데 지금.
뭘, 하자고?
“휴가라도 갔다 오겠는가?”
“……예?”
멍하니 되물은 파나메로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을 정정했다.
“아, 괜찮습니다. 폐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괜찮다니.
“전혀 안 괜찮아 보여서 하는 말인데, 괜찮다니. 그럼 방금 했던 소리가 전부 제정신으로 한 소리였나?”
“……그렇, 습니다.”
사미트는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 세상에.
그러고는 정말 몰랐다는 듯, 감쪽같이 속았다는 듯 거대한 두 팔로 왕좌를 탕탕 내려쳤다.
“이거 내가 몰라봤었구만. 우리 재상이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이었을 줄이야. 하하하.”
사미트가 계속해서 웃음을 터트리자 결국, 몇몇 귀족들도 똑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형식적인 웃음이지만 순식간에 왕성 대전에는 웃음꽃이 피었고, 그 자리에서 웃지 않은 이는 약 두 명이었다.
파나메로와 그의 측근인 토론토.
그렇게 10초가 흘렀을 때.
뚝-하고, 거짓말처럼 사미트의 웃음이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