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76)
제 277화
사미트에게 물었다.
“혹시 ‘마력차魔力車’라고 알아?”
“……마력차?”
아마 모를 거다.
[마력차…… 이름만 들어 보면 모르겠구나. 설명해 주겠느냐.]우리 스승님도 모르니까.
마력차, 별거 없다.
“240년 전인가, 테슬란 왕국에 있던 한 아티펙트 제작자가 만들었던 물건입니다. 손상된 기록으로만 본 거라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분명 존재했던 물건이죠.”
무슨 강의 시간 같은 게 돼 버렸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쉽게 설명하면 말 없이 달리는 마차입니다.”
[말 없이 달리는 마차?]“예. 마법진을 이용해 바퀴를 호환시키고 그 바퀴를 마차에 설치한 조종석으로 방향을 조절하는 물건이라더군요. 중간에 기관機關이라는 과학적인 장치도 필요하다고 했는데, 아이디어는 괜찮지 않습니까?”
스승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확실히.
[괜찮구나. 말 없이 달리는 마차…… 그건 진정한 마도시대魔道時代의 시작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어.]“마도시대, 어감이 좋네요. 아마 스승님의 말대로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막았겠구나. 귀족들이.]“정확히는 당시 테슬란의 왕이 막았습니다. 변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마차 하면 말이 이끄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었고 그걸 바꾸면 군사 부문이나 여러 부문에서 연쇄 변화가 일어날 테고, 혹시라도 그게 잘못되거나 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그걸 감당하고 싶지 않았겠지요.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돈입니다.”
[돈이라…… 그렇겠구나. 돈. 확실히 돈이 문제겠지.]아티펙트가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거면 굳이 아티펙트라고 불릴 이유가 없다.
“제작자가 8서클 마나 유저였는데, 그런데 그때 당시면 여러 가지 국가적으로 싸움이 일어나던 때라, 그와 비슷한 고서클 마나 유저들을 투입할 겨를이 없었죠. 하지만 연구를 하고 개량을 했더라면 많은 게 달라졌겠죠. 하지만 왕도 그렇고 귀족들도 그렇고 그 누구도 사비를 털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사비를 털었더라면 정말 많은 게 달라졌겠지만 외면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시들어 들었고 그렇게 사라졌답니다.”
여담인데 그 제작자는 전쟁터로 끌려갔고 거기서 비명횡사한다.
어처구니없지만 분명 마력차는 상용화가 되지 못했다.
내가 말한 기록도 말이 기록이지 그냥 누군가의 회고록 같은 일기장이었고 거기에 짤막하게 몇 줄 나와 있던 게 끝이었다.
다른 걸 볼까.
“사미트야.”
“왜 그러는가.”
“마법 통신구 하나에 수백만 골드나 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사미트는 말로 답하지 않고 고개만 좌우로 저었다.
원거리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아티펙트라고 해도 수백만은 과하다.
그것도 지나치게 과하다.
“마스터쯤 되는 마법사들만 제작이 가능하다? 개소리지. 너 정도면 알잖아. 통신구 제작이 가능한 마법사가 일종의 주형鑄型을 떠 주기만 하면 적어도 고서클 마법사 정도 되는 이들이면 양산이 가능하다는 거.”
“……장인이라 불리는 대장장이들이 자기 제자들에게 알려 주는 것처럼?”
“그래, 대장장이처럼.”
사미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적절한 예시였고 틀린 말도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수백만 골드? 왜 그랬을까. 이유는 별게 없어. 마나 유저들의 똥고집. 그것도 마스터쯤 되는 놈들의 똥고집과 좋은 건 권력자들만 누려야 한다는 선민의식을 가진 쓰레기들 때문이지.”
이것도 여담인데.
“내가 그래서 지금 이 세대의 마나 유저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한 90% 정도는 죽이고 새로운 애들로 쭉 키우고 싶을 정도로.”
“…….”
“여하튼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니 세상이 발전을 못하지. 멍청한 새…… 야, 표정이 왜 그래. 설마 내가 진짜로 마나 유저들을 다 죽이고 그러겠어? 내가 그 정도로 미친놈은 아니야.”
사미트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우리 스승님은 무언가 고민거리가 생기신 것처럼 복잡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심각한 표정과 복잡한 표정.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아 진짜, 다들 왜 이래.
앞서서 말한 거는 농담이 맞다.
한 50% 정도.
“그럼.”
“그럼?”
잠시 말을 멈춘 사미트가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대가 바라는 세상은, 그대가 뒤에서 컨트롤하며 만들려는 세상은 대체 어떤 세상이지?”
빙긋, 웃었다.
내가 만들려는 세상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웃음이 지어질 정도로 너무 꿈같은 세상이니까.
“우선 모든 이들에게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해 주고.”
몸을 돌려 달을 바라보았다.
“능력 있는 이들이 부당한 처사를 받지 않게 해 주고, 소수보다 다수의 행복을 우선하며, 개인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해 주는 세상.”
“…….”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해 관리해야 할 백성을 희생시키는 권력자들이 없는 세상, 절제와 용기, 그리고 지혜라는 삼박자를 갖춘 엘리트들이 이끄는 세상. 그래, 네 표정이 말해 주고 있네. 너무 꿈같은 세상이라고.”
진짜로 사미트는 표정으로 말해 주고 있었다.
“……그대는 몽상가였군.”
푸하하.
크게 웃고 말았다.
몽상가.
맞다, 나 몽상가다.
그리고 먼 옛날 몽상가는 이야기꾼이라고 불렸던 적이 있었지.
이번 생에서 스승님을 처음 만났을 때 스승님은 나한테 이야기꾼이라고 했으니, 얼추 비슷하네.
“그런 세상이 만들어지려면 딱 한 가지가 필수적으로 필요해.”
“한 가지?”
“어.”
그 한 가지는 별게 아니다.
“정에 휘둘리지 않고 더 큰 것을 위해 소중한 것을 희생시킬 수 있는 군주, 더 나아가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다른 이들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공평한 잣대를 들이밀 수 있는 그런 심장을 가진 군주.”
“철혈의, 군주?”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군주가 위에서 버텨 주면, 그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목적지를 정하면 내가 바라는 세상이 될 수도 있겠지. 그래서 지금 그런 애를 찾아다니고 있는데, 안 보이네.”
그래서 몇 명 키우고 있긴 하지만. 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진지한 표정의 사미트가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그대가 되면 될 일이 아닌가.”
“응?”
“그런 군주, 그대가 되면 되는 것 아닌가. 방향도 정했고, 그대를 따르는 이들도 많은데 왜 군주가 되지 않는 거지? 왜 국가를 건국하지 않고 흑막을 자처한 채 뒤에 숨어 있는 거지?”
이 질문.
왜 안 하나 했다.
아베이루도 비슷하게는 물어봤지만 녀석은 나에 대해 대충 파악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이렇게 깊게 물어보지는 않았는데, 사미트는 달랐나 보다.
“내가 왜 국가를 만들지 않는가, 간단해. 난 그게 안 되거든.”
“무엇이?”
“국가라는 상징과 그 국가에 속한 얼굴도 모르는 백성이라는 존재들을 위해 나에게 소중한 것을 희생시키는 거, 난 그걸 할 자신이 없어.”
만약, 우리 누나나 스승님을 한쪽에 두고 다른 한쪽에 대륙의 모든 백성들을 두었을 때.
이 중 한쪽을 무조건 죽여야 한다는 문제를 내가 풀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나는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륙의 모든 백성을 죽일 거다.
혹은 그런 문제를 만든 놈을 찾아내서 백 조각으로 찢어 버릴 거다.
“그게 내가 지금 국가를 건국하지 않고 왕이 되지 않는 이유야. 그게 전사와 왕의 차이지. 무슨 차이인지 알겠냐?”
“……그대는 왕이 아닌 전사이기에 이상적인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순을 벌이고 있다?”
“비슷하긴 해. 모든 시작의 부분에는 모순이 있으니까.”
괜히 이야기가 복잡해졌는데.
그냥 그거다.
책임질 이들이 적은 지금의 포지션에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음.
내 입으로 말하긴 조금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냥 생양아치라는 거지.
합리화를 잘한다기보다는 그냥 꼴리는 대로 하는 그런 놈.
“하지만 정말 만약에.”
“만약에?”
“소중한 것을 희생시켜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무조건 소중한 것을 희생시켜야만 한다면, 그걸 희생시키지 않으면 다른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면, 그런 상황에서 냉정하게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고개를 돌렸다.
아까부터 생각한 건데.
달빛이 참 아름답다.
“그렇게 되면 그때 나는 군주가 되겠지. 그게 내가 바라는 진짜 군주니까.”
묘하게 감상적이 됐는데, 그것보다 뭐라고 해야 하나.
회귀를 하고 나서부터였나, 이상한 병 같은 게 생긴 것 같거든.
병명은 인재발굴병.
괜찮은 애들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게, 지금 거의 중증 수준이지 않나 싶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인재 하나가 보인다.
보이긴 하는데.
일단 보류.
“밥 잘 먹었어.”
그대로 우리 스승님 쪽으로 손을 뻗었다.
“가실까요?”
[그러자꾸나.]자연스럽게 스승님의 작은 손이 내 손을 붙잡는다.
그렇게 나와 스승님은 왕성을 벗어났다.
깊은 생각에 잠긴 사미트한테는 미안한 소린데.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내 몸의 모든 신경은 내 손에 맞닿아 있는 스승님의 손에 집중되어 있었거든.
사미트야, 미안.
chapter 3
왕성을 나선 우리는 예상외의 일을 겪고 말았다.
“이야, 예쁘시네.”
“혹시 우리 어디서 본 적 없어요? 난 있는 거 같은데.”
두 명의 양아치가 흔한 작업 멘트를 날리며 접근했거든.
“저쪽 술집에서 봤었나?”
“나도 본 거 같기도 하고, 근데 제가 누군지는 알죠?”
네가 누구인지는 나도 모르는데 우리 스승님이 어떻게 알겠어.
딱 보니까 입고 있는 옷들이 꽤나 고풍스럽다.
귀족가의 자제 같은데, 더 웃긴 건.
내가 이렇게 웃고 있으니까 나를 힐끔 바라보던 금발 머리 양아치 하나가 내 옆으로 오며 내 어깨를 슬쩍 밀었다는 거다.
마치 병풍은 좀 꺼지라는, 그런 의도가 담겨 있었는데.
이게 왜 웃겼냐면, 안 밀렸거든.
“……어?”
이게 왜 안 밀리지? 이런 표정을 짓는 금발 머리의 표정에 결국 육성으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사실, 벌어지지만 않았다 뿐이지 이렇게 스승님과 밖을 계속 돌아다녔다면 이런 일은 언젠가는 무조건 벌어졌을 일이다.
왜냐면 우리 스승님은 그 정도로 아름다웠거든.
얘네 둘을 일단 좀 보듬어 줘야 할 거 같은데.
그 전에.
“너네 혹시 여기 지리에 대해서 잘 아냐?”
“……뭐?”
굳이 두 번 묻지는 않았다.
잘 알겠지. 그러니까.
일단 좀 맞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