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93)
제 294화
사미트는 셀에게 가장 먼저 상금을 건네주었다.
그러고는 뒤쪽을 향해 살짝 눈짓하니, 한 남자가 웬 기다란 막대기 하나를 가지고 온다.
보자기 같은 것으로 둘러싸여 있고 밧줄로도 꽁꽁 묶여 있는 막대기.
길이는 약 2m, 형태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중간에 손잡이가 있고 꼭대기 부분에는 마치 다섯 개의 손가락 같은 게 솟아나 있었다.
셀을 그것을 보며 묘하게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둠 밀러, 300년 전 흑마법사였던 한 남자가 사용했던 지팡이네. 이 부분, 보이시는가?”
사미트가 그 손가락을 가리킨다.
“나도 본 적은 없지만, 이무기라는 생명체의 뼈라고 하더군.”
-이무기요?
“거두절미하고 효과부터 말해 주겠네. 마나를 끌어 올리거나 마법을 쓰면.”
다시 손으로 꼭대기 부분을 가리키더니.
“이 부분에서 공명 작용이 일어나네.”
-공명 작용이요?
“정확히는 증폭이네. 최대 8서클에서 9서클 마법들은 약 1.5배 정도 위력이 증폭된다고 보면 되는데, 짐작했다시피 이 손잡이 부분.”
사미트는 지팡이 중간 부분에 있는 손잡이를 가리켰고 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부분을 짚고 마법을 사용해야 적용이 되는데,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런 식이네. 마법의 위력이 1.5배, 소모되는 마나의 양도 1.5배.”
-간단하네요.
사미트는 그대로 지팡이를 셀에게 건네주었다.
지팡이를 건네받은 셀도 타노스처럼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이렇게 질문했다.
-이런 거 이렇게 퍼 주고 그래도 괜찮은 거예요?
사미트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일반적으로 어른들이 어린아이에게 하듯 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있으니까 퍼 주는 거 아니겠나.”
작게 그건 어른들이 신경 쓸 일이라고, 아이는 아이답게 그런 거에 신경 쓰지 말라고 나름의 덕담도 건네주었다.
그리고 단체전.
다섯 아이들에게 상금을 건네주던 사미트는 한 아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샬롯.
단체 부문으로 옮기면서 개인 부문을 기권한 아이.
솔직히 궁금했다.
타노스와 이 아이가 겨뤘다면 누가 이겼을까.
감이 잡히질 않아서 이렇게 결론 내릴 수밖에 없었다.
‘……모르겠군.’
그 생각을 짐작하지 못하는지, 샬롯은 해맑은 표정으로 상금을 받았고 고개를 꾸벅, 숙인다.
그렇게 사미트가 손을 들어 올리자.
지켜보고 있던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며 외쳤다.
“이렇게 제1회 아카데미 대전의 폐회식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자는 끝이라고 했지만 글쎄. 정말 끝일까.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수많은 이들 중 몇몇은 아니었다.
곧 아카데미 대전은 재롱잔치에 불과할 무언가가 벌어질 거라고.
그렇게 직감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인케스 베커만.
템-사미트 이스마엘.
그리고 멀리서 폐회식을 지켜보는 템-아주리.
이어서 발렌타인 밀로스와 잭 발란티에.
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 * *
거대한 검을 등에 둘러맨 타노스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진짜 네가 우승할 줄은 몰랐어.”
그의 옆에는 타노스의 얼굴을 압축한 형태의 남자가 있었다.
토레이라 요람.
“대체 무슨 수련을 하고 무슨 경험을 하면 너처럼 되는 거냐.”
“운, 이지.”
토레이라가 고개를 갸웃한다.
운이라고?
그 모든 게 운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이 된다고?
토레이라는 의아했겠지만 타노스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수련을 하고, 다른 이들은 상상도 못 할 경험을 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그분을 만났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분을 만난 건 운이었지. 아니지 행운, 행운이라고 해야겠네.”
단어의 음절이 하나인 것보다 두 개인 것이 더 낫지 않나 하고 생각한 타노스였다.
그런 타노스를 토레이라는 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행운, 이라고?
토레이라는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타노스는 미래 대륙 최강의 검사가 될 거라고 여겨지는 검사 중 하나였다.
그것도 매우 유력한.
그런 남자의 입에서 단순히 운이었다는 말이 나온다는 건.
“겸손하네.”
타노스는 답하지 않았다.
아직 스스로는 모자르다고.
대륙 최강의 검사가 되기에는 아직 먼 길이 남았다고, 스스로를 더 담금질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여긴 왜 온 거냐?”
타노스와 토레이라가 도착한 곳은 툴칸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머무는 숙소였다.
타노스는 말했다.
마치, 잭이 말했던 것처럼.
“멍청한 놈이랑 대화 좀 해보려고.”
* * *
타노스는 어렵지 않게 로만 스튜어트를 만날 수 있었다.
“……이상하게 찾아오는 사람이 많네.”
로만의 첫마디였다.
타노스는 그런 로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쳐다만 보고 있냐? 욕을 하고 싶으면 하고 그 외 다른 할 말이 있으면 그냥 그것만 하고 꺼져.”
로만의 모습은 경기장에서 보았을 때의 모습과 판이하게 달랐다.
머리는 정돈되지 않았고 눈은 탁했으며, 씻지도 않은 건지 몸 전체에서는 냄새가 났고 심지어 그 냄새 지분의 90% 정도는 술 냄새였다.
“주군께서 내게 말씀하신 적이 있었어. 현재 10대의 아이들 중에 향후 세상에서 마나의 재능만으로 독보적인 자리에 설 수 있는 이들은 총 네 명이라고.”
“……네 명?”
로만은 궁금했다.
솔직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굴까.
“한 명은 샬롯, 다른 한 명은 셀. 다른 한 분은 주군의 누이이신 엘리자베스 발란티에. 나머지 한 명은 너.”
로만의 표정이 의아하게 변한다.
“너는 없네?”
“어. 난 없었어. 내가 지닌 마나의 재능은 앞선 네 명과 비교하기 초라한 수준이거든.”
결국, 로만은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치고 말았다.
콰앙-!
“지금 누굴 놀리냐? 할 말 끝났으면 꺼져.”
타노스의 표정은 처음 이 숙소에 들어설 때와 같았다.
“대륙 최강의 검사가 될 거라고 했지. 상식을 뛰어넘어 한계를 넘고 싶다고 했지. 그런데 지금 그 꼴로 무슨 상식을 넘고 한계를 넘지?”
“…….”
“주군을 의심하지는 마라. 네가 주변에서 뭘 보건 뭘 느끼건, 현 대륙 최강의 검사인 하인케스 베커만이 무엇을 가르치건, 툴칸 아카데미의 교관들이 어떤 말을 하건. 그 사람들이 어떤 명예를 지니고 있고 어떤 지식이 있고 어떤 재능이 있건, 주군이 보는 통찰력과 주군이 보는 세상을 볼 수는 없어.”
타노스는 품에서 작은 동전 하나를 꺼내 들고는 그대로, 탁자에 내려놓았다.
동전의 모양은 특이했다.
일반적으로 화폐로 사용하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둥근 형태.
크기는 검지 크기.
그 동전의 겉면에는 함선이 양각되어있었으며 그 함선을 관통하는 거대한 검이 대각선으로 멋들어지게 각인되어있었다.
옆에 있던 토레이라가 야 그거, 설마 그거야? 그런 표정을 지었지만,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요람 제일검이라 불리시던 대공께서 항상 가지고 다니시던 행운의 부적. 이름은 없어. 굳이 붙이면 대공 동전, 그렇게 되겠지.”
웃기지도 않은 이름에 로만이 코웃음을 친다.
“난 자만하지 않아. 현재의 이 수준에서 만족하지도 않고, 내 목표는 대륙 최강의 검사. 나는 그 길을 걸을 거고 샛길로도 빠지지 않아. 그건 내 다짐이니까.”
잠시 말을 멈춘 타노스는 그 동전을 로만을 향해 밀어냈다.
“혼자 걷는 길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한번 잡아봐. 너를 이긴 나를 이겨봐. 뒤에서 쫓아와 봐. 그래야 나는 더 멀리 갈 수 있을 테니까.”
타노스의 말은 거의 선전포고와도 같았다.
그렇게 타노스는 몸을 돌렸다.
멍하니 상황을 바라보던 토레이라도 결국 몸을 돌리고 말았다.
그런 둘을 바라보던 로만은 한 손으로 동전을 꽉 쥐고는 던질 것처럼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던지지는 못했다.
꽈아악- 쥐는, 로만의 손에 조금씩 피가 흘러나왔는데, 주변에 있던 그 누구도 로만을 위로해주거나 로만의 주변으로 오지 않았다.
마치.
외톨이처럼.
* * *
“괜찮아?”
토레이라의 말에 타노스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가?”
“아니, 그 동전. 그거…….”
함부로 내뱉기 어려운, 그런 말.
토레이라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결국 말했다.
“그거 유품이잖아.”
“…….”
“그것도 대공님의 유품. 아니야?”
“맞아.”
아카데미를 다닐 시절, 타노스가 항상 품에 품고 다녔던 유품.
골동품 가게 같은 곳에 팔면 값이 꽤 나오겠지만 타노스 개인에게 있어서 그건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어떤 것과도 같았다.
그런데 그걸 로만에게 주었으니 토레이라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난 주군께 많은 것을 받았어.”
“그래서?”
“많은 것을 받았는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더라. 너무 잘나신 분이어서.”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잭에게 부족한 것은 없다.
외모, 돈, 무력.
모든 게 완벽한 그런 남자.
“그런 주군께서 관심을 가진 거잖아. 나는 주군이 원하는 걸 모두 가졌으면 해. 그걸 위해서라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솔직히 동전.
그것이 지닌 무게는 타노스 개인에게 있어서 굉장히 거대했다.
하지만 타노스가 잭에게 받은 것에 비한다면 그 무게는 비교적 가벼워진다.
“그 동전을 볼 때마다 로만은 나를 생각하겠지. 그러다 스스로의 처지를 깨닫고 무너졌던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면, 정신을 제대로 차린다면.”
“차린다면?”
“녀석은 주군께 가겠지.”
“……쟤가 테슬란 왕국으로 귀화할 거라고 확신해?”
타노스가 피식, 웃었다.
토레이라의 말에 잘못된 부분이 있었으니까.
“테슬란으로 귀화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주군의 곁으로 가는 거야.”
타노스가 고개를 돌려 토레이라의 두 눈을 직시했다.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 건데, 테슬란과 주군을 동일시하지 마. 주군께서는 테슬란에 아무런 미련이 없어. 그 국가가 국가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그냥. 그 이유가 전부야.”
테슬란이라는 국가 따위는 잭을 품을 수 없다.
한 개의 국가 따위가 담을 정도로 잭이 가볍지는 않으니까.
잭이 품었으면 몰라도.
그렇게 타노스와 토레이라는 헤어졌다.
“요람으로 한번 놀러 와. 아직 대공님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아.”
헤어지는 토레이라의 말에 타노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손을 흔들었을 뿐.
* * *
우선 폐회식이 끝나고, 나는 사미트의 말을 빌려 각 아카데미에서 확실한 ‘책임자’들을 이스마엘 왕성으로 불러들였다.
샬롯을 개인전에서 단체전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한 번, 그리고 툴칸 아카데미를 참가시키는 곳에서 한 번.
최소 두 번은 마주쳤던 총 9명의 책임자들이 텅 비어 있는 왕성, 회의실에 모였다.
“왜 이렇게 모였는지 궁금한 표정을 짓고 계신 분들이 꽤 계시네.”
주변을 쭉 둘러본 내 감상평이었다.
실제로 우리 스승님과 사미트를 제외한 이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왜 불러 모았는지 확실히 감이 잡히질 않나 보다.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 왕국 연합, 이거 이대로 괜찮겠어요?”
“……?”
“아직도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 하는 애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제가 딱 한 가지 묘수를 떠올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곳곳에서 의문이 피어오른다.
묘수?
무슨 묘수?
웃는 얼굴로 마저 말을 이었다.
“다섯 왕국이 연합을 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다섯 개의 국가가 가장 큰 국가를 견제하기 위해 하나로 뭉쳤다……. 여기서 이상한 거 하나 못 찾으셨습니까?”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 것인지 확실히 짐작한 것은 우리 스승님을 제외하고 이 자리에서 총 두 명이었다.
하나는 템-사미트.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하인케스 베커만.
답은 간단했다.
“머리가 없잖습니까. 머리가. 이게 참 재미있는 게 이 다섯 개의 국가 중 어느 한두 개가 빠지면 전세가 확 기운다는 겁니다. 지금이야 비등비등하고 초기라서 터질 일도 없고 조용히 흘러가서 꽤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만약 ‘큰일’이 터졌을 때 최종 명령권자도 없는 그런 상황에서 대처가 제대로 되겠습니까?”